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66화
나는 고개를 들었다.
리조트 복도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약간 탁하고, 테마파크의 수영장에 채운 소독된 물처럼 맑지만은 않다.
빗물 같은 그 형체.
우르르르르…
물이 쏟아져 들어오며 파도가 친다.
나는 기이하게도 열린 관리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두꺼운 물결이 찰랑이며 어두운 플라워 골든 리조트 복도를 흐르는 것을 본다.
그 넘실거리는 전경을.
그리고….
착 한 아 이
나는 복도의 물가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보다 더 적절한 호칭을 찾지 못했기에, 이렇게 불렀다.
“…어르신?”
이 리 와
빗물이 찰랑거리며 윤곽을 가지고 복도의 허공으로 튄다.
마치 부르는 듯이.
“…….”
나는 물길 속으로 손을 넣었다.
헝겊으로 된 내 손이 젖어 들며 묵직하게 물 속으로 빨려든다.
기이하게도 깊이.
“…!!”
풍덩!
그렇게 나는 가라앉았다.
내 숨… 숨은, 곤란하지 않았다.
평온하다.
‘아.’
나는 고개를 내렸다.
내가 품에 안고 있는 비늘이 불투명한 물속에서도 반짝거리다가 녹아내리는 것을 본다….
그리고.
우르르르르…
물살이 복도 저편을 향해 무겁고 세차게 흐르기 시작했다.
‘…!’
휙휙 복도의 전경이 변한다.
나를 감싼 물 덕에 부딪히지는 않았다. 물속에 잠겨 형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중에도, 나는 목격한다.
‘백일몽 캐릭터!’
사무용 가위를 들고 있는 백일몽의 용 캐릭터가, 맞닥뜨린 거대한 물결에 결국 잠겨서 솜이 흠뻑 젖어 가라앉는 것을.
‘아.’
흐르는 물속에서 그 윤곽이 보인다.
캐릭터를 덮고 있는 거무튀튀한 황금빛 액체도 물에 씻겨 풀려나간다.
엉망진창으로 꿰맨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백일몽 캐릭터는, 물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가위를 들려는 듯했으나 그보다 거센 흐름에 쓸려나간다.
파도.
그 속에서 해체된다.
백일몽 캐릭터 틈 사이에서 꿈틀대던 벌레 같은 것들도 흩어진다.
깊은 물 속으로.
남은 백일몽 캐릭터의 조각들은 마치 오랜 시간 퇴적되듯, 바다 밑으로 가라앉듯이 복도 바닥 아래로 스러졌다.
나는 그 압도적인 광경에 입을 다문 채 보았다.
우르르르르…
물은 계속 흐른다.
나는 복도를 지나, 마침내 낡은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거대한 로비로 빠져나온다.
그곳에도 이미 물결이 찰랑이고 있다.
수압에 이기지 못한 로비의 문이 열리며, 물길이 다시 흐른다.
길을 따라 나를 데려가는 건….
자
여 기
…리조트 바깥.
게이트까지.
“…….”
나는 조심스럽게 물에서 몸을 빼낸다.
게이트로 걸어가서, 노란 구역 그 너머를 본다.
파란 구역이 있던 자리다.
그곳이, 내 심상 세계 속에서는….
“…….”
블루드림 워터파크는 어느새 물에 잠겨 있다.
각종 수영장, 파도풀과 유수풀, 인공적으로 조성된 작은 풀장들을 모조리 뒤덮은 거대한 수면.
바다.
그곳은 바다가 되어 있었다….
“…….”
이상한 울컥거림이 솟아난다.
바다를 잘라내 수영장에 욱여넣는 것.
고여도 썩지 못하게 방부제를 치는 것.
그 모든 행위가 왜 잔인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누구의 감정인지도.
나
괜 찮 아
“…!”
고개를 내린다.
‘물결’이 일렁이며 말한다.
여 기
“…….”
나는 본다.
넘어가는 게이트를.
◎출 구 ◎
안녕히 돌아가세요
이 게이트로 나가면 내 심상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깨어날 수 있다.
나는 내 호출에 응답해 준 ‘파란 마스코트 안의 누군가’ 덕에 착한 친구의 자아로서 살해당하는 일을 방지한 것이다.
하지만.
‘…나가면 청 이사는 또 다른 방법을 쓸 거야.’
그래서….
걱 정 해?
…!
“…네. 걱정하고 있습니다.”
물결이 일렁인다.
괜 찮 아
나
도 와 줄 게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자기가… 청 이사를 상대해 주겠다는 거다.
그건 애초에 내가 비늘을 쓰면서 어느 정도 기대한 바이기도 했다.
‘심해의 주인’이라는 그 정체성이 불과 가뭄으로 상징되는 꽝철이에게 개념적으로 유리하지 않을까.
괴담에서는 그게 중요하니까.
‘하지만… 정말 괜찮은 게 맞나?’
사실 여기서 냉큼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청 이사가 저 용을 파란 마스코트에 쑤셔 넣어 놓으면서 무슨 짓을 했든, 그래서 청 이사와 대치할 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도와주겠다지 않는가.
내가 지금 괴담 걱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대로는 자아가 붕괴해서 보안팀 지하에 영구적으로 처박힐 판이다.
패닉에 질려도 안 이상하다고.
아는데….
…….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쭈그려 앉아 물길을 보았다.
“청 이사는 이미 한번 어르신을 해코지한 적이 있는데, 또 하지 못할 거란 보장이 없잖습니까.”
그래.
말하니 시원했다.
이게 맞는 것 같다.
“그러니까, 본인을 드러내시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힘만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안 돼
“…예?”
나
이 미
왔 어
“예!?”
왔 어
이미 자신이 폐점 시간을 틈타, 내 부름을 받고 아예 세광시청 옥상에 도착하고 있다는… 자, 잠깐만!
“위, 위험합니다!”
게다가 그렇게 했다가는 마스코트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랐다!
나처럼 대리로 운영을 넘길 지배인이 없다면 그건 자살행위였다. 원래 마스코트는 테마파크 밖으로 나갈 수 없단 말이다! 그 정체성은 속박이기도 했지만 권한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 다 잃어버리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요.”
괜 찮 아
물결이 나를 다독이듯 방울진다.
괜 찮 아
“…….”
아니다.
이건 진짜 괜찮을 거란 장담이 아니라 위로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나
원 해
용 스스로가 원하는 행위라는 장담.
나를 돕는 것에 더해 본인에게도 청 이사와 풀어야 할 인과가 있기에.
“…….”
그렇다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가 최대한 보좌하겠습니다.”
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물결이 경청하는 듯하더니, 그 물결 아래 거대한 용이 동의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제
나 가
물길이 손처럼 톡 나를 밀쳤다.
‘아.’
나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출구 게이트를 넘었다.
* * *
“포도야!!”
눈을 떴다.
투두둑.
얼굴 위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심상 세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빗물이 내 몸을 적시고 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나타났던 거대한 눈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청 이사의 눈.
그 위를 빗물을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가리고 있다….
‘아.’
“정신 들어? 얼른!”
누군가 나를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리자, 도마뱀의 얼굴뿐만 아니라 청색 재킷들이… 자, 잠깐만!
‘요원님들?’
그 사이에 여기까지 온 건가? 나는 다급히 일어났다.
‘윽!’
팔이 부러져 있다. …공교롭게도 심상세계에서 찢겼던 팔이었다.
‘비상계단에서 다시 잡혀서 하늘로 끌려가다가… 옥상 바닥으로 떨어진 건가?’
나는 이를 악물고 주변을 보았다.
둘러싼 사람 중에 하나, 예상치 못한 사람이 보였다.
“초개 요원님?”
“오, 지하철에서 본 요원이군!”
사자탈이 흔들린다.
“꽝철이 저것이 청룡님의 기운에 힘이 빠진 모양이다. 이 틈에 얼른….”
자네.
“…….”
하늘에서.
거대하고 둔탁한 목소리가 울린다.
회피하다니
일을 번거롭게 하는 재주가 있군.
침을 삼켰다.
사람들이 능수능란하게 나를 부축하더니 뒤로 넘기며 하늘을 직시하지 않은 채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 순종적인 태도는 아니야.
“제약회사 이사님, 혹시 고용노동부 감사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최 요원!
“단어 선택 죽이네요! 혹시 내가 쌍팔년도로 가는 초자연 현상에 휘말렸나 했습니다!”
나랏일 하는 병졸들이 함부로 말하는 버릇이 들었나 보군.
있으면 안 될 자리에 허가도 없이 침입해서 말이야.
“응? 대한민국 특별시가 언제부터 백일몽 기업 도시가 됐답니까?”
나는 최 요원의 목덜미로 흐르는 식은땀을 보았다.
‘뭘 하는 거지?’
이제 보니, 요원들은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
초개 요원이 시선을 끌 듯이 사자탈을 흔든다.
설마 이 먹구름과 비를 믿나?
번개를 몰고 나타날 동해 용왕이라도 기다리는 건가?
“잘 아는구나 꽝철아! 얼른 꽁지 빠지게 도망칠…”
안타깝군. 그쪽은 이미 실직한 지 오래네.
“…뭐라?”
이런, 몇 년간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이지.
그 자가 실직한 이후 구직활동에 허덕이다가… 겨우 내가 알선해 준 취업 기회를 잡았다는 것도 말이야.
인형탈을 쓰고 재롱을 부리는 천박한 업종이라도 취직하고 싶다는데 어쩌겠나.
해줘야지.
모욕적인 발언이 쏟아진다.
초개 요원이 우뚝 얼어붙어 있다.
사자탈이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다만 이제 그 작은 놀이동산에서 나올 수 없을 거다.
자기 능력대로 대우받는 것이지.
“이….”
어디 다시 목청껏 불러보게. 청룡을 부르는… 뭐, 자네들의 허례 의식들이 있지 않나.
…….
“부를 필요 없습니다.”
나는 초개 요원의 어깨를 잡았다.
“요원,”
왜냐하면.
“이미 와 계십니다. …이 아래에요.”
나는 옥상 아래를 가리켰다.
툭.
낡은 세광특별시의 도로변.
넓은 도로 가의 소화전이 갑자기 사방으로 열린다.
그리고.
우르르르르…
물이 솟구친다.
“……!!”
옥상에서 보면 마치 그림 같다.
삽시간에 길을 타고 번지며, 지상으로 펼쳐지는 블루드림 워터파크의 물줄기.
물이 고이는 도로 외곽에 작고 깔끔한 마감이 들어간다.
블루드림 워터파크의 타일이다.
그래.
-그곳 지하에 제가 이미 확장해 둔 테마파크 2호점이 있습니다….
-그 인프라가 있으니, 그 옆에 블루드림 워터파크를 임시 개장하면 어떨까요. 비용은 크지 않을 겁니다.
-팝업처럼요.
그리고 그렇게 했다.
검증된 방법을 따라 수영장은 마치 바다처럼 지하철 정비 선로를 채우고 지상 위로 범람하며, 일시적으로 꿈의 테마파크가 드러난다.
다시 세광특별시에 사람이 들어차고 일상이 시작되면 사라질, 짧은 환각.
블루드림 워터파크의 일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건….
“이사님.”
나는 말했다.
“당신을 찾아오셨습니다.”
워터파크의 물속에서 거대한 형상이 빠져나온다.
“…!!”
물길.
일렁이며 춤추듯 허공으로 솟구치는 그것은 정형화된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나 문명과 이야기가 상상하는 상징대로의 외양이 투영된다.
뱀의 유선형 몸, 토끼의 눈, 소의 귀, 매의 발톱, 호랑이의 발바닥, 그리고….
사슴의 뿔.
그 모든 게 구름 같은 지느러미와 구불구불한 수염에 휘감겨 하늘로 솟아오른다.
승천.
“꽝철이는… 불과 가뭄이지.”
“…….”
“보라, 불과 가뭄을 몰아내는 물길을.”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 님의 행차를.”
시청을 감싼 용의 형상이 옥상 위로 드리운다.
그러나 가까워지니 알 수 있다.
군데군데 형상이 무너져 있다. 빠진 비늘, 허옇게 빛바래고 뭉개진 발톱의 부분들, 고깃덩이를 소금물 항아리에 넣고 절인 듯이 잔인하고 비정한, 그 고문의 흔적들.
그럼에도….
너무나 강력하고 영험하다.
아름답다.
더 가까워지면 눈을 뽑아서 바치고 싶을 것 같다.
“너무 자세히 보지는 마!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
해금 요원의 말과 동시에, 나는 숨을 몰아쉬며 흐릿하게 시선을 흘렸다.
그러나 그 실루엣과 존재감은 여전히 옥상에 위압감과 기이한 고양감을 동시에 부른다.
청룡.
그 거대한 형상이 먹구름에서 번뜩인다.
영험한 자태.
그리고….
응시.
번쩍.
번개가 내리치며 하늘을 반짝인다.
먹구름 너머에서 이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행에서 이르기를 수극화(水克火)라, 물이 불을 능히 이기고 억제하니….
불과 가뭄은 비를 몰고 온 동해용왕님의 행차에 무너진다.
그래.
그리고, 그리고….
그런 걸… 생각했나?
거대한 목소리에서 일상적인 비언어적 표현이 비인간적으로 감지된다. 그건….
웃음기다.
자네들… 참 구태의연하군.
“…….”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건지 말이야.
잠….
응시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