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24-1화 : 몽몽의 위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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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24-1화 : 몽몽의 위기.(1)


3-5. 몽몽의 위기.(1)

콰콰꽝-!!

벼락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제임스의 총격이 내가누워있던 침대를 박살내기 시작한 건, 내가 이를 악물고 침대 반대편으로 몸을 굴린 직후였다. 총에 맞지않았음에도 비명을 지른 건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는순간에 온몸을 덮쳐 온 예상치 못했던 통증…! 아니,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은 고통 때문이었다.

내 입 밖으로 터져 나온 비명 못지 않게 전신의 힘줄,신경 세포 하나 하나가 악을 쓰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썅~! 아프다! 미치도록! 하지만! 움직인다! 확실히!

자각과 판단 이전에 내 몸은 이미 예정했던 그대로를 실행하고 있었다. 침대 뒤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양팔로 바닥을 짚으며 오른 발로 침대를 걷어차 버리자 침대와 매트리스가 동시에 반쯤 뒤집히며 놈들과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끄응!”

몸을 지탱하던 팔에 힘을 주는 순간 내 입에서 다시신음소리가 비져 나왔다.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도 나는 장력을 써서 침대 바닥을 쳐서 놈들 쪽으로 날리고는 나 자신도 도약하여 벽호공(壁虎功)으로 천장 쪽에달라붙었다. 벽처럼 세워져 날아가는 침대로 시야가가려진 놈들 쪽에서 갈겨대는 총탄이 매트리스와 침대바닥을 뚫고, 아니 거의 터트리며 내 등뒤의 허공을가르고 있었다.

“제임스! 위다!”

어느 틈에 문밖으로 몸을 피하며 내 쪽의 시야를 확보한 탁한이 그렇게 외치며 천장 위의 내게 권총을 겨냥하고 있었다. 침대가 날아가는 것과 같은 스피드로천장을 기어(?)가던 나는 천근추(千斤墜) 수법으로 일시에 몸을 낙하시킴으로서 탁한의 총격을 피했다. 놈의 총구도 재빨리 날 쫓아내려 왔지만, 이번에는 내반격이 한 박자 빨랐다. 미리 뜯어내서 손안에 감추고있다가 날린 내 옷의 단추가 탁한의 눈 부근에 적중했던 것이다. 탁한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뒤로 물러서는 것을 확인했을 때, 갑자기 옆에서 쿵!하는 소리가울린다 싶더니 뭔가 커다란 그림자가 날 덮쳐오기 시작했다.

침대? 내가 날려보냈던?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역으로 내게 날아드는침대를 피했다. 조금 전의 나처럼 침대를 방패로 삼은제임스의 반격을 각오했지만……

정면에 없다? 그럼 인질 쪽? 아니, 탁한 쪽?

순간적으로 내 시야를 피해 제임스가 이동한 지점은나와 탁한 사이였다. 탁한을 보호하듯 가로막고 선 제임스가 다 쓴 탄창을 뽑아내는 순간 나는 내 정글도를향해 손을 뻗었다. 난 이미 정글도 바로 옆까지 온 상태였지만 탄창을 교환하는 제임스의 동작은 그야말로눈부실 정도였다. 나는 드디어 손안에 들어 온 정글도의 감촉을 음미할 틈도 없이 선택의 기로에 서야했다.

놈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칼끝이 닿지 않아! 하지만 피하면 내 뒤의 소교와 인질들이……

결국 선택이고 나발이고 없는 문제라는 생각과 함께정글도를 제임스 쪽으로 휘둘렀고, 그와 거의 동시에놈도 방아쇠를 당겼다. 난 나도 모르는 사이 예의 초감각 모드에 돌입했던 걸까? 놈의 방아쇠 당기는 기척과 이어 탁-!하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느끼고 들었다.

그런데……

탁…? 총 안의 공이가 탄환을 치는 소리…? 그 것…

뿐? 아…….!

나도 순간적으로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제임스는더욱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총과 복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임스의 총은 가장 두꺼운 몸체 부분이 레스토랑의 과일처럼 깨끗하게 절단되어 있었고그 너머 제임스의 몸에서 스멀스멀 선혈이 흘러나오기시작했다.

검기…? 아직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얼결에 성공한 건가…? 그렇다고는 해도 어째서… 총과 비슷한위치였던 놈의 팔은 멀쩡하고 그 뒤의 몸만이 베여진거지? 혹시 이 것도 의형수검의 일종?

대충 그렇지 않나 싶긴 했지만, 일일이 분석할 때가아니므로 일단 생각을 접고 제임스 쪽으로 다가서기시작했다. 제임스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리며 비틀대며 문 바깥으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탁한이부축하며 다시 내게 총을 겨누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제임스의 손이 그의 팔을 잡았다.

“그만 두세요, 형님. 이길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희미한 미소를 띄며 고개를 젖고 있는 제임스의 얼굴과 그의 상처를 번갈아 보고 있는 탁한의 눈동자가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 주인님! 복도 끝에 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몽몽의 경고에 아차 싶어서 그제야 서둘러 복도로나가 탁한을 잡으려 했지만, 한 박자 늦고 말았다. 4층으로 뛰어 올라온 소치가 대뜸 총을 갈겨대기 시작하는 바람에 나는 다시 문 안쪽으로 몸을 피할 수밖에없었다.

탁한이 그 틈에 제임스를 버리고 소치 쪽으로 혼자튀어 버린 건, 그러거나 말거나 소교와 인질들이 안전해 진 이상 상관이… 젠장! 있다! 아직 놈의 주머니에있는 몽몽을 회수하지 못했다.

“자, 잠깐!”

제임스는 탁한의 뒤를 쫓으려는 날 불러 세웠다. 그는 복도의 벽에 기대앉아 내게 베인 배를 움켜쥐고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저, 저를…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뭐?”

“형님은 이제… 틀림없이 이제 자폭을 택할 겁니다.

이… 건물과 함께……”

자폭…? 물론 나도 탁한과 얘기하면서 그가 동생들은 아껴도 자기 자신은 웬지 포기한 듯한 인상을 받긴했지만… 설마 이렇게 쉽게 그런 극단적인 길을 택할거라고?

“마녀로부터 연락은 없고… 저도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을… 그, 그러니……”

보스의 구출은 실패로 추정, 아끼던 동생 제임스는죽어가고… 확실히 모든 일이 망쳐졌다는 판단을 할만도 하긴 하지만……

[ 주인님! 지금 확인된 건물 내 폭탄 설치 패턴으로 보아 기폭 시 건물 전체가 파괴될 것입니다. ]

몽몽도 아까 들어 온 코스에서는 건물 전체를 스캔할 수 없었다가 이제야 확실히 파악한 모양이었다.

< 몽몽! 어디냐, 지금? >

[ 현재 지하 1층의 예상 탈출로 부근입니다. 전자장치는 제가 막을 수 있지만 수동으로 작동시킬 경우에는 막기가 어렵습니다. ]

< 내가 바로 갈게! 여차하면… 그래, 정체를 들키는 한이 있어도 네가 탁한의 몸을 제어해서라도 막아! >

젠장! 역시 최종보스가 끝까지 말썽인 건가?

“천주…! 부탁입니다. 저를… 탁한 형님에게……”

시러배시빠빠 같은 놈. 이제야 존칭을 쓰는 군. 이제까지는 잘도 내게 칼질, 총질을 해대더니……

난 제임스 놈이 얄미운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긴 했다.

더구나 미우나 고우나 이놈도 결국 내 수하… 내가 책임져야 할 놈이다.

“너… 치명상 입은 거 맞아.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하, 하지만……”

“명령이다. 여기서 대기해.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제임스, 아니 뇌옥마군은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 것만 같은 얼굴로도 다시 또 뭐라 입을 열려 했다. 그때 그의 앞에 나선 건 뜻밖에도 소교였다.

“이 분 말씀을 들어요. 당신은… 이대로 죽어선 안 돼요.”

그녀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뇌옥마군 앞에서 입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

“죄 값을… 우리 친구들을 해치고 우릴 괴롭힌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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