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58화
“시에프리너가 당신을 가둔 거였네. 난 당신이 여기 나타나는 바람에 당신을 가둔 게 왕비인 줄 알았지. 그러면 당신 정말 임신한 드래곤을 본 거야? 그냥 드래곤도 아니고 임신한 드래곤을?”
“역사상 두 번째 목격자라던데.”
“두 번째? 대단하네. 그러면 시에프리너는 곧 알을 낳을 거지? 하지만 그 다음에도 알을 품느라 여전히 꼼짝 못할 테고. 그래서 3년쯤 필요했구나. 하지만 지금 프로타이스가 잘 막아주고 있잖아. 왜 그렇게 겁을 먹었던 거지?”
“그야 프로타이스가 도와주러 올 줄 몰랐을 테니까.”
“응? 당연히 오는 거잖아. 애 아빠니까.”
“뭐?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하지만 프로타이스는 시에프리너나 그녀의 자식과 아무 관련이 없어. 프로타이스는 그냥, 프로타이스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애 아빠는 지금 자고 있을걸.”
“자고 있어? 수면기?”
“응. 알이 부화할 때까진 아빠는 할 일도 없잖아. 그래서 잠깐 자두는 거야. 그럼 자식을 키우는 동안 깨어 있을 수 있으니까. 아빠가 깨어나면 시에 프리너는 그에게 태어난 자식을 넘긴 다음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수면기에 들어갈 테고.”
“드래곤은 엄마가 낳고 아빠가 기르는구나. 아, 시에프리너가 자기 아빠인 지골레이드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이야기 들었어. 아빠가 키워서 그렇구 나. 나는 딸이라서 아빠 닮은 건 줄 알았는데.”
“그런 셈이지. 그나저나 당신은? 어떻게 궁성에 들어온 거야. 신분 조사가 엄격했을 텐데.”
“그렇게 말하니 대단한 일 같다. 별 것 아니었어. 보통 시녀이고 평상시라면 어려웠겠지만, 궁성 사람들이 귀머거리 처녀를 찾기는 찾았는데, 처녀 부모들이 덜컥 겁을 먹었지. 보통 집 식모로도 일하기 좀 힘든 애를 데려다 궁성에서 일 시키겠다니 말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어이가 없을 정도잖아. 그래서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거지. 자세히 말은 안 했지만 딸이 전쟁터에 끌려가서 군인들 장난감이 되거나 프로타이스에게 바치는 협상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것 같아. 그래서 내가 그 애 부모에게 돈 얼마 쥐어주고 바꿔치기 한 거야. 궁성 사람들은 시에프리너 토벌 전쟁 때문에 정신 이 없어서 바꿔치기 된 지도 몰랐고.”
“뭐 하러 온 건데?”
“들어와서 당신 찾아볼까 했지. 그런데 갑자기 여자들이 달려들어서 옷을 벗기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 듣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설명도 안 해주더라 고. 그 부모들 걱정이 맞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 다시 옷을 입히더니 아기를 떡 맡기더라고. 알고 보니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나 검사 한 거였어. 왕자라는 걸 알고는 기겁해서 말을 할 뻔했는데, 그 다음엔 이렇게 당신한테 데려오는 것 아니겠어? 내가 이렇게 운이 좋다니. 가까운 신 전에 헌금 좀 해야겠어. 왜 예언하기로 한 거야?”
왕지네는 진지한 이야기로 넘어가도 될 만큼 충분히 잡담을 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예언자는 좀 더 미루고 싶었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었죠. “미안해.”
“손으로 받는 말 말고 귀로 듣는 말 해줘.”
예언자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대답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기에 왕지네는 가만히 기다렸지요. 예언자가 어렵게 말 문을 열었습니다.
“나, 조금 전에 기묘한 생각을 했어. 이렇게 앉아 있으니 야유회 나온 가족 같다고.”
왕지네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묘하네. 나도 그런 생각 했는데. 하긴 사정 모르면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어? 아빠랑 엄마랑 아기라고 말이야. 사실과는 다르지만.”
“그 생각은 3분의 2 정도는 사실이야.”
“응?”
“여기엔 가족 관계인 사람이 둘 있거든.”
왕지네는 어리둥절하여 예언자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왕지네는 갑자기 경련했지요.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아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당신…………… 아들….. 어떻게? 왕비의 아들이…
“왕비와 그 애의 관계는 온전한 사실이야.”
왕지네는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