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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65화


나는 떨리는 눈으로 다시 서랍 속을 보았다.

그러나 들어 있는 물건은 변하지 않았다.

근로 계약서.

거기 있는 것은 분명 내가 사인했던 그 계약서였다.

소원권을 마신 후, 내가 진실을 깨닫고 정체성이 붕괴되어 무너지는 그 순간 나타난 청 이사가 내민, 생존을 위한 동아줄.

혹은 치명적인 올가미.

-계약서야. 서명만 하면 되네. 아주 인도적인 대우를 약속하지.

나는 결국 사인했다.

살기 위해 사인했고, 보안팀에서 130666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왜 그것이, 내 심상 세계 속 버려진 리조트 관리실 속에 들어 있는가.

…잠깐.

‘혹시 이게 나를 구속하는 계약서의 구속력 그 자체인 건가?’

내 내면 깊은 곳에, 이 서랍 속에 형상화되어 자리 잡고 있는 걸까? ‘리조트 고용계약서’를 모아놓는다는 상징성이 있는 이 서랍 속에 말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근로 계약서를 움켜쥐었다.

실재하는 듯이 촉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찌이이이이익.

찢어버린다.

가운데가 호쾌하게 갈라지며 나를 구속하던 근로계약서 종이가 두 동강 난다.

나는 깊게 짜르르 올라오는 쾌감과 해방감에 눈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

근로계약서가 보인다.

찢어지지 않은 완전한 종이가, 내 손에 들려 있다.

“…….”

다시 찢었다.

찌이이이익.

눈을 깜박인다.

근로계약서가 보인다.

다시 찢었다.

찌이이이익.

눈을 깜박인다.

근로계약서가 보인다.

다시 찢었다.

찌이이이익.

눈을 깜박인다.

근로계약서가 보인….

‘그만!’

나는 숨을 헐떡이며 손을 멈췄다.

아무래도 그냥 찢는 행위로는 이 근로계약서를 파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착한 친구

어디어디 숨었니?

나는 몸이 얼어붙었다.

…복도 너머에서, 인기척이 저 멀리서부터 감지되었다.

오염된 백일몽 캐릭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

나는 이번에는 문을 건드리지 않았다.

아니, 아예 기척을 내지 않은 채, 관리실 책상 뒤로 기어가서 웅크렸다.

쿵.

제발.

쿵.

지나가라.

쿵.

소리가, 아주 가까워진다.

쿵.

그리고.

쿵….

…….

……멀어진다.

‘하.’

나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채, 여전히 움직이지는 못한 채로, 소리가 멀어지는 것에 청각을 곤두세웠다.

나를 눈치채지 못한 그것이 복도 저편으로 가는 것이, 그 진동이 내게 느껴진다….

‘약간은… 자유로워진 건가?’

아무래도 저 마스코트는 낡은 백일몽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추적에 난항을 겪는 듯했다.

‘내가 한번 빠져나와서일까.’

물론 이 시간이 길어지면 또 다른 착한 친구 사냥 방법이 나올 확률이 농후했다.

그러니 정신 차리자.

빠르게, 빠르게!

‘뭘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아직 손에 들고 있는 근로 계약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찢는 게 안 된다면….

그래.

‘…내용 수정은?’

펜!

나는 손만 뻗어 책상 위를 소리 없이 뒤져서 금세 펜을 찾아들었다.

만년필이다.

허겁지겁, 잉크를 묻혀 계약서 위에 그었다.

‘리조트 고용계약서도 이렇게 수정했었어.’

더 안전하게, 사람이 근무해도 최대한 문제가 없도록 말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비슷한 방법으로 내 근로계약서도…….

“…….”

종이 위의 잉크가 사라진다.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만년필의 흔적은 근로계약서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뚝.

통하지 않는다.

너에게는 이걸 수정한 자격이 없다는 듯이.

‘아.’

그래. 리조트 고용계약서는 내가 주체기에, 고용주이기에 계약서 세부사항을 어느 정도 수정할 수 있던 것이다.

게다가 이미 사인한 계약서를 임의로 수정할 수는 없다.

청 이사와 상호 합의가 없다면, 아니, 그래도 수정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단 하나 확실한 건.

나에게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막다른 길이로군요, 친구.]

[다른 길을 찾아볼 겁니까?]

그래.

막다른 길에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내게 권한이 있는 방법.

이 계약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

…하나 있다.

“…….”

나는,

근로계약서를… 잡았다.

그리고 ‘읽어냈다’.

위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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