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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35화


왕비의 실망감은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태연히 예언자를 탈옥시켰던, 마치 바이서스의 왕비를 수하 다루듯 했던 이루릴 세레니얼이 왜 예언자 의 아들에 대해서는 ‘경고’라는 수단밖에 쓰지 못한 것일까요? ‘명령’할 수도 있을 텐데.

가장 난폭한 드래곤들도, 지고의 신들도 끊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왜 화가는 수배서를 그리는 것에 짜증을 냈을까요?

웅장한 팡파르가 울렸습니다. 군중이 침묵하기를 바란 것 같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나팔 소리보다 더 큰 환호로 대꾸했지요. 궁성의 베란다에 나타난 시종장이 난처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만류하는 손짓을 한 후에야 사람들은 경의 어린 침묵을 보내주었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왕비가 나타났습니다.

왕비는 당당했습니다. 출산을 한 여인의 자랑스러운 뿌듯함보다는 강림한 여신의 권능에 가까운 위세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왕비 의 품에 안긴 혈색 좋은 아기는 신의 축복, 새로운 계약의 증거, 유피넬과 헬카네스가 발행하고 드래곤 레이디가 지급보증을 선 어음처럼 보였습니 다. 사람들은 압도당했지요.

흥분한 군중은 절규하듯 환호했습니다. 그 가운데 단 한 사람, 환호하듯 절규하는 사람이 있었지요. 압도적인 소음 때문에 그 비명은 그리 두드러지 지도 않았습니다. 예언자는 자신의 비명에 침식당하며 선 채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선은 왕비의 몸에 붙어 있는 화가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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