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40-1화 : 소림사와 미래 여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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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2부 – 40-1화 : 소림사와 미래 여자.(1)


5-7. 소림사와 미래 여자.(1)

구중천은 현재 따로 본부가 없다. 본래는 있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마군들이 따로 국밥으로 놀다 보니 어영부영 폐쇄되어 버렸고,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주로 초사마군의 별장으로 모여 일 처리를 결정하곤 했다고 한다.

내가 마군황에 등극한 후 머물게 된 장소는 바로 그 초사마군의 별장이었다. X뺑이 쳤던 마군황령의 한쪽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산에 위치해 있어서 창 밖을 내다볼 때면 새삼 알싸한(?) 감흥이 느껴지곤 했다. 나는 그런 곳에서 일주일이나 꼼짝도 않고 요양을 해야 했다. 물론… 그건 남들이 보기에 그런 거고 사실 가끔씩 유체이탈로 나의 “제 2호 신체(원판)”에 도킹하여 중요한 일은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 그나저나…… >

거울에 비친 내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살피다 보면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집에 돌아갔을 때 내 얼굴과 몸에 난 흉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다.

[ 안면부 같은 경우, 이대로 순조롭게 아물게 되면 크게 눈에 띄이는 흉터가 남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 그래도 가족들, 특히 우리 엄니는 단박에 알아보실 걸? 군대에서 아들 몸에 미싱질(?)해놨다고 무서운 우리 엄니가 분노하게 되면… 대한민국 특공대 하나가 억울하게 초토화될지도 모르지. >

[ 예에~? 주인님 어머니가 그렇게 무서운 분이세요? ]

< 훗-! 말이 그렇다는 거야, 요정몽. 우리 어머닌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지만… 흔히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라고 하잖아. >

[ 으응… 하지만 웬지 주인님 어머니는 아주 특별한 분일 거 같아요. ]

< 뭐 별로 그렇지는 않아. 감성이 예민하셔서 가끔 식구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기 전에 꼭 악몽을 꾸신다 는 말씀을 하곤 하셨지만… 어, 그러고 보니 내 “직관력”은 어머니께 물려받은 건지도 모르겠군. >

[ 와아~ 주인님 가족들에 대한 얘기는 첨 들어보는 거 같아요. ]

< 그거야, 얘기하면 더… 보고 싶을 것 같아서 말야. >

[ 아-! 죄송해요. ]

< 아냐, 아냐! 이제 곧 돌아갈 수 있을 텐데 뭐. >

내친 김에 그리고 간만에 가족들 얘기를 하고 싶어져서 말을 이으려는 참이었는데, 때 마침 천우신이 금동이를 데리고 내 처소로 들어왔다. 그는 상의를 벗고 있는 내 상체를 슬쩍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역시 대단해. 벌써 부상이 거의 회복된 것 같군.”

천우신의 등장으로 대화가 끊기자 심통이 난 요정몽이 천우신의 바로 코앞에서 인상을 쓰며 투덜대고 있었지만 당근 그에게 요정몽이 보일 리가 없었다. 나 외에 요정몽이 보이는 건 오직 금동이뿐이었다. 물론 인간은 못 보고 금동이만 볼 수 있는 광선으로 구현하는 거라 금동이가 보는 요정몽은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은 아니라고 한다.

“아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야. 의원(몽몽)도 좋고 약(지하무림 거)도 좋고… 더구나 본래 현천기공을 수련한 자는 회복이 빠르잖은가.”

나는 손을 들어 배를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뱃속이 술을 마셔도 될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걸 알아두게.”

“하하~! 알겠네, 알겠어. 이번 일을 축하하려면 어지간한 명주(名酒)로는 어림도 없겠군.”

천우신이 몇 가지 술 이름을 대며 골라보라고 하는 사이 하녀가 한 명 들어와 탁자 위에 차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정성 들여 차를 따라주고 나간 후에야 천우신은 정색을 하고 탁자에 앉았다.

< 자네가 부탁한 의뢰 말인데… 1차 보고는 들어왔지 만, 아무래도 소림사의 금역(禁域)내 상황까지 알아내는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 >

역시 소림사의 싸가지 진에 대한 얘기였군.

< “진” 혹은 “화선”이라 불리고 있을 여자에 대해… 일단 몇 가지 알아내긴 했으니 들어보게. >

전에 둘만 있을 때는 작성된 보고서를 주더니 이번에는 직접 전음으로 얘기해 주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상황은 몽몽과 내가 추측하고 있던 것과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았다.

< …그 화선이란 여자와 내통한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녀를 체포하여 감금했으며 현재 금역의 담당 승려인 청아(淸阿)… 그리고 금역에 갇혀있는 죄인들 중 누군가… 정도로 추정되고 있네. >

< 청아 스님…? >

< 자네도 들어본 적은 있을 걸세. 나이는 아직 젊으나 깊은 불심과 엄격하고 성실한 자기 관리로 모든 소림승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고… 무공 또한 고강하여 몇 년 전 하북(河北)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초력신마(超力神魔)와 그 제자들을 단신으로 제압한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졌지. 만약 화선이란 여자와의 일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소림사 내는 물론이고 정파 전체에 엄청난 파문이 일 걸세. 물론 아직은 거의 소문조차 나지 않은 상태이긴 하네만…… >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신앙심 깊으며 엄격하고 성실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고승을 유혹해서 파계시켰다…? 아무리 싸가지 진을 떠올리고 이미지를 변경해 보려 해도… 웬지 그림이 안 나오는 걸?

< 현재 소림사의 금역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누군지도 알 수 없는 건가? >

< 오래 전 행방불명된 사마외도의 인물들 중 그 곳에 갇혀 있다는 소문이 있는 자들이 몇 명 있으니 따로 알려 주겠네. 그리고 소림사 승려 중에 30년 전부터 갇혀 있다는 묘선(苗善)이란 인물이 있지. 그 인물에 관한 사항은 소림사 내에서도 극비라 우리도 몇 년 전에야 알아낸 사실인데…… >

어째 많이 들어 본 얘기가 나올 거 같은 흐름이군. “본래는 달마역근경(達磨易筋經)을 가장 깊이 깨우친 고승인데 어느 날 심각한 죄를 지어 갇히게 되었다.”는 식의 무협지 설정은 너무나……

< 본래는 달마역근경(達磨易筋經)을 가장 깊이 깨우친 고승인데 어느 날 심각한 죄를 지어 갇히게 되었다고 하지. >

< …… >

< 놀랍지 않은가? 달마역근경을 통달한 고승이 대역죄인이 되어 금역에 갇혀 있다니 말이야. >

확실히 놀랍긴 하다. 놀란 이유는 좀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거 설마… 싸가지 진이 지금 묘선 대사를 꼬드겨서 달마역근경을 전수받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 가지고는 정의의 사도가 되었다며 사마외도에 속하는 나와 한판 뜨자고 설친다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지?

< 헌데 그 여자와 자네가 무슨 관계인지 물어도 되겠나? >

< 뭐, 본래는 원수 같은 사이지만 내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걸 가지고 있는 여자랄까? >

< 원수 같은 사이? >

< 그래. 내가 그 여자 때문에 고생한 생각하면… 으으~ >

< 이런, 어지간한 여자가 아닌 모양이군. 자네가 여자에게 이렇게 살기를 보이다니…… >

< 에효~ 마음 같아서는 다시 보기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구해 내야 한다네. >

천우신은 내 반응에 웬지 안심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묘령의 여자를 구출해야 한다니까 조금 수상하게 생각했었나 보다. 어찌되었든 남의 사생활인데 왜 지가 신경을 쓰는가… 하는 점은 물론 뻔하다.

< 그보다 자네, 매우 중요한 의뢰가 있어서 이번 소림사 행에는 함께 못 간다고 하더니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나? >

< 아, 그건… 의뢰가 갑자기 취소되었다네. >

< 호오~ 소령이가 오기로 하자마자 갑자기 그런 일이? >

< 그저 우연일세. >

우연일 리가 없으니 평소 같으면 좀 놀려먹을 건수였지만 이번에는 그러기가 어려웠다. 나 역시 함께 대교를 만나게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 재회는… 다시는 그녀와 떨어지지 않을 생각으로 만나는 거다. 그래… 이제 뭐가 어찌 되었든 말이다.

마군황이 된 직후 대교를 호출한 것은 물론 소림사의 싸가지 진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모든 것을 해결하고 갈 때까지 기다려 줄 여자 같지가 않아서 먼저, 혹은 대천마를 상대로 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구출하러 가는 걸로 계획을 바꾼 것이다. 단지 순서를 바꿨다는 것 이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와 대교의 현 위치에서 소림사까지 가는데 필요한 기간은 서로 약 10일 정도 차이가 난다. 내가 그만큼 가까운 위치여서 나는 몸이 어지간히 회복되자마자 초사마군을 비롯한 구중천 마군들 모두를 호출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개별 면담(?)을 통해 선대 마군들이 전쟁에서 잃어버렸던 절기들을 전수해 주었다. 사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연옥서생이 남긴 자료를 토대로 몽몽이 재현시킨 거였다. 거기다가 내가 이번에 얻은 경험으로 버그 패치도 좀 하고… 우리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부활시킨 옛 지하무림의 절기들이었다.

3일 후.

마군들에게 옛 지하무림의 절기들을 전수한 나는 서둘러 구중천을 떠났다. 그전에 초사마군을 추궁… 아니, 추궁할 것도 없이 그냥 묻자 노인네가 알아서 다 털어놓았는데, 역시 마군황 시험 전, 초사마군을 찾아와 나에 대한 얘기를 해준 복면의 사내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입으로 정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처음 나타날 때 그가 초사마군의 공격을 막아낸 수법이 바로 대천마의 독문절기였다나…? 설마 대천마 본인은 아닐 테고 그의 첫째 제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난 결국 그런 방해 공작도 깨고 마군황이 되고 말았으니 앞으로 대천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구중천을 떠나 달리는 마차에서 천우신이 물었다.

“…헌데 이렇게 혼자 움직여도 되겠는가? 대천마가 자네의 존재를 이미 알게 되었다 하지 않았나?”

“뭐… 어차피 지하무림의 눈을 피해서 대규모로 날 노리기는 힘들 테고, 암살 시도 정도일 테니 그 정도야 뭐, 껌이지.”

“껌…? 하하- 또 새로운 표현이군. 하긴, 지하무림이 일단 하나로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그 정보력은 우리 천이단 못지 않을 거야.”

“자네야말로 만약의 경우 나와 함께 있다가 함께 벼락을 맞을 수도 있는데 기어이 함께 가려는가, 친구?”

“나야말로 천이단의 수장으로서… 웬만한 벼락은 껌일세. 하하하하~!”

웬일인지… 아니, 역시 소령이를 만날 생각을 해서 그런가? 녀석은 약간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영화나 소설 속처럼 장면 전환과 함께 바로 도착하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우리가 소림사로 가는데 소요된 여정은 약 보름 정도였다. 대교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기 하루 전의 밤… 우리는 산 속에서 불을 펴놓고 야영하며 천우신의 아버지가 무지하게 아낀다는 양주(무역선에서 입수한 진짜 양주)를 까며 마지막 여유를 즐겼다.

“후후- 어쨌거나 자네가 기어이 마군황이 되다니… 축하하네, 친구.”

“이제와 새삼스럽게, 뭘 또.”

“실감이 안 나서 그래. 자네에 관한 무용담을 들을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특히 마군들과의 마지막 싸움은 지금도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았네.”

“아, 그거? 그게… 그건 좀……”

“…왜 그러냐?”

“아무래도 그건 순수하게 내 실력이 아니었던 것 같아. 연옥도에서 본……”

“자네 설마!”

“아, 아냐. 연옥서생 사부의 ‘와해식(瓦解式)’에 마군들의 무공은 없었어.”

“…그럼 대체 무슨 얘긴가?”

“그래도 마군들의 무공에 대한 자료는 있었거든. 그 무공에 대한 와해식을 따로 만들어 놓진 않았고… 마군들의 무공초식도 지금의 마군들이 쓰는 건 좀 달랐지만 말야.”

내 말에 천우신은 잠시 뭔가 생각해 보더니 다시 입을… 아니 전음을 보냈다.

“그렇다면 결국 옛날 마군들의 무공을 보고 자네 스스로 와해식을 만들어 냈다는 얘기 아닌가.”

“뭐, 와해식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야. 그냥 싸우는 중에 저절로… 웬지 이렇게 하면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던 정도랄까? 그 것도 지금은 대부분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나.”

“이 친구… 괜히 깜짝 놀랐잖은가! 누구나 알 수 있게 정형화된 와해식을 썼다면 몰라도 이런 경우는 다만, 다만… 자네가 잘났다고 자랑하는 것밖에 안돼.”

“윽! 뭔 소리야?”

“깊이 없이 동작만을 조합한 하류무공이나 초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밖에 못하는 하수를 상대로 한 것 도 아니고… 지하무림 구중천의 마군들쯤 되면 그들이 쓰는 초식을 미리 안다고 해서 간단히 제압될 사람들 아니지. 더구나 자네는 당시 내력과 체력이 모두 고갈된 상태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마군들과 싸운 것이 아닌가.”

“그,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난 웬지 컨닝… 음, 하여간 웬지 비겁했던 것 같아서 말야.”

“허어~ 이 친구 참. 다른 건 대범하면서 무공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엄격하군.”

천우신은 몇 번 쯧쯧 혀를 차더니 갑자기 양주 병나발을 불었다.

“크으- 그리고… 무섭군.”

“…뭐?”

“무섭다고 했네. 실제 무공을 구사하지도 못하면서 단지 머리 속에서 연구한 것만으로 강호를 주름잡는 무공들의 와해식을 만들어 낸 사람… 그리고 책으로만 한 번 본 상대의 초식을 실전에서 상대하며 흐름을 잡아내는 남자… 둘 다 말일세.”

중원 최고 정보조직의 짱에게 칭찬을, 그 것도 상당한 극찬을 들은 거 맞지? 쑥쓰럽게 스리……

“거, 뭐… 사부는 그렇다치고, 내 경우는 그리 대단한 게 아냐. 누구나… 특히 천우신 자네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

“내가? 난 그 정도 재능이 없다고 자인하네만……”

“재능의 문제가 아니야. 자네도 나처럼 한 달 동안 잠도 못 자고 수천 명에게 쫓기면서 독에 밥 말아 먹고 마지막으로 뜨거운 불길 속에서 몇 시간 몸을 굽고 나면… 그럼 될 걸세.”

“하하하하하핫~~”

천우신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양하겠네. 난 지금의 무공 익히는 과정도 지겨워서 몇 번이나 도망쳤던 놈일세!”

호오- 천우신에게 그런 어두운(?) 과거가? 아니, 그보다 저 녀석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재능을 가진 놈일 수도 있겠다. 무공 익히는 걸 지겨워하고 게으름을 핀 녀석의 수준이 저 정도인데 만약 맘 독하게 먹고 무공에 매진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 날 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천우신과 금동이는 금방 잠이 들었지만 나는 녀석들과 비슷하게 취한 상태임에도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내일이면 오랜만에… 내 본래의 육체와 영혼으로 대교와 재회한다고 생각하니 기쁘면서도 오만가지 상념이 떠올라 어지러울 정도였던 것이다.

밤하늘을 향해 누운 채 모닥불의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복잡한 고민은 일단 만나서 부딪치며 하자고 결론을 내리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긴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이번엔 웬일인지 수백 년을 초월한 내 라이벌이자 선배 패도광협… 그 양반 생각이 자꾸 났다. 나는 언제인가 정리해 본 그 양반의 프로필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가족 관계.

당대의 이름 높은 학자였던 부친과, 역시 교양 만땅이라고 알려진 모친. 나이 10여 세 때 이미 그 아버지를 능가할 정도라는 평가가 있었다는… 원판급의 천재 형님(당근 나중의 연옥서생). 그리고 친혈육은 아니었지만 부친이 형제를 낳기 전에 거두어 키웠다는 미녀 누님이 한 명 있었다고 함.

―성격.
솔직 담백. 어렸을 때는 매우 애교가 많은 타입의 귀염둥이 소년이었다는 소문이 있음. 무공에 관한 한 역시 천재적인 타입. 무공 이해력과 투지, 집중력, 겸손함과 자신감의 밸런스….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다는 평가.

―독문절기.
현천기공. 생사금마도결. 천지파멸식(天地破滅式)…은 익혔는지 어쨌는지 불확실.

―주요 행적.

  1. 나이 10세 때까지 별다른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암중에 부친으로부터 현천기공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심오한 심법을 전수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함. (아들을 그냥 놀고 먹게 내버려뒀을 아버지가 아니라는 주장임.)
  2. 10세 생일을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로 추정되는 시기에… 정체 불명의 무리들에게 습격을 받아 가문이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함. 사실상 살아남은 것은 “도제(刀帝) 이한영”에게 구출된 두 형제뿐이었다고 함.
  3. 도제의 도움을 받아 두 형제는 연옥도로 은신, 이후 10여 년의 세월 동안 그곳에서 무공을 수련함. 연옥서생의 일기(?)에 의하면 당시 도제는 형제를 구출할 때 입은 부상으로 본래의 내공을 되찾지 못한 채 5, 6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 이후로는 두 형제가 스스로 무공을 연구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보임.
  4. 연옥서생은 그곳에 남고, 동생인 패도광협만이 무림으로 복귀. 그러나 그는 보통 예상되는 “복수의 길”을 택하지 않고 뜬금없이(?)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이름난 고수나 문파를 깨고 다니기 시작했다 함.
  5. 정파 쪽은 소림사의 백팔나한진을 깨는 것을 끝으로 멈추었고, 사마외도 쪽은 마군황의 신화를 만들며 지하 무림을 접수하고 이어 비화곡의 협조(?) 약속까지 얻어냄으로써 사실상 전 무림 세력의 통합을 이룸. 당시의 비화곡 주와는 어떤 형태로든 한판 붙었는데 무승부였다는 설이 있고, 그냥 만나자마자 서로 “삘”이 꽂혀 바로 친구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하여간 패도광협에게 공식적으로 밟히지 않은 곳은 비화곡뿐이라고 할 수 있음.
  6. 본래 패도광협의 본가는 대대로 학자였고 그 부친도 당대 최고였다고 함. 근데 그 학자 나으리께서는 세외의 거대한 세력이 중원을 침략할 것이라는 걸 일찌감치 눈치까고 준비해왔던 모양임. 근데 그 대비책이란 게 임진왜란 전의 십만양병설처럼 현실적인 것도 아니고 “일당 10만의 용사 아들 둘 양육”이었던 거다. 연옥도라는 수련 장소를 섭외해놓고 거기에다 수련에 필요한 영약이며 무공서 끌어모아놓는 등… 그야말로 무협지식 황당무계라고 해야 할 일이었지만… 하여간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 할 말이 없음.
  7. 당시에는 나라 사정이 지금보다도 더 꽝이어서 세외, 혹은 오랑캐의 대대적인 침공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백성들이 죽어나며 무슨 시산혈해(屍山血海)니 하는 사태가 벌어질 참이었다고 함. 그 와중에도 단결이라고는 딴 나라 얘기로 알고 저마다 잘난 체하던 정사마의 유력 문파들도 결국 힘으로 내가 짱이다를 증명한 패도광협을 중심으로 뭉쳐 전쟁에 승리하게 되었다고 함.
  8. 전쟁이 끝난 후, 패도광협 선배는 당연히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는데… 그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던 모양임. 그가 광협이라고 불리게 되는 1차적인 이유는 아미파의 여고수 청명신니와 소림사에서 눈 맞은 것을 계기로 기타 등등도 맞추는 상황으로 발전하면서 아미파의 웬수가 되었기 때문이고, 2차적으로는 다른 문파들도 그의 행각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의 행동이 너무나 제멋대로였다고 함.
    정파 입장에서 보자면 출신 성분부터가 분명히 같은 정파의 영웅인데도 차후 정파를 이끌어갈 여걸로 꼽히던 청명신니를 파계시키지 않나, 전쟁이 끝났는데도 계속 비천한 지하 무림이나 사악한 비화곡의 마인들과도 무지 친하게 놀지 않나…. 하여간 정파인들이 마냥 존경하기에는 사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던 것임. 그건 사마외도 쪽에서 봐도 마찬가지여서 그의 출신 성분까지는 그렇다 치고, 사마외도의 절대자께서 “비겁한 짓”을 싫어하는 성품이라고 그 말에 따르자니 밥벌이를 제대로 할 수가 있나… 뭐, 그런 식이었다고 함.

결론을 들자면… 결국 그는 그 천재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아버지의 유언을 지킴으로써 구국의 영웅이 되었으며 그 후로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정사마 구분 없이 친구를 사귀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아간…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였다는 것이다.

하아~ 나는 이제 과연 그 사람에게 얼마나 근접한 남자가 되어 있는 걸까? 마군황이 되었을 때는 다 따라 잡았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웬지 나는 아직 그 사람에 비해 뭔가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만 갔다. 나는 잠들기 전에 아무도 들을 수 없게 마음속으로 마음속의 대교에게 물었다.
대교야… 난 진하운도 유운일도 아니야. 그래도 이제 조금은 그들과 가까워진 나를… 넌 인정해 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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