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21-3화 : 기연(奇緣) 속으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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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2부 – 21-3화 : 기연(奇緣) 속으로.(3)


다음 날 아침.

나는 몽몽의 호들갑스러운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이봐, 몽몽… 오늘 오전은 좀 쉰다고 했잖아.”

[이럴 때가 아닙니다, 주인님! 빨리 머리맡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술 마신 다음 날이라 잠결에 짜증이 조금 났지만, 결국 나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보았다.

“뭐…야, 이게?”

나는 머리맡에 놓여 있던 새끼손가락만 한 길이의 작은 풀뿌리 같은 것을 집어 들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금동이를 돌아보았다.

“너냐…? 네가 가져다 놓은 거니?”

금동이는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끼익, 끽끽하며 웃었다. 몽몽이 남몰래 금동이를 교육시켜 왔기에, 언젠가는 어지간한 의사소통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도 금동이가 화를 내거나 기분 좋을 때는 구분이 간다. 뭐, 여하간…

“훗…! 숙취 해소용 약초라도 되는 건가?”

[그 이상입니다, 주인님. 비화곡 성지에서 대교님께 지급되었던 영약 이상으로 행성 에너지가 축약된… 즉, 특급 초목류 영약입니다.]

나는 헛~!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그럼… 아, 너 저 녀석에게서 니 하위체 회수했니?”

[조금 전 완료했습니다. 약 한 시간 전, 코드명 금동은 주인님이 찾으시던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방문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잠이 확 깨면서도 한편으로는 멍하니 금동이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놈이 그렇게도 그 장소로 가지 않더니… 세상에… 술을 퍼 먹인 게 정답이라니.

“금동이 이 놈…! 강호인들이 탐내는 영약을… 넌 숙취 해소로 쩝쩝대고 살았으니… 그러니 꼬리 원숭이가 금모신원이 될 수밖에…”

금동이는 내 어깨에 매달려 애교를 떨며 얼른 안 먹고 뭐하냐는 듯 재촉하는 몸짓을 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이 초목류 영약을 바로 입에 넣을 수 없었다. 영약을 섭취하려면 준비 과정이 필요한 데다, 다른 문제도 있었다. 내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금동이는 내게서 내려가더니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천우신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순간적으로 갈등했지만, 결국 나는 금동이를 막지 않았다.

“끄응~! 뭐야, 뭐…”

천우신은 입맛을 다시며 투정을 부렸지만 내가 다가가 몸을 흔들어 대자 결국 눈을 떴다. 그리고… 잠시 후.

“이건 설마… 이 독특한 향기는 고려인삼?”

천우신은 자신의 머리맡에도 놓여 있던 초목류 영약에 무지 놀라며 감탄했다. 나도 인삼 향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몽몽의 분석으로 보나, 우리 시대 인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시대… 아니 하여간 고려인삼이… 중원의 영약과 비슷한 효능이 있다는 말인가? 설삼과 같은…”

내가 중원에서 꽤 유명한 영약을 언급하자 천우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고려인삼이 귀한 약재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아는데… 그럼 다른 건가? 향기는 분명 전에 맡아 봤던 고려인삼 같은데…”

“…같은 땅에서 난 산삼이라면… 어떨까?”

“…설마… 설삼과와 학령초를 훨씬 능가한다는… 그… 동천만년영삼?”

“글쎄, 호칭은 뭐 그렇다 치고… 난 어째 그쪽 같아.”

“맙소사…! 적어도 천 년은 동천만년영삼이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없었는데… 설마… 설마 그게 두 뿌리나…?”

천우신은 새삼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내 생각에는 천 년씩이나 묵었으면 이 정도 크기가 아닐 거야. 뭐… 고려 땅에서 난 산삼이 맞다면 이렇게 작은 것도 굉장한 거라 생각하지만 말야.”

“그, 그렇군. 천 년 전의 동천만년영삼은 분명 세 치(약 9센티미터)가 넘는다고 했지.”

몽몽이 측정한 바로는 이 작은 한 뿌리가 성지에서 대교가 먹은 수많은 영약들 전부의 절반 정도는 된다고 했다. 우리 시대보다 약 34배에 이르는 이 시대의 행성 에너지를, 아니, 몇 천 년 전이라면 더 엄청났을 텐데… 그걸 압축한 산삼이 천우신 말한 크기가 될 때까지 묵는다면… 과연 소화나 시킬 수 있을까? 혹시 먹는 즉시 인간 핵폭탄이 되어 ‘쿠콰쾅~! 고오오오~!’ 하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정도의 현상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동천만년영삼… 그게 천 년 전의 이마신과 정도이천을 탄생시켰다는 건 나도 책에서 봤네. 혹시 다른 얘기 아는 거 있나?”

“본래… 당시 동천만년영삼을 나누어 먹은 고수들은 모두 여덟 명이었다네. 그중에서도 뛰어났던 마파의 두 명과 정파의 두 명은 간신히 동천만년영삼의 효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지만, 다른 네 명은… 주화입마로 세상을 하직했다는 설이 있지.”

내 그럴 줄 알았다. 어떻게 그 귀한 것이 중원에 흘러들어왔는지는 몰라도, 그 밀수(?)의 대가는 컸던 거지, 암.

…어쨌든, 앞서거니 뒤서거니 냉정을 되찾은 우리는 결국 거의 동시에 금동이에게 시선을 모았다. 우리 옆에서 팔자 좋게 뒹굴고 있던 금동이는 우리의 탐욕스런(?) 눈초리를 느끼고는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세 시간 후.

우리는 결국 금동이를 꼬드겨 문제의 장소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내가 혼자 몽몽의 안내로 찾았다면 훨씬 빨랐겠지만…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를 배신하고 싶지는 않았다.

찾아낸 장소는 우리가 어제까지 뒤졌던 연옥도 간판(?) 바위 반대편 절벽에 위치한 동굴이었다. 가파른 절벽이어서 그 아래 바다는 죠스가 출몰하는 위험한 곳이었고, 접근이 쉽지 않았다. 결국 칡 덩굴로 만든 밧줄을 잔뜩 만들어 타고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한 가지 결단을 더 내려야 했다. 동굴의 입구가 금동이만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너무 작았던 것이다.

“오래 전에 입구 쪽 바위가 무너진 모양인데… 내 내력으로는 쉽게 깨기 어려울 것 같군.”

천우신은 자신의 장력으로 바위를 부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는 듯했다.

“아니… 내게 맡겨.”

결국, 나는 마지막 한 발의 수류탄을 동굴 입구를 부수는 데 쓰기로 했다.

잠시 후, 나는 넓어진 동굴 입구로 들어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우… 그래, 내 전우 천우신… 널 믿어 보마.

꽤 깊게 이어져 있는 듯한 동굴 안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화섭자의 불을 밝혀 걸음을 떼었다. 그때, 천우신이 갑자기 날 불러 세웠다.

“잠깐! 나 좀 보세, 유준.”

나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 쪽의 정글도로 손이 갔고, 천우신은 내 어깨에 턱 손을 얹었다. 천우신의 얼굴에… 매우 씁쓸한 미소가 여과 없이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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