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20권 소림기변(少林奇變)편 : 5화
제 203장 천룡조진
비무가 열리는 장소는 대웅전 뒤쪽의 연무장이었다. 주위의 시선에서도 어느 정도 차단이 되었고, 공간도 제법 넓어서 비무를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진산월과 종남파의 고수들이 연무장에 들어섰을 때는 사오십 명의 승려들이 연무장 주위에 삥 둘러서 앉아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중반까지의 젊은 승려들이었다. 진산월 일행이 다가가자 그들 중 한 명의 승려가 일어나 반장을 했다.
“아미타불. 어서 오십시오. 소승은 정각이라 합니다.”
진산월은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그 승려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음을 알아차렸다.
“종남의 진산월이오. 그런데 우리가 일전에 만난 적이 있지 않았소?”
정각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삼 년 전의 무림대집회 때 소승이 진 장문인과 일행분들을 안내한 적이 있습니다.”
그제서야 진산월은 그의 얼굴이 온전하게 기억이 났다. 삼 년 전 소림사에서 열렸던 무림대집회에 처음 참가한 진산월 일행을 산문에서 숙소까지 안내한 인물이 바로 정각이었던 것이다. 당시에 진산월 일행은 정각의 경쾌한 동작과 비범한 행동거지에 몹시 감탄한 적이 있었다. 삼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만난 정각은 전신의 기운이 잘 갈무리되어 있어 언뜻 보기에도 당시보다 한층 더 깊은 수련을 쌓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진산월 일행은 정각의 안내를 받아 연무장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다른 분들은 아직 오지 않았소?”
“주지스님께서는 곧 오실 것입니다. 그리고 점창파 분들도 숙소에서 출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각의 말이 끝날 때 마침 점창파 고수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의 숫자는 모두 일곱 명이었다. 그들 중 조빙심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십대의 젊은 고수들이었고, 오직 한 사람만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그런데 그 노인을 보자 뇌일봉이 짤막한 경호성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엇? 저자는?”
“저 노인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뇌일봉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저자가 바로 점창파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들다는 독검취웅 백리장손이다. 성격이 괴팍하고 한번 손을 쓰면 인정사정 보지 않아서 한때는 희대의 살성으로 소문난 적도 있었지.”
진산월의 시선이 백발노인에게로 향했다. 독검취웅 백리장손이라면 진산월도 익히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그는 점창파의 열두 명의 장로 중에서도 검술 실력이 세 손가락 안에 꼽히고 솜씨는 그들 중에서 가장 매서운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그는 점창파의 최고 어른인 점창일독 백리궁의 조카로서 점창파 내에서 장문인에 버금가는 위치에 있다고 했다.
“백리장손은 점창파의 제일고수였던 십방랑자 사효심을 어려서부터 키우다시피 해온 사람이다. 비록 항렬 때문에 사효심과 같은 배분이 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효심의 사부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사효심이 실종된 후 그는 크게 실망하여 점창산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보게 될 줄은 정녕 몰랐구나.”
조빙심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걷고 있던 백리장손이 슬쩍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 적지 않은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뇌일봉의 음성을 들은 모양이었다. 홀쭉한 뺨에 턱밑으로 하얀 수염을 기른 백리장손의 얼굴은 강퍅하고 메말라 보였다. 그의 가늘게 찢어진 두 눈에서 얼음장같이 차갑고 서늘한 안광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누군가 했더니 진산수로군. 독에 중독되어 반쯤 죽게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용케도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모양이지?”
그리 크지 않은 음성이었으나 어찌나 냉랭하던지 등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뇌일봉의 짙은 눈썹이 한 차례 꿈틀거렸다. 뇌일봉은 강호에서의 명성이나 무공을 볼 때 자신이 백리장손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중인 환시리에 이런 말을 듣고도 무작정 참을 수만은 없었다. 하나 뇌일봉이 막 무어라고 소리치려 할 때 공교롭게도 대방선사가 몇 명의 승려들과 함께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대방선사는 종남파의 점창파 고수들 사이에 감도는 어색한 기운을 느끼지 못한 듯 걸걸한 웃음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허허…. 빈승이 너무 늦게 온 모양이구려. 좁은 선실에만 앉아 있었더니 점점 더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것 같으니 양해해주시오.”
대방선사가 소림사의 방장이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가벼운 농을 곁들여 사과를 하자 경직되었던 장내의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대방선사와 함께 온 인물들은 모두 일곱 명이었는데, 그들 중에는 진산월의 안면에 익은 자들도 몇 명 있었다. 대방선사의 우측에 있는 인물은 평범한 용모의 삼십대 승려였는데, 눈빛이 유달리 맑고 깨끗하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특색이 없는 용모였다. 하나 진산월은 그가 소림사의 팔대신승 중 한명이며 삼년 전의 대집회에서 진행을 맡았던 무영승 대현임을 알아보았다. 반면에 대방선사의 좌측에서 따라오고 있는 인물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승려답지 않게 비쩍 마르고 유난히 껑충한 키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유난히 긴 두 팔을 휘적거리며 걷는 모습이 마치 기다란 장대에 옷을 걸어놓은 듯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진산월은 그 승려도 대현과 마찬가지로 팔대신승 중의 한 명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들 외에 대방선사의 뒤에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다섯 명의 승려들은 모두 이십대의 젊은 승인들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대방선사의 제자이며 소신승이라고 불리는 정화였다. 정화는 낙양에서 벌어진 취미사 혈겁을 조사하기 위해 이씨세가에 왔을 때 진산월을 비롯한 종남파 고수들과 상면한 적이 있었다. 진산월과 시선이 마주치자 정화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진산월은 정화를 비롯한 다섯 명의 젊은 승인들이 하나같이 두 눈에 신광이 잘 갈무리되어 있고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가 있는 것을 보고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아마도 오늘 비무에 나올 인물들인가 보군. 모두 소림사의 이대제자들 중에서도 촉망받는 인재들이겠구나.’
삼 파의 고수들이 모두 자리를 잡자 대방선사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는 종남파와 점창파, 본사 같의 과거의 친분 관계를 되살려보고 앞으로 삼 파간의 우의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오. 그 외의 어떠한 의도도 없음을 분명히 하는 바이니 이 점에 대해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겠소.”
대방선사의 음성은 넓은 연무장의 구석구석까지 선명하게 퍼져 나갔다. 그 음성에 담겨 있는 뜻은 너무도 분명하고 확고했다. 이번 비무에 대한 어떠한 이견이나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정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번 비무의 목적이 삼 파의 친선에 있느니만큼 승패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각 파에서 한 명씩 세 분의 공증인을 모실까 하오. 각 파의 공증인들께서는 앞쪽으로 나와주시기 바라오.”
대방선사의 말이 끝나자 진산월이 뇌일봉을 돌아보았고, 뇌일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증인을 두기로 한 것은 어제 결정한 사항이었지만, 각 파에서 누구를 내보낼지는 정해진 바가 없었다. 그래서 진산월은 오늘 아침에 뇌일봉에게 공증인을 부탁해 승낙을 받아놓았던 것이다.
점창파에서는 예상한 대로 백리장손이 나왔고, 소림사에서는 대방선사의 좌측에 있던 비쩍 마르고 키가 큰 승려가 걸어 나왔다.
대방선사는 그들이 연무장의 가장 앞에 있는 공증인석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공증인으로는 종남파에서 전대 장문인의 친우이신 진산수 뇌일봉 대협, 점창파에서는 장로이신 독검취웅 백리장손 대협, 그리고 본사에서는 이번에 새롭게 나한당을 맡게 된 대정이 선출되었소. 비무의 결과는 세 분 중 두 분 이상의 합의로 승패를 결정하도록 하겠소.”
진산월은 그제서야 그 비쩍 마른 승려가 소림사의 팔대신승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공의 고수라는 대정임을 알고 새삼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정은 좀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고 희로애락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 철면승이라는 다소 해괴한 별호가 붙어 있으나, 사실은 누구보다도 의협심이 강하고 성격이 강직해서 철담협골로 더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는 소림의 칠십이종절예 중에서도 특히 각법과 퇴법에 조예가 깊어 발을 사용하는 무공으로는 소림사에서도 최고의 고수로 불리고 있었다.
나한당은 소림사의 일대제자들 중 실력이 탁월한 고수들만이 들어가는 곳으로, 원래 나한당주는 대방선사의 사숙뻘인 굉수였으나 올해 들어 대정이 새롭게 나한당주로 임명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나한당에 이어 얼마 전에 달마원과 계지원을 마지막으로 굉자배는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고, 대방선사의 사형제들인 대자배가 수뇌부로 올라섰다. 대방선사가 갑작스런 사부의 죽음으로 소림사의 방장이 된 지 팔 년 만에 비로소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세 명의 공증인이 자리에 앉자 차츰 장내의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대방선사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고는 굵직하면서도 힘 있는 음성을 발했다.
“이제 삼파비무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그 말에 연무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승려들은 물론이고 점창파와 종남파의 고수들도 모두 환성을 질렀다.
“와아!”
그 환성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대방선사의 말이 이어졌다.
“첫 번째 비무는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의 입장에서 본사에서 먼저 나서는 게 순리일 듯하오. 정화는 앞으로 나오너라.”
대방선사의 뒤에 서 있던 정화가 침착한 모습으로 걸어 나와 연무장의 중앙으로 가서 반장을 했다.
“아미타불. 소승은 소림사의 이대제자인 정화라 합니다. 미흡한 실력을 선보이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소림사의 이대제자 중 최고의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진 소신승 정화가 가장 먼저 나오자 중인들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흥이 돋았다.
점창파의 자리에 있던 조빙심이 진산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종남파에서 먼저 나오시겠소?”
진산월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소.”
이어 그의 시선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전흠에게로 향했다.
“네가 먼저 수고해야겠구나.”
전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처럼 장문인의 뜻이 나와 통했나 보군. 기다리는 건 질색이라 다른 사람을 먼저 내보낸다면 화를 내려고 했소.”
진산월은 담담하게 웃었다.
“마음껏 놀다 오려무나.”
비무에 나서는 사람에게 하는 말치고는 너무 이상해서 사람들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비록 대방선사가 친선이 주목적이라고 공표하기는 했으나 이번 삼파비무가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모르는 자가 없었다. 더구나 첫 비무는 결과 여하야 따라 기세를 탈 수도 있고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는 중요한 것인데, 마치 나들이라도 나가는 사람을 대하듯 하고 있으니 다들 의아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나 전흠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활기찬 동작으로 연무장의 중앙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정화의 이 장 앞에 우뚝 선 전흠은 포권을 하며 짤막하게 말했다.
“종남파의 전흠이오.”
정화는 낙양에서 종남파 고수들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전흠과는 첫 대면이었다. 그래서 조용하고 차분한 여타의 종남파 고수들과는 기질부터 달라 보이는 전흠이 특이하게 생각되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그의 전신을 찬찬히 주시했다.
“전 대협은 검을 쓰시겠습니까?”
전흠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들었다.
“대협은 무슨. 긴말할 것 없이 솜씨를 겨뤄봅시다. 당신의 병기는?”
정화는 전흠의 직설적인 말에 오히려 흥미가 동하는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떠올렸다.
“빈승도 마침 검을 익혔습니다. 오늘 좋은 경험을 하겠군요.”
정화가 승포 자락 속에서 두 자 가량 되는 검을 꺼내들자 전흠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겠소.”
전흠이 한 차례 검을 휘두르자 매서운 검광이 번뜩였다. 하나 그것은 본격적인 공격이 아니라 검날을 기울여 상대에게 예를 취하는 예전초식이었다. 정화 또한 동자배불을 펼쳐 비무의 예를 갖춘 후 수중의 검을 중단으로 겨눈 채 전흠을 응시했다.
그 순간, 전흠은 주저 없이 정화에게 달려들며 질풍처럼 검을 휘둘렀다.
파파파팟!
삽시간에 장내는 시퍼런 검광과 수십 개의 검영에 휩싸여 버렸다.
전흠은 정화가 누구인지 정확히 몰랐으나 대방선사가 소림사의 대표로 첫 출전 시킨 이상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판단하여 처음부터 천하삼십육검의 절초들을 아낌없이 펼쳐나갔다. 반면에 정화는 신중한 성격답게 탐색을 목적으로 다소 느슨하게 대응하다가 삽시간에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정화가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공력을 잔뜩 끌어올려 본격적으로 맞섰을 때는 이미 그의 몸이 십여 걸음이나 물러선 후였다.
사람들은 당초의 예상을 깨고 소신승으로 유명한 정화가 전흠에게 일방적으로 몰리자 놀라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낙일방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산월을 쳐다보았다.
“전 사형이 처음부터 너무 힘을 빼는 거 아닙니까? 비무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진산월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지금이 딱 좋다.”
낙일방은 다소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설사 정화를 이긴다고 해도 너무 힘을 쏟게 되면 다음에 점창파 고수를 상대할 때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어제 중산의 말을 듣지 않았느냐? 우리의 목표는 전승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강호에서 체면이 구기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장문사형께서 바라시는 성적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승이나 삼승이면 적당할 것 같구나. 그 이하면 남들에게 우습게 보일 것이고, 그 이상이면 다른 두 문파에서 탐탁지 않아 할 것이다.”
낙일방은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제가 일승은 해야겠군요.”
“아니, 나는 네가 두 번 모두 이길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예?”
“이번 삼파비무의 주최자는 소림사이고, 대방선사는 어느 한 문파의 일방독주를 견제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비무의 결과를 봐가며 비무자를 내보내려 할 것이다. 그가 이대제자를 다섯 명이나 데리고 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지.”
낙일방은 잠시 생각하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방선사가 자신의 의도대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비무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겠군요.”
“그렇다. 대방선사가 정화를 제일 먼저 내보낸 것은 필승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흠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정화를 상대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한 것이다. 정화는 전흠이 전력을 다해도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고수다.”
낙일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 사형이 이렇게 치밀한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데요.”
“머리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펼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판단한 것이겠지. 그런 면에서 전흠은 아주 뛰어난 승부 감각을 가지고 있다.”
진산월은 이번 비무에 전흠과 낙일방, 동중산을 내보낼 계획이다. 유소응과 손풍은 아직 다른 문파와의 비무에 나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그중 동중산에게는 솔직히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의 무공이 그리 약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 삼파비무에 나올 소림사와 점창파의 고수들을 예상해볼 때 일승이라도 건질 수 있으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낙일방은 자신의 역할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만약 전흠이 일승도 거두지 못하고 정화에게 패하게 되면 자신은 무조건 두 번의 비무를 모두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상대로 나올지 몰라도 소림사와 점창파의 촉망받는 기대주들임을 감안해본다면 결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 분명했다.
전흠과 정화의 비무는 어느새 삼십여 초가 흘러갔다. 처음에 일방적으로 몰리던 정화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으면서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었다. 전흠은 천하삼십육검에 이어 자신의 장기인 성라검법을 펼치고 있었고, 정화는 달마십삼검으로 맞서고 있었다.
그들의 격전이 어찌나 치열하던지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친선비무가 아니라 생사대전을 치르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대방선사를 비롯한 소림사의 승려들도 하나같이 관심어린 눈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정화의 날카로운 일검을 전흠이 뒤로 물러서지 않고 검날을 이용해 옆으로 튕기며 바짝 정화의 품속으로 다가서자 대방선사가 무릎을 치며 경호성을 터뜨렸다.
“허헛…. 좋구나, 좋아!”
대방선사의 옆에 있던 대현이 신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종남파 제자의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자칫 정화 사질이 낭패를 볼 수도 있겠군요.”
“허허…. 승패야 누가 이긴들 어떤가? 이런 비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홍복이 아니겠는가?”
“정화가 패한다면 이대제자 중에서는 나갈 제자가 마땅치 않습니다.”
대방선사가 대현을 돌아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사제는 다 좋은데 뭐가 문제인지 아는가?”
대현의 얼굴에도 고소가 떠올랐다.
“쓸데없는 걱정거리가 많다는 것이겠지요.”
“하하….. 잘 아는군. 머리 좋은 사람들의 공통된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럼 장문인께서는 다른 복안이라도 있으십니까?”
“정화가 패해서 이대제자 중에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자네가 나서면 되는 일 아닌가?”
대현의 몸이 한 차례 움찔거렸다.
“제가 말입니까?”
“이번 비무는 출전자를 미리 정하지 않았네. 사제가 나선다 해도 잘못된 건 없지.”
“그래도…..”
“왜 배분이 달라서 망설여지는가? 하지만 저 종남파의 제자는 항렬로 따지면 사제와 같을 걸세. 종남파 장문인의 사제이니 말일세.”
대현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대방선사는 다시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말게. 사제가 출전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대현의 눈이 번쩍 빛났다.
“정화 사질이 이길 거라고 보십니까?”
“정화에게 천룡조진까지 보여도 좋다고 말해두었네.”
그 말에 대현의 눈이 살짝 뜨여졌다. 비록 크게 경악한 모습은 아니었으나 냉정하고 침착하기로 팔대신승 중에서도 손꼽히는 그로서는 모처럼 보이는 의외의 표정이었다.
대현은 이내 평상시의 얼굴로 돌아와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다면 정화 사질이 패하는 일은 없겠군요.”
천룡조진은 달마십삼검의 후반 삼초식 중 하나였다. 달마십삼검은 칠십이종절예 중에서도 손꼽히는 절학이었지만, 특히 후반 삼초식은 정말로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어서 소림사에서는 특별히 허락된 인재가 아니면 익힐 수가 없었다. 설사 익힌다 할지라도 완벽하게 터득하기는 더욱 어려워서 후반 삼초식을 완성한 경우는 십 년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했다.
특히 검은 소림사에서 별로 인기가 있는 병기가 아닌지라 달마십삼겁법을 익히고 있는 승려의 수 자체가 별로 없었다. 가장 최근에 달마십삼검을 십이성 익힌 사람은 팔대신승 중의 최고수인 절정승 대범이었고, 정화는 그에게서 달마십삼검을 직접 배웠다. 정화의 사부인 대방선사가 달마십삼검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방선사의 장기는 권법으로, 그는 칠십이종절예에 속한 일곱 가지의 권법을 모두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가 당대 무림의 최고고수인 무림구봉에서도 권봉으로 손꼽히며 천하제일권으로 불리고 있는 것도 단순히 소림사의 장문인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전흠과 정화의 대전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온갖 기이한 절초들이 거침없이 펼쳐졌고, 다채로운 동작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중인들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킨 것은 두 사람의 싸움 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전흠이 빠르고 날카로운 검법으로 질풍처럼 몰아치는 방식이라면 정화는 장중하면서도 힘 있는 검법으로 전흠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전흠은 가급적이면 정화에게 바짝 다가서려고 애를 썼고, 정화는 그에게 거리를 주지 않으면서 반격을 노리고 있었다.
오십 초를 지나자 두 사람의 검법을 펼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래서 오랜 격전으로 그들이 혹시 지친 것은 아닐까 착각하기 쉬웠다. 하나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이 오히려 조금전의 격렬한 싸움보다 한층 더 흉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속도가 느려진 대신 일검 일검에 담겨 있는 위력은 그만큼 강력해졌고, 상대의 동작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응과 공방의 기세는 살인적이라 할 정도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장내의 고수들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와 있는지라 한눈에 그들의 비무가 곧 절정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의 비무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살벌해지자 지금까지 다소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던 진산월의 표정도 진지하게 변했다.
“전흠은 아무래도 적당히 할 생각이 없나보다.”
낙일방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들의 격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전 사형의 성라검법이 거의 절정에 달해 있는데도 마지막 순간에 정화의 몸에 격중되지 않고 조금씩 비껴가는군요. 저게 무슨 수법인지 혹시 아십니까?”
“대승반야선공이 오성에 이르면 반야강기가 형성되어 외부의 공격에서 저저로 몸을 보호한다고 하던데 그게 아닌지 모르겠구나.”
“저도 대승반야선공의 이름은 들어보았습니다만, 그 선공은 익히기가 힘들어서 지나 백 년간 소림사 내에서도 완벽하게 익힌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하더구나. 정화가 익힌 것이 대승반야선공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가 펼치는 검법은 달마십삼검이 확실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림사의 승려들은 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저 정화라는 중도 성격이 무척이나 독특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무공에 대한 주관이 확실하다고 봐야지. 그나저나 비무가 너무 과열되는 것 같아 걱정이구나. 자칫하면 둘 중 누군가는 크게 다칠지도 모르겠다.”
“전 사형은 남과 싸운 경험이 풍부해서 쉽게 패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진산월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말을 맺지 못하자 낙일방이 재빨리 그를 돌아보다가 다시 비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걱정스러운 점이 있으십니까?”
진산월의 음성은 얼굴에 떠올라 잇는 표정만큼이나 심각해 있었다.
“정화가 달마십삼검의 마지막 세 초식을 익히고 있다면 전흠이 의외의 낭패를 당할지도 모른다.”
“마지막 세 초식이라니요?”
“달마십삼검의 후반 삼초식은 따로 달마삼절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세 초식은 천룡조진, 법화항마, 불광보조라고 한다.”
“그 초식들이 그렇게 무섭습니까?”
“나도 모른다. 다만 이십여 년 전에 소림사의 고승 한 사람이 달마삼절초로 당시 화산파의 제일검객을 검으로 꺾었다는 말을 돌아가신 사부님께 들은 적이 있을 뿐이다.”
낙일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림사의 검으로 화산제일검을 꺾다니 정말 굉장한 일이군요. 장문사형께서는 정화가 그 후반 삼초식을 익혔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조금 전까지는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확신하고 있다.”
“왜 그렇습니까?”
진산월은 턱으로 슬쩍 한곳을 가리켰다.
“대방선사의 얼굴에 조금도 우려의 기색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낙일방은 자신도 모르게 대방선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방선사는 옆에 앉은 대현과 나직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진산월의 말마따나 두 사람의 얼굴에는 전혀 걱정의 빛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그것은 두 사람이 정화의 승리를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장내의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다. 전흠이 승패가 나지 않는 공방에 분기가 솟구쳤는지 비교도 할 수 없는 살벌한 검초들을 마구 뿌려대며 정화를 무섭게 압박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기세가 어찌나 맹렬했던지 정화는 단숨에 다섯 걸음이나 물러서고 말았다.
아마 이런 상태라면 머지않아 승패가 갈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전흠은 성라검법의 절초들인 낙성빈분과 잔성회소를 거푸 펼쳐 정화의 상반신을 검영에 가두어놓는 데 성공했다. 두 절초는 성라검법의 십팔초 중에서도 후반 여섯 초식을 제외하고는 가장 빠르고 강한 검초들이었다.
파파파파팟!
섬뜩한 파공음을 울리며 정화의 전신으로 휘몰아쳐 가는 검광은 금시라도 정화의 몸을 난자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정화의 두 눈에 신광이 번득이더니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이 격한 떨림을 일으켰다.
우우웅……
마치 벌떼 우는 듯한 음향이 들리며 정화의 검끝이 수십 개로 갈라졌다. 그와 함께 정화의 상반신을 엄밀히 에워쌌던 전흠의 검영이 급격히 허물어지며 시퍼런 검기가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차차차창!
귀청이 떨어질 듯한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삼엄하던 검기와 검영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중인들이 놀라 보니 바짝 붙어 있던 두 사람의 신형이 어느새 이 장이나 떨어져 있었다.
그토록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면서도 두 사람은 별로 지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 중인들은 곧 둘 중 누가 승리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정화의 모습은 별반 변화가 없었으나, 전흠은 상반신이 길게 찢어지고 군데군데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가슴팍 부근은 거의 누더기처럼 변한 채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공증인석에 있던 세 명의 공증인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는 이내 그들 중 가장 연장자인 백리장손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화의 승리를 선포했다.
전흠은 정화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종남파의 고수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괜찮으십니까?”
동중산이 재빨리 전흠에게 다가가 상처를 살폈다.
전흠은 의외로 담담한 신색이었다.
“피육의 상처일 뿐이네. 저 중이 보기보다는 손속이 과하지 않더군.”
진산월도 다가와서 전흠의 상처를 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순간에 공력을 거두어들였구나. 그래서 검기에 힘이 실리지 않아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이다.”
전흠은 누더기처럼 변한 상의를 벗고 대충 지혈을 한 다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진산월은 그의 표정이 그다지 어둡지 않은 것을 보고는 조용히 웃었다.
“패한 사람치고는 표정이 밝구나.”
전흠은 그를 힐끔 쳐다보며 다소 퉁명스런 음성을 내뱉었다.
“그럼 울고불고할 줄 알았소?”
“솔직히 네 성격에 남에게 패하고도 이렇게 얌전하게 있을 줄은 몰랐구나.”
“내 성격이 어때서 그렇소? 난 맺고 끊는 게 분명한 놈이오.”
“그래서?”
“비무에서는 내가 패했지만 만약 목숨을 걸고 싸웠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요.”
진산월은 그의 말에 내심 수긍을 했다.
비무와 결투는 엄연히 다른 법이다. 만약 결투를 벌였다면 지금처럼 백 초가 넘게 시간을 끌지 않고 훨씬 더 빠른 시간에 승패가 갈렸을 것이다. 전흠이 지든 이기든 말이다. 그게 전흠의 방식이었다.
“그의 무공은 어떠했느냐?”
“본 대로요. 소림사의 검법이라고 해서 점잖을 줄 알았는데, 단순해 보이는 검초 속에 변초가 숨어 있어 상당히 까다로웠소.”
“달마십삼검은 변화가 많기로 유명한 검법이니 당연하지.”
“그래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소. 오히려 숨겨진 변초만 조심하면 검법 자체는 조금 단조로운 편이었지. 그런데 막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에 갑자기 그자의 검이 뜻밖의 변화를 일으켜서 당황했소. 그 전까지는 장중한 가운데 다양한 변화가 숨어 있었는데, 그 초식은 그저 빠르고 강맹했소. 그것은 마치….”
전흠은 마땅한 단어를 찾느라 잠시 주춤거리다가 이내 단정적으로 말했다.
“한 마리 맹룡이 질주해오는 것 같았소.”
진산월은 전흠의 표현이 무척이나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투박한 말투에 어법도 단조로웠던 전흠이 조금씩 감정 표현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달마십삼검의 후반 삼 초식중 하나일 것이다.”
이어 그는 달마삼절초라 불리는 그 초식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전흠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더니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천룡조진이겠군.”
옆에서 듣고 있던 낙일방이 의아한 듯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십니까?”
“초식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오지 않느냐? 천룡조진은 빠르고 강맹한 위력을 지녔고, 법화항마는 연꽃이 피어오르듯 변화가 무쌍한 초식이겠지.”
낙일방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물었다.
“불광보조는요?”
“그건 가공할 힘으로 주위를 억누르는 초식일 게 뻔하다. 내가 상대한 것은 무섭도록 빠르고 날카로운 수법이었으니 그 삼절초 중에서 고르라면 천룡조진이 아니겠느냐?”
낙일방은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니 전흠을 쳐다보았다. 낙일방뿐 아니라 동중산 또한 전흠의 다른 면을 보는 것 같아 외눈을 치켜뜨고 새삼스런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전흠은 중인들의 그런 시선이 어색한지 인상을 찡그리며 진산월을 향해 물었다.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오?”
진산월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다. 정화가 마지막에 펼친 초식은 달마십삼검의 후반 삼초식 중 천룡조진이 분명할 것이다.”
전흠은 그것 보라는 듯 한 차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바탕하고 났더니 피곤하군. 오늘 내가 할 일은 모두 끝난 것 같으니 나는 숙소로 가서 잠이나 늘어지게 자야겠소.”
이어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휑하니 몸을 돌려 걸어가버렸다.
낙일방은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전 사형이 조금 이상한데요. 싸움이라면 밥 먹기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싸움을 구경도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다니….”
진산월은 전흠의 심정을 짐작하고 있는지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도 이번 비무의 패배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럴 때는 혼자 조용히 있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어쩐지 자존심 강하고 과묵한 전 사형이 유달리 말을 많이 한다 싶었어요.”
“자, 이제는 점창파 고수의 실력을 보도록 하자.”
진산월의 말에 중인들은 모두 연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