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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64화


나는 뒷걸음질 쳤다.

낡은 백일몽 사무실 밖, 복도에서 130666의 헝겊 인형을 난도질하는 검은 인영.

그것의 눈은 나를 응시한다.

백일몽 마스코트 캐릭터.

본래 고전적으로 데포르메된 노란 용이었던 그것은 팔다리와 머리, 이목구비의 각 부위가 깨졌다 붙은 듯이 왜곡되게 엉망진창이다.

마치 산산조각난 인형 탈을 어린이가 삐뚤빼뚤 잘못 꿰맨 듯한 형상!

나는 그 왜곡된 인형의 갈라진 틈마다 무언가 꿈틀대는 것을 본다.

작은 벌레들.

지렁이 같은 것들이 뭉쳐 흐느적대며 인형탈 바깥으로 꿈틀댄다.

토악질이 나며 소름이 돋는다.

그 검은 백일몽 캐릭터는 130666의 난도질당한 몸뚱어리 속에서 피처럼 터진 거무튀튀한 금빛 액체를 흠뻑 뒤집어쓰고 있다.

그 액체의 반짝임에 순간 드러난다.

저 형상의 가슴팍에도 나처럼 무언가 달려 있다.

그건….

물건들.

보타이, 안경, 고양이 꼬리, 보육교사 교육서 조각, 교복 명찰, 은빛 배지, 너덜거리는 바코드….

내 오염과 신분들.

내 정체성의 상징들이 마치 훈장처럼 거무죽죽한 노란 액체에 범벅이 된 채 달려 있다.

그 찰나의 순간의 깨달음.

저건 나를 하나씩 사냥하고 있다.

-그럼 착한 친구가 아니게 만들어볼까?

착한 친구인 내 정체성들을.

그 솜인형들으로 구현된, 나를.

사각.

찰나가 흐른다.

백일몽 마스코트 캐릭터의 손에 들린 사무용 가위가 헝겊 인형의 가슴팍 가운데에 깊게 꽂힌다.

피 분수가 튀어 오른다.

130666의 헝겊 인형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듯이 손을 위로 든다.

그리고.

떨어진다.

“…….”

착한 친구

어디 어디 숨었나?

나는 문을 닫았다.

쿵!

…간발의 차로 닫힌 문 너머에서 진동이 온다.

그리고, 나는 문 한가운데에서 빠져나온 작고 뾰족한 은빛 형체를 보았다….

사무용 가위의 칼날.

“…….”

…사각.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문을 잘라내는 소리.

나는 비명을 참고 달려서 가장 가까운 사무용 책상을 밀어 문 앞에 둔다. 그 외에도 문을 틀어막을 만한 의자, 서랍장, 흙이 든 화분을 끌어서 문 앞에 방어막을 쌓는다.

그러나 안다.

‘얼마 못 버텨…!’

나는 솜이 든 덩어리가 된 양팔과 손을 꿈틀거리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답을 찾으려 한다.

답….

…….

여긴 <어둠탐사기록>의 세상이다.

그리고 어둠탐사기록에 기록된 괴담에는 하나의 특성이 있다.

창작자가 ‘탐사기록’을 위해 만든 이야기이기에 생기는 특성.

‘무조건 규칙이 있다.’

나는 그걸 알아낼 것이다.

알아내서, 탈출 방법을 구상한다.

항상 그랬듯이.

[호오!]

생각한다.

만일 이것이 어둠탐사기록에서 읽은 괴담이었다면.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내게 익숙한 과거의 장소, 두려운 상황, 직전에 거대한 어둠 개체에게 ‘삼켜진’ 정황….

솜 인형으로 변한 내 형태.

가슴팍의 라벨 묘사.

‘착한 친구’라는 내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 외관들.

“…….”

머릿속에서, 페이지 하나를 적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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