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39-2화 : 천우신이 남긴 귀물(貴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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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39-2화 : 천우신이 남긴 귀물(貴物).(2)


“썅……!”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까지 욕설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다행이랄지, 격론에 열중해 있는 자룡대주와 소군황 두 사람은 물론이고 내 반응을 주의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모양이었다. 관중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청천마군이 내 쪽을 보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 역시 내 시선과 만나자 슬쩍 딴청을 피운다. 쓸데없이 주목받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명색이 오늘의 주인공인 나에 대한 관심도가 이 정도라니 다소 섭섭한 느낌도… 음. 암튼, 그보다.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그러니까 천우신이 쓴… 예를 들어 방수를 위해 사용한 물질인데 만들 때 우연히 그런 조합이 되었다던가 하는 경우 말야.>

[아직 모든 성분의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인님께서 제기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분석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의 기능을 대상으로 한 조합이라는 높은 비율의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 그게 또 그렇군.>

으그~ 갑자기 기분이 엄청나게 다운된다. 이럴 때 가장 빠르게 이 사태의 원인을 확인하는 방법은… 으… 안돼! 그건 싫어.

[저기, 주인님! 그 사람… 원판에게 물어보시는 건 어때요?]

<…나도 방금 그 생각했다, 요몽. 그리고 이어서 ‘싫어’라고 생각했다.>

[저도 주인님이 그 사람 싫어하는 건 알지만,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그랬잖아요.]

<이 경우, 뭐가 공이고 뭐가 사인지 넌 구분이 가냐?>

[어… 그게, 좀 거기서 거기 같기는 하네요. 마군황 증명은 공적인 일 같기도 하지만 저 상자들은 친구 분인 천우신님이 남긴 거고… 에이~ 모르겠다. 주인님 맘대로 하세요.]

…쯧! 어쩐다…? 일단은 저 상자를 먼저 열고 나서 원판 관련 여부는 천천히 확인해도 되려나? 하지만… 원판이 관련되었다면 원판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내용물 스캔을 막은 거지? 내가 지하무림을 차지하면 자신에게 불리할까 봐 방해할 생각인 건가……?

지하무림은 무지하게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세력이다. 자룡대주는 자신들의 힘과 역사를 비관적이고 자조적으로 풀이했지만, 그건 마군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뻥을 좀 섞은 것 같고… 당연히 그녀의 말처럼 마군황처럼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면 그 어떤 조직보다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난 둘째치고, 초대였던 패도광협( 刀狂俠) 선배가 증명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원판이 경계를 할 법도 하긴 한데… 그럼 설마… 오늘 일 자체가 원판의 뒷공작은 아닐까? 저 소군황이나 초사마군도 원판의 첩자…? 그 정도 배신자는 아니라도 최소한 모르는 가운데 유도당했다거나… 어, 그리고 그런 거라면 꼭 당장 눈앞의 반대파뿐 아니라 모든 마군들에게서 의심을 거두기가 어려운… 그게… 으으으… 생각할수록 끝도 없구나! 나의 지하무림까지… 저 사람들까지 의심하게 만들다니…! 원판! 이 빌어먹을 거지발싸개! 재수탱구리! 내 반드시 복수하고 말리라! 언젠가 네 놈의 DP, 신생 비화곡에도 깽판을 놓으리라!

[주인님, 진정하십시오! 또 흥분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래. 진정… 진정해야지! 씨이~ 그려… 흥분하지 가라앉혀야지. 암! 냉정한 정신은… 복수의 필수이자 기본 요소! 차가운 복수는 복수의 꽃!>

[지, 진정은 바로 하시는 거 같은데… 근데 어째 좀……]

<…걱정하지 마라, 요몽. 난… 분노지수가 일정 수치를 넘기면 오히려 잘 참는 편이라구. 뭐… 어제 정글도를 잃어버렸을 때처럼 순간적으로 제어를 못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곧바로 제어에 성공했잖냐.>

[…친구 분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그 자들을 1차 제압하는 단계에서는 그랬지만, 곧 더 막가기 시작하셨잖아요.]

<임마! 그럼 내가 뭐 하러 참겠냐? 결정적일 때 몰아서 터트리려는 거지.>

[그게 문제라고요! 주인님이 놀라울 정도의 자제력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분이라는 건 알고, 그건 존경스러울 정도예요. 하지만 위기를 넘기고 나서 그걸 한꺼번에 터트려 버리시니까, 대형 사고 칠 확률도 더 높아지잖아요.]

<아, 글씨! 나중에도 터트릴 수 없으면 뭐 하러 참느냐고!>

[그거야… 그, 뭐라더라…? 승화? 정화…? 하여간 마음의 수양으로 잊어버리셔야죠.]

<…그리는 또 못하지. 내가 무슨 성인군자라고……>

[우~ 저도 주인님이 재미없고 심심한 성인군자가 되시라는 건 아녜요. 다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예의 ‘분노 모아모아 일발 필살 모드’를 줄이시라는 거죠. 앙심을 언제까지고 품고 있다가 보복하는 스타일은 결국 자기 자신이 먼저 지치고 만다구요. 생각해 보세요. 상대는 당하기 전까지 생각도 않는데 이쪽에서만 계속 앙심을 품고 있으면 누가 손해를 보는 거겠어요?]

<야, 야~>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래? 자룡대주 귀신이나 하은이, 미령이 귀신이 쓰이기라도 한 거야 뭐야? 어… 죽은 애들도 아닌데 귀신 운운은 좀 미안한가? 하, 하여간!

<알았다, 알았어. 그래… 무슨 말인지 안다. 나도 내 필살기(?)에 크나큰 약점이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 확실히… 니 말이 모두 맞아. ‘분노 모아모아 일발 필살’은 나 자신이 먼저 피곤해지는 게 사실이지.>

[인정…하시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그래서 나도 실은 전부터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

[와아- 기뻐요! 주인님께서 제 충고를 받아들이시다니! 이번엔 제가 정말로 도움이 된 건가요?]

<훗~! 녀석. 그래, 어쩌면 곧… 아니, 곧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완성되겠지. 나의 업그레이드 판 필살기가!>

[예? 그게 무슨……]

<요는, 내가 먼저 피곤하고 괴로운 거잖냐. 그러니까 내 마음속에 튼튼한 창고 같은 걸 새로 만드는 거지. 그리고 앙심… 왠지 조금 거슬리는 표현이니까, 그냥 분노라고 하자. 어쨌든 당장 풀 수 없는 분노를 모두 그 창고에 집어넣고 아예 잊고 지내는 거야. 그러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는 거지. 일명… ‘분노 창고에 모아모아 필요할 때 일발 필살’! 어떠냐? 그렇게 하면 분노가 쌓여 있어도 평소에는 별 지장이 없잖겠어? 물론… 이건 엄청난 이미지트레이닝이 필요한 경지겠지만, 난 언젠가 완성할 수 있다고 봐.>

[저기… 뭔가 핀트가 어긋난 거 같은… 그건 결국 앙심을 더 깊이 묻을 뿐 ‘결코 잊지는 않겠다’는 각오 아닌가요?]

<당연하지. 내가 날 열 받게 한 놈들을 왜 잊어. 누구 좋으라고!>

[…혹시 주인님.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에게 ‘넌 설마 그 일을 아직도…’라는 대사를 듣지 않으시나요?]

<종종 듣지.>

[그 사람들은 그 직후 재기하기 어렵게 되었다거나……]

<대게는 그렇게 되지. 예를 들자면… 내가 고등학교 때, 성원이 어머니께서 봉투 안 준다고 줄기차게 성원이를 괴롭혔던 선생…님이 약 반 년 정도 후에 자신의 모든 비리의 증거가 담긴 청와대 투서로 짤리고, 그 후로도 하는 일마다 망쳐서 현재 서울역 노숙자 신세가 된… 경우처럼 말야.>

[설마… 진짜예요?]

<진위는 니 상상에 맡기마.>

[에…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결국 ‘성격이 더럽다’ 잖아욧!]

<과찬의 말씀입니다, 요몽몽 선생!>

[그건… 어, 그보다 제 이름 틀렸어요.]

<안 틀렸다, 요몽. 훗~! 이제 그만 자백하지, 몽몽?>

[…죄송합니다, 주인님.]

<엑! 들킨 거야? 그런 거야, 몽몽 오빠?>

[그래 이 놈들아! 얼마 전부터 요몽이 지나치게 똑똑해진 것 같아서 좀 수상했었다. 몽몽, 너 임마! 충고든 뭐든 네가 하면 되지 뭐 하러 요몽을 이용해? 누가 누군지 헷갈리잖아.]

[주인님께서 저보다 요몽의 말에 더 쉽게 마음을 여시는 것 같아 몇 번 요몽을 전달 루트로 삼아 보았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앞으로는 요몽의 직접적인 코치를 중지하겠습니다.]

<…그래. 뭐 대단히 불쾌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니들은 각각 니들 다운 게 좋아. 요몽도 언젠가는 너처럼 더 말 잘하고 현명해질 테지만 그런 성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게 좋은 거라구.>

[인간처럼…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런 거지.>

[우에~ 왠지 기분 나빠욧! ‘말 잘하고 현명해 보이니까, 너 요몽 아니지!’ 라고 하신 거잖아요, 지금!]

<음… 상황 분석하는 걸 보니까 착실히 성장하는 중인 건 맞는 거 같군.>

[그렇습니다, 주인님. 곧 요몽도 자신의 힘으로 든든한 주인님의 서포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에? 몽몽 오빠까지? 난 지금도 주인님께 충분히 든든한 존재라굿!]

<그려, 그려~ 그렇고 말고. 내가 인정해 주마.>

본색을 드러내고 툴툴대기 시작한 요몽을 달래주며 문득 시선을 들어보니, 자룡대주와 소군황의 토론…을 빙자한 말싸움은 아직도 여전한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구양대주와 초사마군이 간간이 끼어들며 합세할 움직임도 있는 것 같았다. 당연히도 난 여전히 찬밥 신세.

[주인님!]

<응.>

[주인님께서 원판을 싫어하시며 그 이유도 충분히 이해……]

<알긋다. 전화해라.>

[…시행하겠습니다.]

<뭐, 적어도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진짜 요몽의 충고겠지? 그건 따르기로 한 거야.>

[와아~ 땡쓰~! 앙심쟁이 주인님 만세!]

<…지금도 너냐, 몽몽?>

[아닙니다. 요몽의 자체 발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원판 쪽에서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쳇! 바쁜 척하긴. 그럼 그냥 메시지라도 남겨줘. 음… 근데 어떤 메시지가 좋으려나? 만에 하나 원판의 짓이 아니라면 공연히 지하무림의 존재와 현재 상황을 알려주게 되는 걸 테니 그걸 피하자면……>

[어, 그거… 아까 주인님이 초사마군에게 했던 말… ‘당신, 나한테 할 말 없어?’라고 하면 안될까요?]

<…지금도 너냐, 몽몽?>

[아이 참! 저예요, 저! 요몽!]

<으음~ 역시 애들의 성장 속도는 무섭군. 어쨌든 그걸로 채택! ‘너, 현재 상황에 대해 나한테 할 말 없어?’로 보내.>

[알겠습니다. 전송하겠습니다.]

[예쓰! 성공! 또 성공!]

다소(?) 애매한 메시지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적당한 방식의 질문인 것 같았다. 원판 녀석의 반응을 봐서 다시 좀더 구체적인 질문을 하게 되더라도 1차로 떠보는 거로서는……

[바로 답신이 도착했습니다.]

뭐야? 그럼 이 자식… 전화기 옆에 두고도 내 전화를 일부러 안 받았구나!

당신 친구 천우신
의 유물에 대한
얘기 말인가? 그
거라면 아주 할 말
이 많지! ^0^

으윽! 이렇게 대뜸 노골적으로 나오니까 오히려 당황스럽다. 이 자식, 내가 좀 더 본격적으로 자신에 대해 파고들기 전까지는 관심 없다는 투로 지껄이더니만… 지금도 계속 감시하고 있는 거잖아?

<‘할 말 있으면 해봐’라고 보내.>

[…전송했습니다.]

할 말이 많다고? 배라먹을 놈! 어디 뭐라고 하는지 보자.

<…몽몽. 아직 답신 안 오냐?>

[도착했습니다만……]

<응? 근데 왜 안 보여줘?>

[…상자 속 내용물에 대한 스포일러였습니다.]

<윽! 뭐시여? 스포일러? 그럼……>

[에~ 요즘엔 한국어로 ‘미리니름’이라고도 하죠.]

<용어야 어쨌든… 결국 지금 원판 놈이 내용물을 까발렸다는 거잖아.>

으~ 대체 뭐냐! 설마… 그 자식, 반전이 끝내주는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앞에서 ‘절름발이가 범인!’ ‘부르스가 유령!’ 이렇게 외치고 랄라라~ 튀는 놀이를 하고 싶었던 건가? 그럼… 애써 지하무림에까지 침투해서 상자에 스캔 차단 코팅을 해 놓은 이유가… 궁금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킨 다음 갑자기 허무하게 만들려고…? 말 그대로… 장난?

<이… 씨앙노무 시키!>

[주인님! 진정하시……]

<됐다, 몽몽! 그, 금방 진정할 수 있어.>

그래, 진유준! 진정하자, 진정해! 아무리 놈이 지하무림과 천우신의 유물을 유치한 장난질에 이용했다고 해도… 그래. 나는 이제 ‘분노 창고에 모아모아 필요할 때 일발 필살’… 그런 업그레이드된 필살기를 완성해야 한다. 더 이상 놈의 페이스에 말려들어서는 안돼. 저장해 두자. 인내하고 저장하자!

  • …현재 발생한 필살기 에너지의 임시 저장 완료!
    아직 창고가 미완성이므로 주의 바람!
  • 라져! 계속 수고해 다오!

나는 간만에 등장하는 내 정신세계 속의 존재… 나 자신이지만 때로 별개의 존재일 때도 있는 ‘이성’에게 창고지기를 맡기며 감정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몽몽. 당분간 원판 놈 메시지는 수신 거부라고 반송해 버려. 아, 그 전에 마지막으로 답신 해줘. 내용은… ‘넌 하은이가 어릴 때부터 똑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

[…전송했습니다.]

좋아. 이 정도로 보복 약올리기가 성립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클 것이다. 내 느낌으로는 원판 놈도 하은이의 내면에 관한 것만은 확실하게 아는 것 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원판의 장난질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는 길은 하나! 놈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놈은 무시하고 그냥 본래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는 거다.

나는 새삼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눈앞의 상황에 주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가 눈앞의 일들에서 신경을 끄고 있었던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 그동안에도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다른 마군들까지 얽혀서 더욱 어수선한 시장바닥이 되어 있었다.

“…우리 모두가 모르는 줄 알았나요, 초사마군? 청천마군은 본래 몇 년 전에 경찰청의 최고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어요. 그걸 방해한 것이 바로 당신이죠. 하지만 우린 모두 알고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았어요. 마군들은 평등! 전체의 붕괴 위험이 없는 이상 어느 정도의 다툼은 인정! 그게 지하무림의 현실이니까요!”

으음~ 자룡대주는 좀처럼 지치지도 않은 군.

“구양대주! 석 달 전 대주 산하의 기업이 미주 진출에 실패한 적이 있죠? 그거… 제가 막은 거였어요. 죄송해요. 알고도 참아 주신 거 알아요.”

에…?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룡대주와 구양대주는 친한 줄 알았는데……

“계속 이런 식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지내면서도 같은 조직의 동료이며 한 식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룡대주의 뜻은 압니다! 그런 폐해가 있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구중천(九重天)을 다시 일으키자는 거 아닙니까!”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요, 소군황! 그 구중천은 바로 당신의 사부인 초사마군이 주축으로 구성되겠죠? 또한 곧 당신을 위한 구중천이 될 테고? 흥~! 입에 발린 소리를 이제껏 했지만, 당신은 결국 자신의 야심 때문에 천주를 거역한 반역자에 불과해욧!”

“닥쳐시오! 우리가 언제 구중천을 우리들만으로 구성한다고 했습니까? 또한! 아직 저 사람이 천주라는 증명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어찌 반역이란 말을 씁니까?”

“천주께는 증명 따위 필요없어욧! 마군황은 마군황! 눈앞에 있는 분을 알아보지 못하는 눈뜬 소경은 자신들의 야심에 눈이 먼 당신들 밖에 없다구요!”

“하하핫~! 결국에는 근거도 없는 허튼 소리로군! 당신이야말로 저 남자에게 눈이 먼 거 아니요?”

“다, 닥쳐욧! 그… 그런 무례한 발언을 하다니! 사내로서 부끄럽지도 않아요? 천음마군이 당신을 버린 것도 새삼 이해가 되는 군요!”

“다, 닥쳐! 내 앞에서 또 그 남자 얘기를 꺼내면 용서하지 않겠어!”

“핫~! 용서하지 못하면? 공짜로 얻은 내공이 넘친다고 여자를 때리기라도 하시겠다?”

이런, 이런… 아직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을 뿐, 개싸움에 육박하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군. 저 두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마군들도 각자 평소 불만이 있었던 듯한 상대를 선택해 설전을 벌이고 있고……
하아~ 이거야 원!

“그만 들…하지?”

…전혀 안 들리는 모양이군. 그럼 목소리에 조금 내력을 실어서……

“그만! 모두 그만해!”

…겨우 몇몇 마군들만 멈췄을 뿐…? 계속 그렇게 나오시겠다?

나는 깊고 길게 숨을 들이키며 현천기공(玄天氣功)으로 현재의 절반에 가까운 내력을 목과 그 위로 끌어모았다. 그리고 그 내력을 모조리 음성에 담아 쏟아냈다.

“동-작-그-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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