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13-3화 : 반쪽 짜리 슈퍼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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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13-3화 : 반쪽 짜리 슈퍼맨.(3)


2-4. 반쪽 짜리 슈퍼맨.(3)

< 아버지…께서? >

내 반문에 대교는 흠칫 입을 다물었다. 실언을 하고말았다는 표정이 여실한 것으로 보아 역시 그녀의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해 줬다는 시기는 알려진 부모 사망시기 이후인 모양이다.

< 너, 입양되었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는데… 혹시 오삼숙을 말한 거니? >

오삼숙은 세 번째, 물론 오씨 성을 가진 세 번째 숙부라는 의미이다. 본명은 ‘오자호’. 몽몽이 요 며칠간 추가 조사한 결과로는 대교가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살피고 키워온… 실질적인 부모나 다름없는 사람이 바로 백발의 오자호 아저씨다.

그라면… 음… 고개를 젓는 건가?

  • 저와 오삼숙에 대해서도 아시는 군요. 물론… 그분이야 말로 저를 부모님처럼 아껴 주시는 분이지만… 실은 달리 계신답니다.

문득 지어지는 대교의 미소가 지극히 허허롭다.

  • 저의 친부가 말예요.

< 친부…? 설마 사영… 아, 아니. >

  • 맙소사! 당신은 정말 저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죠?

에? 뭐냐, 이 반응은? 설마 정말로 사영인 건가? 사영까지 이 시대에 환생… 하는 거야? 그렇다치자. 환생론을 믿을 경우 과거 사람들 누구라도 이 시대에 환생해 있다 해도 이상한 건 아니겠지만, 그럴 경우에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사영이 이번에도 대교와 부녀지간이라면 그건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당신? 내가 지금 누구에게 묻는 거냐고? 당신 말야, 당신, 타임씨!

[ 주인님. 저의 판단으로는 대교님과 관계된 사영이란 단어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사영회(死影會)라는 조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 니가 타임씨 대변인이었냐? >

[ 예? ]

< 아, 아니다. 암튼… 그런 이름의 조직이 대교와 관련이 있다면 그거 역시 보통 인연은 아닌 거잖아. >

[ 그렇습니다. ]

< 게다가 지금까지의 상황 패턴으로 보아 그 사영회 보스가 환생한 사영, 아니 본명은 무영이었지? 그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데… 제기, 환생이나 운명… 그런 것들이 이렇게까지 반복적인 거였나? >

난 사실 인간의 운명이나 인연 같은 말을 믿는 축에 속한다. 단, 뭐든 되풀이되는 식은 아~주 아주, 싫어한다! 정말 그런 거라면, 그게 뭐냐? 만약 나에게도 전생이란 게 있어서(시간여행 말고)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거라면, 설사 그게 아무리 행복한 삶이라 할지라도 나란 놈은 기어이 깽판을 쳐버릴지도 모른다. 인생이 무슨 재탕 드라마도 아니고……

  • 말해 주세요!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죠?

응? 아…! 내가 잠시 대교를 무시하고 있었나?

< 어… 그게, 나도 잘은 모르고… 그냥, 니가 사영회라는 곳과 어떤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 말야. >

  • 소문……?

유리창에 더욱 바싹 다가서 반문하는 대교의 표정이 생각보다 심각했지만, 적어도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 …그래. 그리고 사영회의 보스가… 너의 친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추측! >

  • 그, 그건……

반응을 보니… 맞는 것 같군. 타임씨… 이건 정말 너무 오버아냐?

어쨌든… 이대로는 아까처럼 ‘부담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미움 받을까 싶어서 나는 곧 말을 이었다.

< 난 내가 너에 대해서 뭐든 알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생각해 보니 네가 숨기고 싶은 것까지 알고 있는 건 그 자체가 실례라는 생각… 미안! 이제야 드네. 그 대신이라면 뭐지만… 너도 나에 대해서 마음껏 조사해 봐도 좋아. 너의 조사라면 막거나 방해하지 않겠어. >

  • …했어요, 이미.

< 그…래? >

  • 짧은 기간이라고는 해도, 그 곳이라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당신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걸 알아내지 못하더군요.

‘그 곳이란, G.M.이지?’라는 말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으음… 조심하자, 진유준. 더 이상 미움받지 않으려면 말조심해야지, 암.

< 뭐… 어디에 의뢰했는지는 몰라도, 내 최소한의 인적사항은 알 수 있지 않았어? 내가 어디 살며 형제가 몇 인지… 같은 거 말야. >

  • 그래요. 그 정도는 알 수 있었죠. 하지만… 그래서 더욱 내 눈앞의 남자가 믿겨지지 않아요.

< 그야… 누구나 숨기고 있는 모습은 하나씩 있는 거 아닐까? 내 경우 그 정도가 좀 심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음, 그래. 지금 아예 뭐든 물어 봐. 말할 수 없는 건 그렇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

  • 말할 수 없는 건 빼고… 거짓말은 안 하겠다고요?

내 말을 반복하며 확인하는 대교의 표정에서 그 말 자체의 진위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문득… 소림사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왜 절 의심하고, 왜 절 속이고, 왜 제게 감추고 있었죠?”

대교는 그렇게 날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난 다시는 대교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겠다고 맹세해 놓고는 벌써 그 걸 잊고 있었던 건가…? 물론 지금의 대교에게는 말해 줘도 받아드리지 못할 사실이 있겠지만… 그 한도를 내 마음대로 결정한다면 결국 그 때와 똑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 네가 원한다면 말할 수 없는 일 같은 건…… >

[ 주의하십시오, 주인님! ]

< 뭐냐, 몽몽. >

[ 저의 스캔 범위 내에서는 도청 장비의 근거리 설치 및 모든 방식의 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합니다. 그러나 원거리에서의 도청 감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아…! 원…판?

  • 뭐죠?

< 아냐. …일단 말해봐. >

그렇게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정황상… 이 시대로 돌아 온 후 나는 계속 몽몽도 모르는 가운데 원판에게 감시 받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사방으로 드러난 장소에서는 더더구나… 제기…! 그래도 그냥 말해버릴까? 다른 사람의 전음까지는 몽몽도 도청 못하는데 설마 원판이라고… 아니, 아니다. 그 녀석이라면 내 말을 듣는 대교의 반응만 봐도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눈치를 챌 가능성이 있다. 그 악마 같은 놈이라면 충분히… 으~ 결국에는 또!

  • 그러면… 한 가지만 대답해 줄래요?

< 잠깐만. >

뭔가 묻기도 전에 왜 그러느냐는 표정의 대교에게, 나는 그녀 앞의 유리벽에 두 손을 짚고 머리를 숙였다.

< 미안해, 대교야. 정말 미안해! >

내가 어떤 얼굴로… 몇 번이나 사죄해야 하는 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 내 사죄를 받아 줘. 아니, 그냥… 지금은 그냥 들어 줘.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난 결국 또 다시 과거를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교의 입장과 감정보다는 나 자신의 편의와 판단으로 뭔가 숨기고 속이고… 어쩌면… 나중에 난 또 다시 대교의 눈물과 원망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 때도…

그 때도 또 용서받을 수 있을까?

원판… 너 이 자식! 난 지금의 이 기분 하나 만으로도 널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거다.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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