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67화
“오오.”
이성해는 고개를 들었다.
빗방울이 코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투두두둑, 비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괜찮으세여?”
“네, 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목적지를 찾아 달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고영은.
-오, 전 산양 씨 따라갈게여.
이성해는 이 직원을 도와주기로 판단하고 리조트를 떠나 세광특별시로 나온 상태였다.
그리고 초조한 안색인 고영은의 손에는 마스코트에게 받은 지도가 꽉 쥐어진 채 펼쳐져 있었다.
“…….”
그녀는 이미 꽤 많은 거리를 왔다.
도시를 거의 가로지르다시피 하며 뛰어서 주택가에 들어서,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쉴 틈없이 계속 지도를 들여다보며 길가를 걷다가….
우뚝, 발을 멈췄다.
“…….”
그들의 눈앞에 주택이 하나 있다.
재개발이 예정된 이 구역의 약간 낡은 단독주택.
남색 지붕, 붉은 벽돌.
고영은은 우두커니 서서 떨리는 눈으로 그것을 본다.
몸이 기억하는 익숙함으로.
지식으로는 사라졌어도 남아 있는 친숙함으로.
알아본다.
집을.
그 안에서 사람이 뛰어나온다.
아는 사람이.
가족이.
“영은아!!”
“…엄마,”
고영은은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니, 세상에’를 반복하는 가족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안도와 치밀어오르는 울컥거림을 온몸으로 겪었다.
‘오.’
이성해는 그것을 동요 없이 흐뭇하게 보았다.
그 전율 어린 감각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좋은 일 같긴 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
비가 그쳤다.
그리고 기이한 진동이, 흐릿하게 벽과 바닥에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
가족의 품에서 고영은이 퍼뜩 고개를 돌렸다.
초자연 현상에, 어둠에 익숙한 자가 이상 증후를 기민하게 눈치챈다.
“대리님, 방금….”
“오.”
“…시청 쪽이었나요?”
다른 사람들이 간 쪽.
김솔음이 있는 곳.
“음. 잠시만여.”
이성해는 망원경 모양의 작은 아이템을 꺼내 들며 전방을 확인했다.
바로 저 멀리, 먹구름이 껴서 흐린 시야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세광 시청 건물을.
“옥상 위에 뭐가 있는 것 같네여. 음….”
“…….”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고영은은 숨을 몰아쉰다.
과연 무사할까.
…이미 우선순위를 정했음에도 찌르듯 올라오는 도덕적 판단과 고뇌, 내적 갈등으로 이를 악문 채로 결국 묻는다.
“어떤 상황처럼 보이세요?”
“으으음….”
이성해는 상대의 그 갈등 어린 심리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자신이 본 것을 확실히 묘사할 순 있었다.
그래서 확신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축제 같은데여!”
* * *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로 소리가 울린다.
들으라!
선창자의 목소리.
그 뒤로 청명한 타음들이 고조되듯 울린다.
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
엇박과 꾸밈 소리가 잔뜩 들어간 꽹과리와 방울 소리 사이로 묵직한 징 소리가 울린다.
웅-
나는 징을 들고 있는 해금 요원의 얼굴을 본다.
그 단단한 눈을.
손에 들린 거대한 징을.
“천지신명 쾌적이 울린다.”
‘꽝철이 쫓기’는, 기우제의 원형이 되는 의식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문화권의 원초적 기우제에서 유사하게 관찰되는 형식이 있다면… 비를 관장하는 높으신 분에게 간절히 부르짖는 것이다.
당연하다.
비를 청하는 것이니까.
협상하려고 하며, 상대를 기쁘게 하려 든다.
하지만.
“울고 운다!”
꽝철이 쫓기는 다르다.
이는 가뭄으로 상징되는 자연 재난을 몰아내려는 시도다.
축마, 퇴치.
상대와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몰아내는 행위.
“썩 나가주오!”
전승적으로 가장 오래된 퇴마 의식 중 하나.
그러나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
이것은 어떤 능력 있는 미신적 권위자가 홀로 엄숙하게 진행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군중.
함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소란을 일으키는 것.
그게 바로 꽝철이 쫓기다.
오오오오오오오오!
목청껏 외치며 신명 나게 박을 탄다.
꽹과리의 금빛 판형이 마치 벌새의 날갯짓처럼 요동치며 진동한다.
하늘까지 솟을 듯이 치는 팔을 들어 올린 후, 징을 때린 해금 요원이 앞서서 옥상을 성큼성큼 걷는다.
하늘에서 용이 구름을 휘감음에 따라, 요원이 옥상을 뛴다.
달린다.
가뭄을 쫓으려냐!
그리하면 산등성이를 타고 요란한 소리를 내어 꽝철이를 혼란하게 해야 한다.
이곳에 산이 없다면.
이 거대한 건물이 산이리라.
오오오오오오오오!
옥상을 뛰논다.
풍물놀이처럼.
행하는 발이 옥상의 난간과 사다리와 물탱크 위를 오가며 옥상의 모든 지형지물의 윤곽을 오간다.
금방이라도 그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함은 보이지 않는다. 힘차고 신명 나듯 빠른 발걸음.
그리고 징을 들고 선두에선 자를 따라 악기를 든 자들과 박수 치는 자들이 불협화음처럼 소리를 맞아들어가게 만든다
오오오오오오오오!
하늘이 찢어질 듯 거대한 징 소리.
꽹과리 소리.
방울 소리.
박수.
그 모든 강렬한 파열음이 높낮이를 이루어 화음을 이룬 소란을 옥상 위 하늘로 튀긴다.
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창…
그 소리에 물길로 이루어진 용이 비늘과 속을 울린다.
물길 위로 파문이 울리며, 마치 깨어나듯이 더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이것 참.
짙은 구름 사이로 거대한 눈이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나, 강렬하고 소란한 음의 파동이 튀기며 금속성으로 다시 시야를 가린다.
불쾌함으로 그르렁대는 듯 재해가 꿈틀대는 파동이 소음에 상쇄된다.
나는 깨닫는다.
이 모든 영험한 소음은 쫓아내려는 대상을 향한 배제와 축출의 역할이며, 의식을 진행하는 자들의 정신을 보호하는 이중 구조였다.
“예 있지 말라!”
멈추지 않는다.
정해진 장단은 없다. 그런 세부적인 것이 규격화되지 않았던 원초적 의식은 자연스럽게 군중에게 장단의 선택을 맡긴다.
자연스럽게 가장 익숙한 장단이 서로 화합한다.
굿거리.
하늘이 일그러진다.
“자자자, 가자, 가자!”
나는 생수병 하나를 땄다. 최 요원의 옆으로 따라붙어, 그것을 뿌린다.
요원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방울을 흔들며, 잽싸게 내가 흩뿌리는 물을 묘기를 부리듯 방울에 묻힌다.
그리고 이자헌 과장이 뜯어온 옥상의 철제 난간 한 줄을 장대 삼아 그 끝에 방울을 매달았다.
꽝철이가 혼란해 고개 서성이면
고것 코에 물을 튀기라.
물이 코로 들어간 꽝철이는 더는 불을 뿜지 못한다는 전승에서 비롯된 절차다.
여기서 불은 당연히 상징적인 것으로, 그 의미는….
‘꽝철이가 이 땅에 더는 재해를 불러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은 하늘로 물방울을 털어내는 동작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여기선 실제로 저 하늘에 그 기이한 재해가 보이기에….
“가자!”
사람들이 산꼭대기로 향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옥상의 출입구 위.
옥탑 위로.
신명 난 듯 뛰어오른다.
따르는 발걸음과 타악기의 파음이 하늘을 울린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기이한 확신.
의식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감각.
찌릿거린다.
‘된다.’
문제를 풀 때 정답을 정확히 알고 있을 때의 쾌감, 결승선 앞에서 홀로 가장 먼저 달려 한 발을 내딛기 전의 성취감, 집에 도착하기 직전 골목을 돌 때의 기대감!
의식을 진행하는 자, 참여자의 강렬한 예감이 나를 감싼다.
이건 성공한다.
그리고 그걸 느낀 것은 분명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재해를 틀어막아
나자빠지게 해라!
산등성이 못 앉게
몸 일으켜 달아나게 해라!
나는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과 발걸음이 점점 기이할 정도로 들어맞는 것을 느낀다.
일종의 트랜스 상태.
옥상의 모든 존재의 움직임에서 잔상이 남는 것처럼 보인다.
타악기의 모든 금빛 움직임과 손뼉과 방울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궤적이 마치 문양처럼 선을 그린다.
용이 그 선을 타고 하늘에서 물결친다.
그 모든 게 완성을 향해 간다는 것을, 모두가 직감적으로 안다.
그러나 그것이 뜻하는 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