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납량특집 : 참극의 1404호 (2)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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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납량특집 : 참극의 1404호 (2) 완결


납량특집 << 참극의 1404호 >>(완)

난… 너무나 두려웠다.
다시는 내 눈동자 속에 그녀들의 끔직한 형상을 새겨 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후, 나는 결국 다시 그 아파트… 그녀들을 만났던 1404호를 찾아 갈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날 가만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 곳을 다시 찾아갔을 때는 물론… 해가 지지 않은 대낮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의 죄를 함께 확인하고 그에 합당한 현실의 형벌을 내려 줄… 검게 그을린 강인한 인상의 중년 남자와 함께였다.
몇 번이고 발길을 돌려 달아나 버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올라간 14층… 1404호. 그 곳은 며칠 전과 달리 굳게 잠겨져 음산한 기운만을 발산하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기계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감시하며 문을 열고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 주었다. 신발을 신은 채 거침없이 거실로 올라서던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어깨를 뻐근한 듯 매만졌다.
이상하군. 어깨를 뭔가 누르고 있는 것처럼….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날 돌아보았다.
뭐하나! 어서 들어와!
그가 재촉했지만 나는 걸음을 옮겨 집안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들… 나로 하여금 공포에 사로잡혀 지울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 했던 그녀들 중 하나가 허공에 서서 남자의 어깨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한 대낮에도 나타난 악몽……
내 쪽으로는 등을 보이고 있던 그녀의 머리가 스윽 180도 회전하였고, 그 끔찍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내게 보여 주었다. 여자의 뒤집힌 두 눈이 차츰차츰 커지는가 싶더니 본래의 두 배 이상의 흰자위를 드러냈다. 메마르고 비틀린 입술이 기어이 벌어지며 기괴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끼아아아아아아악~! 또 왔어! 저 인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핸드폰에 대고 소리쳤다.
왜 기어이 또 오자고 한 거야, 몽몽!!
내 핸드폰, 아니 그런 형태를 하고 있는 미래 로봇 몽몽이 호릉~ 소리와 함께 동생 요정 몽을 내 보냈다.
< 그야, 지난 번엔 주인님이 저히를 데려오지 않았으니 저희들도 궁금해서… 와아근데 대단하다, 우리 주인님. 국지 고정 영체… 인간들이 보통 지박령이라 부르는 귀신을 아예 묵사발 내 버리셨네요? >
으으~ 자꾸 그러지마. 아무리 귀신이래도… 그래도 여잔데… 이 몸, 대한민국 모범청년이자 싸나이 진 유준이 좀 놀란 정도로 이성을 잃고 여자를 저렇게 모질게 패놓다니… 난 수양이 너무 부족해!
< 뭐… 주인님 성격이야 알지만… 하여튼 지금 저 영체들의 손상이 문제가 아니죠. >
그야 뭐……
이봐, 청년! 핸드폰 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이리 좀 와.
먼저 들어 갔던 중년 남자…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인상을 긁으며 날 불렀다.
그러니까… 이 욕실 문짝하고 거울을 자네가 아작 낸 게 맞다 이거지?
예.
아까 그… 귀신 운운하던 얘기는 안 통하는 거 알지?
그야 뭐……
자수했으니까, 신고는 안 할게. 대신 집주인들 귀국하기 전에 수리하게 돈은 내야겠지?
그야 뭐……
젊은 친구가… 술 좀 작작 마시고 다녀.
술 취해서 그런 거 아닌데… 암튼 죄송합니다. 번거롭게 해서.

그렇게… 빈집에 들어가 깽판 부린 일은 조용히 돈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녀들이 아무리 먼저 날 1404호에 끌어들여 생돈 깨지는 장난을 쳤다 해도… 여자들을 폭력을, 그 것도 내공을 담뿍 담아야무진… 흑! 이 죄책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녀들, 귀신 자매가 결국 그 집을 떠나면서 남긴 말들은 더 더욱 지금까지 날 괴롭게 한다.
장난 좀 쳤기로 우릴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이 귀신도 상종 못할 놈 같으니!

< 에필로그 >

< 근데, 주인님. 내려오시다가 12층에서 만난 친구 분… 왜 그렇게 야무지게 두들겨 패셨어요? >
그 녀석이 대교한테 선물 받은 손수건을 라면 냄비 받침으로 썼거든. 난… 남자들은 용서없어.
< 이번엔 1202호에 귀신 안 생긴 게 다행이네요. >
근데… 아까 TV뉴스에서 나오던 세자매 살인사건… 그건 뭐냐?
< 아, 그거 영화의 한 장면이잖아요. >
…그렇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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