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2-2화 : 우리시대 대교의 적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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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2-2화 : 우리시대 대교의 적들.(2)


-2. 우리시대 대교의 적들.(2)

[ 죽련은 홍콩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으로 그 규모와 실체를 파악하려면…… ]

< 파악이고 뭐고, 무지 유명한 놈들이야. 우리 나라의 만화나 소설에까지 자주 등장할 정도로…… >

죽련, 혹은 삼합회(三合會)라고 하던가? 어쩌면 비화곡이나 지하무림의 후예인지도 모르지만…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이제와서 내가 소유권 내지는 최소한의 존경권(?)을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일테고…

현 시대의 국제적 조폭들은 현대 무기가 조올라 많은데다 비겁이고 나발이고 총질, 폭탄질도 예삿일 거다.

으~ 앞으로 대교를 지키려면 나도 어디 군부대의 무기창고라도 털어서 무장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여옥이란 인물과 대교님과의 구체적인 관계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

< 다만……? >

[ 홍콩 언론사들의 서버 데이터 중에 대교님이 소속된 기획사의 간부들 중 두 명 역시 죽련의 일원이 아닌가 의심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

< 에…? 다른 라이벌 조직이 아니라 같은 죽련이라고? >

[ 죽련이란 이름의 소규모 조직이 따로 존재한다는 데이터도 있으나, 현재의 죽련은 중국 마피아의 총칭으로 쓰여지는 듯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삼합회, 트라이어드(Triad)라는 용어로 더 많이 불리는데 이 역시 과거의 비화곡과 같은 통일된 조직이라기보다 지하무림처럼 수많은 조직들의 연합체입니다. 용어의 혼용 현상과 조직간의 경계가 불확실한 것은 근본적으로 비밀결사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가, 수많은 조직의 이합집산으로 인한…… ]

음… 죽련 또는 삼합회가 영화 같은데서는 마치 하나의 조직처럼 묘사되곤 해서 그런가 부다 했는데……

< 그럼, 어쨌든 일단, 여옥이란 여자와 대교가 소속된 기획사… 혹은 후원자가 서로 라이벌 조직일 거라는 가정을 해 볼 수 있겠군. 하지만…… >

여옥이란 이름을 언급했을 때의 대교와 백발남자 오삼숙의 태도에서 난 어쩐지 그들이 여옥과 ‘개인적으로도 얽혀있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 앞으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 말고도 떠도는 ‘소문’쪽으로도 알아 봐 줄래? 의외로 그런 비공식 정보에 진실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야. >

[ 그런 류의 정보 수집은 요정 몽이 맡고 있습니다. ]

< 그래? 그럼… 요정 모~옹? >

[ 넵! 소녀, 대령했습니다! ]

역시 케이블 선 쪽에서 포르릉- 등장하는 요정 몽.

< 어… 그 동안 너도 뭐 찾은 것 좀 있니? >

[ 아직 특별한 것은… 음, 그런데 국내의 대교님 팬카페에 지금 주인님에 대한 얘기가 화제에 올라 있습니 다. ]

< 에? 내 얘기? 사람들이 날 벌써 어떻게 알고… 아, 아참! 나 대교 사인회에서 깽판 쳤었지? >

일단 컴퓨터를 켜 보았다. 몽몽이라는, 지나치게 수준이 높은 기계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 동안은 전원조차 거의 켜 본 적이 없었지만 차츰 다시 정상적인(?) 기계에도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았다.

역시나 부팅 속도는 영 답답할 정도로 느린 것 같았지만……

< 흐음~ 부팅 끝나니까, 그래도 인터넷 브라우저 뜨는 건 빠르네? 내가 군대 가기 전에도 웹 서핑이 가능하긴 했지만 너무 느려서 갑갑했는데… 그 동안 세상 많이 좋아졌군. 사이트들이 이렇게 화려한 그림들로 도배를 했는데도 이런 속도로 빠르게 화면에 뜨니 말야. >

[ 이 시스템도 현 시대의 PC 중에서는 상위에 속합니다. 그리고 제가 통신사 쪽 서버를 약간 조작하여 이 라인 전송 속도를 높여 놓았습니다. ]

< …그랬군, 몽몽. 좋아, 요정 몽! 대교의 카페는 어디냐? 서울이냐? >

[ 에? 주인님, 설마! ]

< 농담이야 임마. 나도 그 정도는 알아. >

[ 으~ 그런 쥬라기 시대 유머를 하시다니…… ]

요정 몽이 투덜대면서도 도로롱-(?) 모니터 앞으로 날아가더니 손가락으로 주소 창을 건드렸고, 곧 자동으로 카페 주소가 타이핑되었다.

< 어? 회원이 2000명 정도…? 대교 팬이 이 정도 밖에 안 돼? >

[ 아직 한국에서 별다른 활동을 안하고 있는 외국 배우치고는 많은 거예요, 주인님. 이번 CF가 방영되고… 또 곧 촬영에 들어갈 첫 영화가 한국에도 개봉할 때면 급격히 늘어 날 걸요? ]

< 그래…? 음- 암튼, 내 얘기 나오는데 좀 들어가보자. >

요정 몽은 ‘FairyM’이라는 노골적인 아이디로 접속을 하더니만 먼저 사진 자료실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사인회에서 깽판 칠 때 찍힌 내 사진이 버젓이 올라와있었는데……

[ 기자들의 공식 사진은 오히려 아무 곳에도 올라와있지 않고 다들 짧은 문자로만 해프닝이 있었다 정도로만 보도했을 뿐인데… 아마 이 카페 회원인 ‘가혜짱’도 거기 왔었나 봐요. ]

올려진 사진은 모두 두 장이었고, 두 장 모두 나에게 달려든 사내들을 매단(?) 채 대교를 향해 걷고 있는 모습이었고 확실하게 정면이었다.

< 그래도…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는 했네? >

[ 예. 카페 닉네임 ‘가혜짱’은 사진 실력도 뛰어나고 매너가 좋아서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남자입니다. ]

가혜짱이라…! 현재 대교의 이름이 ‘주가혜’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나야 그 이름이 별로 와 닿지가 않아서 앞으로도 그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 뭐, 어쨌든… 사인회에서 사진이 찍힌 정도는 괜찮아. 어차피 앞으로는 대교와 함께 다닐 일이 많으니 지금은 다들 뭐라 한 들… 음, 그래도 조금 기분이 이상하긴 하군. >

나는 사진 밑에 다른 회원들이 올린 짧은 리플들을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나쁜 얘기는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간혹 남자 회원으로 보이는 놈들이 ‘가혜님 스토커는 지옥으로!’ 따위의 리플을 올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장난기가 느껴졌다.

[ 사실 여긴 별 문제가 아니고요. ]

요정 몽은 말하며 자유게시판으로 이동했다.

[ 이곳에 조금 전부터 웬 ‘미초’ 같은 놈이 나타나서 분위기가 험악해요. ]

< 미초? >

[ 미친 초딩,이란 말의 약자예요. ]

< 야, 또 그런 표현을…… >

나는 인간, 그것도 어린애들을 함부로 표현하는 요정 몽을 야단칠 생각이었지만, 화면에 뜬 리플 중 몇 줄에 시선을 옮기는 순간 잠시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대일본제국만세 : 역시 중빠들은 별수없3 ㅋㅋㅋㅋ
대일본제국만세 : ㅋㅋ 벌써 항복이3? 가혜년 빠돌이들 즐처먹3 ㅋㅋㅋ

[ 어? 그 사이 화제가 바뀌었네? 첨에는 주인님이 나타났을 때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분위기였는데… 음, 저 대일본제국만세라는 녀석은 전에도 가끔 일본 아이돌 그룹 여자와 대교님의 미모를 비교하며 욕을 먹더니… 이제는 완전히 정체를 드러냈내요. ]

< 그, 그보다… 뭐라는 거냐? 해석 좀 해봐라. >

[ 옙! ]

나는 요정 몽이 따로 창을 띄워 해석해 주는 ‘대일본제국만세’라는 닉네임의 리플을 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말로 남을 놀리는데 남다른 재능(?)이 있다고 자부해 왔지만, 거기에는 최소한의 논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 이 어처구니없는 놈은 내가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추잡하고 막 되먹은 욕지거리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일관하며 대교의 팬들을 모욕하며 씹어대고 있었다.

< …저, 정말 저게 초등학생이 올린 글이라는 거냐? >

[ 보통은 초딩들이나 이런 패턴의 글을 올린다고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래요. 제가 저번에 망가트렸던 사이트의 못된 운영자도 고등학생이었고… 하여간 가입할 때 적어놓은 프로필은 전부 엉터리고, 닉네임도 나중에 바꿔서… 어? 또 리플이 올라오기 시작하네요? 마침 운영자들이 자리에 없어서 금방 자르지도 못하고… 현재 접속한 사람들만 같이 욕설을 퍼붓고 있지만 이 자는 아무래도…… ]

내가 봐도 녀석은 다른 회원들이 화를 내고 욕을 할수록 더 그걸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VT모드의 파란 화면으로 통신하던 시절에도 서로 신분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무례한 짓을 하는 자들이 있긴 했었다. 그래도…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 …이 새끼 어딨는지 추적할 수 있냐? >

[ 당근입죠! ]

요정 몽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며 당장 회선으로 진입할 기세를 보였지만, 침착한 분위기의 은발 소년 몽몽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 잠깐! 진정하십시오, 주인님! 주인님께선 다 년간 네티즌들을 접해보지 못하셔서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지만… 요즘 네티즌 중에는 근본적으로 대화가 안 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일일이 직접 대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차츰 적응하셔야 합니다. ]

< 제, 젠장~! 정말이냐? 그 사이 정말 통신 사용자들의 매너가 평균적으로 이렇게 더러워 졌다구? >

[ 네티즌의 평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공간에서든 꼭 가끔씩 저런 무례한 자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

< 그야… 현실에서도 그런 놈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라지만… 얼굴 안보이고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만 큰소리치는 놈은… 썅~! >

나는 이를 악물고 분노를 억눌렀다. 몽몽 말대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꼴통인 것 같은데, 그런 자를 상대로 먼저 화를 내는 건 오히려 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몇 년만에 전역한 자가 겪는 문화쇼크(?) 치고는 참……

< 후우-! 좋아, 본래의 나로 돌아와서 차분히…… >

그러나 나는 또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말하면서 뜬 내 눈에 대일본제국만세라는 놈의 새로운 리플이… 직접적으로 대교를 언급하기 시작한 글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것은… 뒷골목에서도 최고 저질인 양아치가 창녀들에게나 쓸 법한……

빠직!

[ 주, 주인님! 의자 손잡이가…… ]

< …추적해! >

[ 예, 옛! ]

장난기가 사라진 요정 몽이 겁먹은 표정이 되어 회선 속으로 날아갔고, 몽몽도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두 시간 후.
요정 몽이 회선을 추적하는 데 성공하자마자 집을 뛰쳐나간 나는, 일산에 위치한 건물 앞에 도착해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검은 나시, 얼룩무늬 전투복 바지에 전투화를 신은 나를 힐끔거렸다. 아니, 그런 복장보다는 등에 맨 정글도 때문이려나…? 하여간 난 바로 ‘원빈 프라자’ (건물 이름에 웬…) 건물 안으로 들어가 PC방을 찾았다.

입구 부근에서 게임을 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자리에 서 일어나는 걸 무시하고 안쪽으로 걸어들어 가보니, 창가의 흡연석에 스물을 갓 넘겼을까 싶은 나이의 사내녀석 하나가 모니터를 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녀석은 내가 슬며시 뒤로 다가서는 것도 모른 채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좌석에 매겨진 PC번호로 확인해 볼 것도 없이… 녀석은 곧 게임창을 끄고 대교의 팬 카페와 다른 사이트의 게시판 두 개를 더 띄웠다. 아마도… 게임에서 지거나 하면 여기저기의 게시판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았다.

“어이-!”

나는 녀석을 불렀고, 흠칫 놀라 돌아본 녀석의 눈앞에서 정글도의 집을 벗겨 시퍼렇게 선 날을 선보였다.

“누, 누구세……”

“반갑다, 대일본제국만세.”

녀석의 시선은 번득이는 내 정글도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했고, 와들와들 떠느라 입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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