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22-2화 : 불우한 소녀.(2)

랜덤 이미지

극악서생 3부 – 22-2화 : 불우한 소녀.(2)


마녀 여옥이 예비 장모…? 그, 그… 어쩌면… 문제가 많다고 알려진 인간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대충 멀쩡한 경우도 많으니까… 그게… 단지 문제가 있는 무리에 섞이게 되니까 주변에 뒤질까 봐 더 심한 또라이로 변하는 타입일 뿐… 에… 그러니까 그건 어떻게 보면 생존 본능에 충실한… 하여간 최소한 같은 식구에게는 좋은… 그건 무리라도 최소한 보통 사람일지도… 그러니…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건… 그게… 으~ 안돼! 아무리 적응연습을(?) 해보려해도 힘들다. 난 정말 그런 타입에는 적응하기도 싫……

“…있나요? 네?”

“응? 뭐, 뭐라…고?”

“언니가 제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혹시 들으셨냐고요!”

“…니, 어머니? 너희들…의 어머니는 아니고?”

내 반문에 소교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전 형제가 없어요.”

“그, 그으-래?”

나는 그 사이 나도 모르게 대교와 여옥, 그리고 사이에 교집합 부호가 새겨져 있는 영상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비로소 그 영상 속에서 여옥과 교집합 부호를 벅벅 지워 버리며 안도할 수가 있었다. 소교가 여옥의 딸이라는 것도 인정하기 힘든 판국에 대교까지 그런 재수 없는 여자와 혈연관계라는 건 잠시의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어찌 보면… 아직까지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여자를 이토록 싫어하는 건 섣부른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난 이미 마녀를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루트로 그녀에 대해 알면 알수록 재수 없는 타입이 맞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조폭들처럼 나쁜 짓을 일삼는 거야 기본이고, 유독 아주 뻔뻔하고 이기적이며 무뇌아 적이면서도 더 높은 권력층에 아부하는 능력과 최소한의 의리고 나발이고 이리 붙고 저리 붙는 비열한 처세에 뛰어난… 간단히 줄이자면 일부(?) 정치인들 타입이랄까…? 자기는 나름대로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이라고 할지 몰라도, 보다 많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리해고(?) 되어야 할 암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는……

“역시……”

“으, 응?”

이런. 소교에게 대답도 안 해주고 또 혼자만의 세계에 빠졌었군.

“아무런 언급이 없었나요?”

으음~ 어쨌건 소교에게는 어머니이니 ‘여옥은 눈앞의 모든 사람들 물어뜯어 그 피와 살점을 먹고 살아가며 또한 그 것을 즐길 줄 아는 천성을 가진 여자…’라는 말을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지?

“그게, 언급이 있기는 했는데…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았어.”

무지막지 엄청나게 순화시켜 표현했음에도 소교는 안타깝다는 듯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요. 하긴… 과거엔 어머닌 대교 언니에게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지요. 쉽게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이건 또 뭔가 얘기가 상당히 틀리군. 마녀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데 대교 쪽에서 용서를 안 해주고 있다는… 소교는 상황을 그런 식으로 알고 있는 건가? 대교와 소교, 그리고 여옥과의 관계는 지금까지 내게 받아온 정보와는 다른… 아니, 정보가 다른 게 아니라 엄청 띄엄띄엄 들어온 거라고 봐야 할까? 아무래도 이 일이 끝나는 대로 더 자세한 과거의 뒷조사까지 해봐야 할 것 같군. G.M.에게 거금을 지불해서라도… 아, 아니지? 지하무림을 완전히 되찾게 되면 일백마군들에게 부탁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군. 그들이라고 마냥 공짜로 부려먹기는 좀 그렇겠지만 그래도……

“흐음~ 대교, 대교라……”

쳇! 제임스 녀석,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또 나서는 군.

“그럼 넌 소교인 거냐? 응?”

제임스 놈이 묻자 소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핫~! 정말이야? 정말 대교, 소교 자매라고?”

“…그래요. 비록 아명에 불과하지만……”

“아명이든 뭐든… 하여간 사람들은 그 옛날의 미인 자매를 너무 선호한다니까?”

그건 삼국지의 대교, 소교 자매 얘기일 테고, 우리 쪽 대교 자매들은 천년 전의 비화곡 출신에 숫자도 더블로서… 음, 이런 설명까지 해 줄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그 대교라는 건 또 누구지? 옆에서 듣자니, 마녀와 관계 있는 여자라는 건 틀림없는 것 같은데 말야.”

“…넌 몰라도 돼.”

내가 또 간단히 무시해 주자, 제임스 놈이 다시 비죽이 살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형님! 제가 보기엔 둘 다 연극을 하고 있는 겁니다. 마녀가 이 놈을 통해서 뭔가 수작을……”

“수작…? 이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는 자와 어린 자기 딸을 이용해서…? 제임스,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음… 둘이 다퉈주면 좋지. 우리 편(?) 탁한 파이팅~!

“형님. 지금이야 물론 이 자가 사고로 이 꼴이 되어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겠습니까? 전 여옥이 정말 큰 형님을 탈옥시켜 줄 능력이 있는지……”

오~ 이제야 상황 설명이 나오는군. 제임스 너도 나름대로 파이팅~!

“아니, 마녀가 그럴 생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아무리 자기 딸이 우리 수중에 있다 해도… 뭐, 이 소교라는 아이는 어차피 자기 손으로 키우지도 않는 자식 아닙니까. 마녀에게는 지금 다른 아들도……”

“닥쳐! 제임스!”

탁한은 제임스의 말을 막더니 재빨리 소교의 눈치를 살폈다. 소교는 제임스의 말에 조금 동요하는 듯도 했지만 곧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당신 같은 사람 생각처럼 나쁘지 않아요! 제게 한 약속을 어기지도 않고요!”

“하하~! 마녀도 자기 딸에게는 좋게 대해 준 모양이군. 하지만 넌 정말 조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거냐? 마녀 여옥이 어떤 여자인지, 얼마나 사악하고 비열한 여자인지……”

“제임스!”

다시 탁한이 제임스의 말을 끊었고, 그는 제임스를 지긋이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닥치라고 했을 텐데?”

“형님. 하지만……”

“제임스. 이 일에… 내가 결정한 사항에 따르기 싫다면, 지금 당장 여기서 떠나도 좋다.”

“형님!”

“난… 네가 혼자라면 이곳에서 탈출할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그만!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는 탁한과 제임스 놈 사이에 무겁고도 치열한 공기가 몰아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극도의 반발…? 아니, 겉으로는 분명 그럴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뭔가 조금 다른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 소리하시려면, 먼저 절 ‘동생이 아니다’라고 말해 보시죠.”

“…그러면 당장 여기서 떠날 테냐?”

“핫~!”

제임스는 탁한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확신한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탁한의 표정은 심상치가 않았고, 그의 입이 망설이듯 열리자 제임스는 패액- 고개를 돌려 버렸다.

“됐어요! 앞으로 한 시간! 한 시간 후면 마녀가 자기 말을 지키는지 어쩌는지 알게 되겠죠!”

제임스는 말을 마치자마자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떼어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는 탁한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흉악한 범죄자로 보이지가 않았다. 사랑하는 아우의 앞길을 걱정하는 형의……

젠장! 뭐야, 이거! 인질극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인질들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한 편이 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난 우째 몇십 분 되지도 않아서 마음이 흔들린 거냐. 그게… 굳이 말하자면 흔들릴 뻔한 선에서 멈추긴 했지만… 어쨌든 뭐든 안 되지, 안 돼!

제임스는 그렇다 치고, 저 보스 탁한이 서류 상에 나온 성격과 상당히 다른 것 같다는 점 때문에 더욱 처음의 ‘싸그리 제압 및 섬멸 후 소교 구출’이라는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저들의 저런 인간적인 모습은 어디까지나 지들끼리 그러는 거고… 결국 수틀리면 소교를 비롯한 인질들을 해칠 놈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 이미 몇 명이나 어린 학생과 교직원들을 살해한 놈들이고 말이다.

난 소위 ‘의리’라는 주제의 단막극(?)에 잠시 혹했던 마음을 다잡으며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며 대책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우선 다행인 것은 소교가 놈들과 공범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우려에서 그쳤다는 점이다. 아마도 여옥이 경찰을 믿지 못하고 몰래 이들과 연락을 취해 나름대로 조건을 제시했던 모양인데… 그게 참, 마녀답다고 해야 할까? 자신과 원수 사이인 건 물론이고 이들이 이미 한 번 탈옥에 실패했던 자를 기어이 탈출시켜 주겠다니… 그게 성공할지 어쩔지는 둘째치고… 지금까지는 그 약속이 소교의 안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긴 한 모양이다. 그게 좀 지나쳐서(?) 소교가 범인들에게 개겨도 무사할 정도이니 말이다.

여옥이 용석천을 탈옥 시켜주겠다고 장담한 시간은 아마도 한 시간 정도 후…! 그렇다면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몽몽을 통해 여옥과 연락을 해서 약속을 지킬 마음이 있는가를 타진해 보는 것이다. 그녀의 속마음을 어떻게든 알아내서 대비책을 생각해야 하고… 만약 마녀가 소교를 위해 약속을 지키려 한다 해도 그게 실패할 경우도 또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마녀가 어떻게 나오든 난 나대로 처음의 계획대로, 그러니까 어느 때고 기회를 잡게 된다면 내 손으로 놈들을 제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는 놈들, 특히 저 탁한의 생각은 어떤가이다. 지금까지로 봐서는 이 일을 가급적 좋게 끝내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웬일인지 소교에게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사태가 이상하게 흘러갈 때도 마찬가지일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기는 하는 걸까…? 철부지 애송이 조폭도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을까…? 특히 마음에 걸리는 건 아무리 경찰 감옥 습격 작전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나 많은 저 폭약들… 저 정도 준비를 하면서 저 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 주인님! ]

< 음, 뭐냐 몽몽. >

몽몽은 현재 핸드폰 형태 그대로 적의 손에 빼앗긴 상태이다. 그러나 그 전부터 하위체가 내 귀속에 남겨져 있기 때문에 통신에는 지장이 없다.

[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결정이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한 시간 이내에 특공대 병력이 침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윽! 제3의 변수를 잊고 있었다. 그 다혈질이라는 경찰 지휘관!

아니, 아니… 설사 경찰 측 지휘관이 그가 아니었다 해도, 그리고 아무리 인질들이 고위층의 자녀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몇 시간 동안이나 경찰이 멀찍이 물러난 채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던 셈인가…? 어쨌든… 제기! 하필이면 이럴 때……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