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19권 천룡고궤(天龍古櫃)편 : 11화 (19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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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19권 천룡고궤(天龍古櫃)편 : 11화


제 198장 지하석실

유시 무렵.
그토록 유생들로 북적거리던 풍림서각도 한산해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풍림서각의 부지배인인 도영소는 직원들이 모두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제일 마지막으로 풍림서각에 남아 있었다.
그는 풍림서각의 내부를 찬찬히 흝어보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문을 걸어 잠그기 위해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무엇을 보았는지 짤막한 경호성을 터뜨리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헛! 누구요?”

한 사람이 입구의 검은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는 머리에 방립을 쓰고 키가 훤칠한 사나이였다. 도영소는 사나이의 허리춤에 고색창연한 보검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나이가 무림인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야밤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림인을 만나게 되면 일반 사람으로서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이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방립을 깊게 눌러써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소.”

다행히 사나이의 음성이 외모만큼 무섭거나 차갑지 않았다.

“무슨 용무가 있는지 모르지만 내일 오시오. 오늘은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소.”

사나이는 깊게 눌러썼던 방립을 슬쩍 들어 올리며 도영소를 쳐다보았다. 방립 아래고 드러난 사나이의 시선과 마주치자 도영소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으나 이상하게도 이내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것은 아마도 사나이의 둔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빛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부드러웠기 때문이지 몰랐다.

“풍림서각주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시오.”

사나이의 말에 도영소는 고개를 가로저으려 했다.
그때 사나이가 불쑥 오른손을 내밀었다. 도영소는 하마터면 비명을 내지를 뻔했으나 사나이의 내민 손에 서신 하나가 쥐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터져 나오려는 외침을 간신히 억눌러 참았다.

“이게 무엇이오?”

사나이는 겉봉을 그의 눈앞으로 가까이 가져갔다.

“이 글씨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겠소?”

도영소는 무심결에 서신의 겉에 쓰여 있는 글씨를 읽어 보았다.

<공 각주 친전.>

그 글씨가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음을 깨달은 도영소는 한동안 필체를 살펴보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 글씨는 바로 석……”

사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나는 그분의 부탁으로 각주를 만나러 온 거요.”

도영소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왜 낮에 떳떳하게 오지 않고….”

“낮에 왔었으나 주위에 시선이 많아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소. 이번 일은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하오.”

도영소는 망설이다가 방립 아래 드러난 사나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입 주위에 있는 칼자국에 시선이 닿았을 때는 흠칫 놀랐으나, 사나이의 윤곽이 뚜렷한 얼굴과 부드러운 눈빛을 보자 마음을 결정했는지 몸을 돌렸다.

“따라 오시오. 각주님께 안내해 드리겠소.”

사나이는 묵묵히 도영소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도영소가 향하는 곳은 계단 쪽이었다. 그런데 계단참에서 계단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돌아 막다른 곳을 향하는 것이 아닌가?
그곳에서 어느 한 부분을 누르자 바닥에 검은 구멍이 뚫렸다.
사나이는 어둠 속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시력을 지녔기에 그 구멍이 아래로 내려가는 또 다른 계단임을 알아보았다.
도영소는 계단 앞까지 와서 사나이를 돌아보았다.

“평소 각주의 처소는 본각의 최상층에 있소. 하지만 요새 본각 주위에 심상치 않은 일들이 자주 발생하여 각주께서 평소와는 달리 이 아래의 지하실에 머물러 계시오. 어두우니 조심해서 따라 오도록 하시오.”
도영소는 어두운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사나이는 말없이 도영소의 뒤를 따라 계단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얼마쯤 내려가니 계단이 끝나고 기다란 통로가 나타났다.
그 통로의 끝은 석벽으로 막혀 있었다.
도영소는 석벽 앞까지 다가가더니 석벽을 향해 정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각주님, 영소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벽을 향해 말을 하는 도영소가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석벽 안에서 누군가의 침착한 음성이 들려왔다.

“도 지배인이군. 무슨 일인가?”

“석 대인께서 보냈다는 사람이 각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석 대인의 친필 서한을 가지고 있더군요.”

석벽 안의 사람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윽고 다시 말했다.

“그 친필 서한을 들여보내게.”

도영소는 사나이를 돌아보며 손을 내밀었다.

“각주께서 먼저 그 친필 서한을 달라고 하시오.”

사나이는 고개를 저었다.

“석 장주는 이 서한을 각주 본인에게 직접 전하라고 하셨소.”

도영소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했다.

“저 안에 계시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요? 각주께서 서한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소?”

“나는 직접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소.”

도영소는 사나이의 단호한 말에 당혹스런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쭉 상황을 지켜봤으면서도 믿지 못하겠단 말이오? 저 안에 계시는 분이 각주가 아니면 누구겠소?”

도영소의 말에도 사나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를 먼저 나오라고 하시오. 그를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서신을 건네줄 수 없소.”

“참 답답한 사람이군. 면관불루가 따루 없네.”

면관불루란 관을 봐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원래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린다는 말에서 파생된 것으로, 자기 눈으로 직접 관을 보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빗대어 조롱하는 말이었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소. 석 대인의 지엄한 명령을 어길 수 없기 때문이니 당신이 양해해 주시오.”

도영소는 어쩔 수 없음을 알고 다시 석벽으로 다가갔다.

“각주님, 이자가 각주님을 직접 외어야만 서신을 전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석벽 안의 인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들었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도영소는 초조한 표정으로 석벽 안에서 어떤 말이라도 흘러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석벽 안에서 기다리던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자에게 그냥 돌아가라고 하게.”

도영소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반문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지금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서신을 가지고 그냥 돌아가라고 말하게. 석 대인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석 대인도 이해해 줄걸세.”

도영소는 석벽 안의 인물이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말을 따르기 위해 사나이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흠칫 놀랐다. 사나이가 그의 바로 뒤에 바짝 다가서 있는 것이다. 더구나 방립 아래 드러난 얼굴에는 무언지 모를 냉랭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흐흐….. 편하게 일을 마무리할까 했더니 끝까지 속을 썩이는군.”

조금 전과는 판이할 정도로 달라진 사나이의 모습에 도영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사나이는 갑자기 불쑥 손을 내밀어 도영소의 마혈을 제압했다. 도영소는 눈앞에 무언가가 번쩍거린다고 느낀 순간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아혈을 막지는 않았는지 입을 열 수는 있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사나이는 방립을 벗어던지고 살기 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흐흐…. 당하고도 모른다면 바보나 다름없지. 네 효용가치는 이제 없어졌으니 더 이상 거치적거리지 말고 한쪽에 가만히 있거라.”

“나…. 나를 속였구려.”

사나이는 도영소의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의 몸을 짐짝처럼 바닥에 아무렇게나 뉘어 놓았다. 그러고는 석벽으로 다가가더니 차가운 음성을 날렸다.

“흐흐…. 공 각주! 정말 재주도 용하시오. 어떻게 이런 곳에 숨어 있을 생각을 다 했소?”

석벽 안의 인물은 바깥의 사정을 훤히 짐작한 듯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너는 석 대인이 보낸 자가 아니구나.”

“그렇고. 석곤이 천룡궤를 맡긴 자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정말 먼 길을 돌아왔소. 그 때문에 애꿎은 사람이 열두 명이나 죽지 않았소?”

그 말에 무언가를 느낀 듯 석벽에서 놀람과 분노에 찬 외침이 흘러 나왔다.

“내가 바로 최근에 연쇄살인을 일으킨 흉수로구나.”

“내가 직접 한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같은 길을 걷는 자가 한 일이니 내가 한 것과 다를 바 없소.”

“그런데 천룡궤라니 무슨 말이냐?”

석벽 안의 인물의 말에 사나이는 비릿한 냉소를 지었다.

“흐흐….. 정말 몰라서 묻는 거요? 석곤이 당신에게 잘 보관하라며 맡겨 둔 상자를 말하는 거요.”

“무슨 상자 말이냐?”

사나이의 눈살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정말 끝까지 시치미를 떼는군. 그렇게 계속 떼겠다면 좀 더 상세히 말해 주겠소. 천룡궤가 석곤의 수중에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우리는 알아냈소. 하지만 석곤의 거처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천룡궤는 없었지. 그래서 우리는 석곤이 그 상자를 가장 믿을 만한 수하에게 맡겼다는 판단을 내렸소.”

“……!”

“하지만 석곤의 수하는 한두 명이 아니라 우리는 그중 누가 석곤의 가장 신임하는 수하인지를 알 수가 없었소. 그래서 결국 가장 확실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을 취하기로 한 거요.”

“그래서 그런 살인 사건들 벌인 거냐?”

“그렇소. 석곤이 소유한 상회의 주인들을 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결국 석곤이 자신의 가장 신임하는 부하를 살리기 위해 무언가 행동을 취하리라고 생각한 거요. 아니나다를까? 열두 번째 인물을 없애려고 할 때 석곤이 먼저 손을 써서 그 상회에 우리가 심어 둔 첩자를 제거하더군. 그래서 우리는 풍림서각주, 당신이 석곤의 제일가는 수하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소.”

“…..!”

“그래도 절대적인 확신은 없었지. 당신이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어 버렸기 때문에 그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증거를 찾을 수 없었던 거요. 그런데 오늘 오후에 이곳에 누가 온 줄 아시오?”

사나이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바로 신검무적이오. 석가장에 머물러 있던 그가 방립으로 정체를 감춘 채 이곳으로 와서 당신을 찾다가 우리 눈에 띄었던 거요.”

석벽 안의 인물이 말했다.

“네가 바로 신검무적이 아니냐?”

사나이는 어깨를 흔들며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 이제 보니 석벽 안에서 바깥의 광경도 볼 수 있는 모양이군. 그건 미처 짐작도 못했는데…..”

사나이는 자신의 얼굴을 한차례 문질렀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서 매미 날개처럼 얇은 인피면구가 떨어져 나왔다.

그 아래 드러난 얼굴은 깡마르고 냉혹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혹시라도 당신이 의심할까 봐 신검무적과 최대한 비슷한 체구를 지닌 내가 선발되었지. 대충 비슷한 면구를 뒤집어쓰고 신검무적이 썼던 방립과 똑같은 방립을 쓰면 겉으로 보아서는 분간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소. 당신 반응을 보니 정말 그런 모양이구려?”

석벽 안의 인물은 의외의 일에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물었다.

“석 장주의 서신은 어떻게 된 거냐?”

“그야 당연히 가짜지. 진짜였다면 당신이 보여 달라고 했을 때 보여 줬을 거 아니오? 그런데 이쉽게도 우리에게는 석곤의 친필서한이 없어서 부득이 이 몸이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밖에 없었소. 부지배인인가 하는 친구는 대충 속아 넘어간 것 같은데. 석곤의 오랜 심복인 당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겠지.”

사나이는 천천히 석벽으로 다가가 석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제법 튼튼하게 만든 석벽이군.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계속 이 안에 숨어 있을 거요?”

석벽 안의 인물은 냉랭한 코웃음을 날렸다.

“흥! 용케도 도영소를 속여 여기까지 왔다만 석벽을 뚫고 나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나이는 혀를 찼다.

“쯧. 정말 소문대로 앞뒤가 꽉 막힌 자로군. 정말 이 석벽으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오?”

“이 석벽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 감히 그런 큰소리는 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단단하기로 유명한 곤오석에 흑철분을 바른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요.”

석벽 안에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네가 그걸 어찌 아느냐?”

사나이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석벽 앞으로 내밀어 주었다. 그는 손가락을 부비고 있었는데, 손가락 사이로 부서진 암석 조각이 먼지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조금 전에 석벽의 일부를 떼어내어 확인해 보았지. 제법 머리를 썼다만 이 정도로 나를 막을 수는 없소.”

곤오석은 비록 강철에 비할 수는 없지만 천하에 산재한 돌 중에서 가장 단단한 일종이었다. 게다가 표면에 흑철의 가루를 몇 겹이나 발라서 사람의 힘으로는 부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나이는 힘도 들이지 않고 석벽을 떼어내어 단지 손가락을 부비는 것만으로 가루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광경을 보자 석벽 안의 인물은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쇄룡조…… 너는 쇄혼금룡 나절이구나!”

어찌나 놀랐는지 그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사나이는 손뼉을 짝 쳤다.

“과연 풍림서각의 주인답소. 한눈에 내 무공과 정체를 알아보다니 놀라운 식견이군. 그렇다면 이제 내 손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겠지?”

석벽안의 인물은 경악에 질렸는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열을 셀 동안 순순히 석벽을 열고 밖으로 나오시오. 그 다음에는 좀 더 험한 수단을 쓸 테니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요.”

석벽 안에서는 여전히 아무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나절은 천천히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하나….둘…..셋…..”

나절이 열을 셀 때까지도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절의 전신에서 질식할 듯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도 한결 거칠어졌다.

“공망춘! 권주를 사양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는 거냐? 내 손이 잔혹하다고 탓하지 마라!”

나절은 오른손을 세차게 앞으로 뿌렸다.

파아앗!

석벽의 한 부분이 종잇장처럼 찢겨지며 부서진 돌 조각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실로 무시무시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인간의 손으로 어째 돌 조각을 종이처럼 찢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하나 나절의 갈퀴처럼 구부려진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곤오석으로 만들어진 석벽은 움푹움푹 파여 들어갔다. 이것이야말로 나절의 이름을 공포스런 존재로 만들어 준 쇄룡조였다.

나절은 쇄룡조 하나만으로 십여 년 전부터 강호무림을 진동시킨 무선운 인물이었다. 일단 그의 손가락에 걸려들기만 하면 제아무리 대단한 호신강기라도 두부처럼 허물어지고 웬만한 도검은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그러니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의 몸이 그의 손가락에 붙잡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의 쇄룡조에 당한 사람들의 상처가 너무도 참혹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만 들어도 안색이 변하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 무서운 나절이 석벽 밖에서 살기 어린 모습으로 쇄룡조를 휘두르고 있으니 석벽 안에 있는 사람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파아아…..

마침내 석벽의 일부가 완전히 구멍이 뚫려서 안이 들여다 보이기 시작했다. 석벽의 두께가 두 자에 가까운 것을 생각해 본다면 나절의 쇄룡조가 얼마나 가공스런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 여실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나절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더욱 빠르게 양손을 움직였다. 두꺼운 석벽이 너무도 쉽게 부서지며 구멍이 점차로 커졌다. 구멍 안을 힐끔 들여다본 나절은 그 안에서 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음산한 웃음을 날렸다.

“흐흐….. 공망춘,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모습을 보니 한때 낙양 제일의 학사라는 이름이 무색하구나, 지금이라도 석벽을 열고 천룡궤를 순순히 내놓는다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보내주겠다.”

석벽 안의 인물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절은 더욱 화가 치미는지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끝까지 버티겠단 말이지? 방금의 선택을 피눈물이 나도록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나절은 양손을 힘껏 휘둘렀다.

콰앙!

엄청난 폭음이 터지며 남아 있던 석벽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말았다. 자욱한 먼지가 사방을 뒤덮는 가운데 나절은 천천히 무너진 석벽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누군가의 조용한 음성이 들려왔다.

“거기까지. 그 석벽을 넘어가면 당신은 죽게 될 거요.”

나절은 흠칫 놀라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를 보자 나절이 입에서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 나왔다.

“신검무적….”

양손을 늘어뜨린 채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산월이었던 것이다. 진산월은 나절이 이 장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그의 위아래를 쓰윽 흝어보았다.

“과연 나와 비슷한 체형이군. 나에 비해 팔이 조금 짧고 어깨가 좁다는 것을 빼면 말이지.”

나절은 진산월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수시로 변했다. 그러다 음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산월,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 우리의 일을 방해하지 말고 물러나도록 해라.”

진산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상관이 있게 되었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게 그 증거요.”

나절은 몇 차례 입 주위를 실룩거리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흐흐….. 우리 일에 간섭한다면 말로가 좋지 못할 텐데 끝까지 관여할 생각이냐?”

“물론이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겠소?”

“알량한 종남파의 무공을 믿고 감히 우리에게 대항하려 한단 말이냐?”

“알량한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게 될 거요.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우리, 우리’ 하는데, ‘우리’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요?”

그 대답은 다른 사람이 대신했다.

“그가 말하는 ‘우리’란 바로 쾌의당을 가리키는 것일세. 나절은 쾌의당이 거느린 열두 명의 특급살수 중의 한 명이라네.”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석벽 안에 앉아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무너진 석벽을 넘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에게로 시선을 돌린 진산월은 그의 모습이 공상춘과 몹시 흡사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굳이 차이점이라면 공상춘보다 대여섯 살 많아 보였고, 인상이 조금 순해 보인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진산월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 인물은 진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바로 풍림서각의 주인인 공망춘이네. 자네는 나를 찾아왔나?”

“그렇소.”

“내게 줄 것이 있지 않은가?”

진산월은 품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그에게 던져 주었다. 봉투를 받아든 공망춘은 밀봉된 봉투를 열고 그 안의 서신을 읽어 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네. 자네는 주인께서 보낸 사람이 확실하군.”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절이 어이가 없는지 차가운 웃음을 날렸다.

“흐흐…… 잘들 놀고 있군. 나 같은 피라미는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지?”

공망춘은 그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 채 다시 석벽 안으로 몸을 돌렸다. 나절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그 모습에 두 눈을 살광으로 물들이며 공망춘을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그때 진산월이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 왔다.

“당신이 상대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바로 나요.”

나절의 살기 어린 눈이 진산월에게로 향했다. 그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무서운 눈으로 진산월을 쏘아보더니 양손을 들어올렸다.

“역시 네놈이 문제로군. 처음부터 네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당신 상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소.”

진산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절은 성난 외침을 토해내며 진산월을 향해 달려들었다.

“곧 죽을 놈이 말은 잘하는구나!”

그의 열 손가락은 어느새 갈퀴처럼 구부러진 채 푸르스름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푸르게 변한 손가락은 나절이 자신의 청살기공을 극성에 이르도록 끌어올렸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 푸른 손가락이 움직일 때 비로소 쇄룡조 본연의 위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쐐애액!

열 개의 손가락이 푸른 그림자를 뿌리며 진산월의 목덜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진산월은 그때까지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가 손가락이 거의 지척에 다다를 때가 되어서야 슬쩍 한 걸음을 움직였다.

파앗!

나절의 오른손이 아슬아슬하게 진산월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며 진산월의 옷자락이 찢어졌다. 나절은 더욱 기세등등하게 몸을 비틀며 진산월의 앞가슴을 향해 왼손을 내뻗었다.

이번에도 진산월은 검을 뽑지도 않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찌이익!
옆구리의 옷자락이 한 뼘 가까이 찢어지며 약간의 핏줄기가 내비쳤다.
나절은 계속 무서운 속도로 진산월을 압박해 들어가며 쇄룡조를 펼쳤고, 그때마다 진산월은 옆이나 뒤로 한 걸음씩 걸음을 옮겼다. 하나 몇 번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피하지 못해 삽시간에 그의 상반신 옷자락이 누더기처럼 변해 버렸다.
진산월은 막 자신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나절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괴이하게 비틀거리며 자신의 목덜미를 향해 쏘아져 오자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한 번 본 것만으로는 안 되는군.”

사실 지금까지 그는 어제 보았던 철혈홍안 조여홍의 동작을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예상했던 대로 조여홍의 걸음걸이는 잠깐 본 것만으로는 제대로 그 묘용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덕분에 진산월은 멀쩡한 옷 한 벌을 버렸고, 몸에 두 군데의 작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더구나 지금 자신의 목덜미로 날아오는 손가락은 이제까지와 같은 흉내 내기 보법으로는 절대로 피할 수가 없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진산월의 커다란 신형이 한 차례 휘청거렸다.
다음 순간. 우윳빛 검광이 장내에 피어올랐다.
마침내 진산월의 출검을 한 것이다.
나절은 막 진산월의 목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으려 하다가 무언가 차갑고 서늘한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자신의 앞가슴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머리끝이 쭈뼛해졌다.
사실 그는 진산월이 자신의 쇄룡조에 제대로 대항도 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게 되자 강호에 퍼진 그의 소문이 엉터리라고 생각하고 그를 경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어느 누가 일부러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아직 익히지도 못하고 잠깐 보았던 무공을 흉내 내고 있겠는가?
그런데 막상 진산월의 손에 검이 쥐어지자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무서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절은 내뻗었던 손을 거두어들이며 사력을 다해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파앗!
어느새 검광 한 줄기가 그의 가슴을 가르고 지나갔다. 다행히 깊게 베이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가슴에서 시뻘건 핏줄기가 뿜어 나오는 것을 본 나절의 얼굴에는 은은한 경악의 빛이 담겨 있었다.
진산월을 경시한 탓에 하마터면 상대의 일검도 받아내지 못하고 가슴이 두 동강이 나 버릴 뻔했던 것이다.
검을 쥔 진산월은 사람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았다. 단순히 검을 비스듬히 든 채로 서 있을 뿐인데도 나절은 공격할 곳을 차지 못했다. 나절은 재빨리 가슴의 상처를 지혈한 다음 상대를 경시했던 마음을 버리고 공력을 가득 끌어올렸다.

‘아직 나이 어린 놈이니 남과 싸운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젊은 놈답게 속전속결을 원할 테니 지구전을 펼치다가 허점이 보이면 승부를 내야겠다.’

나절은 재빨리 머리를 굴린 후 성급한 공세보다는 수세에 치중했다.
하나 그는 이내 자신의 생각을 뼈저리게 후회해야만 했다. 불과 십 초도 지나지 않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진산월의 검이 어찌나 빠르고 영활하게 움직이는지 지구전을 펼칠 여지가 아예 없었다. 그제서야 나절은 오히려 단숨에 승부를 가르는 편이 더 나았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때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나절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갔다.
파파팡!
그의 손가락과 진산월이 펼쳐낸 검영이 허공에서 일곱 번이나 부딪쳤다. 나절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한 채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진산월의 검과 부딪친 손가락이 금시라도 부러질 듯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청살기공을 연마하여 신병이기와 부딪쳐도 멀쩡하던 내 손가락이 겨우 상대의 검영과 마주친 것만으로도 이런 통증을 느끼다니…..’

나절은 이대로 지나다가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올렸다. 쇄룡조 중의 최고 절초인 염왕참룡을 펼치려는 것이다. 이 초식은 위에서 아래로 신형을 돌진시키며 상대를 격살하는 것으로, 가히 파괴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웬일인지 진산월은 나절이 몸을 허공으로 끌어올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절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역시 신검무적의 가장 큰 약점은 남과 싸운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야압!”

완전히 유리한 위치를 점한 나절은 허공에서 진산월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양손의 공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염왕참룡을 펼쳤다.
파파팍!
수백 개의 시퍼런 손가락 그림자가 마치 폭포수처럼 진산월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어디를 보아도 피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나절은 진산월이 아무리 신묘한 검초를 펼친다 할지라도, 이 염왕참룡의 공세에 완전히 빠진 이상 전신에 피구멍이 뚫리는 것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자신도 방심하다 호된 꼴을 당했는데, 신검무적 또한 마찬가지 실수를 범한 게 분명했다.
막 수백 개의 손가락이 진산월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진산월이 갑자기 크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그토록 삼엄하게 퍼부어지던 조영들이 진산월의 몸에서 모두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조영들이 저절로 진산월의 몸을 피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나 사실은 진산월의 신형이 너무도 유연하게 조영과 조영 사이를 빠져 나갔던 것이다.
한두 개도 아닌 수백 개의 조영 사이를 단 한 걸음 만에 옷깃 하나 스치지 않은 채 빠져 나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절이 경악한 얼굴로 진산월을 쳐다보는 순간, 진산월의 검이 빛살 같은 속도로 그의 미간을 가르고 지나갔다.

“크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나절은 입을 딱 벌린 채 진산월을 노려보고 있다가 이마가 갈라진 흉측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나절은 어떻게 진산월이 단 일보를 내딛는 단순한 동작만으로 자신의 염왕참룡을 벗어날 수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진산월은 싸늘히 식어 가는 나절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일부러 다급한 상태에 빠지니까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군. 굳이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버리니 영문을 모르겠군.’

조금 전의 진산월은 문득 떠오르는 영감이 있어 스스로 나절의 공세에 몸을 맡겨 버렸다. 나절의 마지막 무공은 예상보다 훨씬 위력적이어서 진산월은 순간적으로 후회하는 감정도 생겼으나 자신의 영감을 믿고 반격을 하지 않았다.

막 나절의 공격이 몸에 격중되려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을 내디뎠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절의 공세에서 벗어나 있었다. 무방비 상태의 나절을 일검에 쓰러뜨리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자신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움직여 놓고도 자기의 몸이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진산월 같은 절정고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동작은 다름 아닌 철혈홍안 조여홍의 걸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실마리는 잡았다. 앞으로 몇 번 더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면 그녀의 열두 걸음에 담긴 신비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진산월은 생각에 잠겨 있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

공망춘이 어느새 석벽 안의 석실에서 다시 나와 그를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 공망춘은 바닥에 참혹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나절의 시신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진산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소문에 듣던 대로 대단한 솜씨로군. 불과 이십여 초 만에 쇄혼금룡 나절을 쓰러뜨리다니….”

진산월은 솔직하게 말했다.

“운이 좋았소,”

공망춘은 그가 겸손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해두세. 받게.”

공망춘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머리통만한 상자였다. 별다른 문양도 없이 자물쇠 구멍만 동그마니 나 있는 그 상자는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 거무스름한 광택이 나 있었다. 진산월은 손으로 직접 만져 보았으나 이것이 나무로 만든 것인지 금속으로 만든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

“이게 천룡궤요?”

“정확한 명칭은 천룡고궤일세.”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이오?”

공망춘의 얼굴에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본 사람 같기도 했고,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 같기도 했다.

“조만간 알게 될 걸세.”

진산월은 자신의 수중에 들린 천룡고궤를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재질이 조금 특이하기는 했으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상자에 불과했다. 이 상자를 얻기 위해서 쾌의당에서 낙양의 이름난 상인을 열두 명이나 살해했고, 천하제일의 거부인 석곤이 자신에게 부탁을 했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이한 일이로군. 아무리 봐도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상자인데….. 아무튼 이 상자를 모용 대협에게 전해 주기만 하면 된단 말이지?’

진산월은 상자에 흥미가 동하기는 했으나, 그 이상의 커다란 관심은 갖지 않았다. 어차피 남의 물건이니 그 용도가 무엇이든 자신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그가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의 일이었다.

<20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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