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15권 서안지란(西安之亂)편 :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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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15권 서안지란(西安之亂)편 : 5화


제149장. 화복무문(禍福無門)

“너는 따라오너라.”

명일장을 나와 숙소로 돌아온 조옥린은 조화심을 따로 불러냈다. 조화심은 공손도를 힐끗 쳐다보더니 순순히 조옥린을 따라나섰다. 조옥린이 조화심을 데리고 간 곳은 숙소의 뒤쪽에 있는 작은 공지였다. 공지의 한쪽에 우뚝 선 조옥린은 조화심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일견 무심한 듯 하면서도 사람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이었다. 조옥린은 그런 눈으로 한참이나 조화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

“나에게 숨기는 것이 없느냐?”

조화심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묻는다.

“숨기는 거라니요? 제가 숙부님께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조옥린은 천천히 뒷짐을 진 채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돌아가신 네 아버지는 나에게는 둘로 없는 형님이셨다. 어려서 부친을 잃고 방항하던 나를 어긋나지 않도록 잘 돌보아 주셨지. 네가 강호에 뜻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내가 적극적으로 너를 밀어 준 것도 그분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형님마저 돌아가시고 이제 이 넓은 천지에서 혈육이라면 오직 너와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너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들려오더라도 가급적이면 듣지 않으려 했지. 네가 형님의 바람대로 무림의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조화심은 다소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는 제가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옥린은 다시 시선을 떨구어 가만히 그를 쳐다보더니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무공의 측면에서 보자면 너는 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입문(入門)했지만 결국 뒤처지지 않고 그들을 따라잡았지. 그때 내가 얼머나 뿌듯하고 대견해 했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언뜻 조화심의 준수한 얼굴에 차가운 냉소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갔다.

“숙부님은 항상 제게 엄격하기만 하셔서 제 재주가 기대에 못 미쳐 저를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줄 알았습니다.”

“원래 잘 달릴 수 있는 말에만 채찍을 가하는 법이다.”

“그런 줄은 몰랐군요.”

“그래서 그런 짓을 한 것이냐?”

조화심은 순간적으로 조옥린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옥린의 시선이 칼날같이 예리하게 변했다.

“‘열두 명의 아이들 중 오요백에게서 혈라인을 배운 사람은 모두 세 명이다. 오욕백이 유화화를 죽이지 않았다면 범인은 그들 셋 중 하나일 텐데, 그들 중 운자추는 이미 오래 전에 실종되었고, 심옥당은 이미 강호에 뜻을 잃고 은둔 생활 중이다. 그러니 남은 사람은 이제 오직 너 하나뿐이지.”

조화심의 눈가에 작은 경련이 일어났으나 이내 냉정을 되찾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와 있었다. 조옥린은 그의 표정 변화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네가 유화화를 죽이고 혈라인의 흔적을 남겨놓았느냐?”

조화심은 냉랭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이미 다 짐작하셨으면서 새삼스럽게 왜 물어 보십니까?”

조옥린의 낯빛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다가 원래의 신색으로 돌아왔다.

“왜 그런 짓을 했느냐?”

조화심은 냉기가 흐르는 눈으로 조옥린을 쏘아보았다.

“정말 모르십니까?”

“몰라서 묻지 않느냐!”

“당연히 신목령과 천봉궁이 싸우기를 바라서였지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숙부께서 천봉궁의 고수들과 싸워 서로 상잔(相殘)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노골적인 말을 듣게 되니 조옥린은 맥이 풀려 버렸다. 그것은 하나뿐인 조카의 입에서 결코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내가 너를 잘못 가르쳤구나….”

조화심은 오히려 히죽 웃었다.

“아니, 숙부님의 가르침은 훌륭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제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조옥린이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조화심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큰일났습니다.”

다급한 외침과 함께 공손도가 뛰어왔다. 공손도는 심기가 깊고 냉정한 성격이어서 어지간한 일로는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옥린은 무심결에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냐?”

공손도는 긴장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오천왕 숙부님들 중 또 한 분이 변(變)을 당하셨습니다.”

조옥린의 안색이 굳어졌다.

“뭐라고? 누가 변을 당했단 말이냐?”

“그는 바로….”

공손도는 콧김을 느낄 수 있는 정도로 바짝 다가섰다. 조옥린이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경각지심을 가지려 할 때 공손도의 얼굴에 음산한 미소가 떠올랐다.

“낙화수사 조옥린이라 합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오른쪽 손에 들린 섭선이 조옥린의 옆구리를 파고 들었다. 하나 조옥린의 몸은 어느새 반대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민첩한 몸놀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쾅!

“윽!”

막 공손도의 섭선을 반대 방향으로 피하려 했던 조옥린은 그쪽에서 소리 없이 다가온 무형(無形)의 경력에 옆구리를 사정없이 강타당했다. 고통을 참고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는 조화심의 얼굴이 들어왔다.

“네… 네가…!”

조화심의 오른손은 조옥린의 옆구리에 절반 가까이나 틀어박혀 있었다. 월강수가 만들어 낸 참혹한 결과였다. 조화심은 여전히 조옥린의 옆구리에 손을 박아 넣은 채 냉랭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신이 지금까지 나를 키워 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그 대가로 깨끗한 죽음을 안겨 드리지.”

그가 막 오른손을 더욱 깊숙이 쑤셔 넣으려 할 때 조옥린의 신형이 번개 같은 회전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조화심은 미처 손을 빼지 못하고 손목이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뿌드득!

“윽!”

조화심이 비틀거리며 물러나자 공손도가 득달같이 섭선으로 조옥린의 목덜미를 찔러 왔다. 하나 조옥린의 신형은 어느새 옆으로 이 장이나 미끄러지듯 이동해 있었다. 조옥린의 명성을 천하에 떨치게 한 그의 이대절학(二大絶學) 중 산화영신법이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당신은 절대로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없다!”

공손도는 벼락 같은 호통을 내지르며 재차 조옥린을 향해 섭선을 휘둘렀다. 조옥린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옆구리를 지혈(止血)할 겨를도 없이 다시 일 장 가까이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막 신형을 세우려던 그는 자신의 뒤통수를 향해 무언가 빠르고 강력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기운이 다가오는 속도는 그야말로 가공할 정도였다.

‘이것은….’

옆구리를 관통당하고 물러나려 할 때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드는 치명적인 암격(暗擊)! 그것은 조옥린에게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너희들이 오욕백을 살해한 흉수들이구나!”

조옥린은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질풍처럼 선회함과 동시에 양손을 기이하게 흔들었다.

스으으….

귀신의 호곡성 같은 음향이 울려 퍼지며 시퍼런 장영이 폭발하듯 장내를 뒤덮었다.

쾅!

주위가 뒤흔들리는 듯한 엄청난 폭음과 세찬 경기가 사방을 온통 폐허처럼 만들어 버렸다. 조옥린은 머리가 풀어헤쳐진 상태로 휘청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서다가 한바탕 피를 토해냈다.

“우욱!”

그의 앞에는 허름한 장삼을 걸치고 머리에는 노란 두건을 쓴 장한이 서 있었다. 장한의 앞에 세 개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도 약간의 낭패를 당한 것이 분명했다. 하나 두건 아래로 번뜩이는 장한의 눈빛은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매섭게 번뜩이고 있었다.

“과연 낙화수사요. 완벽하게 빈틈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상태에서 나의 괴혈장(壞血掌)을 막아내다니 정말 탄복했소.”

조옥린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흔들리는 몸을 겨누었다.

“정말 무서운 장력이군. 이런 장력에 정통으로 가격당했으니 오욕백의 혈령신공도 그토록 무참히 깨어질 수밖에. 귀하는 누구요?”

“내 이름은 등곽이오.”

조옥린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힘없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서장에 그런 이름을 지닌 고수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노란 두건의 사내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서장 십육사 중의 철사자요.”

“그렇군. 저 아이들과는 어떤 관계요?”

“같은 분의 지시를 받고 있소.”

조옥린은 물끄러미 등곽을 쳐다보았다.

“당신 같은 사람도 남의 지시를 받는군.”

등곽은 피식 웃었다.

“피차일반 아니겠소?”

“그도 그렇군.”

조옥린은 까닭 모를 한숨을 내쉬더니 자세를 바로잡았다.

“긴말은 필요 없겠지. 이제 손을 쓰시오.”

언뜻 등곽의 눈가에 한 줄기 아쉬움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당신과 겨루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일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소.”

조옥린은 이해한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도가 섭선을 든 채로 조옥린의 뒤쪽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더 지체하지 말고 어서 끝내는 게 좋겠군요.”

조옥린이 그를 힐끗 돌아보더니 담담한 얼굴로 조화심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같은 생각이냐?”

조화심은 오른 손목이 탈골(脫骨)되어 퉁퉁 부어 있었으나, 그 외에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손목에 상당한 통증을 느끼고 있을 텐데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옥린을 응시하더니 왼손을 품속에 집어넣어 하나의 짤막한 비수를 꺼내 들었다.

그 비수를 보자 조옥린의 가라앉아 있던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그 비수는 뇌공비(雷公匕)라는 것으로, 길이는 어른의 손바닥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나 금석(金石)도 잘라 버릴 정도로 예리해서 조옥린의 사문(師門)에서 기보(奇寶)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십여 년 전 조화심이 무공의 세계에 갓 입문했을 때, 조옥린은 사랑하는 조카의 무운(武運)을 비는 뜻에서 뇌공비를 그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그 뇌공비가 조카의 손에 쥐어진 채 자신을 노리는 일이 벌어졌으니 세상일이란 너무나 변화막측해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조화심은 왼손으로 뇌공비를 쥔 채 조옥린의 좌측 뒤로 가서 우뚝 섰다. 자연스럽게 등곽과 공손도, 조화심이 삼각형의 진세(陣勢)를 이루며 조옥린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조옥린은 옆구리에 내장이 삐져 나올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제대로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등곽의 괴혈장에 막중한 내상(內傷)을 입은 상태에서 남과 싸우기는 커녕 당장 요양을 해야 할 처지였다. 등곽은 느릿느릿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이런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잘 가라는 말을 하고 싶군.”

조옥린은 생사(生死)를 초탈한 사람처럼 담담한 모습이었다.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소.”

“물론 그렇소.”

등곽이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뻗음과 동시에 괴이한 기운이 무서운 속도로 조옥린의 미간을 향해 쏘아져 갔다. 공손도와 조화심 또한 각기 섭선과 뇌공비를 휘두르며 조옥린의 양쪽 관자놀이를 찔러 왔다. 오랫동안 무림인들에게 천하제일의 풍류남아로 손꼽히고 있던 조옥린이 한줌 이슬로 허무하게 사라지려는 순간이었다. 금시라도 쓰러질 듯 하던 조옥린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며 사방을 향해 폭포수 같은 장영(掌影)을 뿌려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나무에서 수십, 수백 개의 꽃송이가 일제히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조옥린의 오늘을 있게 한 낙화십팔산수 중의 최절초인 만화낙조(萬花落照)였다.

공손도와 조화심은 조옥린이 순순히 목을 내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공격하던 몸을 늦추지 않고 각기 자신들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끌어올렸다. 등곽 또한 전력을 끌어올려 괴혈장을 재차 두 번이나 더 내갈겼다.

꽈르르릉!

꽈앙!

굉음이 울리며 자욱한 흙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공손도는 부러진 섭선을 든 채 왼쪽 옆구리를 끌어안고 물러났다. 갈비뼈가 부서졌는지 그의 낯빛은 푸르뎅뎅하게 변해 있었다. 조화심 또한 안색이 핼쑥해진 채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뒤로 비실비실 물러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수중의 뇌공비는 힘껏 움켜쥔 모습이었다. 정면에서 조옥린과 격돌한 등곽이 그들 중 가장 멀쩡해 보였다. 하나 등곽 또한 다섯 걸음이나 물러선 상태에서 양손바닥이 후끈거리는지 손바닥을 비비며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조옥린의 상태는 가히 처참할 지경이었다. 산발했던 머리는 완전히 풀어헤쳐져 상반신을 뒤덮고 있었고, 입고 있는 의복은 갈가리 찢겨져 피투성이로 변한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게다가 부러진 섭선이 왼쪽 어깨에 박혀 있었고, 오른쪽 어깨는 어린아이의 주먹만한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하나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것은 세 번에 걸친 괴혈장의 여파였다. 그의 앞가슴과 아랫배는 피부가 시커멓게 죽어 있었고, 얼굴색은 그야말로 핏기를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창백해져 있었다. 더구나 오공(五孔)으로 시커먼 핏물이 꾸역꾸역 흘러내리고 있어 예전의 준수했던 풍류남아의 모습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상태로도 조옥린은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뚩 서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등곽 등이 격돌의 여파로 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장중(場中)으로 뛰어들더니 시체처럼 가만히 서 있는 조옥린을 끌어안고는 다시 허공을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 인영의 동작은 그야말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심지어는 강호 경험이 풍부하고 뛰어난 무공 실력을 지니고 있는 등곽조차도 미처 제지하지 못하고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조옥린을 채간 인영은 놀라운 신법(身法)으로 멀어져 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공손도가 뒤따라가려 했을 때는 이미 인영은 까마득한 점이 되어 아득히 멀어진 후였다. 공손도가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조화심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뭐 하고 있는 거요? 어서 쫓아갑시다!”

조화심은 맥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보고도 모르겠나? 저건 은하무영신법(銀河無影身法)이네. 우리 실력으로 쫓아갈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그 말에 공손도의 얼굴이 핼쑥하게 굳어졌다.

“뭐라고요? 그렇다면 저 자는….”

“우리들 열두 명 중에서 신법으로 막내에 견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지. 우리뿐 아니라 오천왕 중에서도 별로 없을 걸세.”

공손도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새삼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지는지 옆구리를 부여안으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제길, 다된 밥에 코를 빠뜨렸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막판에 와서 이게 무슨 변이람.”

조화심은 복잡한 눈으로 인영이 사라진 곳을 보고 있었다. 등곽은 허공을 응시한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러다 조화심과 공손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자가 한시몽인가?”

조화심은 지그시 입을 깨물었다.

“그렇습니다. 설마 막내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일이 비틀어진 후에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지. 아직은 조옥린의 명(命)이 끝날 때가 아닌 모양이군.”

“…!”

“일단은 삼공자(三公子)께 보고를 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조화심과 공손도는 허탈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등곽은 두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문득 허공을 올려보았다.

“이런 시기에 한시몽이 나타나다니 일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군. 신목령주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고소명은 심각한 눈으로 한 장의 배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첩에는 < 대종남(大終南) 이십일대 장문인 진산월 > 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고소명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당혹감과 의아함이 어려 있었다.

‘진산월이라면 누가 뭐라 해도 당금 강호의 최고 화제 인물이다. 그가 대체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단 말인가?’

고소명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았으나, 강호를 진동시키고 있는 종남파의 장문인이 자신을 찾아올 이유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고소명의 나이는 쉰여섯. 스물하나에 처음으로 강호에 뛰어들어 거의 맨주먹으로 일어난 입지전(立志傳)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세운 금륜장은 비록 화산파 같은 거대문파는 아니었으나, 서안 일대에서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명문정파였다. 하나 지난 십여 년간은 고소명에게 고통의 세월이었다. 처음에 종남산의 외곽에 초가보가 세워졌을 때 고소명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문파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곳이 강호이니 신흥 방파가 세(勢)를 불린다 해도 곧 한계에 닥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나 초가보는 여타의 문파와는 달리 무엇이든지 집어삼키는 불가사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했고, 무서운 속도로 자신들이 관할 구역을 넓혀 나갔다. 어느 순간 고소명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초가보는 금륜장이 상대하기 벅찬 세력이 되어 있었다. 결국 고소명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초가보의 보주인 초관과의 일 대 일 승부였다. 고소명은 내심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참혹하게도 단 일초의 공격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다. 그 치욕스런 패배 이후에도 금륜장이 초가보에 흡수되지 않은 것은 오랫동안 서안에서 기반을 닦아온 고소명에 대한 초관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 후 고소명은 금륜장에 칩거하여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종내에는 서안의 남쪽 한구석에 웅크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금륜장은 서안에서도 별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서안은 물론이고, 당금 천하를 위진(威震)시키고 있는 최고의 풍운아가 느닷없이 배첩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고소명은 예전에 진산월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진산월은 종남파의 대제자(大弟子)였으며, 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당시 고소명은 무섭게 일어나는 초가보의 기세를 억누르기 위해 종남파와 결맹(結盟)할 생각으로 임장홍을 찾아갔었다. 하나 임장홍은 다른 파와의 결맹은 할 생각이 없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그때 고소명은 임장홍의 유약한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뒤로 두 번 다시 종남파를 찾지 않았다. 그 후 종남파가 몰락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고소명은 당연한 일처럼 생각되어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소명이 진산월을 두 번째로 본 것은 얼마 전에 대응표국에서였다. 당시 그는 대응표국의 국주인 단리정천의 부탁을 받고 대응표국과 화산파와의 결맹식을 축하해 주러 갔따가 실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처음에 앙상하게 마른 괴인이 불쑥 나타났을 때만 해도 웬 정신 나간 놈인가 생각했었다. 그가 요즘 서안 일대를 시끄럽게 하는 종남파의 장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예전과 너무 달라진 모습에 다소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가 검을 빼들었을 때 고소명은 충격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의 비쩍 마른 손에 쥐어진 검이 일단 움직이자 그야말로 하늘도 놀라고 땅도 꺼질 정도의 엄청난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그때 고소명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라면 누구나가 바라 마지않던 경지가 눈앞에 펼쳐졌던 것이다. 그때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그 경이적인 사건의 당사자를 또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고소명의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묘한 불안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찾아들었다.

시비의 안내를 받고 들어선 진산월은 얼마 전에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때는 피에 굶주린 살인마(殺人魔) 같았는데, 지금은 누가 보아도 당당한 기품과 위엄을 지닌 절세고수의 풍모였다. 당시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고소명은 변화된 그의 모습에 제대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고소명은 멍하니 서 있다가 진산월의 차갑게 빛나는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치고 나서야 퍼뜩 정신이 들어 그에게 포권을 했다.

“오랜만이오, 진 장문인.”

“거의 십 년 만에 다시 뵙는 것 같군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동안 진 장문인은 많이 변하신 것 같소.”

두 사람은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 대응표국에서 잠깐 스쳐 갔던 일은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시비가 차를 가져올 때까지도 두 사람은 별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채 조용히 있었다. 고소명은 아직도 진산월이 자신을 찾아온 의중을 몰라 다소 불안한 심정이었고, 진산월 또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처럼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답답함을 느낀 고소명이 슬쩍 옛날 일을 화제에 꺼내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솔직히 예전에 진 장문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설마 진 장문인이 훗날 강호를 진동하는 절세의 고수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소. 그걸 본다면 전대 장문인이셨던 임장홍 대협의 안목이 정말 남달랐던 것 같소이다.”

진산월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때 고 대협께서 선사(先師)께 종남 무공을 견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셨지요. 선사께서는 당시 본파의 제자였던 악자화에게 무공을 시전케 했고, 고 대협은 악자화의 시연(試演)을 본 후 크게 감탄하며 훗날 강호의 거목(巨木)이 될 인재라고 칭찬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고소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일이 있었소?”

고소명은 진산월이 용케도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는 자신도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었다. 하나 그렇다고 당시 일을 다시 들춰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악자화가 아니라 진산월이었으니 말이다. 고소명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악 소협은 어떻게 되었소? 그 뒤로 통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그는 몇 년 후에 본파를 떠났습니다.”

고소명은 나직하게 혀를 찼다.

“안타까운 일이구려.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소.”

“괜찮습니다. 그보다 제가 찾아온 것은 고 대협께 한 가지 청(請)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산월이 본격적으로 용건을 말하자 고소명은 귀가 번쩍 뜨이는지 얼굴색이 밝아졌다.

“말씀하시오. 내 힘이 닿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소.”

“고 대협께서는 대응표국의 단리 국주와 남다른 친분 관계가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고소명은 진산월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내자 다소 당혹스런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피바다로 만들어 놓은 대응표국의 일을 자신의 입으로 먼저 꺼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단리 국주와 얼마간의 친분이 있는 건 사실이오. 그런데 그건 왜….”

“단리 국주께 제 말씀을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고소명은 의아함을 느끼고 물었다.

“왜 장문인께서 직접 가시지 않고….”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진산월이 철면피(鐵面皮)라고 해도 불과 며칠 전에 쑥밭을 만들어 놓은 곳을 다시 방문할 염치는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가 찾아간다면 아무리 대응표국이 날개 꺾인 독수리의 신세가 되었다 할지라도 그를 반기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고 대협께서도 당시 현장에 계셨으니 제가 대응표국을 찾아갈 형편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실 겁니다.”

충분히 이해하다마다. 오히려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도 태연히 대응표국에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해 오는 그의 배짱에 그저 아연할 뿐이었다. 하나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누가 뭐래도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고소명이 평생 처음 보는 최고의 검객(劍客)이었다. 결코 십 년 전에 잠깐 보았던 볼 살 통통하고 순진한 표정을 한 홍안(紅顔)의 소년이 아닌 것이다. 고소명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무슨 말을 전해 주면 되겠소?”

“한 마디면 됩니다. ‘종남파는 아직도 십팔 년 전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라는….”

고소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십팔 년 전의 약속이라니….”

“그렇게만 전해 주시면 됩니다.”

고소명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렇게 전하리다.”

진산월은 품속에서 몇 장의 문서(文書)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무엇이오?”

“펼쳐 보십시오.”

문서를 펴든 고소명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 문서들은 그가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초가보에게 넘겼던 세 개의 전장(錢莊)과 두 개의 도박장, 그리고 다섯 개의 주루에 대한 권리증이었다. 이것들을 거의 무상으로 넘겼기에 금륜장은 그나마 이름을 보존할 수 있었으나, 대신에 거의 모든 세력을 잃고 서안의 남쪽 귀퉁이에 웅크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고소명이 격동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진산월의 조용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에 초가보를 정리하면서 찾아낸 것입니다. 마땅히 원주인에게 돌려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것을….”

고소명의 눈에 뿌연 물막이 어렸다. 이 문서들은 고소명이 삼십 년 간이나 피땀을 흘려 일구어 낸 것들이었다. 금륜장이 이름뿐인 허깨비가 된 지금, 이 문서는 그와 금륜장이 다시 예전의 성세를 되찾을 수 있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소명이 평정심을 되찾은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고소명은 진산월이 작별인사를 할 때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나 진산월이 막 몸을 돌리려는 순간, 그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빛이 담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소. 다만 앞으로 종남파와 관련된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내 모든 것을 다해 귀파(貴派)를 돕도록 하겠소.”

진산월은 말없이 고개만 숙인 후 조용히 몸을 돌려 사라져 갔다. 이것으로 종남파는 서안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문파가 생겨났다. 기산취악으로 구대문파에서 쫓겨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십팔 년 전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나?”

“분명히 그렇게 말했네.”

고소명이 확실한 음성으로 잘라 말하자 단리정천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고소명은 그의 표정을 살피다가 신중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 약속이 어떤 것인지 말해 줄 수 있겠나?”

단리정천은 한참 동안이나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일이지. 십팔 년 전에 선친(先親)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나는 서른여덟의 나이에 대응표국의 국주가 되었네.”

“기억하고 있네. 그때 모두들 대응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았지만, 자네는 훌륭하게 표국을 성장시켰지.”

단리정천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 모든 걸 단 한 순간에 날려 버렸지.”

고소명은 무어라고 대꾸할 말이 없어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단리정천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자네를 탓한 것이 아니니 그런 표정을 짓지 말게. 그보다 십팔 년 전에 내가 막 국주가 되었을 때 종남파의 장문인이었던 임장홍이 찾아왔네. 그는 나처럼 문파를 떠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와도 제법 안면이 있는 사이였지.”

단리정천의 부친인 단리광은 종남파의 전전대 장문인이었던 하원지와 막역한 사이였다. 그래서 하원지의 제자인 임장홍도 하원지를 따라 대응표국에 자주 출입을 했었다. 자연히 나이가 비슷했던 두 사람은 서로간에 약간의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임장홍은 막 국주가 되어 불안해하는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더군.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했네.”

“그럼 십팔 년 전의 약속이라는 것이….”

“들어 보게. 당시 나는 그의 말에 감격해서 아들 녀석이 손자를 낳게 되면 반드시 종남파에 보내겠다고 약속해 버렸네.”

고소명은 입을 딱 벌렸다.

“맙소사, 그렇다면….”

단리정천은 고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힘없이 입을 열었다.

“그는 그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는 걸세. 표국을 절단내다시피 하고는 내 손자를 종남파에 입문시키라고 하는 거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고소명은 무어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단리정천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그의 말을 무조건 무시할 수만도 없다는 것일세. 지금의 본국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실정일세. 이럴 때 손자가 최고의 무명(武名)을 날리고 있는 종남파 장문인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표국을 재건하는 데 큰 힘이 되겠지. 그자도 그걸 알기에 십팔 년 전의 약속을 다시 거론한 것일세.”

“자네는 어찌하려는가?”

“별다른 선택의 길이 없네. 표국의 핵심인 총표두와 일급 표두들을 절반이나 잃고 나 자신 또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일세. 이런 상황에서 표국이 멀쩡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헛된 기대일 뿐이지. 벌써 표사(?士)들의 동요가 심하고 의뢰가 절반이나 줄었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네.”

“그렇다면….”

단리정천은 천천히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예전의 패기를 찾아보기 힘든 쓸쓸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솔직히 나는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네. 본국이 살아남으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세력은 거의 없다네. 결맹을 약속했던 화산파조차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 버린 상태인데 무얼 더 기대하겠나? 그런데 오히려 종남파에서 기회를 마련해 주었으니 놓칠 수야 없지. 이래서 화(禍)와 복(福)은 같은 문(門)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있는 모양일세.”

단리정천의 눈에 점차로 날카로운 신광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세. 신검무적의 바짓 가랑이를 붙잡는 한이 있어도 종남파와 결맹하여 다시 표국을 일으켜 세울걸세.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지난 세월이 너무나 안타까우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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