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천하 33권 회람연회편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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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33권 회람연회편 : 1화


제 327 장 삼종방법(1)

형산파와의 처절한 싸움에서 승리했음에도 종남파의 분위기는 그리밝지 않았다.

비무에 나선 다섯 사람 중 진산월을 제외한 네 사람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성락중과 낙일방은 몸을 움직이는데 큰 지장이 없었으나,육천기와 임영옥의 상세는 무척이나 위중한 것이었다. 목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육천기는 철면 군자 노방이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여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문제는 임영옥이었다.

그녀는 진산월의 부축을 받고 자리로 돌아온 후 쓰러져 깨어날 줄을 몰랐다.

진맥을 해본 노방은 그녀의 맥 속에 흐르는 기운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을 알고는 표정이 무겁게 굳어졌다. 그 바람에 가뜩이나 냉막하던 그의 얼굴이 별호 그대로 철가면을 씌운 것처럼 딱딱하게 변해 버렸다.

그것을 본 종남파 고수들의 마음 또한 납덩이를 매단 듯 무거워지기는 마찬가지 였다.

노방이 창백한 안색으로 시체처럼 누워있는 임영옥의 맥문을 잡은 손을 놓자,진산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노방의 음성은 여느 때보다 무뚝뚝했다.

“좋지 않소.”

짧은 한 마디였으나, 진산월의 표정을 굳어지게 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노방은 그런 진산월을 힐끗 쳐다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체내의 음기가 격발하여 그녀의 혈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소. 그동안은 내기로 그러한 음기의 기운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이제는 그 내기조차 모두 음기로 변해 버려몸 전체가 음기로 뒤덮이게 되었소.”

“지금 그녀는 간신히 심장과 머리부분만을 선천진기로 보호하고 있는데, 조만간 음기가 그 선천진기를 뚫고 침투하면 바로 생명이 끊어지고 말 거요.”

“회복할 방법은 없습니까?”

“세 가지 방법이 떠오르긴 하는데,셋 다 쉬운 일은 아니라서 장담할수 없소.”

진산월은 그녀를 고칠 방법이 세가지나 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 모습이었다.

“어떤 방법들입니까?”

“첫째는 음공으로 그녀의 체내에 격발된 음기를 다스리는 것이오. 하지만 그녀의 몸에 퍼져 있는 음기의 위력이 워낙 강한지라 그 정도 음기를 제어할만한 음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구려.”

음공이라고 하니 진산월의 뇌리에 문득 오래전에 실전된 종남파의 비학인 칠음진기가 떠올랐다. 어쩌면 칠음진기라면 그녀의 몸을 갉아먹고 있는 저 지독한 음기를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나 실전된 지 이백 년도 넘은 칠음진기의 구결을 어디에서 구한단말인가?

진산월이 머릿속으로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건 말건 노방은 계속 말을 이었다.

“둘째 방법은 열양의 기운을 지닌 영약을 복용시킨 후 그양기로 음기를 녹이는 것이오. 하나이 방법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소.”

노방은 그 위험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열양의 영약으로 음기를 녹인다는건 그녀의 몸속에서 양기와 음기가치열하게 싸운다는 뜻이었다. 격발된 음기가 지독한 만큼 양기 또한 강력해야만 했고,두 강한 기운이 몸속을 휘젓는 동안 그녀의 체력이 그것을 견뎌낼 수 있어야 했다.

게다가 양기가 너무 강하면 오히려음기를 억누르고 체내를 손상시킬수 있기에 그 기운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만 했다.

결국 강력한 음기와 양기가 서로 충돌하여 소진될 때까지 누군가가 그 기운들을 유도하고 조절해야 하는데,아무리 내공이 강한 사람이라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체내에 잠복한 음기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한 음기를 녹일만한 영약은 인세에 찾기 힘들 만큼 드물 수밖에 없었다. 설사 운이 좋아 그런 영약을 찾는다 해도 그 영약의 양기와 그녀의 몸속에 도사린 음기를 한꺼번에 감당한다는 것은 제아무리 공력이 높은 고수라 할지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설사 그러한 고수를 찾는다 해도 그 고수가 임영옥을 위해서 선뜻 나서줄지도 의문이었다. 음기와 양기의 충돌을 제어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하기 그지없어서 자칫하면 두 기운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에 시전자 또한 목숨을 내걸어야하는 일이었다.

“세 번째는 그녀의 체내에 있는 음기를 뽑아내는 것이오. 하나 이것은 세 방법 중 위험부담이 가장 클 뿐 아니라,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그후유증이 막심하기 때문에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소. 그냥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만 알아두라는 의미에서 말씀드린 거요.”

인체에서 특정 기운을 강제로 뽑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진산월도 알고 있었다.

무림에는 오래전부터 채음보양(採陰補陽)이나 흡성대법처럼 사람의 기운을 강제로 갈취해서자신의 공력으로 삼는 방법이 있었다. 남의 몸에서 강제로 빼낸 것이기에 기운 자체가 순수하지 못해서 수습하는 과정에서 태반이 소실되기 일쑤였고,그 기운을 뽑힌 자들은 하나같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거나 목숨을 잃었기에 이런 수법을 사용한 자들을 무림공적으로 여기고 경멸했다.

그럼에도 무림에서는 이러한 사공을 익힌 자들이 끊임없이 출몰했고,그로 인한 폐해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높은 내공을 얻기 위한 무림인들의 갈망은 집요한 것이었다.

노방이 말한 것은 그러한 사이한 무공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큰 줄기에서는 대동소이했기에 그 후유증 또한 별반차이가 없을 것이다.

노방은 임영옥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나 언급했으나,그중어느 것도 만만한 것은 없었다. 하나 진산월은 실망하지 않았다.

방법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한 가지도 아니고,무려 세가지나.

그녀를 정상적인 몸으로 돌려놓을 방법이 있음을 안 이상,그는 결코물러서거나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진산월은 잠시 침음하다 다시 물었다.

“음기가 그녀의 선천진기를 뚫을 때까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노방은 신중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빠르면 한 달,아무리 늦어도 석달이 걸리지 않을 거요.”

한 달에서 석 달.

그것이 노방이 판단한 임영옥의 남은 수명이었다.

그때까지 진산월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준비해야 했다.

노방은 약간은 헬쑥하게 굳어 있는 진산월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나직하면서도 분명한 음성으로 말했다.

“명심하시오. 시일이 흐를수록 음기의 기운이 강해지고 그녀의 체력은 떨어지게 되어 있소. 단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그녀를 살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오.”

노방은 진산월이 어떤 방법이든 준비를 갖추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는 약조를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노방이 나간 후 진산월은 침상에 누워 있는 임영옥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직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지도 않았음에도 차가운 기운이 피부에 여실히 느껴졌다. 슬쩍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춰보니 싸늘하고 냉랭한 기운이 화악 흘러나왔다. 그것만 보아도 지금 그녀의 체내에 도사리고 있는 음기가 얼마나 지독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노방은 그것이 그녀의 특이한 체질인 태음신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으나, 어째서 태음신맥의 음기가 이토록 그녀의 몸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진산월도 단순히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익힌 무언가가 태음신맥의 음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양신공이었다. 그녀가 모용봉에게서 익힌 천양신공의 기운이 지금은 극음의 음기로 변해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구음향으로 격발된 음기를 다스리기 위해 천양신공을 익혔고,그 덕에 구음향의 음기는 제어할 수 있었지만 이제와서는 그녀를 구한 천양신공의 기운이 태음신맥에 의해 음기로 바뀌어져 오히려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서운 칼날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그녀가 단순히 운(M) 이 나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산월은 그 원인을 찾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노방이 말한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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