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33-2화 : Confidential Raiders.(2)
“오빠, 오빠! 진짜야?”
내가 돌아오자 하은이가 짓궂은 표정으로 물어왔다.
“처음에 학교로 침투할 때 실수해서 하늘에서 쑤웅~ 그냥 떨어졌다며?”
이런… 지난 번 사건 때 얘기를 듣고 있었던 모양인데, 하필 그 부분에 주목하냐?
“에… 그게 비행기에서 싸인이 좀 안 맞는 바람에……”
“아하하~ 그게 뭐야! 오빠 정말 외인부대 출신 맞아?”
요게, 오래비를 놀려 먹… 응? 가만? 외인부대…? 하은이 이 녀석, 내가 없는 사이 날 그렇게 소개한 건가?
“하지만 진대인께서는 그런 부상을 입고도 결국 절 구해 주셨는 걸요.”
소교 녀석. 그냥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는데도… 아, 아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친근해지는 건 위험(?)하겠지? 쯧…! 그래. 너무나 아쉽지만… 아무래도 현재의 소교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다.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말이다.
나는 애써 마음을 고쳐먹으며 다시 여옥에게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원판이 손 뗀 놈들이라면 지금 CR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건 역시 마녀 여옥일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큰 부상을 입으셨는데 지금은……”
“뭐… 지금도 여기저기 엄청 쑤시고 저려.”
“죄송해요. 기뻐하느라 그런 것도 잊고 그만……”
“아니, 이제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나는 무심코 걱정 말라고 하던 말을 맺지 못하고 어물쩍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아이와 ‘거리를 둔다’라는 게 어느 선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게 여옥이 입을 열었다.
“역시 호걸답게 강인한 분이로군요. 벌써 몇 번이고 딸아이에게 무용담을 듣기는 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도움을 주셨으니……”
나는 짧게 갈등했지만 결국 고개를 저어 여옥의 말을 끊었다.
“그리 감사를 받을 일도 아니었습니다. 소교에게도 얘기했지만… 전 단지 대교의 부탁을 받고 나섰을 뿐이니까요.”
대교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보일 듯 말 듯 굳어지는 여옥의 안색! 서로의 직업 다음으로 우리가 그동안 피해왔던 민감한 화제는 바로 대교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위해 목숨까지 걸고 도와준 건 보통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게다가… 이번 일로 우리 대교가 우리에 대한 오랜 오해와 감정을 접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 같아서… 아- 우리 모녀는 그게 무엇보다 기쁘답니다.”
뭐…야, 이거?
여옥의 반응에 나는 그만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여옥이 ‘우리 대교’라 칭하는 음성은 지극히 다정했고 표정 또한 그 동안 정말 대교를 그리워하며 살아왔다는 듯이 애잔했던 것이다. 이어 소교도 입을 열었다.
“그래요. 전 그동안 계속 대교언니가 저를 미워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일어났던 흉사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언니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하는 사이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소교가 살짝 고개를 숙였고, 그런 그녀를 대신해 여옥이 말을 이었다.
“실은… 제가 예전에 어떤 사고로 본의 아니게 대교의 어머니를 다치게 했었답니다. 그 일에 대한 오해와… 그후로도 몇 가지 오해에 의한 일들이 벌어져서 결국에는 친자매처럼 함께 자랐던 대교와 이 아이까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지내 온지 여러 해랍니다.”
여옥이 대교의 어머니를 다치게 했었다고…? 그런데 그건 본의가 아닌 사고였으며 그 후의 일들도 전부 오해였다는 건가……?
“그랬…었군요. 사실 난 대교에게서도 그 사연에 대해서만은 잘 듣지 못했는데……”
나의 애매한 반응에 여옥은 다시 자조적인 미소를 떠올리며 소교에게 안쓰러워하는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전 사실 젊었을 때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지금까지도 좋지 못한 조직에 몸담고 있답니다. 그 때문에 적들도 많고… 결국 대교와 저 사이에 더욱 깊은 골이 패이게 되었답니다. 그들은 대교의 아버지와 제가 예전처럼 힘을 합치게 되는 걸 두려워하여……”
이것…봐라?
이제까지 다른 조직들이 당신과 사영의 조직이 연합할 것을 두려워하여 중간에서 이간질을 해 온 거고 그 와중에 대교도 당신을 미워하고 두려워하게 된 거란 거지? 마녀라 불리게 될 정도의 온갖 흉흉한 소문들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그렇지만 다행인 건 이 아이… 소교 만은 끝까지 절 믿어주니… 이 아이의 존재가 제가 살아가는 힘이지요.”
난 갑자기 쏟아놓는 여옥의 사연과 그에 동조하여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소교의 눈물 앞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초면에… 그것도 딸의 은인 앞에서 저희의 신세 한탄을 늘어놓고 말았군요. 부디 무례를 용서하세요.”
문득 진정하는 기색이 된 여옥이 표정을 추스르며 사과를 해와서 나는 즉시 손을 저어 보였다.
“아뇨. 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대교와 무관한 얘기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어머! 그러고 보니 아직 우리 대교와 어떤 사이인지… 아직 그것도 듣지 못했군요. 성후 오라버니의 사영회 소속은 아니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 그게……”
계속 자연스럽게 대교와 사영을 가족처럼 칭하고 있는 여옥은 물론이고 소교와 하은이 앞에서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거시기하긴 한데… 뭐, 처음부터 딱히 숨기거나 꾸밀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내 쪽에서만 열렬히 짝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랄까요? 지금은 일단 그 정도로만 알아두시죠.”
나의 이 씁쓸한 고백에 좌중의 여자들 모두 뜻밖이라는 표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중 하은이 녀석이 먼저 슬며시 한국말로 입을 열었다.
“지금 계속 언급된 대교라는 여자… 수혜의 언니는 주가혜를 말하는 거 맞지?”
“…그래.”
“왜 여기 홍콩까지 날아와 인질 사건을 해결했나 했더니… 그런데 그보다, 짝사랑? 정말이야?”
“…그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대교는 니네 화이트하고는 더 확실히 아무 관계가 아니니까 말야.”
난 그렇게 강조했지만 하은이 녀석은 그게 더 불쾌하다는 듯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주가혜가 어느 한 오빠를 차지하는 것도 기분 나쁘지만… 이건 더한 상황인 모양이네? 양다리란 말이지?”
“아니, 그건… 그런 상황이 아니야. 우리 사이에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놔서 지금은 자세히 말해 주기가 어렵지만서도……”
역시 뭐라 설명해 주기가 난감한 얘기라 난 쓴웃음을 지으며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무심코 다시 건너편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여옥은 소교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게 소근거리고 있었다.
“…지금은 눈물을 씻고 예쁜 모습을 보여야지?”
하은이 녀석 때문에 앞부분은 못 들었지만 뒤에 말은 분명 그랬다. 여옥의 그 다정한 충고에 소교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시선을 피해 달아나듯 화장실 쪽으로 사라져 버린다.
“아~ 저도 실례지만 잠시……”
문득 생각났다는 듯 하은이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소교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교는 그렇다 치고 하은이까지 자리를 뜨는 바람에 갑자기 여옥과 단둘이 남게 나는 여옥에게 공연히 싱거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에- 여자 애들은 왜 저렇게 화장실에 함께 가길 좋아하는지… 원.”
나오는 대로 한 소리 하기는 했지만 바로 조금 전까지의 분위기 때문에 뻘쭘해진 기분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런 나와 달리 여옥은 오히려 여유를 찾은 듯 온화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결국 슬며시 여옥의 시선을 피해 창밖을 바라보며 상황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난 물론 이제 여옥이 현재의 위치를 차지하는 데는 원판의 뒷 공작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밖에 대교와 관련해서도 그런 숨겨진 사연들이 있었다는 건가…? 대교와 오삼숙… 모두가 저 여자를 오해하도록 조작해 온 건 역시 원판… 혹은 CR의 음모…? 하지만… 하지만 대교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녀는… 그래, 그녀라면……
나는 결국 여옥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이코 살인 마녀’라는 인식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오늘 난 당신에 대한 생각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군요.”
내가 입을 열며 다시 돌아보았을 때, 여옥의 입가에는 이미 조금 전까지와 전혀 다른 느낌의 싸늘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어떻게… 말인가요, 진·유·준·씨?”
그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대교가 사람을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렇게 특별히 추가할 사항은 없을 것 같고… ‘배우 뺨치는 연기파’ 살인 마녀… 정도?”
내 말에 여옥의 가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대뜸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재미있군요. 지금까지 내 면전에서 그런 소리를 해 댄 멍청이는 없었는데 말이죠.”
“뭐,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게 만들었던 거 아니오? 이렇게… 딸과의 저녁식사 시간에조차 주변에 깔아 놓은 부하들을 시켜서 말이오.”
내가 다시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여옥은 짧고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웃었다.
“당돌할 뿐 아니라 눈치도 빠른 청년이었네? 아니, 아니지… 이 자리에서 20년이 넘게 영업해 온 자까지 수하일 정도로 유서 깊은 조직의 인물이니, 그 정도는 당연한 건가?”
쯧, 역시 저쪽도 대충 다 알고 있었군.
“어쨌든… 고마워요.”
“뭐가 말인가요?”
“소교, 내 딸아이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았던 거 말이에요. 앞으로도 반드시 그래 줬으면 좋겠어요.”
“그야… 당신이 나 때문에 비련의 여인 흉내를 낸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호호호~ 역시 말이 통하는 남자일 줄 알았어요.”
“아니, 아니… 그보다… 그렇게 딸을 아끼면 그냥 정말로 ‘개과천선’하는 건 어때요? 어렵게 ‘착한 엄마’의 탈을 쓰고 지낼 것 없이 말이죠.”
“…세상일이란 그렇게 쉽지가 않답니다, 젊은 양반. 게다가 오늘 같은 상황이 거듭되어서야 어디… 착해질래야 착해질 수가 있어야 말이죠.”
“오늘 같은 상황? 그거야……”
“후후- 이런 피곤한 신경전에 대해서만 말한 것이 아니에요. 이런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 얄미운 여우, 대교라는 계집애!”
이 마녀가 지금 뭔 억지를……
“당신은 모를 거예요. 대교와 그 애의 어머니… 내 사촌 언니가 얼마나 가증스런 여자였는지……”
마녀의 사촌 언니…? 대교의 어머니가? 그건… 어쩌면 그 정도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서도……
“언제나 좋은 것은 빼앗아 독차지하고는 그것도 모자라, 천사 같은 얼굴로 동정하며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윽…! 이미 선량한 탈을 벗었다고는 하지만 저 증오심에 사로잡힌 얼굴은 정말… 한층 더 재수 없다.
“그… 그거 알아요? 대교는 지어미가 내게 한 짓을 소교에게 되풀이한다는 사실…! 그리고 소교는, 저 바보처럼 착하기만 한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그래서 일찌감치 떨어트려 놨는데… 그것도 모르고 여전히 멍청하게도……”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당신이 삐뚤어진 것뿐, 소교는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에… 너무 도발적인 말이었나? 저 핏발 선 두 눈은 나도 마주하기가 좀 부담스러운……
“여, 역시 넌……”
실룩거리며 뭔가 독설을 퍼부을 것 같았던 마녀가 문득 말을 멈춘 것은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마녀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내게서 귀신 같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아… 그래. 이실장 말대로인 것 같아. 아주… 특별한 인물이야. 배경도 그렇고… 소교의 짝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더구나 그 가증스런 계집애에게는 더더욱 아까운……”
도청…할까 했더니, 그럴 것도 없이 노골적으로 들으라고 지껄여 대는 군.
“…그래, 하지만 이미 그 계집애에게 넘어가 버린 것 같아. 그러니… 아니, 상관없어. 예정대로 진행해.”
뭐?
“이봐, 지금 당신 무슨 짓을 하려고……”
마녀는 손을 들어 내 말을 끊고는 징그럽게 웃으며 내 뒤쪽을 턱짓했다. 뒤를 돌아보니 하필 이때 소교와 하은이가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은아! 아무 핑계나 대고 잠시만 더 자리를 피해 줄래?>
내가 급히 전음을 날리자 하은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문득 흥미로운 생각이 났다는 듯 소교를 유도해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 왠지 조금 더 시간이 생긴 것 같군요. 그럼… 말해 주실까요? 당신들의 ‘예정’이란 게 뭔지!”
“훗! 내가 왜 그걸 말해 줘야 하지?”
쳇! 그런…가?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적어도 당신이 사랑하는 소교가 놀랄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소.”
“그야 당연하지. 아무렴 내가 저 아이가 있는 곳에서 일을 벌일까.”
“그럼… 나는? 나는 어떨 것 같소?”
짐짓 떠봤지만, 마녀는 피식 비웃을 뿐이었다.
“당신은 결코 그러지 못해. 이 자리에 저 DP의 아가씨가 있는 것도 그렇고… 당신도 나처럼 우리 소교 앞에서 피를 보거나, 여하간 미움받기는 싫을 걸?”
“…솔직히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오. 난 소교를 여자로 보는 게 아니니까.”
“그래… 알지. 그 여우 계집애에게 홀린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지.”
쳇! 이 여자에게는 무슨 소리를 해도 지 멋대로 해석할 것 같다.
“당신이 대교를 어떻게 생각하든… 앞으로 한 가지만 명심하시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니, 구체적으로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난 설사 당신이 소교의 어머니라 해도 반드시 당신을 없애 버릴 거요.”
“…마음대로 해요. 단,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앞으로 밤길 조심해라…도 아니고 당장 오늘 밤? 쯧, 성격 참 급한 마녀로군.
그럼… 이제 두 가지 중의 하나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나? 여옥과 소교를 먼저 내보내고 이곳을 진지로 싸우던가, 아니면 내가 먼저 나가서 싸돌아다니며 다른 장소로 유인을 하던가…
으음… 아무래도 이미 진지를 구축한 곳에서 싸우는 게 더 유리할 것 같기는 한데… 그렇지만 난 아무래도 우리 편이 다치는 건 싫다. 차라리 나 혼자 적을 유인하는 편이……
[주인님! 구양대주의 연락입니다.]
나는 이제 자리를 피할 것도 없이 그냥 몽드폰을 받았다. 그런데……
“천주! 이상합니다. 조금 전 갑자기 여옥의 수하들이 일제히 이 건물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뭐요?”
내 표정의 변화를 여옥이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진형은 흐트러트리지 말고, 건물 내를 다시 수색해 봐요. 특히 ‘폭발물’에 유의해서.”
아무래도 의심이 되는 건 이 건물을 통째로 날릴 만한 폭탄 설치인데… 그런데 여옥의 저 비웃음을 띤 표정은… 쳇! 내가 헛다리짚었다는 거야, 뭐야?
[주인님! 자룡대주의 연락입니다.]
자룡대주…? 그녀는 구양대주와 함께 있지 않나? 왜 굳이 따로 연락을 한 거지?
“진유준님…! 맞습니까?”
새삼 당연한 걸 묻고 그러…냐가 문제가 아니라! 자룡대주는 고사하고 여자의 음성도 아니잖아?
“너, 누구야?”
“크, 크큭~ 벌써 잊으셨습니까? 불과 몇 십 분 전에 들은 목소리를!”
이런… 제기!
“아까 그 여옥의 수하… 아니, CR인 거냐?”
“흣-! CR이라…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군요. 확실히 CR에 속한 적도 있었죠. 지금은 여옥님이 이끄는 살막파(殺幕派)의 그림자 도수(刀手)일 뿐이지만 말이죠.”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네가 어떻게 자룡대주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거냐?”
“자룡대주…라고 불리는 모양이군요. 지금… 제 뒤에 묶여 매달려 있는 여자가 말입니다.”
빌어먹을… 어이없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설마 날 호위하고 있던 자가 오히려 납치되어 인질이 될 줄이야…! 더구나……
“사실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긴 하지만… 설마 인질을 무시하는 건 아니겠죠? 수하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지휘관 급… 게다가 ‘여자’인데 말입니다.”
그래, 이게 문제다. 이 놈들은 이미 내 성향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