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40화
[노루야. 너 나오지 말고 있어라.]
“예?”
나는 전화를 받고 출근하던 발을 멈췄다.
출근하기 바로 15분 전에 직속 상사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외근 처리할 테니까 회사 나오지 말라고. 이미 이자헌 과장님이랑도 이야기 다 된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을까요?”
[뭐… 이 회사 현장직이 다 그렇지. 어둠 문제야, 어둠.]
아.
은하제 대리가 긴 한숨을 내쉬는 소리와 함께 박민성 주임의 곡소리가 은은히 들렸다.
아마 D조는 이미 다 출근한 듯했다.
[너 말고도 신입은 싹 제외니까 딴 생각 말고 집에 있어.]
“무슨 어둠입니까?”
[어. 들어가는 당사자 아니면 말 못 해.]
“…….”
[아니, 모르는 게 낫다.]
설마… ‘아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류’인가.
일명 정보 오염식 괴담 말이다.
남의 악몽 얘기를 들었더니 다음날부터 자기도 그 악몽을 꾸더란 식의 으스스한 카더라부터,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쫓아오는 귀신까지.
‘내가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다’라는 망상적 걱정에서 유래된 이야기란 인류 공통의 공포였다.
‘그리고 출근까지 안 시킬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니라는 거겠지….’
그래도 말투를 보아하니 신입이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걱정하는 정도지 유언 남기는 식은 아니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괜히 부담 안 주려고 태연한 척 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 회사로 갈 순 없겠지.’
필요 없다는데 부득불 가서 민폐가 되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죽기 딱 좋지 않은가.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오늘은 혈욕조 정리하고 <어둠탐사기록> 위키를 5회 독쯤 할까….’
그런데 몇 시간 후.
[김솔음 씨.]
“예.”
[출근하십시오.]
“…….”
이거 무슨 문제견 훈련 그런 건가…?
내가 당황하든 말든 도마뱀 조장은 자기 할 말만 했다.
[오후 2시까지 31층 대회의실로 출근하면 됩니다.]
심지어 처음 듣는 고층 회의실이 나왔다…!
“잠시만요. 오전에 출근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상황이 변한 겁니까?”
[예. 임원 중 한 사람이 솔음 씨를 직접 호출했습니다.]
“…….”
예?
[그럼 2시에 뵙겠습니다.]
살려주세요.
* * *
“왔냐.”
3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초조한 기색으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D조 대리를 만났다.
나는 은하제 대리에게 다급하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상황이 변한 겁니까?”
“좀. 하… 그 미친 새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대회의실로 투입되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왔습니다. 김솔음 사원.”
“아아.”
“아니 뭘 회의실까지 불렀어? 그냥 보내면 되지.”
어디 소속인지도 헷갈리는 상사들이 앉아서 뭐라 뭐라 떠들다가 날 보고는 입 닫고 서로 눈짓하는 꼴을 보니 괴담 세계관이고 나발이고 목 뒤가 뻣뻣해졌다.
‘어디든 회사 생활 X될 것 같은 시그널은 왜 똑같은 거지?’
그리고 결국 자기들끼리 흥분해서 대화를 도로 시작한 상사들 덕에, 내가 왜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지목 및 호출당했는지도 알게 되었는데….
전형적이고도 골치 아픈 이유였다.
인원 부족.
“아니 고등급 어둠이 확실한데 민간인 생존자가 나왔다니까? 이거 고품질 원료 수급처 새로 뚫는 혁신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근데 이걸 두고 무슨 고민이 그렇게들 길고 회의를 또 하고, 나 참……. 과감히 투자하는 법을 몰라, 강 부장!”
“누가 투자 안 하겠답니까? 이게 신입 몇 명 더 집어넣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아 이 사람 답답하네. 머릿수가 부족하다고 하잖습니까. 어? 연구팀 우리 곽 과장이.”
곽 과장?
고개를 돌리니, 정말로 곽제강 연구팀장이 거기서 실실 웃으며 구석 한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자기 연구원을 테마파크 괴담에 처넣었던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말이다.
‘징계가 끝난 건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안 그래 곽 과장? 머릿수 늘려야 하는 거잖아?”
“아~ 맞죠. 이거 투입 인원 늘려야 해결될 어둠이 뻔하다니까요!”
“…….”
저 인간이 자문책이라고?
사실 인원은 안 부족한데 그냥 멋모르는 신입의 신선한 탐사 결과를 보고 싶은 것뿐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오늘 내가 겪을 일이 어둠 투입은 맞나 본데.’
그리고 이렇게 거창하게 불러서 투입될 정도…라면.
만만찮은 등급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고등급인데 민간인 생존자가 나왔다고… 했나?
나는 재빨리 비슷한 사례를 머릿속에서 <어둠탐사기록>을 뒤져 찾으려 하면서도, 침착하게 스스로 되뇄다.
‘…그래도 잘 준비해 왔어.’
나도 혹시 몰라서 오늘은 있는 거 없는 거 다 챙겨왔거든.
아이템 풀패키지로.
“인사도 했으니 이만 가보세요, 다들.”
“아, 예.”
대리는 대충 머리를 숙이며 인사하더니 나를 데리고 회의실에서 나왔다.
쿵.
그리고 회의실 문이 닫히는 순간 입을 열었다.
“어둠 한 번 들어가 본 적 없는 새대가리들이 ‘전략적 솔루션’ 낸답시고 목에 힘주는 꼴을 몇 번 봐야 하는 건지…. 아, 이래서 내가 담배를 못 끊어요.”
“대리님.”
“뭐 어때. 지들끼리 싸우느라 들리지도 않을 텐데.”
저는 듣고 있는데요.
“현장탐사팀 오티도 합격도 못했을 새끼들이 지연, 혈연 알차게 써먹고 저 위에 알박기 한 게… 아.”
은 대리는 담배가 간절하다는 얼굴로 회의실을 몇 번 돌아보더니,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들었지? 이제부터 우린 새로 등록된 고등급 어둠에 들어갈 거다.”
역시.
“우리뿐만 아니라 이미 서른 명 이상투입됐어.”
“…조장님과 박 주임님도 혹시.”
“그래. 다 먼저 들어갔지. …위험할 거야. 안심시키겠답시고 거짓말은 안 한다, 내가.”
“…….”
“그래도 너무 걱정 마라. 넌 그 미친 퀴즈쇼에서도 우리까지 데리고 살아나왔잖아. 괜찮을 거야.”
“……예.”
나는 챙겨온 서류 가방을 크로스백으로 고쳐 맸다.
“그건 준비물이냐?”
“예. 식량이랑 이것저것.”
“흠. 사이즈는 괜찮네.”
은하제 대리는 몇 번 내 외관을 체크하고 물었다.
“보안 검사에 걸릴 물건은 없었지?”
“…예.”
무사히 정문 통과했다.
왠지 저주받은 산삼은 걸렸을 것 같지만 지금 내가 가진 건 다 아이템들이니 괜찮았겠지.
그런데 왜 오늘은 D조가 팀으로 안 움직이고 대리만 남은 걸까.
“혹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진입하신 건지 여쭤봐도 됩니까?”
대리가 무표정으로 턱짓했다.
“매뉴얼 읽자마자 다 사라졌다.”
“…….”
“이건 그런 어둠이거든. 조금만 그 어둠에 대해서 알면 끌려 들어가는 거야.”
후우.
“너 데리고 진입하려고 안 읽고 기다리고 있던 거니까, 동시에 읽는다.”
“예.”
와 미치겠네.
“괜찮아. 어디 가서 쉽게 죽을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런 복선 같은 대사 하지 말아주십쇼!
‘못 들은 걸로 쳐야지.’
나는 대리가 내미는 매뉴얼을 심호흡 후에 받아 들었다.
……이걸 읽으면, 이제 그 고등급 어둠에 들어가는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단숨에 읽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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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전시회의 기존 관람객들에 대해 정리한 매뉴얼 문서를 열람 중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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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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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내용을 읽으시기에 앞서서, 당신이 아주 멋진 전시회에 초대되셨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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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골이 송연해졌다.
‘망했다.’
눈이 질끈 감긴다.
머릿속으로 번쩍, 자동 완성되는 위키 페이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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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눈먼 자들의 저택]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한 괴담으로,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B-666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님. 오늘은 당신을 멋진 전시회에 초대하기 위해 이 글을 적어봅니다.
찾아오시는 길이 번거롭지 않도록, 이 글을 읽으신 후에는 어디로 향하시든 저희 전시회에 도착하시게 될 겁니다.
이전분들의 방문 기록은 해당 문서에 106회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본 괴담에 대하여 기록하려는 모든 시도에서, 전시회에서 보낸 안내문의 형태로 글이 변형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초대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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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에 등록된, 정보 오염식 괴담의 대명사.
동영상 사이트에서 다뤘다 하면 수십만 뷰가 찍히는 어그로 대표주자!
‘눈알 수집가.’
“…….”
떨리는 심장으로 매뉴얼에 다시 시선을 내렸다.
예상했던 그 글귀가 정말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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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시는 길이 번거롭지 않도록, 이제부터는 어디로 향하시든 전시회에 도착하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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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말대로 되었다.
“하.”
뒷걸음질 치는 순간.
나는 내 발이 디디는 바닥재의 재질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광의 사무실 타일에서, 오래된 광택이 도는 대리석으로.
툭.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촛불 타오르는 소리가 들릴 만큼 정적에 휩싸인 거대한 대저택이 보였다.
황혼과 양초의 불빛이 불그스름한 황금빛으로 웅장하고 오래된 내부를 비추었다.
수많은 진열품이 그림자 속에서 그 윤곽만 드러내고 있었다…….
“…….”
은하제 대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입을 열고 대리는 부르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뒤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구석에 숨었다.
‘……후.’
소파 뒤에 몸을 숨기고 앉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매뉴얼을 다시 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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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에서 임시 수집한 본 전시회 관람객 아홉 분의 공통된 관람 후기를 안내하겠습니다.
1.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진귀하고 다양한 컬렉션을 관람할 수 있음.
2. 전시홀에서의 취식은 금지되어 있음.
3. 통상적인 관람 매너를 지킬 것이 권장됨.
4. 출구를 찾기 매우 힘듦.
해당 진술에 대하여 본 전시회에서는 강력히 수정을 요청합니다. 전시회장은 모든 비상문이 적합하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원할 때 관람을 멈추고 퇴장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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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일 것이다.
문제는, 이 ‘누구든지’에 인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은 이곳의 비상문도 출입구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하.”
너무나 당연하게 관람객을 사람이 아닐 것이라 가정한 전시회.
현대인은 그저 우연찮게 이 거대한 악몽에 휘말려 코즈믹 호러적 공포를 느끼는 희생양일 뿐이다.
그런 기분 나쁜 괴담이었다.
솔직히 난 좋아하지 않았다. 왜 위튜브에서 인기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는 정도로….
–친구?
“…!”
-이런, 노루 씨… 지금 숨어 있는 겁니까?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쁠 줄이야.
나는 주머니에서 브라운을 반만 꺼냈다.
-이런, 여긴 꽤 괜찮군요.
-나가서 살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 정도라면 관객에게 소개해도 괜찮을 법한 장소로 보입니다만….
나가자고?
‘안 돼.’
-저런,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여긴 제법 정중하고 편안한 초대를 할 줄 아는 자가 운영하는 전시회 같습니다만….
엽서로 살인 퀴즈쇼에 사람들을 낚던 사회자다운 발언이었다.
골치가 다 아프네….
나는 눈가를 꾹꾹 누르며 앉아 있던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 관람할 마음이 들었나 보군요!
아니.
‘여기로 옮기려고.’
벽을 유심히 살펴서 바람 소리가 나는 곳을 조심스럽게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촛불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 거대한 화병에 가려진 어두운 벽 아래에서 찾던 것을 발견했다.
‘환풍구.’
나는 조용히 그 속에 들어가 잠금을 닫지 않고 숨을 죽였다.
당장 기억나는 임시 세이프존이다.
———————=
다섯 번째 관람 기록에서는, 한 신사분께서 환풍구에 들어가 습기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핥으며 닷새 이상 ‘버텼다’라고 증언하셨습니다.
6일째 되는 날 안내원이 신사분을 찾았습니다.
저희 전시회에서는 항시 장기 관람객을 위한 게스트룸을 완비 중이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십이 번째 관람 기록의 게스트룸에 절대 머물지 말라라는 주석은 대단히 유감입니다. 본 전시회에서는 컬렉션의 품위에 맞는 객실을 운영 중이며, 언제나 좋은 평판을 유지해 왔습니다.)
———————=
-아니, 멀쩡한 소파를 놔두고 이런 더러운 곳에!
무시하자. 여기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나가지?’
아니, 애초에 이 괴담에 왜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부터가 답답했다.
대규모 인원이 진입해 봤자 하등 유리할 게 없는……. 잠깐.
이런 방식으로 무작정 밀어 넣은 건….
‘뭘 몰라서?’
아직 탐사 초반이라 그런 건가?
‘그렇다면 <어둠탐사기록> 초반부에 지금의 탐사도 기록되어 있지 않을까.’
“…….”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화면 밝기를 최하로 낮춘 후, 엎드려서 <어둠탐사기록>을 빠르게 넘겼다.
그리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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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번째 관람 기록으로, ㈜백일몽이란 기업에서 현장탐사팀 직원 서른네 분께 전시회를 권유한 결과입니다.
일곱 분께서 무사히 귀가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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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나는 지금 이 서른네 명이 진입한 열일곱 번째 기록 속에 한 사람으로 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서른다섯 번째 사람으로서.
‘…무사 귀환이 일곱 명인가.’
더 자세한 기록을 살펴보기 위해 매뉴얼과 <어둠탐사기록>을 모두 켜놓고 대조해 보려던 순간이었다.
기이이이이익.
“…….”
멀리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기계 소리.
그리고….
아아악! 왜, 왜 쫓아오는…!! 저리가, 저리 가아아아악!!!
비명과 수많은 다급한 발소리들.
“…….”
쿵쿵! 쿵! 기이이이익, 쿵! 두두두두두, 기이이익, 쿵!
대리석을 울리는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흘렀다.
살려줘, 안 돼, 안 돼애애애애!!
나가게 해주세요, 나가게 해주…!!
쿵쿵쿵, 사람들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절규와 도망치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거의 코앞까지 왔다.
적어도 열 몇 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 뒤에서, 묵직한 기계의 소음이 느리고 확실하게 조여오듯 추격해 온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뚝.
식은땀이 턱 끝에서 떨어졌다.
“…….”
‘한 명 정도는.’
나는 극한의 고민 끝에 상체를 내밀었다.
그리고 재빨리 도망치는 사람 중 하나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
거의 허공에 들다시피 환풍구에 잡아다가 욱여넣으며 같이 고개를 숙였다.
‘딱 한 명 정도는 공간이 있어.’
그리고 현장탐사직원이면 트롤일 확률은 비교적 낮겠지.
“흡.”
다행히 경련하던 사람은 상황을 파악하고 단번에 고요해졌다.
눈치는 있는 것 같… 잠깐.
“…!”
“……!!”
‘백사헌.’
내 사택 룸메이트.
염소 가면을 쓴 백사헌이 침을 삼키며 환풍구에 끼어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이 녀석을 구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