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18-2화 : 영남 알프스의 마군황.(2)
2-9. 영남 알프스의 마군황.(2)
신불산에서의 첫 날.
나는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싶었을 때쯤, 하은이에게 저녁 식사 준비를 시키고는 준엽이와 성원이를 밖으로 불러냈다. 이 녀석들은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도 내가 예전에 알던 사람이고, 2층에 세든 애들을 여행지에서 만난 것도 우연일 뿐이라고 해도 그냥 믿어 버리는… 순진하고 단순한 구석이 있는 녀석들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못 박아 둬야 할 것 같았다.
“야, 하은이 혼자 저녁 준비시킬 거야? 나도 뭔가……”
“준엽아, 잠깐!”
나는 준엽이의 말을 먼저 막고, 슬쩍 성원이도 돌아보면서 정글도를 어깨에 턱 걸쳤다.
“니들… 알지?”
“에이~ 처남! 왜 그래애!”
“유쭌! 걱정 마라! 우리 못 믿냐? 준엽이 녀석이야 하은이가 죽으라면 죽었지 먼저는 못 건드릴 놈이다. 그리고 이 몸은 사실……”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 두 녀석. 근데 성원이의 시선은 아래층(여기서도 아래층이다)의 자취 소녀들 방으로 향한다.
“쟤들이 더 맘에 들더라. 단발머리의 그… 뭐냐, 예전 핸드폰 선전에 나왔던 모델 닮은 애! 걔 이름 뭐냐?”
“소령이.”
“그리고… 왠지 성질이 좀 있을 것도 같지만… 긴 생머리에… 맨 얼굴인데도 꼭 뽀샵(그랙픽 편집 프로그램 이름?) 처리한 것처럼 환상인 애! 걔가 언니지?”
이 자식! 잠깐 인사 나눌 때 자세히도 봤다.
“걘 미령이고… 그리고 바꿨다. 소령이가 언니야.”
“그래? 하여간 유준이 너, 진짜 제대하자마자 용됐다, 용! 무슨 게임도 아니고… 집안에 미소녀들이 득시글거리게 됐냐?”
대교까지 알게 되면 아예 거품을 물겠군. 그리고… 용은 내가 아니라 니들이 될지도 몰라. 보천구룡대 스카우터가 노리고 있으니… 난 아무래도 반대하고 싶지만 말야.
“근데… 둘 중에 하나, 어떻게 좀 안 될까?”
“…걔들은 내 동생도 아닌데 왜 나한테 부탁하냐?”
“임마! 니가 그래도 명색이 걔들 주인님 도련님 아니냐.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 중국어는 언제 그렇게 배운 거냐? 고등학교 땐 한자 싫다고 중국어 책에 맨날 낙서만 하더니……”
“…얘기했잖아. 무지하게 이쁜 중국 여자애 사귀려고 열나게 공부했다고.”
“하핫~!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도 모르게 그러냐? 역시 넌 호박씨의 황제라니까!”
“…됐구. 걔들도 어쨌든 현재 우리 식구니까 함부로 하지 마라, 응?”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여전히 장난기 어린 말투였지만 문득 섭섭한 표정을 떠올리는 성원이와 준엽이.
음… 하긴, 저 녀석들 입장에서는 내가 친구들을 못 믿고 양아치 취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러는 건 어디까지나 오히려 니들, 내 친구들을 위해서이다. 지금 같은 민박집에 있는 저 천사 같은 소녀들의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위장…!(?) 하나는 고대 극악서생의 여동생이며 특수 용병부대까지 거느린 초거대 기업의 아가씨, 둘은 중화권 최강의 비밀결사 조직의 최연소(?) 간부들이며 최고위층의 양녀들이니… 이 녀석들이 자칫 실수라도 했다가는 나 없는 사이 신불산 어느 양지바른 땅 속에 파묻힌다거나, 서해 바다의 깊숙한 곳에서 발에 시멘트 매달고 수영해야 하는 처지가 될지도 모르는 거다.
“하아~ 그래, 이쯤에서 얘기를 좀 해줘야겠구나.”
난 진심으로 심각하게 한숨을 토해낸 다음, 녀석들에게 하은이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물론 원판과 관련된 얘기는 뺐지만, 하은이와 이모님이 한국 땅을 떠나야 했던 이유와 그 녀석이 현재 어떤 신분이 되어 있는지… 전반적인 사연을 모두 들려주었다.
“그, 그럼… 하은이는 지금 네 동생이 맞으면서도… 그, 뭐냐, 세계적인 기업의 아가씨인 거라고?”
“그래, 성원아. 이젠 아침에 니가 하은이에게 ‘여행 내내 공주님처럼 모시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그 애가 웃은… 진짜 이유를 알겠냐? 그 앤… 진짜 공주야. 그 기업 간부들이 정말 그렇게 부른단 말야.”
“맙소사! 너 진짜 이 얘기 진짜냐? 소설 쓰는 거 아니고?”
“내가… 너희들에게,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 관한 얘기 소설 쓰는 거 봤냐?”
“못…봤지.”
성원이 녀석은 ‘믿기 어렵지만 믿을 수밖에 없군’이라는 표정으로 새삼 2층 우리 방 쪽을 올려다보았고, 그보다 먼저 같은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준엽이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랬…었구나.”
응? 준엽이 녀석은 어째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 걸?
“어쩐지… 밝게 웃으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인다 했더니……”
뭐야…! 준엽이가 이렇게 예민한 구석이 있는 놈이었던가…? 어째 좀 위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군. 가벼운 마음으로 실수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진지해지는 것도 좀… 준엽이에게는 미안하지만, 하은이와 녀석은 역시 신분 차이가 너무 크고, 거기에 하은이는 중증 브라더 걸(?)이라 누구라도 그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은… 으음… 역시 여러모로 보호대상은 이 녀석들일 수밖에 없겠군.
“…그리고 성원아.”
“왜?”
“아래층 애들… 특히 동생 미령이. 걔, 항상 칼 차고 다닌다.”
“칼? 부엌칼? 면도칼?”
“농담이 아니고… 걔 연습하는 거 우연히 봤는데, 진짜 칼잽이더라.”
“에이~ 그건 아무리 네 말 이래도 못 믿겠다. 쟤가 중국 칠공주파라도 되냐?”
“그보다, 쟤들 아버지가 진짜 중국 마피아 보스래.”
“중국 마피아…? 너 진짜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
“그래. 믿거나 말거나 네 맘이지만… 암튼 조심해라. 난 얘기해 줬다.”
결국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성원이. 너무 만화 같은 얘기라 믿기는 어려운데 내가 지금까지 이런 식의 농담이나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놈이라는 것도 알기에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암튼… 그렇게 친구들에게 기본적인 경고를 해 준 후, 나는 하은이와 소령, 미령 자매들에게도 번갈아 가며 찾아가 ‘말썽 금지’를 강조했다. 그렇게 신불산의 평화를 위한 조치에 애를 쓴 나는, 그 후에야 비로소 내 본연의 목적을 위한 일에 착수할 수가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는 혼자 어두운 산길을 걸어 전에 수련하던 장소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근데… 저녁은 정말이지 거나한 식사였다. 하은이 녀석, 어제 어머니와 뭔 장을 그렇게 많이 보나 싶더니만 그걸로 아예 파티 음식을 차려 버렸던 것이다. 천재 소녀답게 세계 각국의 요리사 자격증 몇 개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여행지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 정도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음… 그러고 보니 녀석은 확실히 공주이면서도 어딘가 생활력 강한 면이 느껴지곤 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이모님의 교육 때문이겠지? 역시 우리 어머니의 동생답다는 생각도 들고… 뜬금없이 이모님이 보고 싶기도 하군.
어렸을 때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자매 분들 중 유독 귀티가 나고 세련된 인상이었던 것 같았…지, 아마?
나는 계속 불쌍한 우리 이모님 생각과 하은이, 친구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지만, 산을 오를수록 차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물안개처럼 짙어지며 호흡을 할 때마다 폐부를 씻어내고 머리 속까지 정화시켜 주는 듯한 공기… 그리고 몽몽이 행성 에너지라 부르는 이 기운… 그래,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장소 중 이 산이 두 번째로 강한 기가 흐르고 있는 산이었다.
첫 번째로 강한 산은 이곳보다는 집에서 훨씬 가까운 ‘계룡산’이었는데… 거긴 내가 좀 꺼려지는 게, 대자연의 기도 충만하긴 한데 그와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질적인 기운까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소위 영적인 기운이랄까? 그런 거였는데… 난 이미 몇 번이나 죽거나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영적인 감각도 발달되어 버린 건지, 계룡산에서 하루 묵는 동안 남녀 귀신 다섯 번, 정체불명의 짐승형상의 요괴인지 토속 요정인지 모를 것들 네 번을 목격했다. 구체적인 형상을 이룬 게 그렇다는 거고 애매모호한 정체불명의 덩어리 같은 것들은 셀 수도 없이 보았었고……
쯧~!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지역을 떠나니까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어디서나 그런 것들이 보이면, 내가 뭐 퇴마사 같은 걸로 전업할 것도 아닌데 무지하게 불편한 생활이 될… 응? 뭐야? 설마… 이 산에도 그런 기운이 흐르는 건가? 이 시간에 웬 사람 형상이… 그 것도 하나 둘이 아닌… 아, 아니다. 훗~! 그래… 나 말고도 이 어둠 속에 산을 오를 사람들이… 적어도 오늘은 있지.
“…왔나?”
“예, 천주!”
음… 저 마군황의 별칭도 간만에 들으니 더욱 반갑군. 나는 그 때까지의 걸음을 늦추지 않고 현 보천구룡대의 수장 구양명 노인의 앞을 지나쳐 갔다. 선두에 있던 구양명 노인이 내 뒤를 따르기 시작하는 기척이 느껴지며 다음 앞에 서있던 또 다른 노인 한 명이 상체를 숙이며 인사했다.
한 명이 인사하고 내 뒤로 설 때쯤이면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식으로… 얼마간 나는 말없이 걷고 내 뒤를 따르는 자들이 하나씩 늘어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총 이십 사 명…! 처음의 두 명만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의 노인이었고 다른 이십 명은 나이와 용모, 분위기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몇 명은 젊고 늘씬해 보이는… 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어쨌든 한 나절 만에 중국이나 기타 세계 여기저기서 한국으로 스물 두 명이 날아온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정말 마군황인지 100% 증명된 상황이 아닌 걸 생각하면 대단한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마군황 전설에 믿음을 가져왔는지를 짐작케 하는 일이고… 또 그로 인해 난… 그들에게 그 계기를 만들어준 내 친구… 이제는 너무나 오랜 세월로 갈라져 버린 내 친구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나는 전에 왔을 때 발견해 두었던 장소에 도착해서 역시 같은 바위 위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군들은 그 앞의 공터에 모여 섰고 나는 그들에게 첫 인사를 하기 위해 크흠, 목을 가다듬었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에~ 마군황씩이나 되는 인물의 첫 마디치고는 너무 평범한가?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히 무게 잡고 행세하는 건 좀……
“내가 제 2대 마군황 진유준입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몇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믿기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마군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낮게 웅성대는 소리가 얼마간 이어지는가 싶더니 아까 두 번째로 인사했었던 노인이 스윽 앞으로 나섰다.
“일백마군 중 초사마군의 이름을 이어받은 자 올시다.”
음… 초사마군의 후계자라, 선조처럼 지금도 보스 격인가 보군.
“여기있는 구양명 대주의 증언이 있었으니, 저희들 모두 진유준님께서 2대 마군황의 환생임을 믿고 싶습니다만……”
훗~! 그래, 처음엔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차례로 인사하는 태도며 표정이 각자 다 틀렸었고 절반이상이 상당히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는 거… 알고 있었다구.
“워낙 오랜 세월을 격해 일어난 사건인지라, 저희들도 과연 전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후후후~ 그래, 그거야 당연하지. 인간이 지구 바깥까지 들락거리기 시작한 이 시대에 천 년 전의 케케묵은 마군황이 환생해서 나타났다는 얘기를 그저 믿으라는 건, 나도 웃기는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다시 새삼 마군들 전원을 돌아보며 씨익 웃어 주었다.
“아무려면 어때. 난 다시 시작해도 상관없어.”
“그 말씀은 설마……”
“그래. 나의 마군황 자격을 다시 확인해 봐도 좋다는 거야. 기다려 줄 테니, 일백마군 전원, 아니 당신들이 동원 가능한 모든 병력을 끌고 와봐. 천 년 전과 똑같이 말이야.”
다시 시작된 웅성거림이 조금씩 커져 가기 시작했다. 산중의 달빛이 밝기는 했지만, 내력을 눈과 귀로 집중해서 좀 더 자세히 살피며 들어보니 개중에는 ‘허세다’라는 말을 언급하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허세가 아니다. 난 요즘에야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그때의 감각이 필요하기도 했고, 또 어차피 사람이란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승복하기 어려운 법이다. 흐흐흐~ 지하무림 제군들, 당신들은 대를 이어 더러운 놈에게 걸린 거라구.
“말씀의 뜻은 알겠으나 역시 그러한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
현대의 초사마군. 그렇게 사양하지 말지 마실 것까지는 없는데……
“2대 마군황 본인이 맞으실 경우, 그런 분이 3대 마군황 자격을 테스트받는다는 건 어불성설……”
음, 저 양반도 나 못지 않게 말 꼬는 걸 잘하는 것 같군. 듣고 보니 옳은 말 같기는 하지만……
“다행히 저희들에게는 마군황의 환생을 확인할 수 있는 귀물이 전해져 오니 며칠만 기다려 주시면……”
아~! 그래! 천우신이 이들의 선조에게 제안했다는 물건들 말이군. 천우신, 그 친구는 정말……
<몽몽… 그 녀석도 혹시 이 시대에 환생해 있지는 않을까? 나… 그 녀석 정말 다시 보고 싶다.>
[현재 이 자리에 모인 인물들 중에도 환생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명 존재합니다만……]
<뭐, 뭐? 진짜?>
[천우신님의 환생자는 아닙니다.]
<모, 몽모옹~ 너!>
[죄송합니다. 말씀드리는 순서에 오류가… 아니,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몽몽은 은발 소년 모드로 나와서 거듭 사과를 했지만, 순간적으로 부풀었다 일시에 김 빠져 버린 내 가슴의 아픔은 좀처럼 진정되지가 않았다. 몽몽 이 자식…!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그런 사악한 말장난을……
<제, 젠장…! 대가리 박어!>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고, 취소할 틈도 없이 즉시 몽몽 소년은 가상 공간의 바닥에 엎어졌다.
[꺄하하하하~ 몽몽 오빠 혼나는 건 첨 본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깔깔대며 날아다니는 요정 몽.
<끄응… 그래, 그럼. 한 사람 있다는 건 누구라는 거냐?>
[그건……]
몽몽이 정말 대가리 박고 있는 사람처럼 힘든 음성으로 입을 열었을 때였다.
“잠깐!”
신불산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나보다도… 말 한마디를 해도 초사마군보다 높게 소리내지 않고 있던 다른 마군들이 더 화들짝 놀라는 것 같았다.
“본인은, 천음마군(天飮魔君)의 이름을 이어받은 자요!”
다른 마군들이 혀를 차며 ‘저 인간도 왔었군’, ‘설마 저 녀석이 첫날 올 줄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본래 마군들끼리는 나이 차이가 있어도 서로 존대를 하는 게 정상인데, 아무리 나이 어린 마군에게라도 저런 식으로 말들을 하는 걸 보니 마군들 사이에서도 악명을 떨치는… 소위 꼴통인 모양이다.
[지금 나서는 자가… 바로 환생자입니다.]
호오~ 그래? 지금 거침없이 내 앞으로 나서고 있는 저 녀석. 잘해야 십대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저 나이에 마군이 될 정도면 굉장한 재능을 타고난 놈인 모양인데… 근데 문제는… 도대체 누구 환생이라는 거지?
“며칠씩이나 기다릴 필요가 있겠소? 이 몸이 이 자리에서 저 가짜 마군황의 정체를 밝혀 주겠소!”
가까이 나온 꼴통 천음마군은 생각보다 깔끔한… 무슨 제복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근데 손에는 엉뚱하게도 큼지막한 정육점 칼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본은 내 정글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가 있지만 그보다 길이는 절반, 두께는 두 배쯤 되는 형태라고 할까?
어디 보자… 도끼 같은 칼 분위기도 그렇고, 스타일로 봐서는 딱 폭풍당(暴風堂)의 상관마 당주로군. 하지만… 얼굴을 보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상관마 당주 얼굴을 십대로 변화시켜봐도 저런 미소년 얼굴이 나올 리가 없다.
아니… 저 친구도 미소년이라고까지 하기는 좀 그런가? 그냥 좀 핸섬한 타입…? 핸섬한 소년 꼴통, 혹은 터프가이… 으음~ 하여간, 난 도무지 생각이 안 나는 얼굴인데 어째서 환생자라는 거야?
<몽몽.>
[예. 그는… 비화곡의 장로. 야황살후(夜皇殺厚) 소진광입니다.]
허거억~! 야, 야후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