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23-1화 : 최초의(?) 연합작전.(1)

랜덤 이미지

극악서생 3부 – 23-1화 : 최초의(?) 연합작전.(1)


3-4. 최초의(?) 연합작전.(1)

어느 한 쪽을 보호하려 들면 다른 쪽이 위험해지는 상황!

내가 영화나 소설 속의 천재 주인공이라면 이런 혼돈의 순간에서도 뭔가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 혼자서도 간단히 성공해 내겠지만… 제기! 역시 내게 그건 무리인가……?

<몽몽! 경찰 무선으로 전경하에게 연락해. 그리고 네가 직접 그를 설득해. 가능하면 경찰이 이 놈들에게 감시 받고 있다는 걸 모르게 하도록 해.>

[…불확실성이 너무 많습니다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몽몽에게 전경하의 설득을 맡긴 건 책임을 전가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난 최악의 경우… 즉, 기습을 들켰음에도 경찰이 작전을 감행할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내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잘해야 무공을 얻기 전의 움직임 정도밖에 못할 것 같고, 그 정도로는 저 막강한 진짜 일류 특수부대 출신의 탁한을 제압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와 정반대의 벽 쪽에 놓여진 내 정글도, 저거만 되찾으면 어찌 승부를 걸어 볼 수도 있다.

<소교!>

내가 전음으로 소교를 부르자 그녀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진작에 소교와의 대화 채널부터 뚫었어야 했는데……

<놀라지 마! 내 목소리는 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이어지는 전음에 소교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전음에는 본래 메아리 같은 울림이 섞이는 데다 현재의 나처럼 내력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더욱 뚜렷한 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지만, 다행히 소교는 빠르게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다시 전음을 보냈다.

<그래, 나다! 대교가 보낸 사람!>

“아, 당……”

<쉿~! 말 걸지 마! 이 소리는 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다짜고짜 전음을 날리고는 전음이란 걸 처음으로 겪어 본 사람에게 놀라지 말라는 건 무리다. 소교 역시 대교가 처음 전음을 들었을 때처럼 놀라는 것 같았지만 눈치 빠르게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래. 좋아! 지금부터 날 좀 도와줘야겠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는 소교! 역시… 내 기대대로 소교는 뜻밖의 상황에서도 침착성과 판단력을 잃지 않았다. 이제 여차하면 저 아이에게 내 정글도를……

“무슨 일이지?”

젠장! 눈치가 빠른 건 탁한도 마찬가지로군.

“아… 저, 저 분 상태가 다시 걱정되어서……”

소교는 그 사이 어느 정도 진정한 친구를 두고 일어서며 나름대로 자연스런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약간의 어색함까지 숨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탁한의 날카로운 눈빛 속에 의혹이 기색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경찰 공격 예정 7초 전!

“저 분의 부상… 조금 더 살펴도 되겠죠?”

소교는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걸음을 떼었다.

<아, 아냐! 넌 거기에 있어야 해!>

내가 다급하게 전음을 보내는 순간, 다행히 탁한도 팔을 내밀어 소교를 막았다. 이제 3초 전!

“…그럴 필요 없어. 넌 더 이상 저자에게 접근하지 마라.”

“하지만……”

소교는 내 전음 때문에 내게 올 생각이 없을 텐데도 반사적으로 불만스런 반응을… 어쨌거나 카운트 1! 0!

<소교!>

나는 몸을 일으킬 태세를 갖춘 채 그녀를 외쳐 불렀다. 바깥에서 총성이 울리는 순간 나는 소리쳐 탁한의 주의를 끌고 그와 동시에 소교가 정글도를 집어들어 내게 던져주는 과정이… 이어졌어야 했겠지만, 그건 경찰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경우였다. 아직 바깥으로부터 아무런 소리나 징조도 느껴지지 않았다.

몽몽이 어떤 식으로든 전경하를 철수시켰다…? 아니면 그저 약간 지체되고 있을 뿐……?

<자, 잠시 거기서 대기해 줘!>

인질 구출이나 여하간의 대 테러 작전에는 예정된 시간의 엄수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보통 작전 개시 직전 모든 부대원이 각자의 시계를 통일해서 맞추는 것이다. 예정된 시간을 넘겼다는 건 작전 자체가 취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렇지만 아직 몽몽에게서 결과 보고가 없다.

난 결국 어느 쪽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색한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탁한은 나와 소교 사이에 흐르기 시작한 수상한 교류의 증거를 찾으려는 듯 더욱 번득이는 눈으로 나와 소교를 살피고 있었다.

난 그래도 괜찮지만, 이런 압박감을 소교까지 언제까지 견뎌야 한다는 건……

<젠장! 몽몽!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죄송합니다. 아직… 아, 아무래도 이제야 전경하가 철수를 결심한 것 같습니다.]

썅~! 전경하 놈! 끝내 그럴 거면서 왜 사람 피 마르게 하는 거야?

<소교! 아직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내가 이렇게 너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만 숨기고 있어 줘.>

하아~ 소교도 나처럼 일시적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 아, 아닌가…? …쳇! 탁한 녀석, 내가 계속 모르는 척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더니 이제는 소교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한다. 소교도 아직은 지지 않고 놈의 눈을 마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지만, 내게는 소교의 팔이 보일 듯 말 듯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빌어먹을! 내가 그렇게 바보같이 떨어져서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소교에게 더 맘 고생시키지 않고 놈들을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하다. 미안해, 소교야.

“…탁한씨!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에구, 소교야. 네 쪽에서 탁한을 도발하다니… 무리하지 마라, 제발.

“제가 저 분을 잠시 간호한다고 해서 저분이 갑자기 회복하여 당신들을 치기라도 할까봐 겁내시는 건가요?”

윽! 야, 야!

“글세……?”

탁한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다시 내게 시선을 던졌다.

“제임스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저자는 저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야. 그것이 기적뿐 아니라 저자가 지닌 어떤… 특수한 힘 때문이라고 가정한다면… 부상을 가장한 채 내 목을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으윽~! 저 자식, 설마 정말 눈치를 깠나?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저 놈 손이 자기 총 위에 놓여져 있잖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 분은 지금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알아. 네가 너무 정색을 하니까 농담을 해 본 것뿐이다.”

조금 당황하여 항변하던 소교나 다시 긴장한 나까지 허무하게… 탁한은 피식 웃으며 총에서도 손을 떼고 있었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거야. 네가 정말 너와 다른 친구들… 그리고 저자의 목숨까지 구하고 싶다면, 너의 어머니를 믿고 얌전히 기다려라. 그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알고 있어요.”

소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듯했지만, 결국엔 고집스럽게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다시 내가 누운 침대로 다가와 앉는 소교의 뒷모습을 쫓는 탁한의 표정을 난 좀처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도 사내라 이 아름다운 소녀에게 반해 있는 상태…? 아니, 그런 류의 감정과는 좀 다른 듯한… 음…

전에도 어디서 누군가가 저와 비슷한 표정과 눈빛을 하고 있는 걸 본 것도 같은데… 언제 어디서였더라……?

<…소교야. 탁한은 혹시… 아, 그래. 난 너의 입술 모양을 읽을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소리 없이 말하면 돼.>

  • 아… 제 생각도 읽을 수 있는 거 아니었나요?

음, 뭔가 오해하고 있었군.

<아니, 난 초능력자 같은 게 아니야. 내가 지금 네게 말하는 것도 텔레파시가 아니라, 전음입밀(傳音入密)이라는 수법이지.>

  • 전음… 입밀?

<들어 본 적 없니?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다시 물을 게. 저 남자는 혹시 전부터 너와 알고 있었니?>

  • 아뇨. 적어도… 저는 몰랐어요.

<그래…? 뭐, 누군가에게 정도 이상의 호감을 가진다는 건 불과 몇 시간으로도 충분한 거긴 하지만……>

  • 탁한씨가 저에게…? 그럴 리가 없어요. 저 사람도 언니의……

<뭐?>

  •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언니…? 대교? 탁한도 설마 대교의 팬이어서 그 동생인 소교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 단순하게 연결시키자면 그렇지만……

<탁한도 대교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는 거니?>

  • …죄송해요.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응…? 얘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난 다른 이상한 사실도 얼핏 그냥 넘어갔었구나.

탁한이 날 대뜸 내가 사영회에서 보낸 자라고 생각했다는 건, 사영회의 보스 사영과 소교가 전생뿐 아니라 현 시대에서도… 그러니까, 부녀 관계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는 반증이다. 사영은 마녀가 자기 딸인 대교를 해치려 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런데도 자긴 마녀의 딸을 아끼고 있다…? 이건 뭔가 이상하잖아? 마녀 여옥과 대교의 관계는 대체……

  •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응? 아냐,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 아, 그게 아니라… 조금 전 제가 어설프게 행동해서… 그쪽…께서 의심을 받게 되었잖아요.

<어… 그거? 그거야……>

에구. 지금은 대교와 마녀 문제에 매달릴 때가 아니로구나.

<넌 잘못한 거 없어. 탁한도 아직 확실하게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오히려 내가 미안해. 구출하러 왔다는 놈이 이 모양 이 꼴이니……>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아니에요. 당신은… 대교 언니를 대신해 절 위해 이렇게 위험한 곳에 와준 분인 걸요.

<…내 이름은 진유준이야.>

  • 진유준……?

역시… 처음 들어보는 표정이군.

<…그래. 지금은 비록 이 꼴이라 믿음직스럽게 보이지 않겠지만…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누구라도 널 해치지 못하게 할 거야.>

  • …고마워요.

제, 제기! 이 꼴로 누워서 미리 감사를 받으니 무지하게 쑥스럽네. …싸나이 진유준. 마지막엔 반드시 멋진 모습으로 지금의 말을 제대로 들으리라! 암! 그래야지!

<몽몽!>

[예, 주인님!]

<지금부터 난 전음을 쓸 여력까지 아끼며 회복에만 전념할 거야. 그러니 내가 더 이상 별 말이 없더라도 넌 내가 말하는 순서대로 일을 진행해 줘.>

[알겠습니다.]

<우선 경찰 특공대… 전경하를 철수시킨 과정을 최대한 짧게 보고해. 그리고 늦지 않게 여옥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내서 그녀가 경찰 감옥을 습격하지 않도록 설득해. 그 다음… 여옥이 탁한에게 어떻게든 시간을 더 얻어내라고 하는 거야. 최대한… 그러니까, 시간을 얻어내면 낼수록 더 확실하게 소교를 구출할 수 있다고 하면… 음… 아니다. 세세한 건 네게 일임할게.>

[…알겠습니다. 반드시 주인님의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해 보겠습니다.]

웬지 몽몽이 다른 때보다 의욕에 찬 목소리를 낸 듯싶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난 몽몽에게 다른 건 다 시켰어도 독립적으로 다른 인간을 상대하며 마음을 돌리게까지 하는 일은 시켜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몽몽이 얼마나 뛰어난 인공지능인가는 잘 알지만, 인간의 잔머리를 상대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데 과연……

으음~ 조금 전에도 고집불통이라는 전경하를 잘 설득해서 돌려보냈다니 일단 믿어도 되려나?

[에- 그럼, 홍콩 경찰 특공대의 철수 시 상황 보고는… 헤헤~ 제가 하겠습니다.]

보고 정도는 요정 몽 녀석을 시킬 모양이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몽몽 오빠는 상대측 지휘관 전경하를 설득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말을 걸어볼 틈도 없었다고 할까요?]

에…? 뭐시여?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