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14-3~5화 : 낙룡파(落龍坡)(3~5)
2-6. 낙룡파(落龍坡)(3~5)
이, 이거야… 내 시력터보 상태에서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할 정도의 쾌검도 쾌검이었지만, 대교 저 녀석… 대체 언제부터 저렇게 살벌해 진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나, 그 동안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대교가 실제 사람을 베는 걸 목격한 건 처음인 건가?
“다음은 누구냐!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은 자는 또 나서라!”
대교가 다시 낭낭하게 외쳤지만 그녀의 일 검에 허무하게 인생 종친 버터 소년의 주검 앞에 넋을 잃고 서있던 사무라이들은 더 이상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버터 소년에 앞서 나섰었던 인상파 덩치는 그 더러운 인상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달리 더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의 적은 사갈서생 하나 뿐이다. 그가 너희들이 목숨을 바칠 정도의 인물인가? 아니라면 이 정도에서 물러나라.”
통역되는 대교의 말에 사무라이들이 동요하는 빛이 역력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골라서 잘 해주는 우리 기특한 대교… 헌데, 갑자기 몽몽이 경고해 왔다.
[ 주인님, 다시 적 궁수가 상호 사격 가능 위치로 이동했습니다. ]
제기, 이 아저씨 자꾸 정말… 응…? 뭐야? 이번엔 어째 사격자세가 아니네? 몇 10미터 위의 언덕에 나타난 고려무사2는 지금까지의 행동패턴과 달리 매우 당당한 자세로 몸을 드러낸 채 날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벌써 한차례 서로 목숨을 노렸던 처지임에도, 역시 선입견 때문인지 내 눈에는 저 덥수룩한 수염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고려무사2가 어딘지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염만 빼면 기본 인상이 국민 배우 안성기씨 닮아서 그런 것 같기도… 아, 그러고 보니 사직촌에 나타난다는 고려무사의 인상착의도 저런 타입이었지? 고려무사2가 실은 1…? 에이 설마~라는 생각은 들지만… 한 번 물어나 볼까?
“이봐, 당신……”
우이쒸~! 갑자기 고개를 돌려 생까 버리네? 내게 볼 일이 있어서 나온 거 아니었나?
“다카쿠마 류의 무사들-!”
사무라이들에게 외치는 고려무사2의 음성은 예상보다 카랑카랑했다.
“다카쿠마 오와이마루에게 듣던 것과 다르구나. 한심하군.”
아차~! 저 아저씨, 이제 보니 대교가 기껏 기를 죽여 놓은 사무라이들을 자극하는 것이 목적이었구나. 과연…! 고려무사2의 몇 마디 비웃음에 사무라이들의 분위기가 일제히 반전했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저건 대체 무슨 분위기야? 저마다 처음 쳐들어 올 때처럼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어딘가 다른 느낌이었다. 자기 유파의 자부심이 짓밟힌 분노나 오기…? 아니, 저들의 눈동자에 어리기 시작한 광기의 근본은… 그래, 저건 ‘공포’다. 고려무사2가 언급한 무슨 마루인지 마당인지 하는 놈의 이름이 그만큼 저들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공포인 건가?
사무라이들의 일변한 분위기를 보며 대교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수신호로 혈랑대의 포진을 앞으로 전진시켰다. 그러나 사무라이들은 물러서지 않고 일제히 찢어지는 괴성과 함께 혈랑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차 격돌 때보다 더 끔찍한 비명과 칼부림 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다시 혈랑대들이 잘 막아내기 시작했지만…
“썅~! 미치겠네!”
분위를 한방에 망가트린 고려무사2를 향해 나는 다시 총구를 겨냥했다. 그러나 역시 방아쇠를 당길 수는 없었다. 고려무사2가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재빨리 언덕 너머로 피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전에 충분히 사격이 가능했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거 하나만으로도 손가락이 뻣뻣해진 거였다. 나는 여전히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사격자세를 취한 상태였지만 그가 다시 나타나도 그를 쏠 자신이 서지 않았다.
동족이라는 사실도 사실이고, 흑주를 찾아다니는 그 고려무사1일지 모른다는 미약한 가능성도 마음의 걸림돌이었다. 거기다… 이런 생각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희박한 얘기지만, 만약 저 고려무사2가 내 조상님… 그 것도 직계라면…? 그럴 경우 내가 저 고려무사2를 살해하는 순간 나는 어찌 되는 거지? 그 순간 나도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시간의 복원력에 의해 내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조금 다른 과거를 가진 내가 되는 걸까? 조상님과 성씨가 바뀌어 진 유준이 김유준이나 박유준 혹은 이유준이 된다거나… 어… 유유준…? 이게 가장 이상하다. 으으~ 저 빌어먹을 동족 아저씨때문에 별의별 생각이 다 나는……
[ 주인님, 주의하십시오. 궁수의 행동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
몽몽의 경고에 문득 정신을 차려 적의 행동, 몽몽이 언덕 위 바위들을 투시해 고려무사2의 인체 윤곽을 잡은 영상에 주목해 보았다. 움직임으로 보아 길고 탄력 있는 나무의 가지 같은 걸 한쪽으로 잡아당겨 뭔가에 고정시키려는 듯한… 가만, 탄력 있는 나무…? 아, 설마…? 나는 고려무사2가 활처럼 크게 휘어진 나무 가지 위로 몸을 싣는 순간 이미 자신의 활에도 화살을 매긴 자세라는 걸 깨닫고 다급하게 외쳤다.
“모두 조심해! 공중에서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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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함소리와 거의 동시에 좌측 언덕으로부터 인간 화살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나무 가지의 반발력에 경공을 가미했는지 순식간에 반대편 언덕으로 날아가는 인간 화살의 형체 속에서 두 줄기 섬광이 갈라져 나왔다. 한 발은 혈랑대 한 명의 등에 꽂혔고, 또 하나는 다른 혈랑대의 목 줄기에 박혔다. 그들의 허무한 죽음을 카메라처럼 찍어낸 내 눈동자는 발작적으로 우측 언덕을 향해 돌았다. 거기에 사뿐히 내려 선 고려무사 2, 아니 우리의 ‘적’이 다시 내 부하들에게 화살을 날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나도 방아쇠를 당겼다.
“꽝~!” 첫 발의 굉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나는 적을 향해 연이어 방아쇠를 당겼다.
“꽝!꽝!꽝!” 불꽃과 함께 사방으로 돌가루가 흩어지는 너머로 적이 다급하게 신형을 날려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포착된 움직임으로 보아 맞지 않았거나, 맞았더라도 잘해야 경상…
[ 왼쪽 옆구리에 출혈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정확한 측정은 어려운 거리입니다. ]
“빌어먹을! 그래도… 흔들렸나…? 몽몽, 넌 계속 그쪽 감시해.”
나는 이를 악물며 전세를 돌아보았다. 기습적으로 강력한 내력이 담긴 화살 공격을 당해 흐트러지기 시작한 방어진이 사무라이들의 악귀 같은 공세에 무너져, 싸움은 결국 처음에 우려했던 난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교와 뒤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들이 가세해 아직 내가 있는 곳까지 밀리지는 않고 있었지만 아까와는 달리 우리편에도 여유는 없었다. 정면의 사무라이를 상대로 싸우는 사이 등뒤의 적에게 공격을 당하기 직전이던 혈랑대를 비연대 여자 무사 하나가 도와 구했다. 그러나 그 직후 비연대는 또 다른 사무라이의 칼에 베이며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 백상이 적 한 명의 배에 검을 찔러 넣는 모습이 보였다. 피를 토하던 사무라이가 물귀신처럼 자신의 배를 찌른 백상의 검과 손을 움켜쥐었다. 손을 뺄 수 없어진 백상에게 기다렸다는 듯 한 명의 사무라이가 달려들었다. 자신의 동료와 백상을 동시에 베어버릴 기세였던 사무라이는 갑작스런 충격에 비틀대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에 난 구멍을 내려다보며 털썩 쓰러져 버렸다.
조준선 너머로, 내가 생전 처음으로 사살한 적의 시체와 그럼으로써 구출한 아군 백상의 놀란 모습이 보였다. 내 심장은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미쳐 날뛰고 있었지만 머리 속은 얼음물 속에 잠긴 듯 아프도록 서늘했다.
“우선 한 놈……”
애써 익숙한 척 지껄여 본 순간 서리가 내리 듯 소름이 전신을 덮어갔다. 그러나 나는 거의 기계적으로 다시 내가 구해 내야 할 아군을 찾아 시선과 총구를 옮겨갔다.
“꽝! 두 명……”
“꽝! 세… 명……”
“꽝! 넷……!”
…총소리 때문인가…? 귀속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커지며 주변의 다른 소리며 움직임이 다른 세상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고 그 요란하던 내 자신의 심장 박동조차도 차츰 느껴지지가 않았다. 몇 발인가를 더 쏘았을 때, 견디기가 어려워진 나는 총에서 얼굴을 떼고 소매로 이마의 땀과 눈가를 훔쳤다. 제기, 쪽팔리게……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한 손으로 스스로의 뺨을 소리나게 친 다음, 다시 천천히 상황을 살폈다. 이제 전황은 거의 우리 병력의 일방적인 분위기였다. 기본적으로 현격히 밀리는 전력임에도 그토록 광기에 사로잡혀 멈출 줄 모르던 사무라이들이었지만, 내 사격이 시작된 이후 그들을 사로잡고 있던 광기 어린 살기는 미지의 공포에 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대교! 모두 뒤로 물러서라!”
난 K2를 연발로 바꾸면서 목청껏 퇴각 명령을 내린 후, 길 옆 언덕의 한 점을 지정해 갈겼다. 우리 병력은 내 명령에 따라 일제히 싸움을 멈추고 물러나기 시작했고 내 연발 사격의 기세에 찔끔한 사무라이들 역시 더 이상은 따라 붙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약간의 사이를 두고 조금 분위기가 진정되었다 싶었을 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우릴 이길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더 이상 무모한 싸움을 하지 말고 물러나.”
사무라이 무리들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점에서 대장인 내가 왜 싸움을 중단시켰는지 잠시 의아해 하는 듯 했으나, 한 놈이 재빠르게 나서서 소리쳤다.
“우린 선발대의 임무를 다할 뿐이다. 우리 다카쿠마 류의 무사들은 명예로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말에 다른 놈들도 새삼 동조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었다. 내가 자신들의 결사적인 모습에 질려 전의를 잃었다고 판단한 건지 녀석들은 자신들의 가미가제 식 공격에 자부심을 느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명예로운 죽음… 좋지. 그런 말에 세뇌되어 악착같이 달려드는 것은 좋은데… 상대를 좀 봐가면서 해. 내가… 아니, 내 부하들이 너희들의 결사적인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 같나……?”
나는 내 안에서 타오르는 감정을 누르려 애쓰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 더 계속하면……”
나는 나도 모르게 뿌득,하고 이가는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다시 방아쇠가 당겨졌고, ‘명예로운 죽음’ 운운하던 몸이 복부를 끌어안으며 주저앉았다.
“그게 명예로워? 꽤나 명예롭겠다!”
내가 다시 다른 놈을 겨누자 놈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땅을 굴렀다. 그러나 난 그 전에 이미 사격자세를 푼 상태였다.
“나… 솔직히 말해, 사람 죽이는 거 싫다. 그러니까… 돌아가. 더 이상… 내게 너희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강요하면… 나 진짜 미친다.”
나는 새삼 눈앞에 어지럽게 널 부러진 시체와 피의 파편들을 보았다. 일본의 특기(?)인 가미가제 공격… 좋게 표현하자면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한 무사의 비장한 공격이겠지만, 그 것도 결국 상대 마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전술의 하나일 뿐이다. 문득, 그런 일식 비장함에 지저분한 양아치처럼 자기 몸을 자해하던 사갈새끼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고, 그러자 내 입가로 천천히 웃음이 번져 갔다.
“제발… 빨리 돌아가 줘. 부탁이야. 여러분.”
계속되는 앞뒤의 공포에 오도 가도 못하던 녀석들이 비로소 한 두 명씩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사갈서생에게… 전할 말은 없소?”
“…기뻐하라고 해. 내가 진심으로 녀석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말야.”
명분을 찾음과 동시에 녀석들은 앞 다투어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웬지 온 몸에 힘이 빠져 조금 비틀대야만 했다. 흑주의 부축을 받아 마차 지붕에서 내려오고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다시 처참한 시체와 파편들이 시선 속으로 들어왔다. 다음 순간, 나는 상체를 기역자로 꺽고 정신없이 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고… 눈물과 콧물까지 함께 흘러나와 추한 몰골이 될 정도로……
얼마 후, 마차와 K2에 몸을 기대고 앉아 쉬고 있다가 다시 문득 주변을 살펴보니 대교와 몇몇 혈랑대가 날 둘러싼 채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결국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난 대체 왜 새삼스럽게 구토를 참지 못했을까……? 인간 진유준, 20세기의 평범한 남자로써 살아오며 딱 두 번 진짜 인간의 시체를 직접 본 일이 있었다. 사회에서 한 번, 군대에서 한 번… 그러나 그건 이 빌어먹을 시대에 오기 전의 얘기다. 지난 1년 동안 난 셀 수도 없이 많은 인간의 처절한 시체를 봐왔고 그 때마다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버텨왔다. 근데 왜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저 시체들이 내 손으로 죽인 자들이라서…? 아니면 그걸 강요한 대상에 대한 증오…? 아니, 어쩌면 그건… 자신의 살인에 대한 혐오감을 굳이 표현하려는 내 얄팍한 본능……?
“대교,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 난… 단 세 발 째에… 익·숙·해·져 버렸어.”
나는 아직도 가벼운 흥분으로 떨고 있는 내 손을 들여다보며 그만 헛~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 말했다.
“결구욱~! 똑같은 놈이었잖아, 난! 그렇게 혐오하던… 원판과……”
“예…? 누굴 말씀하시는 지……”
[ 주인님, 정신 차리십시오! ]
대교의 의아한 반문과 몽몽의 다급한 경고는 거의 동시였다. 그러나 난 잠시 사이를 두고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들 본래 주인 말이다. 독각와룡… 아니, 극악서생 진하운… 진심으로 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엄한 내 고백에 대교는 잠시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 경고합니다! 이런 일탈 행동을 지속하면 사용자 등급의 비상 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통역도 제한할 수 있습니다. ]
나는 내가 먼저 통역을 중지시켰다.
“짜식…! 괜한 참견하지 마. 갑자기 그런 정도 말한다고 얘들이 날 의심할 것 같으냐?”
[ 그런…… ]
“모르겠냐…? 난 잠시 스스로에게 솔직한 척을 해서 오히려… 마음을 진정시킨 것뿐이야. 게다가… 조금 전의 내 모습에 대한 변명도 겸해서……”
[ 이번 방법은 이해하기 어려운…… ]
이때, 아주 때맞춰 대교가 끼어 들었다. 그녀는 걱정을 담뿍 담은 태도로,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고, 곡주님… 스스로 정한… 금기를 어기신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진정하시는 것이……”
[ …… ]
“몽몽… 난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너무 빨리 회복하는 나 자신이 싫었던 것뿐이야. 그러나 그거도 지금은 사치스러운 감정일 뿐이지. 이 정도로 끝낼 거야.”
[ 그렇…습니까? ]
확실히… 빨리 회복될 수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이번 전투에서 고려무사에 대한 내 어정쩡한 대응 태도 때문에 부하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 여기서 더 무기력하게 부하들을 희생시킬 거라면 차라리 내가 먼저 총 물고 죽자.
내가 계속 우리말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자, 대교는 그런 내 모습을 더 다른 부하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날 부축해 마차 안으로 이끌려고 했다. 그록 침착했던 대교지만 ‘오랜만의(?) 살인’에 맛이 가버린 듯한 내 상태에는 걱정을 감추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난 그런 대교의 팔을 가볍게 뿌리치고 자세를 바로 했다. 자, 몽몽. 통역 재개.
“난 괜찮아. 그보다 우리 피해 상황부터 파악해서 보고해. 실시!”
대교는 갑자기 힘이 들어 간 내 명령에 조금 얼굴이 밝아지며, 소교를 불렀다. 곧 달려온 소교의 보고에 의하면… 사망 7인, 중상 3인, 경상 7인… 제기,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적의 손실은 우리의 거의 두 배입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 놈들이야, 저희들 말대로 선발대일 뿐… 아마도 차고 넘치게 준비해 뒀겠지. 출발하기 전의 지시는 취소한다. 전력을 집중해서 돌파하는 거다.”
내 말에 모두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지만, 이내 지워지고 있었다. 극악..이 정신을 차리기만 하면 어떻게 든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군들… 진심으로 미안해. 원판이 아니라서…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도 정말 어중간하게 안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