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23권 무림세가(武林世家)편 :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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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23권 무림세가(武林世家)편 : 8화


제 236장 소년비무(小年比武)


마침내 해가 밝았다. 유소응은 자신의 눈을 찌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어제 저녁에 사부인 진산월은 그를 불러 내일 있을 비무에 자신이 출전할 것을 명했다. 처음 사부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유소응은 선뜻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직 무공에 입문한 지 육 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자신이 남궁세가라는 거대한 명문세가와의 비무에 나서게 되리라고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너무 무력하게 패해서 본 파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유소응은 아직도 자신이 사부를 처음 만났던 그때의 장명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부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던 그 순간을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종남파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하루하루가 즐거움이었고, 기대에 찬 나날들이었다. 종남파가 본산도 없이 떠도는 신세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종남파의 제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오직 종남파가 본산을 되찾을 때 자신이 아무런 보템도 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뿐이었다. 종남파에 하나둘씩 고수들이 늘어가고 자신에게도 몇 명의 사형제들이 생겨났다. 그들 중에는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도 있었지만, 유소응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는 자신을 사형 대우해 주지도 않았던 단리상조차도 전혀 밉거나 싫지가 않았다. 자신이 모자란 걸 그가 채워 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사부를 따라 강호로 나온 후 그는 조금이라도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부가 나이도 어리고 무공도 기초밖에 익히지 않은 자신을 험난한 강호로 데리고 나온 이유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그의 무공은 눈부시도록 발전하여 얼마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천하삼십육검의 연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나 이제 겨우 검에 입문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실력으로 과연 남궁세가와의 비무에 제대로 임할 수 있을지는 아무리 유소응이라고 해도 선뜻 장담할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자신을 그런 중대한 자리에 내보낸 사부를 믿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만이 사부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일 것이다. 승패(勝敗)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동안 자신이 익힌 모든 것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해 비무에 임할 결심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할 수 있었다. 사부님도 틀림없이 그러할 것이다.”

유소응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사부가 내려 준 견정검을 힘껏 움켜쥐고는 방문을 벗어났다.

햇살은 따사로웠고, 공기는 청명했다. 전흠은 한 차례 깊은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머릿속이 맑아지며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의 얼굴에 모처럼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 누군가가 그의 앞으로 걸어오며 말을 걸어왔다.

“잘 웃지도 않던 녀석이 웃는 걸 보니 몸 상태가 제법 괜찮은가 보구나.”

전흠은 나타난 사람이 성락중임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잘 주무셧습니까?”

“나야 푹 잤지만, 너는 어젯밤 늦게까지도 뒤척거리고 있는 것 같던데, 잠을 자기는 한 거냐?”

“사실은 잠이 오지 않아서 바람이라도 쐬러 나갔다가 장문사형을 만났습니다.”

성락중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 늦은 밤에 말이냐?”

전흠도 따라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경도 흘쩍 자났으니 거의 새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장문인이 저를 부르더군요.”

“그래서 장문인이 무어라고 하더냐?”

“별 이야기 안 했습니다. 그냥 몸 상태가 어떤지 묻고는 둘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습니다.”

“다 큰 사내들이 야밤에 나누는 대화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도 하고 본산을 되찾을 때의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마음이 풀리면서 졸음이 오더군요. 그래서 돌아와서 아침까지 아주 달게 잤습니다.”

성락중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거리며 웃더니 문득 생각난 듯 눈빛을 빛냈다.

“본산을 되찾을 때 아주 흉험한 싸움을 했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종남혈사’라고 말할 정도로 무서운 격정이었다고 하더구나.”

당시를 떠올리자 전흠의 얼굴에는 씁쓸한 빛이 감돌았다.

“정말 두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싸움이었습니다. 할아버님이 잘못되시는 줄 알고 정신이 나갈 뻔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때 제가 살아난 건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고수의 숫자나 전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불리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용케도 승리를 거두었구나.”

“장문인이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제자들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바쳐 싸웠습니다. 그래서 본산을 되찾았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지요. 제 평생 가장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성락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구나. 하 사제가 쓸데없는 짓만 하지 않았어도….”

“앞으로도 본 파를 위해서 힘을 더할 기회는 많이 있을 겁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전흠이 의젓하게 자신을 위로하자 성락중은 새삼스런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늘은 건 무공만이 아닌 것 같구나. 성격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하다.”

전흠은 조금 계면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마도 장문인과 자주 부대끼다 보니 조금씩 닮아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소지산처럼 재미없는 성격이 되면 안 되는데….”

“하하…. 그럴 리가 있느냐? 너의 집안 핏줄은 속이지 못하니,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네 뜻대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소지산이라면 장문인의 사제라는 자를 말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지금 본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어떤 인물이냐?”

전흠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딱 부러지는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장문인이 믿고 본산을 맡길 수 있는 자입니다.”

단순한 말이었으나, 성락중은 그것만으로도 소지산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락중은 갑자기 그 믿음직하다는 사질이 보고 싶어졌다.

“무공 실력은?”

“매섭습니다.”

“너에 비해서는 어떠냐?”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반초쯤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본산을 떠날 때는 솔직히 자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진경(進境)이 빠르단 말이냐?”

“당시 그는 팔을 다친 상태였습니다. 팔을 고치고 난 다음에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무공이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수련에 미친놈처럼 하루 종일 검을 벗삼아 살고 있으니, 지금은 얼마나 실력이 늘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네가 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했는지 알 것도 같구나. 그자 외에 본산에 있는 자들은 누가 있느냐?”

“저와 같은 항렬로는 소지산 외에 정해와 방취아, 응계성이 있습니다. 정해는 무공 실력은 대단치 않은데 머리가 아주 비상한 것 같더군요. 방취아는 신법이 상당히 뛰어난 여자로, 소지산의 약혼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응계성은….. 성깔이 보통이 아닙니다.”

“너보다 더 말이냐?”

전흠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제가 그자 같은 성격이었으면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성락중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 네가 그런 소리를 할 정도라면 정말 대단한 성격인 모양이구나. 제자들은?”

“본산에 남아 있는 제자들은 남자 두 명과 여자 하나인데, 하나같이 보기 드문 기재들입니다.”

좀처럼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한 전흠의 입에서 기재라는 말이 나오자 성락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문인을 봐도 그렇고….. 다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재들 같은데, 어째서 그런 인재들이 모여 있는 본 파가 초가보에 한때나마 본산을 빼앗겼는지 모르겠구나.”

전흠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때의 본 파는 정말 형편없었으니까요. 저도 본 파가 그 짧은 시간에 문파를 정비해서 이 정도로 빨리 성장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너희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는구나. 장문인과 낙일방이 모두 비무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너희들이 별다른 동요가 없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런 역경을 헤치고 나왔으니 어지간한 일로는 쉽게 경동하지 않는 것이다.”

“긴장이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전흠이 조금은 쑥스러워하며 말했으나, 성락중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르려 주었다.

“적당한 긴장은 오히려 실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 이제 남궁세가에 본 파의 힘을 보여 주러 가자꾸나.”

“예, 사숙.”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힘찬 걸음으로 비무장을 향해 걸어갔다.


유소응이 비무대 위로 올라가자 주위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종남파에 저렇게 인재가 없었나? 이런 비무에 저런 아이를 내보내다니….”

“무언가 한 가닥 하는 게 있겠지.”

“아무리 그래도 이런 중대한 비무에 나오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가 아닌가?”

“그도 그렇군.”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유소응은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이 담담한 얼굴로 비무대의 한편에 가서 우뚝 서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올라오는 사람을 보자 중인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준수한 얼굴에 기개가 헌앙한 소년의 나이는 언뜻 보아도 유소응보다 적어도 대여섯 살은 많은 게 분명했다.
소년도 그걸 느꼈는지 얼굴에 엷은 홍조가 떠 올라 있었다. 그것이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 때문인지는 오직 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옥기린 남궁기다!”

“어린애를 상대로 남궁기를 내보내다니….. 남궁세가에서 단단히 작심한 모양이군.”

“아무리 어린애라도 신검무적의 제자라면 남궁세가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지.”

“그렇긴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일방적인 비무가 되지 않겠나?”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남궁기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유소응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불쑥 물었다.

“몇 살이냐?”

유소응은 전혀 흔들림 없는 응성으로 대답했다.

“열한 살입니다.”

남궁기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홍조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올해 열일곱 살이었던 것이다.

“종남파에 입문한 지는 얼마나 되었느냐?”

“육 개월입니다.”

남궁기는 사나운 눈으로 그를 쏘아보더니 다시 물었다.

“네 사부가 신검무적이 맞느냐?”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네 사부가 너를 이 자리에 내보냈단 말이지?”

남궁기는 유소응의 대답도 듣지 않고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종남파 고수와의 비무라고 해서 어제부터 잔뜩 기대해서 밤잠도 설쳤던 내가 너무 한심하군.”

남궁기는 정녕 자신의 상대가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꼬마아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주인 남궁탄이 소년층의 비무에 자신을 내보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쁘고 설레였던가?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그는 마음속으로 커다란 보람마저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비무대에 올라온 사람은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을 것 같은 어린애였으니 그가 어처구니 없고 당황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비무대 저편의 휘장 안에 앉아 있는 남궁탄에게로 향했다.
남궁탄은 예의 냉정한 눈으로 그를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자 남궁기는 남궁탄이 자신의 비무 상대가 이 어린애임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토록 내가 못 미더웠나요? 내 실력으로는 이런 어린애나 상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종남파에 승리를 하고 싶었단 말입니까?, 아버님?’

남궁기의 시선이 다시 유소응에게로 향했다. 일단 비무대에 올라온 이상 비무는 벌어져야 한다. 이 자리는 자기 혼자만의 심심풀이 싸움터가 아니라 각기 가문과 문파를 대표하여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무대였다. 절대로 개인감정으로 일을 흐트려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남궁기는 마지막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공을 익혔느냐?”

유소응은 나이답지 않게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운기토납을 마치고 삼 개월 전부터 정식으로 본 파의 내공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삼 개월이란 말이지.”

남궁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무언가를 작심한 듯 결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번 비무에서 나는 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

그의 음성이 제법 컸기 때문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주위의 소란은 더욱 커졌으나, 대부분은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기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공은 결코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쌓을 수 없는 것이었다. 삼 개월 동안 익힌 내공이라고 해봤자 쥐꼬리만큼도 못할 게 분명했다. 내공으로 어느 정도라도 성과를 보려면 적어도 삼 년 이상은 꾸준히 수련을 해야만 했다.
두 사람의 나이와 무공을 수련한 기간을 따져 보아도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비무에 임하겠다는 남궁기의 말은 누구나가 수긍을 할만한 타당한 의견이었다. 오히려 남궁기의 당당함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만 남궁탄만이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살짝 눈살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남궁기는 유소응을 마주본 채 자세를 똑바로 했다.
“너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신검무적에게 배운 실력을 제대로 발휘도 해보지 못하고 패하고 말 테니 말이다.”
유소응은 묵묵히 고개를 숙여 포권을 하고는 서슴없이 견정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어린애가 들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검이 날카로운 빛을 뿌리며 그의 손에 쥐어졌다. 몇몇 중인들이 그 어울리지 않는 광경을 보고 웃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검무적이라는 이름은 이미 강호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외(敬畏)와 흠모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직접 키운 제자라면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누구라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안목이 있는 사람들은 검을 뽑아 든 유소응의 자세를 보고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참관인석에 있던 이동정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이도 어리고 체구도 정말 작은데, 검을 든 자세는 마치 숙련된 노검객을 보는 것 같구나.”

이동정은 유소응에 대해 부쩍 관심이 이는 것을 느끼고 그에 대해 물어보려고 뇌일봉을 돌아보았다. 하나 뇌일봉을 본 그는 차마 질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뇌일봉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눈도 깜박이지 않고 비무대 위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격이 담대하고 거칠 것 없다고 알려진 뇌일봉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긴장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뇌 대협이 저 아이를 끔찍하게 아끼는 모양이군. 마치 자신이 싸우는 것처럼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다고 진산월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다. 참관인석에서 종남파 고수들이 있는 곳까지는 약간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동정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정소소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 소저는 혹시 저 아이에 대해 알고 있소?”

정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요. 진 장문인이 직접 가르치는 유일한 제자라는 말은 들었는데 아직 솜씨를 본 적은 없어요.”

이동정은 궁금해 미치겠다는 얼굴로 머리를 박박 긁었다.

“얼굴도 가무잡잡하고 눈빛도 그다지 영특해 보이지 않아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검을 잡고 있는 자세를 보니 검에는 상당한 재능이 있는 것도 같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아이구려.”

“어차피 잠시 후면 직접 보게 될 텐데 무얼 그리 조바심을 내는 거예요?”

“내가 원래 궁금한 걸 보면 참지 못하는 성미 아니오?”

정소소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시선의 의미를 알았는지 이동정은 히죽 웃었다.

“강호에서 오래 살려면 이런 성격을 고치는 게 좋다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당최 고쳐지지 않는구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이렇게 살기로 했으니 소저가 양해해 주시오.”

“자신이 내린 판단은 자기가 책임지는 거지요.”

“고마운 말씀이오. 그럼 이제 신검무적의 애제자가 어떤 실력을 지닌 꼬맹이인지 한번 봅시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비무가 시작되었다.
먼저 공격을 한 사람은 유소응이었다.
유소응은 수중에 들고 있는 견정검을 앞으로 쭈욱 내뻗었다. 장괘장권구식 중의 조운육환을 검으로 펼친 것인데, 검이 움직이는 경로가 단순했고 검이 향하는 방향 또한 남궁기의 옆으로 조금 쳐진 곳이었다. 조운육환에서 변형된 조운일환이라는 예전초식(禮典超式)이었다.
이것을 본 이동정은 자신도 모르게 빙긋 웃고 말았다.

“남들 같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간이 떨려서 자기 실력발휘하기도 급급할 텐데 예전초식부터 펼치다니……저 꼬맹이의 배짱 하나는 정말 대단하구나.”

남궁기는 냉막한 얼굴로 슬쩍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소맷자락을 슬쩍 휘두르며 빠르게 거두어들였다. 남궁세가의 예전초식 중 하나인 동자문로(童子問路)였으나, 누가 보기에도 대충 흉내만 낸 상황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유소응은 장괘장권구식의 초식들을 검으로 펼쳐냈다. 그가 지금 사용한 초식은 낙성연적이라는 것으로, 상대의 상단을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유소응이 검법을 펼치자 중인들의 시선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의 키만큼이나 기다란 장검을 마치 손안의 장난감처럼 너무도 능숙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던 것이다.
남궁기 또한 눈앞의 꼬맹이의 솜씨가 제법 날카롭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표정은 무겁게 굳어 있었다. 그는 슬쩍 오른발을 옆으로 움직여 상대의 검을 피하며 왼손으로 빠르게 유소응의 가슴팍을 향해 후려쳐 갔다. 상당히 매서운 흑호투심(黑虎偸心)의 장세였다.
유소응은 남궁기의 왼손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도 내뻗었던 낙성연적의 검세를 미처 회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그러면 그렇지라는 빛이 떠오른 순간, 유소응의 검이 한차례 흔들렸다.
체구가 워낙 작아서 얼핏 보기에는 검이 아니라 유소응의 신형이 흔들린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자 남궁기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던 견정검이 날카로운 빛을 뿌리며 세 개의 검영(劍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앗?”

막 유소응의 가슴을 가격하려던 남궁기가 짤막한 경호성을 내지르며 황급히 손을 거두어 뒤로 물러났다. 유소응은 물러나는 남궁기의 뒤를 바짝 뒤따르며 그의 가슴팍을 향해 맹렬한 일검을 내찔렀다.
그가 방금 사용한 초식은 장괘장권구식 중의 삼환투일과 단봉조양을 연환한 것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고 반격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수법이었다.
남궁기는 순식간에 수세에 몰려 정신없이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유소응의 검에서 완전하게 몸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남궁기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창!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그의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장검이 뽑혀 나오며 유소응의 검과 격돌했다. 검도 뽑지 않고 맨손으로 유소응을 상대하려 했던 남궁기가 마침내 생각을 바꾼 것이다.
검이 부딪치는 충격 때문인지 두 사람이 서로 일장 밖으로 떨어졌다.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하나 이내 폭풍 같은 환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대단하다!”

“이거 볼 만하군! 과연 신검무적의 제자답다.”

“체구가 작다고 만만히 보다가는 옥기릭이 큰코 다칠지도 모르겠군 그래.”

남궁기는 수중의 검을 힘주어 잡은 채로 유소응을 응시하더니 조금 전과는 다른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육 개월 배운 솜씨가 이 정도란 말이지? 너를 경시한 것을 사과하겠다. 이제부터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 단단히 각오하는게 좋을 것이다.”

유소응은 아무도 대답도 하지 않고 견정검을 쥔 채로 묵묵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싸우는 데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다는 듯한 그 당찬 모습에 이동정은 혀를 내둘렀다.

‘이제 보니 생긴 것과는 다르게 성미도 보통이 아니구나. 이거 상당히 기대되는걸.’

이번에는 남궁기가 먼저 공격해 들어왔다. 그의 검이 예리한 한광을 뿌리며 유소응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는데. 그 솜씨가 어찌나 유연하고 동작이 매끄로웠는지 보는 사람이 절로 탄성을 토해낼 정도였다.
유소응은 눈도 깜짝이지 않은 채 그의 검이 자신의 목덜미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팟!
검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유소응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영양괘각의 초식으로 남궁가의 앞가슴을 노렸다. 남궁기가 펼친 것은 남궁세가의 창궁검법(蒼穹劍法) 중 창천비성(蒼天飛星)이라는 것으로, 원래는 목덜미가 아니라 상대의 가슴을 노리는 초식이었다. 하나 유소응의 키가 워낙 작아서 머리를 겨냥하는 모양새가 되자 남궁기가 방향을 아래로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목덜미를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소응은 가볍게 허리를 숙여 그의 검을 피하며 아래에서 위쪽으로 검을 쳐올렸는데, 그 방향과 각도가 실로 미묘해서 남궁기는 순간적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으나, 조금 전에도 상대의 검에 쩔쩔매여 물러났던 경험이 있는 남궁기로서는 검까지 뽑아 든 상태에서 다시 또 그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궁기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수중의 검을 질풍처럼 휘둘러댔다. 궁영번운(穹影飜雲)의 검초가 매서운 기세로 유소응을 향해 날아갔다. 막 검과 검이 부딪치려는 순간, 유소응은 재빨리 검을 거두며 몸을 옆으로 빙글 회전시켰다. 파파팍! 시퍼런 검날이 자신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광경을 유소응은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 검날이 지나감과 동시에 그는 서슴없이 남궁기의 앞가슴 쪽으로 뛰어들며 견정검을 앞으로 힘껏 내찔렀다. 남궁기는 당연히 유소응이 검으로 막을 줄 알고 있었다가 그가 교묘한 동작으로 자신의 검을 피하며 반격을 해오자 순간적으로 당황함과 동시에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끝까지 해보자 이거지?”

공력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궁영번운이라는 초식 자체의 강력함을 이용해 격돌하는 순간 상대의 검을 날려 버리는 것으로 비무를 마칠 생각이었던 남궁기로서는 날다람쥐처럼 피하며 계속 반격을 해오는 유소응의 모습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남궁기는 검날을 비틀어 자신의 가슴에 찔러 오는 견정검을 막았다.

쨍!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견정검의 검끝은 남궁기의 검면에 가로막혀 버렸다. 검면(劍面)으로 검봉(劍蜂)을 막는 것은 보기에는 쉬운 것 같아도 실제로는 상당한 연습과 담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동작이었다. 더구나 상대의 검에 실린 힘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검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지 않으면 오히려 검면을 타고 미끄러져 들어오는 검봉에 자신이 다치게 되기 십상이었다. 남궁기는 아주 능숙한 동작으로 유소응의 검을 막음과 동시에 왼손을 쭈욱 내뻗었다. 남궁세가의 비전 중 하나인 박영수(迫影手)라는 것인데, 상당히 매섭고 빨라서 이 상태라면 유소응의 오른쪽 뺨은 남아나지 않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남궁기는 검을 날려 버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이 맹랑한 꼬마에게 단단히 쓴맛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하나 유소응은 남궁기의 그런 속마음을 짐작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의 검이 막히자마자 왼쪽으로 빠르게 두 걸음 이동하여 그의 손을 손쉽게 피해 버렸다. 헛손질을 하고 만 남궁기가 더욱 싸늘해진 안광을 번뜩이며 수중의 장검을 빗발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가 이번에 펄친 것은 창궁검법 중에서도 살초(殺招)로 알려진 벽궁홍염(碧穹紅染)이었는데, 이런 비무에 쓰기에는 지나치게 살벌한 초식이었다. 비록 자신이 공언한 대로 공력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인 체력이 뛰어난 데다 초식 자체의 위력이 더해져서 벽궁홍염은 웬만한 강호의 고수라도 쉽게 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무서운 위력을 담고 있었다. 유소응의 작은 몸은 순식간에 검세에 휘감겨서 그대로 피를 뿌리며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앗?”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놀란 경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동정 또한 절로 손에 식은땀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남궁기가 단숨에 비무를 끝내려고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구나. 과연 신검무적의 제자가 저걸 막을 수 있을까?’

옆에 앉아 있는 뇌일봉에게서는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유소응은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범위가 남궁기의 검세 속에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계속 남궁기의 검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피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더 이상은 피할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아무리 남궁기가 공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체구와 힘이 밀리는 유소응이 절대적으로 불리할게 뻔했다. 유소응의 작은 눈에 한 줄기 기광이 번득였다.

‘이제 승부를 가를 때가 왔다.’

그것은 그야말로 본능적인 감각이었다. 유소응의 작은 몸이 살짝 굽혀졌다가 반사적으로 일어서며 남궁기의 목덜미를 향해 폭발적인 일검(一劍)을 찔러냈다. 처음으로 유소응이 천하삼십육검을 펼친 것이다. 천하앙시(天河仰視)는 천하삼십육검의 전반 십이초식 중 하나로, 유소응은 지난 보름 동안 그중 세 개의 초식을 배운 상태였다.

유소응의 날카로운 반격은 남궁기를 순간적으로 당혹하게 만들었다. 계속 벽궁홍염을 펼치면 유소응의 전신을 난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 또한 상대의 검에 목덜미를 관통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피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꼬맹이와 양패구상을 한다는 것은 남궁가에게는 패배만큼이나 치욕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남궁기는 슬쩍 검을 회수하면서 몸을 옆으로 숙였다가 거두어들인 검으로 유소응의 옆구리를 쓸어 갔다. 명가(名家)의 후예다운 매끄러운 솜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유소응은 전신을 앞으로 내뻗은 자세였기 때문에 옆구리가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더구나 상대의 목을 찌르는 천하앙시는 몸의 중심을 앞쪽에 두고 있는 초식인지라 몸이 앞으로 쏠려 있어서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이동정은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운 탄식을 토해냈다.

‘확실히 대적 경험이 없는 아이로구나. 피하지 않고 반격하겠다는 생각은 좋았지만, 그 때문에 상대가 역으로 공격해 올 때는 대처하기 힘들다는 걸 미쳐 몰랐던 모양이구나.’

중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여기저기서 아쉬운 탄성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나 유소응의 다음 행동을 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을 쭉 내뻗은 상태에서 유소응은 그대로 앞으로 몸을 굴렸던 것이다. 그 바람에 남궁기의 검은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바닥을 구르며 일어나는 유소응의 위치는 남궁기의 가슴 앞이었다. 그 상태에서 유소응은 천하도사를 펼쳤다. 밑에서 위로 검을 처올려 상대의 가슴을 가르는 천하삼십육검 중의 절초였다.
남궁기의 준수한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의당 옆구리를 잘려 쓰러질 줄 알았던 유소응의 작은 몸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난데없이 발밑에서 자신의 가슴 쪽으로 검날이 날아들었던 것이다.
땅!
귀청을 찢을 듯한 격렬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중인들이 놀라 보니 유소응이 휘청거리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상태에서도 그의 작은 손에는 견정검이 꼭 쥐어져 있었다. 중인들은 영문을 몰라 남궁기를 쳐다보았다. 남궁기는 유난히 핼쑥해진 얼굴로 자신의 수중에 있는 장검을 내려다보고 있더니 천천히 검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비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아직도 대부분의 중인들은 자세한 내막을 몰라 서로 수군거렸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유소응의 검을 놀라운 수법으로 막아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주저앉힌 남궁기가 왜 그토록 굳은 얼굴로 말도 없이 비무대를 내려갔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참관인석에 있던 이동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 비무는 종남파 유소응 소협의 승리요. 남궁기 소협은 비록 유 소협의 검을 막고 그를 격퇴시켰으나, 마지막 순간에 본신의 공력을 사용하고 말았소. 그래서 스스로의 말을 어긴 것을 인정하고 물러난 것이오.”

그제야 중인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차리고 일제히 탄성을 토해냈다.

“아….일이 그렇게 되었구나.”

“어쩐지 마지막 남궁기의 검이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더라니…”

장내가 놀람에 찬 환성과 사람들의 흥분된 음성으로 소란스러워질 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유소응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는 견정검을 검집에 집어 넣은 후 주위를 향해 포권을 하고는 조용히 비무대를 내려왔다. 동중산이 황급히 그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살폈다. 유소응의 오른손은 아직도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호구가 찢어져 손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유소응은 견정검을 끝까지 쥐고 있었던 것이다.

“유 사제….”

동중산은 그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유소응은 떨이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동중산을 가만히 올려보고 있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공력을 끌어올린 남궁기의 검은 정말 무섭더군요. 다음에는 그런 상대에게도 이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어요.”

동중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소응의 작은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몸을 이끌고 진산월과 종남파 고수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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