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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42화


터벅터벅.

나는 지금 사람 눈 뽑는 전시회를 조용히 걷는 중이다.

심지어 옆에는 인간쓰레기 타입의 괴담 세계관 등장인물을 끼고 말이다.

‘백사헌이 계속 입 다물고 인간 토템이나 해줬으면 좋겠구만.’

오는 길에 몇 번 바닥을 기어다니는 끔찍한 몰골의 그림자를 멀리서 보았다. 그때마다 옆에 사람이 있는 게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방심만 안 하면 돼. 방심만.’

브라운이 좀 재밌다는 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노루 씨, 이자와는 아주 재밌는 방식으로 대화하는군요. 마치 다른 사람 같습니다.

‘별로야?’

-그럴 리가요! 아주 흥미롭습니다. 마치 쇼를 위하여서 좀 더 과장된… 페르소나를 만든 것 같군요.

음. 비슷하다.

-그래서, 이 장엄한 전시회에서 굳이 빨리 나가는 것이 목표인 겁니까?

정답이다.

그리고….

‘이미 탈출 계획은 세웠어.’

<어둠탐사기록>에 열일곱 번째 탐사기록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도 확인했으니, 그 사례에 맞춰서 탈출법을 구성했다.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 중에서 뭘 사용할지도 정했고 말이다.

-오!

-하지만 탈출이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아무 직원이나 붙잡고 출구까지 안내해달라고 하면 친절히 알려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이 전시회에서는 안내원으로 기계를 써.’

거미 다리 같은 것을 휘두르는 그 괴물 말이다.

-흠. 그리고요?

‘그리고 각 기계는 자기가 담당하는 구역 정보만 알고 있지.’

———————=

본 전시회에는 구역마다 관람객분들을 위한 안내원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지난 관람객의 증언 중 이 안내원을 ‘괴물’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잦습니다만, 이는 메트릴키오스크식 자동증기인형입니다.

제국력 62627년식 빈티지 모델로 기억장치가 다소 열악해 담당 구역에 대한 정보만 학습하고 있습니다만, 유서 깊고 의미 있는 예술적 수집품입니다.

멸시적 표현은 건전한 관람을 위해 삼가 부탁드립니다.

———————=

이게 무슨 뜻이냐면, 출입구에 관해 물어보려면 출입구가 있는 구역까지 가서 직원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때 이미 시간이 지나치게 경과한 후라면… ‘요금 징수’ 당해 인간 굼벵이로 재탄생하는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되는 거지.

애초에 출입구가 어느 구역에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아주 어려운 일이고 말이다.

‘하지만 힌트가 있지.’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찾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나와 백사헌의 눈앞에는 아주 고풍스러운 근현대 방식의 엘리베이터 하나가 서 있다.

황동빛 엘리베이터 앞에는 철장이 쳐진 채 작은 전구 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여느 엘리베이터처럼 층수와 이용법에 대한 안내판이 옆벽에 붙어 있다.

우리가 전혀 읽을 수 없는 문자라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탐사 난이도를 더 올려주는 것 중에 하나지.’

문자의 괴리.

백사헌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걸 타려고?”

“글쎄.”

“몇 층인지 확인도 못 하는걸? 제정신이야?”

나는 백사헌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상대가 황급히 시선을 피한다.

‘그럴 리가 있겠냐.’

하지만 나한테는 모든 언어에 능통하다고 주장하는 괴담 토크쇼 진행자가 있다!

‘브라운. 혹시 이 엘리베이터 설명문을 읽어줄 수 있겠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친구!

-흠흠,

브라운이 목을 가다듬더니, 친절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안내원이 상주 중이며, 가고 싶은 층을 말하면 대신 눌러주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군요. 호오, 꽤 고풍스러운 방식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안내원을 무조건 만나게 되며 눈이 뽑힌다는 뜻이다.

알고 있지만 저절로 침을 삼키게 된다.

‘혹시 출입구에 대한 설명은?’

-안타깝게도 없군요! 주로 층수와 그 전시품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지금 노루 씨가 있는 곳은 2층입니다. …오, 잠시만요. 이 저택의 내력에 대한 설명도 있군요.

“…!”

이건 <어둠탐사기록>에서도 없던 정보였다.

‘계속 설명해 줘.’

-물론이죠, 친구!

-이곳은 매우 지체 높은 신분인… 고결한 수집가의 별장이며, 그의 예술과 철학을 나누고자 하는 자선 덕에 끝없는 전시회를 개최 중이라는군요!

-또한 이 유서 깊은 대저택은 지상 7층과 지하 7221층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

잠깐만.

뭐?

‘지하… 7221층?’

-그렇습니다. 흠, 수집품을 제법 오랫동안 모은 모양이지요!

나는 얼어붙었다.

‘…지하층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긴 했어.’

처음에는 묘사되지 않았다.

<눈먼 자들의 저택>이라는 이 괴담의 초기 탐사 기록들은 운 좋게 지상층에서 탈출하거나,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의 기록들이다.

이게 독자들의 인기를 얻는다.

그러면서 기록이 미친 듯이 갱신되고 길어지며, 이야기의 세계관이 커진다.

탐사자 중 누군가가 깨닫게 되는 것이다.

———————=

23번째 기록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층으로 진입하신 관람객께서 남기신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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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층의 존재를.

그리하여 지상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지하로 내려가는 기록이 이어진다.

계속 출구를 찾아 밑으로,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볼 때의 막막하고 섬뜩한 공포.

그때부터 이 괴담은 코즈믹 호러로 분류되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 막히고 아득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탐사 기록들.

심지어 어떤 기록에선 탈출을 포기하고 반미치광이가 되어 계속 지하로 내려간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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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5층 전시구역을 관람하신 관람객분의 증언입니다.

직원 753: 나의 귀로 볼 수 없는 참담하고 끔찍한 것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로 골조를 이루어 사람의 ■■가 ■한다. 이를 위해 죽어라.

이후 기록은 없습니다.

뜻깊은 감상문 감사드립니다. 더 감명 깊은 경험을 위하여 전시 관리에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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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갈수록 더 기괴하고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낯선 수집품이 즐비하다. 어느 순간 인간의 언어로 남겨지지 못하는 말들이 수없이 검열되고 막막한 공백만이 남는 그 공포 속에….

그 아래 수천 개의 미지가, 있…….

찰싹.

나는 내 얼굴을 때렸다.

“…?!”

정신 차리자.

‘출입구는 여러 곳이야.’

매번 전시가 시작될 때마다 위치가 바뀌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같은 회차에서 다른 층의 출입구로 각각 탈출한 사람의 기록도 봤지 않은가.

‘할 수 있어.’

여기가 얼마나 천문학적으로 넓든, 인간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이 이어지든 상관없다.

근처에도 출구는 열려 있을지 모른다.

나한테 백 회차가 넘는 탐사 정보가 있는데, 심지어 이번 회차의 기록도 있는데 망연자실하면 바보다.

‘구체적으로 층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힌트는 다 알았잖아.’

괴담의 규모에 압도당하지 말고 빨리 움직여야 했다.

바보짓 하지 말자… 정신 차리자!

‘…좋아.’

나는 심호흡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계단으로.

“잠깐, 그럼 엘리베이터는 안 타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렇게 이동하는 건데!”

“2층.”

“…?”

“지금부터 지하 1층으로 이동한다.”

“지하? 지하가 있… 아니, 여기가 2층이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브라운이 알려줬는데.”

“…….”

“고맙지?”

“…….”

-별말씀을요!

놀랍지만 이번에도 백사헌은 도망가지 않았다.

음. 앞으로 이 정도 수위로 대해야겠다.

* * *

계단을 내려가도 장식 하나 달라지지 않는, 똑같은 조도의 장엄한 대저택이다.

어둑한 황동빛 그늘진 풍경이 이어진다. 마치 같은 층을 계속 반복해서 보는 것 같다.

그마저도 한 층 아래에서 계단이 사라졌지만.

‘…이 계단은 지하로 안 이어지는군.’

일단 1층에서 새로운 계단이나 이동 수단을 찾아보기로 했다.

물론 더는 백사헌과의 잡담도 없다.

주변에서 점점 기계 소리가 들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내원 교대로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는 메인 전시관이 가까워지고 있는 거지.’

입 다물고 거의 포복하며 이동하던 중.

나는 고개를 들어서 천장 바로 밑에 나타난 거대한 안내판을 보았다.

‘왔다.’

메인 전시관 표지.

고풍스러운 조각이 새겨진 그것은 아주 유려한… 알 수 없는 문자로 적혀 있었다.

-‘감정의 힘’이라. 독특한 전시 제목이군요!

“…!”

<어둠탐사기록>에서 읽었던 전시잖아. 활자만 읽어도 소름 끼치는…….

‘이런 미친.’

나는 당장 발걸음을 돌리고 싶은 마음을 꽉 잡고 눌렀다.

‘출구 찾아 탐사하고 다닐 거면 어차피 한번은 봐야 해.’

동선을 확보해야 하는 마당에 ‘안전’한 전시를 피해 가는 건 바보짓이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천천히 다가가자….

화려한 양각 장식이 번뜩이는, 열린 문을 들여다본 순간.

전시 공간이 펼쳐졌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리와 함께.

아아아아아아아

수없이 외치는 사람의 입이 보였다.

정확히는 이빨과 혀.

인간의 구강이 담긴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액자가 빼곡하게 거대한 벽면 하나를 채우고 있었다.

인공 성대를 달아놓았는지 제각기 목소리로 제각기 언어로 제각기 시를 낭송한다.

그 수백수천 가지의 액자들이 조화를 이루어 놀랍도록 이상한 화음과 음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 바닥에서 몸부림치는 굼뱅이들.

허어어어어, 허어어억.

사람의 언어를 뱉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빛 꺼진 단추를 눈구멍에 달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몇 번이고 요금 징수당해 거의 인간의 몰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구강만 남은 액자들이 멀쑥하고 아름다운 모양새로 진열된 것과 대비되어 더… 더…….

‘아.’

토할 것 같다.

머리가 어지럽도록 오싹해서 나는 땅을 보았다.

진정, 진정해야 한다.

‘회사 직원들도 아니야.’

여기 휘말려 들어온 지 며칠은 지난 사람들일 것이다.

저 불쌍한… 아니, 지금 의식하면 안 된다. 최대한, 최대한 머릿속에서 흘려보내자…….

끼기기기기긱.

이윽고, 저 멀리서 안내 기계의 그림자가 가까워져 왔다.

나와 백사헌은 숨을 죽인 채 근처 환풍구에 들어가 엎드렸다.

안내 기계의 그림자가 굼벵이들 사이를 다닌다.

움직임이 멈춘 시체를 찾아내 잡아서 옮기는 듯했다….

시체 끌리는 소리와 기계 소리가 교차한다.

“…….”

“…….”

숨 막히는 몇 분이 지난 후.

“이봐.”

“…….”

“시체를 가져갔잖아. 시체도 가치가 있는 거지? 요금으로?”

이 새끼는 뭐가 문젤까?

“요금으로서 가치가 없으니까 저러고 있는 걸 죽기 전까진 그냥 뒀겠지. 징수 안 하고.”

“아, 과연.”

이 와중에도 이딴 미친 소리를 들어야 하나? 피로가 솟구친다.

거기에 거짓말까지 지어내야 한다니.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가치가 있겠지. 당연히!’

우리를 ‘관람객’으로 대우하니까 살아 있을 땐 눈코입 같은 목숨에 지장 없는 부분만 요금으로 징수한 것 같다고!

뇌나 척수 같은 것도 가치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까 싶단 말이다. 그런 게 진열된 층도 있었던 것 같고.

하지만 이 자식한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여차하면 저 사람들 시체를 가지고 다니다가 요금으로 지불하자고 할 자식이다.

그래서 입 다물고 있던 때였다.

“…!”

안내원 기계들이 사라지고 텅 빈 지상 1층 메인 전시홀.

여기저기, 구석 탁자 밑의 어둠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재빨리 나오더니 숙덕거리다가 흩어져서 뛰기 시작했다.

가면을 쓴 채로.

‘직원…!’

가면 형태와 정장 차림, 확실했다.

같이 투입된 우리 회사 현장탐사직들이다. 눈치껏 동선 외의 구역에 숨어서 아슬아슬하게 기계들을 피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이봐.”

왜.

“저 중에 신입이 보이면 합류시키자. 한두 명 정도 더 있는 편이 낫잖아.”

“왜?”

백사헌이 왜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괴물 만나면 써먹을 미끼가 있어야지.”

아 이 자식 진짜.

나는 일부러 의아한 듯 고개를 까닥였다.

“이미 있잖아.”

“뭐?”

“너.”

백사헌이 얼굴을 굳혔다가 다시 폈다.

“그래. 나도 미끼로 쓸 인간 하나 데려오려고.”

“좋네. 미끼로 쓸 거라고 말해줘.”

“…….”

“난 말해줬잖아? 나 정도는 친절해야지.”

백사헌은 다시 질린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나야말로 질린다. 이 피곤한 놈…….

‘그립습니다, 도마뱀 조장님.’

단답형 사회인이 그립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전시홀 바깥 소파 뒤에서 나와서 달려가는 인영을 보는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

아는 직원이다.

“…….”

“…! 지금 뭐 하는….”

고민하다가 환풍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상대에게 손을 흔들자, 상대도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다가 급히 목소리를 낮춘다.

“…! 솔… 아니, 노루 씨? 이렇게 부르면 될까요?”

“예. 산양 씨.”

고영은.

지하철에서 내 말을 전폭 지지해 줬던 신입 직원이 거기 서 있었다. 의대 중퇴하셨다고 했던가?

“노루 씨도 투입되신 건가요? 아니, 일단 무사하셔서 다행이고요.”

“…감사합니다.”

아무튼, 본인에게 주어진 양 가면을 쓴 고영은은 그 당시 만났던 것보다 훨씬 침착해 보였다.

눈에 핏발이 좀 서 있긴 했지만 말이다.

‘일에 적응한 건가…….’

이 미친 상황에서도 이성적 대화가 된다는 것에 약간 감동할 지경이었다.

고영은이 주변을 예민하게 둘러보며 목소리를 잔뜩 낮춰서 속삭이듯 말했다.

“저기, 근처에 막힌 창문이 있어서 열어보려고 하고 있었거든요. 혹시 오시면서 지렛대 같은 건 못 보셨어요? 전시품은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됩니다.”

“네?”

“창문으로 나가시려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안 될까요?”

안 된다.

이 괴담의 탐사기록에서 창문은 딱 한 번만 언급되는데, 그게 뭔지 아는가?

———————=

19번째 기록은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의 통행을 시도하셨다는 관람객께서 남기신 증언입니다만, 신빙성 문제로 임의 생략하겠습니다.

본 전시회에는 창문이 없기 때문입니다.

———————=

지뢰다.

나는 적당한 이유를 짜냈다.

“왠지 창문으로 나가면, 물리적으로 저택 밖으로 나갈 것 같습니다.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요.”

“……하.”

고영은 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네요. 여긴 현실이 아니니까… 출구로 인정받는 문을 찾는 게 맞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가 몇 층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확인했는데, 1층입니다.”

“…! 어떻게… 아니, 잠시만요. 1층?”

희망의 불빛이 고영은의 눈에서 번뜩였다.

“그럼 이 근처에 문이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은데요! 보통 전시회 출입문은 1층에 있으니까, 잘 뒤지면….”

나는 안 열리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보통 출입문이 1층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땅을 디디고 생활하기 때문이죠.”

“그건,”

“과연 이 괴담의 원래 관람객들도 그럴까요.”

“…….”

고영은이 입을 딱 다물었다.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한 듯했다.

‘괴물이 1층에 문 둘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냐고.’

그리고 곧 막막함이 얼굴에 짙게 드리운다. 몇 분 전의 나처럼.

“그럼… 어, 어쩌죠? 설마 아까 괴물 기계한테 물어보는 게 정답이었나? 그, 근데, 저는 이제 기계 만나면 안 돼요. 더는, 기회가 없는데…….”

“기회가 없다는 건…….”

“…….”

고영은이 머뭇거리다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살짝 뒤로 쓸었다.

본래 귓바퀴가 있어 머리카락이 걸려야 할 장소에…….

실로 꿰맨 자국만 있다.

“귀, 귀를 뜯어갔어요.”

“…….”

“눈 대신 귀, 눈 대신 귀! 하면서 손짓하니까… 그건 들어주더라고요? 아프지도 않아요. 진짜 이상하게….”

고영은이 가늘게 떨었다.

“그리고 이상한 걸 집어넣은 것 같은데… 소, 소리는, 들리거든요? 어, 이게 대체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인공 달팽이관이나 고막인가?”

아, 젠장.

“괜찮겠죠? 그러니까, 어, 임직원몰에서 장기 재생 물약? 그런 것도 팔던데….”

“괜찮을 겁니다.”

나는 즉각 단언했다.

“괜찮을 거예요. 나가는 것에만 집중하죠.”

“…예.”

고영은 씨의 숨소리가 다시 차분해졌다. 갑자기 귀 없어진 사람치고는 초인적인 멘탈이었다.

솔직히 좀 존경스럽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저희 슬슬 이동할까요? 시간 낭비 너무 하진 마시고.”

“…! 백사헌 씨.”

염소 가면을 쓴 백사헌이 환풍구에서 나오는 순간 고영은의 눈에 경각심이 빡 들어온다.

“잠깐만요, 저 사람이랑 같이 다니시는 거예요?”

“어쩌다 보니, 예.”

“…그래요.”

고영은은 감시하듯 염소 가면 쓴 백사헌을 쳐다보았지만, 날 손절하진 않고 동행은 해줬다.

‘고맙습니다….’

정상인 동행이 얼마 만인지 몰라요.

사이코패스에 귀신 들린 사람까지 다 겪고 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만 고영은이 작게 중얼거리긴 했다.

“저 사람, 가면도 꼭 자기 같은 걸 뽑아가지고… 염소가 서양권에서 악마의 상징인 거 아세요?”

“와, 양은 희생양의 상징인 건 아세요?”

“악마보단 인류에게 도움 되잖아요.”

백사헌은 전혀 납득 안 된다는 얼굴로 비웃듯 고영은을 쳐다보았고, 고영은은 백사헌을 무시했다.

-막간극입니까? 콩트 같군요.

응.

근데 콩트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 문제지….

‘파티원 상성이 망한 것 같은데.’

하지만 목적지는 착실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

찾았다.

지하로 가는 계단이 저 복도 끝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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