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17-2화 : 신비인(神秘人)? 진유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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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2부 – 17-2화 : 신비인(神秘人)? 진유준.(2)


3-2. 신비인(神秘人)? 진유준.(2)

“몽몽… 여기 영약(靈藥) 없냐? 한 방에 초특급 고수 되는 영약!”

[현재 확인된 장소, 즉 와룡전 모든 장소에서의 영약 재 탐색은 무의미합니다. 이미 저의 모든 기능을 이용해 확보된 상태이며, 그 영약들은 주인님이 지금부터 스스로 행성 에너지 흡수 및 축적 작업에 들어갔을 경우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1%의 보조 상승 효과가 예상됩니다.]

“그래, 그러니까… 잘해야 우리 시대의 건강 보약 수준의… 뭐 그런 약들이란 얘기잖아.”

“그렇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확보된 몇몇 종류의 영약은 모두 대교님에게 지급된 상태입니다.”

“알아 임마. 그냥 갑갑해서 한 말이야.”

[주인님의 표현, ‘한 방에 초특급 고수 되는 영약’은 현 시대는 물론이고 제가 검색할 수 있는 모든 시대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의 대교님의 경우에도 이 시대 상위 랭커가 되기까지에는 기간이…….]

“갑갑해서 그냥 한 말이라니까? 내가 바보냐, 초인 무협지하고 현실을 혼동하게…? 에이 쒸~! 몽몽 너, 나 놀리는 거지?”

내가 공연히 핏대를 내자, 바로 요정 몽몽이 출동(?!) 한다.

[그럴 리가요…! 전 다만, 앞으로는 주인님의 무공 습득이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베이직 모드로 답변 드린 건데… 불쾌하셨어요…….?]

“끄으음… 이 녀석, 이제 내 패턴을 완전히 눈치 깠구나.”

[헤헤~! 너무 화내지 마세요. 여러 가지로 서두르게 되신 심정은 알지만, 이 경우는…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 아닐까요? 주인님은 여전히 미지의 능력을 가진… 그러나 무공은 잃은 상태…….]

“그거야… 음… 그래도 좀 약해. 비화곡주야 전통이라도 있었지. 지금의 나는 전부 비화곡주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로 구축된 인물이야. 한 발만 삐끗~ 하면 바로 ‘저 인간 알고 보니 X도 아니네’ 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단 말야. 게다가 대교 저 녀석은 명색이 비화곡주 측근이라고 눈이 엄청 높아져 있으니, 웬간히 잘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선……”

에구, 얼결에 속마음까지 털어놓고 말았다.

[흐음…! 역시 여러모로 힘드시겠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다 주인님이 자처하신 길인 것을~!]

“몽몽, 그만 꺼져 줄…….”

[넵! 제 1 구현 형태… 아니, 요정 몽몽!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씩씩하게 한 손을 이마에 올려 경례까지 붙이고 나서야 사라지는 요정 몽몽…! 으… 특급 미래 지능형 로봇답게 ‘진화’가 엄청나게 빠르기도 하지… 이미 여우 (?) 요정 급이로구나.

“뭐… 하여간, 내가 극악..이었을 때, 본래의 나에 대해서 언급한 말이나 전부 뽑아 줄래?”

[예. 문자와 음성,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둘 다. 가능한 한 당시 분위기까지 알아야 하니까 말야.”

[가능합니다만, 현재까지 누적된 ‘대화 데이터’ 중 약 80%는 4패턴으로 압축되어 있음으로 평균 검색 시간의 약 120%가 더 소요됩니다.]

“알았다. 네 말대로 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해.”

나도 대충은 기억이 나긴 했지만, 나중 몽몽의 기록을 다시 보면서 아무리 사소한 것도 미리 체크해 놔야 할 것 같았다. 하여간, 난 항상 이 놈의 입이 말썽이다. 아무리 가끔 날 무시하는 녀석들이 있어도 좀 자제했어야 했는데… 음…? 근데, 가만…? 무심코 명령을 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몽몽 녀석, 전에 자기도 기억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 일상 대화 정도의 가벼운 데이터는 거의 저장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었나? 삭제된 거 복구가 아니라 압축해 놓았다……?

“이봐, 몽몽!”

[예!]

“너, 전에… 그러니까… 음-! 아니다. 그냥 나중에 얘기하자.”

나는 일단 궁금증을 참기로 했다. 갈수록 몽몽이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것은 느끼고는 있었지만, 아직은 공연히 캐물어서 서먹한 사이가 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 언제인가 떠올렸던 상상… ‘몽몽이 미래 사회에 침투한 금속형 외계인으로써 인간 정보를 수집 중’이라던가, 그런 수준의 ‘수상한’…은 설마 아닐 테고, 미래 여자 진이 내 개인 프라이버시고 나발이고 과거 사람들의 모든 생활 패턴을 알아 놓으라는 명령을 남겼다거나… 뭐, 그런 정도가 아닐까? 그 것도 물론 꽤 불쾌하지만, 이 시점에서 몽몽을 추궁한다고 해서 녀석이 자기 임무를 때려칠 것도 아닐 테니 공연히 벌집을 건드릴 필요는… 에효~ 인간 진유준. 진짜 엄청 소심해졌다. 한 번 화끈하게 죽어 봐서 그런가…? 평균적인 기분은 ‘두 번째 삶’에 대한 기쁨이 앞서면서도 웬지 전보다도 모든 일에 많이 신중해진 것 같기도 하고……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 때문에 피식, 웃고 말았다. 신중해졌다는 놈이 이제는 사실상 비화곡 짱이 되어버린 대천마와 야쿠자의 선조들 떼거지에게 복수하겠다고 나서냐?라는 생각… 훗~! 그래……

“난, 나야!”

[ …예? ]

“아냐, 몽몽, 너한테 한 말 아니라구.”

나는 기쁘게 복수를 준비하는…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상태에서 다시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흠… 역시 난 아직은 군바리… 전투용 장비들을 손에 들고 용도를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복잡한 생각들이 한 켠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 다음 날. 드디어 와룡전을 떠나기로 한 나는 우선 그동안 대교에게 준비시켰던 것을 내놓도록 했다.

“진대가…! 말씀대로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대체 이 것을 어디다 쓰시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대교가 내게 내민 것은 한 권의 책이었는데, 그건 지난 며칠 동안 내 명령에 따라 그녀가 직접 쓰고 그림까지 그려서 완성시킨… 생사금마도결의 비급이었다.

“음… 역시 대교, 그림 잘 그렸네…? 이 정도면 화가로 나서도……”

대충 훑어본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대교가 약간 뾰족한 목소리를 냈다.

“진대가! 생사금마도결은 곡주님이 제게 남겨 주신 무공입니다. 어째서 굳이 비급으로 남기라 하셨는지요?”

응…? 이거 어째 뭔가 오해하고 있는 분위기……?

“대교… 나 이거 안 봐도 내용 다 알아. 아우와 나는 모든 지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 안 했나?”

상대가 아무리 대교라도 조금 불쾌해진 내가 그렇게 쿡 찔러 주자 대교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예? 아… 물론, 그러시다는 건…….”

칫…! 대교 너… 인간이 그러는 거 아니다. 아무리 네 기억 속의 곡주에 비교해 지금의 내가 폭탄(?) 수 준이라도 그렇지… 자꾸 그렇게 차별대우하면 나도 스팀 받는 다 이거야. 내가 너라서 지금까지 참았지, 본래 그렇게 성격 좋은 사람인 줄 아니…? 너도 한 번 당해 볼 텐데?

“음… 실은, 이거… 줄 사람이 있어서 말야.”

“예? 무, 무슨… 설마 생사금마도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시겠단 말씀입니까?”

“응, 이번 비화곡주 암살의 주모자…! 그가 이 생사금마도결을 원하고 있거든. 그 것도 아주~ 절실하게!” 폭탄의 폭탄 선언에 대교는 잠시 폭탄 맞은 패잔병처럼 넋을 잃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교 쪽의 폭발 카운트다운… 쓰리, 투… 원… 제로!

“진대가아~!”

대교는 별안간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며 청명검을 뽑아 들었다.

“설마, 설마… 당신이, 당신이……!”

당장이라도 대교의 청명검에 목이 싹둑~!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졸라 무서웠지만, 나는 싸나이 존심 하나로 애써 눌러 참으며 씨익~ 웃어 주었다.

“내가 뭐? 혹시 나도 배신자냐고? 아니면 내가 바로 최후의 배후 인물…? 훗~! 이봐, 이봐… 여기 셋째 장하고, 열두 번째 장… 내용이 좀 이상하잖아. 아니… 뒤에도 몇 군데 틀렸군. 흠… 설마 네가 자신의 무공조차 잘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 테고… 대교 너, 내가 생사금마도결을 이미 알고 있다는 말… 안 믿었지?”

대교는 당장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듯 가늘게 떨고 만 있었다. 나는 속으로는 ‘대교야 부디 참아다오, 너 그렇게 막 나가는 애 아니잖니, 응?’ 그러면서 떨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여유 있게 변폼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봐, 대교. 내가 뭐 하러 다 알고 있는 걸 다시 탐내겠어. 안 그래?”

“그, 그렇다면… 그렇다면 어째서 그걸 흉수에게 주겠다는 말을……”

“그야, 주긴 줘야지. 그 자가 이걸 노리고 있는 건 사실이고… 생사금마도결의 유일한 전승자로 알려진 너를 결코 놓치려 하지 않을 테니까 말야. 아니, 그 자라면 나 역시 의심하고 있을지 모르니 네 탓만을 할 수는 없겠군. 어쨌든… 현재 흉수에 대한 증거가 없는 한, 이대로 떠나면 앞으로는 오히려 우리가 비화곡의 반역자로써 비화곡 전체를 상대로 싸워야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당연히 후사를 도모하기도 어렵게 되겠지.”

“뜻은… 알겠습니다. 허나… 생사금마도결은, 그 것은 저와 곡주님만의… 그, 그 것을 정녕 흉수의 손에 넘겨야 한단 말입니까? 아, 아니 됩니다. 그럴 수는…….”

오호~! 너, 건수 잡혔어!

“대교! 넌 내 아우의 원한을 갚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 것은 입에 발린 말뿐이었느냐? 한낱 무공 구결에 얽매여 대세를 바로 보지 못하다니!”

난 어리석은 아랫사람을 꾸짖는 애꾸눈 궁예 모드로… 그러나 실제로는 그동안의 차별대우에 한 맺힌(?) 나 진유준 본래의 심정으로 계속 무섭게 쏘아 붙였다.

“이제 보니 나와 내 아우가 널 잘 못 보았구나! 내 아우는 이제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리~!”

에… 마지막은 좀 오버인가…? 후우~ 그래도 이젠 속이 다 시원하군. 어째 조금… 속 좁은 놈이 된 기분은 들지만서도…….

“…죄송…합니다. 소녀가 너무 경망스러워 앞뒤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흠, 이 것이 기가 거의 죽기는 했는데… 어쩐지 아직도 약간 버티는 느낌이 드는군.

“진대가의 깊은 뜻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허나… 비급을 넘긴다 하여 과연 그자가 우릴 곱게 놓아 줄런지는…….”

역시, 마무리 펀치가 필요하겠구먼.

“이제야 알긴, 뭘 알아. 이봐, 대교… 아직도 내가 그 자에게 이걸 곱게 넘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예……?”

“내가 널 꾸짖은 건, 생사금마도결에 연연한 것 하나 때문이 아니야. 난 네가 좀 더 총명하다고 생각했거늘…! 대교, 내가 너에게 준비하라고 한 것이 하나 더 있을 텐데?”

“아, 그건……?”

졸지에 ‘너 바보지?’라는 소릴 들은 꼴이 된 대교가 당황한 태도로 황급히 품에서 작은 가죽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거기에 내가 지시 받은 대로 대교 자신이 적어 놓은 글귀는 이러했다.

생사도출강호(生死刀出江湖)
거탐자부득자(巨貪者否得者)
아행일추득자(我行一追得者)

그걸 다시 읽어 본 대교가 내게 시선을 돌렸을 때, 나는 한 손에는 생사금마도결 비급, 다른 손에는 화섭자(火燮子. 말린 기름 종이가 담긴 통.)를 들고 살짝 흔들어 보였다.

“꼭, 온전히 내 줄 필요는 없지 않겠어?”

뭐… 오늘 내가 이 곳을 떠나기 전에 대천마에게 남길 메시지는 사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거의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대천마는 알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비급이 내용 중 일부만을 알아볼 수 있게 적당히(?) 불에 탄 모습과 그와 함께 남겨진 총 열 여덟 자 글귀를 합친 의미를…….!

생사도… 즉, 생사금마도결이 강호로 나갔으나 떼거지로 몰아붙이면 못 가져. 책처럼 불타 버리는 수가 있다, 응? 뭐… 나 튀는데 혼자 쫓아오면… 까짓 거, 줄…지도 모를 껄?

내 해석은 다소 썰렁하지만, 대천마에게도 최소한 우릴 너무 코너에 몰면 막 나가겠다는 뜻은 확실하게 전달이 될 것이다. 대천마가 정말 단신으로 쫓아 온다거나 하는 거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적어도 비화곡 전체를 동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당장 대교의 반응이 어떨지가 문제인데… 음… 나의 마무리 펀치는… 흐… 다행히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대교가 드디어… 내게 무릎을 꿇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한 상태에서 이미 뽑아 들고 있던 청명검을 거꾸로 쥐어 내게 바치듯 내민 저 자세는 내 검, 내 무공을 당신께 바칩니다라는 맹세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소녀가 어리석게도 그 동안 진대가의 신기를 의심하였습니다. 부디 무례를 용서하시고, 저를 흉수들의 목을 치는 진대가의 검으로 써 주십시오.”

“…그만 일어서라, 대교.”

“용서해 주신다고 하시기 전에는 일어서지 않겠습니다.”

“훗~!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느냐. 네 행동은 다 내 아우에 대한… 충절에서 온 것! 어서 일어서라.”

비로소 기쁜 표정으로 일어서는 대교를 보니, 그 동 안의 ‘믿고 싶은 마음과 의심하는 마음’의 저울질에서 믿음이 우세를 거둔 것이 역력해 보였다. 나는 최종 확인 작업으로 손을 내밀어 대교의 어깨에 손을 얹어 툭툭, 두드려 주었다. 내 격려의(?) 손길에 대교는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감사의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계집애에게 참살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드디어 군기 잡기에 성공한 것이다.

“…잠시, 여기 있어 줄래?”

대교에게는 그렇게 말해 놓은 다음 나는 천천히… 우아한(?) 걸음으로 내 처소를 빠져 나와 와룡전에서 가장 후미진 곳(?)을 찾아 들었다. 그 곳의 바위 하나를 붙들고 선 나는 잠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

“몽몽… 나… 나 있잖아… 나도… 똑똑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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