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37-2화 : 재밌냐? 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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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37-2화 : 재밌냐? 응?(2)


4-8. 재밌냐? 응?(2)

[ …주인님께서 이 곳에 도착한 후 약 6분 30초가 지났을 때, 정글도가 날아간 방향의 숲에서 두 명의 인간이 탐지되었었습니다. ]

내가 광분하기 시작했을 때쯤인 모양이군.

[ 정밀 스캔이 어려운 거리지만 인간의 육안에 해당하는 기능으로도 모두 세 명의 인간을 발견했으며, 그들은 모두 주인님이 직접 접촉했던 일백마군이었습니다. ]

이, 일백마군? 내가 직접 접촉했던……?

< …며칠 전 신불산에 모여들었던 일백마군들 말이야? >

[ 그렇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 그들 모두가 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

< 너 지금 설마…… >

[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로서도 분석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지하무림이 아직 정식으로 주인님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 유의하셔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 뭐…시라-? 그럼 몽몽 너는 지하무림에서 감히 마군황을 상대로 뻘 짓거리를 할 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냐? >

[ 가능성 측면에서는 확실히 존재합니다. ]

‘말도 안돼’라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튀어 나왔지만, 결국 입 밖까지는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만 맴돌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몽몽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 정말 그런 일이……

[ 주인님. 구급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

쳇…! 타이밍하고는…… 하필 곤혹스런 문제가 발생한(혹은 발생했을지도 모를) 시점에서 기다리던 구급차 두 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착했다. 한 대는 내 지시에 따라 몽몽이, 또 한 대는 미령이가 부른 것이다. 난 당연히 앞선 구급차에 준엽이와 성원이를 싣게 했다.

“아… 나, 내가 왜?”

“난 금동이 찾아서 가야 하니까, 네가 수고 좀 해줘.”

미령이는 자신이 왜 준엽이와 성원이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냐고 투덜댔지만, 역시 말뿐이었고 끝까지 거부하지 못하고 구급차에 따라 올라탔다. 문제는 미령이가 불러 준 구급차였는데… 결과적으로 별로 내키지 않는 놈들의 몇 명에게는 한국 응급 구조 시스템 및 현대의학의 혜택을 빠르게 베풀어주게 된 셈이었다. 거기다가 구급요원들은 당연히 그들로는 모두의 후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신속히 지원요청을 한다.

“신고한 분이십니까?”

바쁜 와중에도 구급요원들 중 팀장쯤 되어 보이는 분이 내게 달려와 물었다.

“왜 환자가 두 명뿐이라고 한 겁니까?”

“아, 예. 그게… 처음엔 두 명뿐이었거든요.”

지금도 치료를 바라는 환자는 두 명이 맞습니다요.

“대체… 무슨 일입니까?”

경찰이 아니라 그런지 그리 집요하게 추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역시 솔직하게 설명하기는 난감하군. 녀석들이 안전하게 후송되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금동이도 기다리느라 남았던 거지만… 음… 지금이라도 그냥 튀어도 상관은 없으려나…? 금동이라면 내 쪽에서 숲을 수색하러 가도 될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달아난 다는 행동 자체가 웬지 내 쪽이 잘못한 기분이 들어서 좀… 그… 뭐, 폭행죄를 저지른 건 사실이긴 하지만… 에이, 모르겠다.

“…그냥 쌈 난 거죠, 뭐.”

“그건 척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만… 그럼 혹시 폭발물이 사용되지는 않았나요?”

형식은 경찰 심문과 비슷한 것도 같지만, 구급요원으로서 치료에 필요한 사전정보를 원하는 것뿐인 것 같았다. 암튼… 폭발물…? 등 쪽의 옷과 피부가 폭발하듯 찢겨진 놈이 있어서 그러는 건가?

“예.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건 내가 음경(陰勁)을 써서 그런 겁니다…라는 설명은 생략.

“자상(刺傷), 그러니까 칼로 베인 상처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런 흉기가 사용되는 걸 보셨습니까?”

“글쎄…요. 살짝 돌은 누가 썼을 수도 있겠죠, 뭐.”

그 살짝 돌았던 인물이 이 몸이며 쇠파이프로도 일반인의 몸에 그런 류의 상처를 남길 정도의 검기는 나온 답니다…도 생략.

“허허- 이거 참. 제가 이런 현장을 한 두 번 본 게 아닌데… 입이 뭔가에 찢겨진 사람은 그렇다 쳐도, 얼굴이 뭔가의 타격에 뭉개져서 알아 볼 수도 없는 사람이나 그 밖의 부상자들도 대부분 이상하네요. 상처에 비해 출혈이 너무 적고… 그럼에도 하나같이 상태가 심각하니……”

으음~ 역시 대한민국 119대원답게 날카로우십니다, 그려. 본래 쫌 논다는… 아니, 어느 정도 고수 반열에 드는 자의 공격은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생략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나는 계속되는 질문에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해 주었다. 구급요원은 그런 내 진술을 손에 들고 있던 보드 위의 서류에 열심히 적더니 마지막으로 그 보드와 서류를 나에게 내밀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싸인 해 주십시오. 신고자 란에.”

“그러죠, 뭐.”

미안하지만 엉터리 싸인을 대충… 음… 근데 옆의 사유란을 보니 첫 머리에… ‘…20대 남자들 십 여명이 집단 싸움 끝에 다수의 부상자…’이런 내용이 휘갈겨 써있다. 그걸 보니 자꾸… ‘이 놈들이 나쁜 짓을 해서 몇 대씩 쥐어박았더니 좀 다쳤음. 치료할 약도 아까운 양아치들이니 빨간 약 이상의 처방은 불필요.’라고 적어 넣고 싶은 충동이… 음, 그건 참자, 참어. 공문서에 그런 내용을 쓰는 건 참아 주기로 했지만, 적어도 이분들에게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전부 제가 한 짓입니다. 공연히 바쁘신 분들 일 거리를 늘려서 죄송해요.”

“예?”

내 자백에 조금 놀라는 것 같았던 구급요원은 놈들을 돌아보며 머리 수를 새삼 확인하더니, 결국 내가 농담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핫-하고 웃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쓰러져 있던 자들 중 몇몇이 날 손가락질하며

‘저 놈이~’, ‘저 XX가 우릴~’

따위의 소리를 하며 울부짖자 그도 다소 혼란스런 기분이 되는 것 같았다. 역시 눈치껏 사라져 주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듯 싶었다.

얼마 후.

구급요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순간을 노려 사삭- 현장에서 튀어 버렸다. 경공을 속도 위주로 발동하여 숲의 나무들 사이로 완전히 몸을 감춘 후 돌아보니… 내게 사인을 받아 갔던 구급요원만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돌아 볼 뿐, 다른 사람들은 아직 내가 사라진 것조차 모르는 듯했다. 나는 일단 안심하며 미령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미령이냐? 병원에는 도착했니? 걔들 괜찮냐?”

“그래요. 아직 의식이 없기는 하지만… 괜찮을 거 같데요.”

“고맙다. 여러 가지로.”

“흥~!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요. 난 우리 자매와 술 한잔 나누었던 사람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을 뿐이에요.”

후후~ 귀여운 것!

“그래, 그래. 알겠다. 그런데… 부탁하나만 더 하자. 뭐냐하면……”

내 부탁을 들은 미령이는 역시나 흥-하고 신경질적인 콧소리를 앞세웠다.

“당신이 얘기 안 해도 벌써 이 병원에 우리 요원들이 와 있어요. 환자들의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안전가옥에 속하는 다른 병원으로 옮길 거예요. 게다가 경찰의 수사도 우리 GM에서 무마해 줄 거니까 그리 알아요.”

흐음- 경찰에까지 손을 쓴다는 건 최소한 GM의 한국지부장 ‘챈’의 힘이 작용한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그걸 굳이 언급했다가는 미령이의 분노만 더……

“결국 GM이 조직차원에서 움직이게 되었으니… 이제 만족하나요, 진유준 고객님?”

음… 지금도 충분히 삐딱해져 있는 것 같군.

“에구, 너무 그러지 마라 미령아. 아깐 미안했어. 내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됐어요, 진유준씨! 앞으로 당신의 의뢰는 접수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어요. 담당자인 내가!”

“어, 야아~”

“흥!”

“에… 근데 미령아. 니넨 쿠폰제 같은 거 없니? 의뢰 열 번이면 한 번 공짜라던가 몇 프로 할인해 준다던가……”

띡-!

[ 전화가 끊겼습니다, 주인님. ]

< 훗~ 고 녀석, 참. >

[ …장난도 좋지만, 앞으로 정말 미령님이 의뢰를 받지 않으면 어쩌시게요? ]

< 후후- 괜찮아, 요몽. 공적인 일에까지 심술을 부릴 정도로 철없는 녀석은 아냐. 게다가… 나 역시 이제는 정보조직이 생겼잖아. GM만은 못 할지 몰라도 지하무림의 정보망도 꽤 쓸만했다구, 옛날부터. >

[ 따고 배짱… 아니, 하청업체를 이용해 먹는 대기업 모드네요. ]

< 흐음~ 다소 불쾌한 표현이긴 했다만, 한 편 기특하기도 하구나. 니 표현력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아서 말야. >

[ 헤헷-! 칭찬 받았다. 감사해유~ 고마워유~ 후후, 이거 어때요? 유~체! ]

< …뭔 소리냐? 유~체라니? >

[ 모르셨어요? 요즘 인터넷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주로 연예인의 이름 중에서 일부를 따서 말끝에 붙이는 게 유행이라구요. 근영이라는 이름의 연예인이라면… ‘참 예쁘근영-‘이라고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저도 주인님의 이름 중 ‘유’자를 말끝에 붙여 보기로 했어요. ]

별 놈의 유행어가 다 있군. 근데 그보다……

[ 이상하네유~ 주인님 정글도는 대체 어디에 떨어졌을까유~ ]

< …요몽. 취지는 좋다고 칠 수도 있겠지만, 유체인지 뭔지는… 그냥 충청도 사투리로밖에 안 들리는데? >

[ 에엣~! 그, 그러고 보니… 으~ 어쩐지 자꾸 끝을 유~하고 끌게 되더라니… 죄송! 이미 있는 어투와 겹친다는 걸 몰랐어요. 그러탐… 음, 진체나 준체, 유준체… 어떤 게 좋을지…… ]

< 됐다. 쓸데없는 짓 하는데 전자두뇌 낭비하지 마라. >

[ 우웅~ 그래도 재밌는데…… ]

< 몽몽. 네가 올바른 전자두뇌의 모범을 보여라. 정글도의 예상 위치를 재 계산해 봐. >

[ 이미 오차 보정을 완료했습니다. ]

과연, 모범생 몽몽. 음… 현재 위치로부터도 132미터 정도 지점…? 경공을 쓰면 금방… 아니, 아니다.

난 새삼 경공에 쓸 내력까지 아끼기로 결정하고 평소의 걸음으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령이와 요몽 때문에 잠시 풀어지기는 했지만, 아까 발생했던 불안감이 내 머리 속에서 착실하게 커져가고 있는 건… 이러는 동안에도 금동이가 복귀하지 않고 있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금동이가 녀석의 흥미를 끄는 뭔가에 정신이 팔려 땡땡이를 치고 있는 거라면… 그게 오히려 다행일 텐데… 물론 그럴 경우 조금 혼내기는… 으음……

나의 긍정적인 바램이 처음부터 틀렸다는 것이 밝혀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몽몽이 계산한 지점의 나무 위에서 어렵지 않게 수상한 것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더 내력을 아낄 것도 없이 경공으로 그 나무 위까지 뛰어 올라가 보았다.

나무에 남겨져 있는 흠집은 아무래도 정글도가 박혔었던 흔적인 것 같았지만 정작 정글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흔적 밑에 작은 쇠붙이 같은 것으로 고정된 종이(편지?)가 붙어 있었다.

  • 자신의 애병기(愛兵器)를 이렇게 쉽게 잃는 자에게 무인의 자격이 있을까? 돌려 받고 싶은 의지와 용기가 있다면 오라. 며칠 전 당신이 마군황이라 자처했던 장소에서 당신의 실체를 밝혀 주겠다. –

나는 길지도 않은 내용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내용 끝에 덧붙여진 말이었다.

  • 가짜 마군황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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