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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58화


지하 주차장 옆, 마치 어떻게든 상가를 하나 더 내서 임대 수익을 챙기고 싶은 건물주의 욕심이 구현된 것 같은 작은 공간이 있다.

그 작은 공간을 차지한 작은 가게가… 바로 내가 오늘 방문하려던 곳이다.

특수한 타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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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달빛 타투샵]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없음.

현재 해당 장소에 대한 백일몽 주식회사의 공식 탐사 기록은 ‘공실입니다(Qterw-C-818)’를 통한 단발성 기록뿐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할 시, 문서-#818-15623(민간인 인터뷰 기록)을 열람할 수 있으나 그 신빙성은 보장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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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빙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서술이 있으니 위험한 거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애초에 이 괴담의 바탕이 되는 ‘공실입니다’가,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나쁜 이유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습성을 풍자한 괴담이니까.

맥락상 여기는 민간인 인터뷰 기록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장소일 수밖에 없다.

-들어갈 겁니까?

응.

나는 정중하게, 불투명한 유리문 옆에 달린 개방 버튼을 눌렀다.

스르륵.

문이 열리며 타투샵 내부가 드러났다.

언뜻 보기엔 평범하고 소박한 가게 같다. 약간 허름하지만 깨끗이 관리된 시설, 카운터에는 1인 시술만 받는다는 공지가 적혀 있다.

다만 중앙의 시술 의자 위로 빛이 내리쬐고 있다.

달빛이었다.

기묘하게도 딱, 중앙만 투명한 LED 패널을 설치해 달이 보이게 해두었다. 거기서 인공 달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묘사된 그대로다.’

“계십니까?”

목소리를 내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주인장이 걸어 나왔다.

빼곡한 한글 타투가 목에 새겨진 민소매 차림의 여성이었다. 곱슬머리를 질끈 묶은 차림새가 척 보아도 기술자, 아티스트 같은 키워드가 떠올랐다.

“타투 상담을 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끄덕.

“혹시 금액대가 어떻게 됩니까?”

타투이스트는 다소 순박한 표정으로 카운터 벽면을 가리켰다.

[현물 지급만 받습니다.]

그렇다.

여기선 일반적인 현금은 받지 않는다. 대신 이 가게 주인장의 마음에 드는 여러 물건으로 지불을 받았는데….

특별히 우대해 주는 것도 있다.

[우대조건 : 바다와 관련된 물건]

덕분에 우연히 이 우대조건을 맞춘 민간인은 아주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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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818-15623

시민 : 전 사실 길을 잘못 든 거였어요. ■■역 주변 상가에 있던 타투샵을 가려던 거였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공실 많은 동네에 도착했거든요.

그리고 지하에 있던 그 타투샵을 발견했던 거죠.

바다와 관련된 물건을 받는다고 해서 되게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험 삼아 가지고 있던 모래시계 키링을 보여드렸는데, 이것도 받아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중앙에 있던 시술용 의자로 안내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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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우대조건’을 한번…… 제대로 맞춰 왔는데 말이다.

“혹시 이런 것도 괜찮습니까?”

나는 서류 가방에서 준비해 온 물건을 꺼냈다.

벨벳 원단을 쓴 직사각형 함을 열자….

영롱히 번뜩이는 알갱이들이 반사광을 쏟아냈다.

“진주 비드입니다.”

“…!”

바로 미친 듯이 비싼 해양 진주였다.

아코야 화이트그린의, 10㎜ 크기 완벽한 구형에 핑크 오로라 빛이 돌아 거의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최상품.

‘사실 바다와 관련된 더 비싼 물건들도 많긴 했지만….’

이곳을 방문했던 민간인의 기록에 따르면, 이 주인장은 이상하게도 시간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물건을 선호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진주는 단백질이라 무조건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서치 하루, 점심시간 외출 한 시간 만에 빠르게 종로 도매상에 들러서 살 수 있는 물건이기도 했고.’

혹시 몰라서 시간의 흐름을 좀 덜 타는 남양 진주는 제외하고 아코야를 선별해 오기까지 했는데…,

“어떠세요?”

“…….”

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

격한 반응이 돌아왔다.

타투이스트는 멍하니 진주 비드의 광택을 들여다보더니, 조심스럽게 내가 내민 함을 받아 갔다.

순박한 눈에 기쁨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타투이스트는 카운터 안에서 엄청난 속도로 함을 정리하자마자 아주 정중하게 나를 중앙으로 안내했다.

달빛이 내리쬐는 의자 있는 곳으로 말이다.

“감사합니다.”

곧 타투이스트가 대용량 레몬 음료 한 잔과 커다란 책자 하나를 가져다주었다.

여기까지도 묘사대로다.

저한테 레몬 음료랑 책자를 하나 가져다주셨어요. 타투 도안 모음집 같은 거였는데, ‘기본 3번’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손톱만 한 돌고래 실루엣을 골라서 시술받았어요. 시술 과정 중에는 눈을 감으라고 하셨는데, 이상하게도 통증이 없었죠.

나는 책자 표지로 눈을 돌렸다.

모래시계 키링을 준 사람이 받은 도안이 ‘기본 3번’이라면, 과연 천만 원 단위의 진주를 준 지금은 어떨까.

물론 너무 자본주의적인 발상일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여긴 괴담 속 작은 타투샵인데, 신묘한 주인장에게 이런 물질적인 방법은 안 통할 수도….’

[로얄 스페셜 프리미엄 1번 (커스텀 가능)]

“…….”

잘… 통했구나.

‘감사합니다.’

역시 어디든 돈이 짱이죠.

아무튼, 여기 있는 도안들이 지금 내가 낸 현물로 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건가.

‘흠.’

신중히 보자.

나는 책자를 넘겼다.

물방울이 튀면서 그리는 별자리, 북극곰의 발톱과 이누이트의 문양이 절묘히 겹친 것, 그리고 아련한 파스텔톤을 사용한 저녁 바닷가의 풍경까지.

대단히 멋진 도안이 가득했다.

만약 내가 정말 타투에 큰 뜻이 있어서 받으러 온 거라면 감탄하면서 열심히 고르고 있겠지만….

사실 나한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이 타투는 다음 날이 되면 사라지거든.’

정확히 말하자면….

꿈을 꿨나 싶었어요. 분명 타투를 받았는데 깨끗하게 없어져 있더라고요.

근데 더 이상한 게 뭔지 아세요?

여기서 받은 타투는 받은 사람에게 ‘흡수’된다.

제가 갑자기 바다 수영을 잘하게 됐다는 거예요.

타투로 새겼던 돌고래처럼요.

즉, 사람에게 타투 도안에 따라 특수 능력을 주는 것이다!

‘절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어둠탐사기록>에는 사람에게 재능이나 능력을 주는 괴담들이 분명 수십,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온화한 방식으로 아무것도 잃지 않으면서 능동적인 방식으로 받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신체를 팔거나 영혼을 팔거나, 최소한 양심이라도 팔아야 뭘 얻을 수 있는 미친 괴담들이 즐비한 이 세상.

‘달빛 타투샵’은 정말 어둠 속 빛 한 줄기나 다름없었다.

‘무조건 괜찮은 거 잡아간다.’

나는 맹렬히 도안의 능력들을 추리하면서 책자의 페이지를 넘겼다.

-노루 씨, 저도 좀 자세히 보고 싶군요!

아. 그렇지. 브라운이라면 뭘 더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인형을 꺼내어 책자 앞에 두었다.

-오, 아티스트의 미적 감각이 괜찮군요. 제 생각에는… 음?

타투이스트가 브라운을 반짝이는 눈으로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브라운을 들어 올렸다.

“…! 자, 잠깐….”

[서비스]

“…….”

-잠깐만. 조심스럽게 다뤄주십시오, 내 몸엔 솜이 들어서 잘 움직이지 않는단 말이…… 흠, 으흐흠, 흠….

타투이스트가 가져온 대야에 브라운을 넣더니, 능숙하게 아로마 오일을 손에 바르고 인형을 주물거리며 모양새를 잡아주었다.

…경락?

-후우우우…. 촬영의 피로가 싹 가시는군요…….

인형이 스케줄에 지친 연예인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괴담에서도 보지 못할 충격적인 광경은 맞았다.

훈훈…한 건가?

‘…도안이나 고르자.’

나는 반질반질해진 브라운을 소중히 넘겨주는 타투이스트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다시 맹렬히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특별히 능력이 유추되는 도안은 없었다. 유독 바다에 관련된 게 많다는 점이 묘한 느낌을 주는 정도.

음, 그렇다면.

“혹시 추천해 주실 게 있습니까?”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어떨까.

“용기, 혹은 겁 없이 나서는 대담함과 관련된 상징이 이 안에 있을까요?”

그래. 나한테 제일 필요한 건 결국 이거 같단 말이다.

‘쫄보 탈출…!’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이 탐이 나긴 했지만, 결국 내게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특수 능력은 <어둠탐사기록>이다.

정보란 말이지.

그리고 그 정보를 제대로 쓰려면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 멘탈을 갖추는 게 최우선이었다.

‘이렇게 까딱하면 졸도할 것 같은 심장으로 더 살 수는 없어…!’

지금 내가 이 쫄보의 심장 때문에 죽을 위기만 몇 번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이 괴담을 통해 달빛 타투샵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뿐이야.’

그렇다면 가장 급한 데에 쓰는 게 맞다!

다만 이렇게 직접 물어보는 건 기록에 없던 행위라 좀 쫄렸는데, 다행히 타투이스트는 선선히 책자를 넘겨서 한 도안을 가리켰다.

그 도안은….

“……토마토?”

그렇다.

토마토가 달린 나무였다.

어딘가 투박한 펜촉의 느낌으로 힘차게 뻗은 선이 나뭇가지와 나뭇잎, 그리고 열매를 역동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쓸쓸하고 거칠고 서정적이다.

색은 오로지 빨간 그 열매에만 표현되어 있다. 토마토 말이다.

‘대체 이게 왜 용기와 관련된 거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만, 이 타투이스트는 기존에 적어둔 책자로만 소통하기에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순 없었다.

그래도 시술자의 추천이니 확실하겠지.

“예. 이걸로 받겠습니다.”

타투이스트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책자를 회수해 갔다.

“아, 위치는 여기에….”

나는 왼팔을 걷어 올렸다.

어차피 받는다면, 원래도 문신이 있는 곳 근처에 받을 생각이었는데….

“…!”

타투이스트가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지?’

그리고 빠르게 벽에 붙은 안내문 하나를 가리켰다.

[특정 사유로 시술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연달아 내 팔을 가리킨다.

“…!”

설마.

: Socius :

: 恩主 :

“…이 문자들이 보이십니까?”

끄덕끄덕.

뭘 당연한 걸 묻고 있냐는 표정이다. 역시 이쪽도 괴담 주민이라 이건가.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이 문자들 때문에 제가 새 타투를 못 받는 겁니까?”

끄덕.

“다른 팔이나 등에 받는 것도 안 됩니까?”

끄덕.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아예 새 타투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까?”

끄…덕.

젠장!

“이 문자들은 제가 원해서 새긴 것도 아닌데, 정말 다른 방법이 없습니까? 꼭 받고 싶었는데….”

나는 대단히 기가 죽은 듯 어깨를 늘어트렸다.

타투이스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카운터에서 뭔가를 뽑아냈다.

‘광고 팸플릿?’

타투이스트는 팸플릿을 넘겨 빠르게 페이지의 문구 하나를 지목했다.

[커버업 가능]

[기존 타투의 새로운 변신을 도와드립니다.]

“…!!”

[※달빛 타투샵의 커버업은 기존 타투를 가리는 것이 아닌,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의미는 온전히 그대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나보세요.]

잠깐만.

그러니까, 이거 사실… 강화 시술을 해주겠다는 건가?

-괜찮군요! 테마파크 마스코트와 산장 노동자가 새긴 문신은 좀 너무하긴 했습니다. 당신에게 더 미학적인 선택을 하는 편이 어떻습니까?

-쏙독새, 별자리, 팔괘… 아름다운 무늬가 많더군요! 멋지게 덮어버리는 게 좋겠지요!

나는 고개를 내렸다.

: Socius :

: 恩主 :

“둘 다 받을 수 있습니까?”

타투이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 타투는 하나만 받을 수 있는데, 커버업은 예외로 쳐서 둘 다 해주는 건가.’

하지만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하나만 고르는 편이 더 제대로 해줄 거야.’

여긴 가게니까, 당연히 받은 대가만큼 더 좋은 타투를 해주는 곳이다.

가치를 둘로 나누기보단 어지간하면 하나만 고르는 편이 나았다.

“…….”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이쪽만 덮어주셨으면 합니다.”

손가락으로 문신 하나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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