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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94화


사망단길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채 어떻게든 현실로 돌아가려고 발악해 본 사람.

단언컨대 내가 처음은 아니다.

<어둠탐사기록>에서도 해당 사람들의 비참하고 으스스한 말로를 꽤 다양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사망단길에서 실종된 직원 및 민간인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 16로 탈출 시도기’ 문서를 확인.

일단… 공통 전제부터 체크하자.

1. 스마트폰의 길 안내 받는 중인 타인을 무작정 따라가려는 시도는 무조건 실패한다.

어플의 길 안내는 공유할 수 없었다. 결국 ‘어느 순간 따라가던 사람이 사라져 있다’로 모든 시도가 종결되는 것이다.

이런 실패 기록이 누적되자, 사람들은 이 시도를 포기하고 사망단길 속에서 직접 탈출 힌트를 얻어보려고 시도하게 된다.

‘별 방식이 다 있었지.’

팔다리 중 하나만 떼주면 골목에서 나가는 뒷문을 열어주겠다는 상점, 맨홀로 들어가면 된다는 행인, 이 구두를 신으면 나가는 길이 보일 거라는 신발 가게….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이 시도를 다 해보지 않고 곧장 결론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기한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그래.

귀납법으로 추론된 잔인한 사실이다.

2. 사망단길의 주민들은 현실로 나가는 길을 전혀 모른다.

모두 속임수에 불과했다.

마치 서울에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직장인을 붙잡고 괴담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애초에 여기 주민들에겐 지식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서 탈출하려는 기대나 계획 자체를 버려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새로운 힌트가 아예 없을 거란 가정하에 탈출법을 떠올려야 했다…….

후우.

“조장님.”

“예.”

나는 안 떨어지는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에 대해서 브리핑하겠습니다.”

다음 전제 3번.

“이제부터 저희는 새로운 골목으로 정상 진입할 수 없습니다.”

본래 어플 사용자에게는 천 걸음마다 새로운 골목이 나타나고, 들어갈지 말지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보기 어플이 끝장나 버린 이상, 그런 합리적인 방식도 끝이다.

‘이 골목에 갇힌 거야.’

걷다 보면 어느새 풍경이 바뀌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만, 우리가 고를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이 괴담의 주민이 아닌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고로 이 골목 안에서 탈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예.”

그리고 4번.

“…또, 날이 밝기 전에 나가야 합니다.”

시간제한.

당연하지만 이 회사 현장탐사팀들은 대부분 강심장이다.

개중에는 매뉴얼만 숙지하면 큰 위험이 없는 골목이 걸릴 경우, 용액 등급을 높여볼 수 있는지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미친놈들도 있었다는 뜻이다.

‘회사 차원에서 연구팀이 요구했던 적도 있고.’

가령… 스마트폰 배터리가 버티는 선에서 최대한 걷지 않고 버텨서 사망단길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본다던가.

결과?

전원 연락 두절.

…이 ‘연락 두절’은 부티크의 뒷골목의 노역자처럼 기괴하게 변한 상대의 목격담이 있는 실종이 아니다.

완전한 증발.

심지어 골목에 있던 여관을 잡고 하루를 묵어보겠다고 전용 장비로 통신했던 직원이 연락 두절되기까지의 적나라한 기록도 있다.

탐사직원 : 예예. 금붕어눈 여관이라는 곳에 들어왔고요. 만일을 위해서 ■ 주임과 교대로 불침번을 서면서 잘 예정입니다.

탐사직원 : 숙박비로 뭘 지불했냐고요? 아 뭐, 어차피 죽을 사람 발견해서 잘 썼죠.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탐사직원 : 아무튼 이대로 날밤 한번 새워 보겠습니다. 이걸로 꿈결 등급 오르면 포인트 제대로 주는 거죠?

(중략)

탐사직원 : 해가 뜬다.

탐사직원 : 해가 골목을 태운다! 불타고 있어! 모든 게 불타고 다 도망가는데 나는 도망을 못 (통신 끊김)

“…….”

절대 저런 상황을 경험하고 싶진 않았다.

‘미치겠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채, 이 모든 것을 떠올리며 사망단길 속을 걷고 있자니 슬슬 현실감이 노골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저 기록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시간의 제약, 공간의 제약, 방식의 제약.”

나는 간신히 무덤덤하게 이자헌에게 보고했다.

“…종합적으로, 제가 무슨 수를 떠올려도 도박에 가까운 모험수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예.”

이자헌은 여전히 차분했다.

“…조장님은 현 상황이 걱정되시지 않습니까?”

“예. 걱정은 현상 해결에 아무 효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

와.

‘그래도 내가 무슨 미친 방법을 들고 와도 설득력만 있으면 군말 없이 동참해 줄 것 같긴 하군.’

아까 같이 다니던 동기들처럼 말이다.

“…….”

잠깐.

‘동기들은 어디로 간 거지?’

이자헌 과장은 분명 옆 가게에 들어가는 동기들에게 ‘10분 안에 나와라’라고 말했다.

정말로 10분만 있다가 나왔다면.

‘골목에 급류가 몰아칠 때 거기 있었다는… 건가?’

혹시 물살에 휩쓸려서 빨려 들어간 건….

“주임님!”

아.

고개를 돌리자, 마침 강이학과 장허운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양손에 털실이 그려진 종이가방이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무사히 구매도 완료한 모양이었다.

“이야~ 여기 계셨군요!”

강이학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휴.

“쇼핑을 잘하셨나 봅니다.”

“아아, 예예. 그 가게 주인, 돈이 급했나 보던데요. 아주 자기 모자까지 팔아치울 기세로 가격을 맞춰주더라고요. 정말 좋은, 예, 좋은 쇼핑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이자헌 과장의 얼굴을 힐끔 보고선, 후다닥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척하더니 빠르게 말하는 것이다.

“어어?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니… 죄송합니다. 10분만 보라고 하셨는데, 탐사에 도움될 물건을 발견해서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조장님!”

“예.”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였으나 차라리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흥정에 열중하느라 밖에서 물난리가 난 것도 못 알아차린 모양이지.

그러나 옆에 선 장허운은 약간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종이가방을 힐끗거렸다.

“들소 씨, 구매한 물건에 문제가 있습니까?”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판매하시는 것 중에 원사가 털실이 아니라… 이상한 핏줄 같은 것도 섞여 있었습니다.”

“…….”

세상에.

“아, 물론 구매하진 않았지만요. 동전 정말 감사합니다, 노루 씨. 나가서 꼭 금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나갈 때가 되셨을 것 같은데! 오오, 이 골목에서 계속 걸음 수를 채우신 겁니까? 어플로 ‘남은 걸음 수’ 공유 가능할까요?”

이자헌이 표정 없이 즉답했다.

“아니오.”

“…예?”

으아악!

‘이 도마뱀이!’

나는 이자헌 과장의 정강이를 앞 사람들은 보지 못할 절묘한 각도로 가격했다.

“?”

그리고 태연하게 말했다.

“확인해 볼 게 있어서 좀 천천히 걷는 중입니다. 두 분은 걸음 수를 다 채웠습니까?”

“아, 거의 다 됐긴 했을 겁니다. 상점 안에서 하도 물건 보면서 왔다갔다 해가지고.”

“…….”

“아쉽긴 합니다~ 골목 옵션 두 개는 더 볼 수 있었는데!”

강이학이 입맛을 다셨다.

그 동기가 꺼내든 스마트폰 화면에, 남은 걸음 수가 눈에 들어온다….

당신의 몸을 포기하지 마세요!

남은 걸음 수 : 1052

“빌려주신 돈도 다 썼겠다, 아무래도 다음 골목이 뭔지 한번 확인만 해보고 돌아가 봐야겠지요. 하하!”

“…예.”

그거 아는가?

딱 하나,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사람이 성공적으로 이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있긴 했다.

여러 번 기록되며 충분히 검증되어 사실로 확정된 방식이다.

방금 내게도 비슷한 기회가 올 뻔했고 말이다.

바로….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뺏는 거다.

박도정 주임이 상인과 거래 도중 몸싸움 발생. 이 과정에서 왼쪽 갈비뼈 3대 실금, 스마트폰 파괴.

민간인의 스마트폰을 탈취하여 복귀 성공.

“…….”

나는 무방비하게 허공에서 흔들리는 강이학의 스마트폰을 보다가….

“예. 그럼 먼저 귀환하십시오. 조장님, 두 분이 돌아가셔도 괜찮겠지요?”

“예.”

동기 둘을 보내주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내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전리품에 대한 건 그때 더 천천히 이야기 나누죠~!”

두 사람은 골목을 걸어가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다음 골목으로 간 거겠지.

감당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말자.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악행이다.’

자칫하면 은심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스마트폰을 뺏지 않고 살 수 있었던 방법을 떠올리면 내 멘탈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거기까진 가지 말자.’

선을 잃어버리는 순간 오염도 가속될지 모르니까.

나는 이미 착용하고 있던 은반지를 살짝 더듬어서 침착해졌다.

-오. 노루 씨, 품위를 선택했군요. 그것 참 훌륭한 절제입니다!

-게스트 중엔 주목을 얻기 위해서라면 온갖 저질스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자도 있지요. 그것도 숭고한 프로의식이긴 합니다만, 대중의 마음을 얻는 건 당신 같은 참가자 아니겠습니까?

그, 그래.

‘고맙다.’

꼭… 그쪽에 비유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화요 퀴즈쇼에서 벌어졌던 사태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며 진정했다.

괴담에 갇힌 지금 상황에서 괴담에서 꼼짝없이 죽을 뻔한 직접 경험까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단지 열심히 내 머릿속의 기록을 뒤지고, 이 골목에서 뭐라도 단서가 될 만한 건 없을지 비교….

“노루 씨.”

휙.

이자헌이 내 뒷덜미를 잡더니, 상가의 문을 열고 나를 던져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들어와서 엎드린다.

“물이 있습니다.”

“…!”

나는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들어온 곳은 무인 세탁소였다.

싸구려 글자가 프린트된 유리문 너머로, 물이 들어차는 골목이 보인다….

쏴아아아.

주택과 주택 사이, 골목은 아닌 좁은 틈에서 검은 물이 삐져나오고 덩어리지며, 예의 마스코트 동물 같은 형상을 만들었다.

흐느적거리는 용 캐릭터.

‘…진짜 마스코트는 아닌 것 같은데.’

그때 봤던 또렷한 지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도리어 섬뜩하고 위협적이었다.

‘대화가 불가능할 것 같아.’

-과연 그렇습니다. 퍼레이드용 풍선 인형과 대화를 시도하는 건 어리석은 판단이지요, 친구!

물 덩어리는 기괴한 걸음으로 사지를 움직이며 골목을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세탁소를 들여다보진 않았다.

‘휴우.’

물덩어리가 지나간 물기 어린 바닥에 초콜릿 바가 우수수 떨어졌다.

아까 급류에 휩쓸려서 문방구 문으로 빠져나온 상품들인 듯했다.

그리고 거기로 달려드는, 퍼레이드에 홀려 따라오던 사망단길의 주민들.

내 꺼야! 내 꺼야!

유쾌 테마파크에 보내주세요!! 나를 당첨시켜주세요!!

착한 아이를 찾아오자! 착한 아이를 찾아오자!

온갖 골목의 행인과 상인들이 몰려들어서 우악스럽게 초콜릿 바를 뜯어서 먹고 안에 ‘테마파크 당첨권’이 있는지 찾고 있었다.

아마도 입장권이나 회원권이 저 안에 들어 있는 듯했다.

…내 문신 같은 것이.

: Socius :

‘……들키는 순간 피부 채로 뜯겨나갈 것 같은데.’

그런 괴담의 전형적인 전개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오소소 소름을 돋게 만들었지만.

나는 물덩어리가 다시 골목 저 너머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유리문을 살짝 열었다.

짤랑.

…초콜릿을 정신없이 뒤지는 사망단길 행인들은 다행히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침을 삼키며 동전을 튕겨, 제3의 손을 허공에 불러냈다.

반투명한 손은 유리문의 좁은 틈 사이로 조심스럽게 나아가, 골목에서 세탁소 쪽으로 튕겨 나온 초콜릿 바 하나를 잡았다….

나는 제3의 손이 세탁소 안으로 도로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초콜릿 바를 낚아채서 다른 문신 속에 쑤셔 넣었다.

‘휴우.’

어차피 긁어 부스럼을 만든 상황이라면, 분석할 정보라도 얻어가야지.

다행히 은반지가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한 건지, 나는 이상한 환각이나 소음, 테마파크에 대한 열렬한 욕망을 느끼진 않았다.

‘현실에 복귀한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렇게 내 문신 인벤토리에서 손을 빼내며 제3의 손을 해제할 때였다.

계속 이 안에 가지고 다니면서도, 아직 사용할 시도 한 번 해보지 않은 어떤 아이템에 대해서 떠올렸다.

외계인 상점에 있던 최고가 아이템.

우리가 도움! – ₩66,666,666

“…!”

나는 해당 아이템을 꺼냈다.

작은 빨간색 버튼.

…분명, 브라운이 그렇게 말했었지.

-흐음. 그래요. 노루 씨는 ‘긴급 탈출’이란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군요!

긴급 탈출이라.

‘눌러볼까?’

가격을 생각한다면 왠지 아껴뒀다가 더 고등급 어둠에서 써야 할 것 같지만, 실종이 코앞인 상황인데 이득 보려다가 큰일 나느니 얼른 쓰는 게 나을지도.

‘좋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 보자.

나는 사용에 앞서 이자헌 과장에게 버튼을 보여주었다.

“조장님, 이건….”

“조언이 필요합니까?”

“…….”

어?

“조언이 필요합니까?”

“…예.”

“사용하지 마십시오.”

“…….”

섬뜩한 예감이 등줄기를 지나갔다.

“이 버튼, 조장님이 아시는 아이템입니까?”

“예.”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기준에 따라 다릅니다.”

“…더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불가능합니다.”

“…….”

“그러나 현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

‘후.’

나는 결국 버튼을 도로 수납했다.

이자헌 과장은 말할 수 없다고 고지할지언정 거짓말을 하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장도 충분히 외계인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이 더 신경 쓰이게 만든다.

‘애초에 저쪽 계정으로 외계인 상점 링크를 구했던 거니까.’

전체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이 아이템 사용을 강행하는 건 끔찍한 탐사기록 한 줄 남기고 사라질 복선 같았다.

-이런, 누르지 않는 겁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는데 아쉽군요.

그래?

나는 강한 탈력감이 들었다.

갑자기 나타났던 동아줄이 실제가 아니라 그림인 걸 깨달은 기분이거든.

“…….”

세탁소 벽면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참았다.

“그럼 남는 수는 전부 도박입니다.”

이자헌 과장이 나를 보았다. 나는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팔을 두드렸다.

“주택 자체를 하나 부숴 버리면 골목이란 개념에 틈이 생겨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딴 발상이나… 잠시만요. 부수지 마십시오!”

“예.”

미치겠네.

나는 맨손으로 벽을 갈기려는 도마뱀을 뜯어말린 후,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 이런 방법밖에는 없다고?’

X 되거나, 탈출하거나.

이런 극단적인 확률 게임에 걸어보는 것 말고 좀 더 확실한 건 정말 없나?

확실히, 괴담에서 나가는 방법…….

…….

아.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노루 씨.”

“조장님!”

이거, 이건… 가능할 것 같은데?

“시도해 볼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나가서 이동….”

이자헌이 내 어깨를 잡고 당겼다.

“물러서십시오.”

“…….”

나는 고개를 돌렸다.

세탁소의 유리문 밖으로 검은 형체가 보였다.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은 물 덩어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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