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4-2화 : 거대한 적(敵)의 숨결.(2)
1-4. 거대한 적(敵)의 숨결.(2)
금동이는 곧 고양이에게 흥미를 잃고 다시 내 어깨 위로 돌아왔고, 은발 소년 모드의 몽몽이 다시 신중하게 권유했다.
“현재까지의 스캔 결과로는 주인님이 우려하실 정도로 특이한 변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보다 지속적이고 다양한 분석으로……”
“이봐, 몽몽. 농담이야, 농담. 설마 내가 정말로 저 녀석의 손오공화 같은 걸 걱정했겠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집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깨 위에 앉아 잘도 중심을 잡고 있는 금동이의 무게와 부드러운 촉감은 익숙했던 느낌 그대로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세월이라는 타임씨의 횡포에도 변하지 않은 금동이…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금동이였다.
내가 이번엔 금동이와 함께 거실로 들어서자, 손님인 하은이를 중심으로 척 보기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집에서 잠시 작은 소동이 일었다. 물론 평범한 한국 가정에서 원숭이의 등장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고는 해도… 어머니께서 기겁을 하시며 손을 저으실 정도인 건 좀 뜻밖이었다. 게다가 어머니와 달리 내게 기계 종류와 동물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전수해 주신 아버지까지 인상을 찌푸리며 거부감을 표현하실 줄은 몰랐는데……
“…최근의 케이블 TV 편성표를 검색해 보니, 주인님의 부모님들께서 즐겨 보시는 채널에서 원숭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영화가 몇 편 ‘반복적’으로 상영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아웃브레이크와……”
아…! 그 원숭이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나오는 영화? 그리고 또 뭐…? ’29일 후’? 그 영화도 시작할 때 바이러스를 가진 원숭이가 사람을 물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이 싸그리 좀비화 되어 버린다고…? 게다가 어젯밤에는 아예 살인 원숭이가 나오는 영화가 했었다고? 에이 쒸! 이노무 케이블 TV 인간들, 하 필……! 어쨌든 일단 하은이가 미국에서 데려온 애완 원숭이라는 사실 때문에 두 분 다 다소 누그러드시기는 했는데… 금동이에 대한 부모님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쉽게 바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금동이에 대한 두 분의 반응은 금동이의 추종자(?) 하은이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금동이를 안고 앉아서 어머니의 미국생활에 대한 질문에 차가운 표정과 건성의 대답으로 일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이산가족상봉을 졸지에 핵무기 협상 분위기로 바꿔 버린 우리의 금동 옹. 그러나 녀석은 역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인간계 출장 원숭이 계의 지존이 아닌가. 이대로 수모를 당하고 있을 리가……
“응? 아……”
하은이는 금동이가 자신의 품에서 몸을 빼내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따라서 일어섰지만, 금동이는 처음 와보는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화장실을 찾아가 직접 손으로 문을 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은 금동이의 쪼르르~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쿠르르- 물 내리는 소리!
“어머? 어머? 세상에! 쟤 좀 봐! 재 좀 봐!”
호기심에 달려가 문을 연 어머니 앞에서 금동이는 수돗물을 틀어 손을 닦고 있었다.
“잘하죠? 정말 영리하죠? 제가 가르쳤어요!”
하은이의 자랑스러운 외침과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리는 가운데 아버지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과연… 화장실 신공 한 방으로 전세를 반전시킨 금동이는 태연하게 사람들 사이를 걸어 나와 이번에는 아까부터 눈독들이고 있던 아버지의 술병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저, 저거, 저거……”
“괜찮아요, 아버지. 저 녀석은 누가 주기 전에는 함부로 남의 잔에 손대지 않아요.”
“뭐?”
이번에는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모여들었다.
“그게… 실은 저 원숭이, 예전에 우리 부대의 간부가 기르던 녀석이에요. 저와도 굉장히 친했는데… 설마 저 녀석이 미국에서 하은이를 만나서 다시 돌아올 줄은… 훗-! 놀랍죠?”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1000년 넘게 묵은 금모신원이라는 설명에 비해 대폭 완화 왜곡 편집했음에도, 나와 하은이에 걸친 ‘기막힌 인연’이라는 것만으로도 두 분의 놀라움은 적지 않았다. 그 정도 만 해도 녀석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바뀌는 것 같았지만, 나는 내친 김에 신발장에서 넓은 청 테이프를 꺼내 적당한 길이로 뽑았다. 청 테이프의 접착 면을 금동이의 털에 대고 몇 번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한 다음 두 분께 보여 드렸다.
“어떻습니까? 아무 것도 안 붙어 있죠? 이 녀석은 특수 종이라 결코 털이 날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화장실 사용하는 건 이미 보셨고… 함부로 음식을 훔쳐먹지도 않으며 집안 물건을 망친다거나 하는 말썽을 부리지도 않는 착한 녀석이죠.”
‘한정특판 금모신원 1종 세트!? 추운 겨울, 늙으신 부모님이나 외로운 솔로들에게 안성마춤 따땃한 애완 원생이! 아래 전화번호 보이시죠? 오오~ 벌써 주문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데요오~’ …음, 이건 좀 아닌가?
“에- 그리고 물론, 미국에서 철저한 검역을 거쳤기 때문에 유해한 병원균이나 벼룩 같은 벌레도 저-언혀 없어요.”
“맞아요! 보건기구의 증명서도 있어요.”
하은이까지 재빨리 합세해서 금동이의 무해성을 주장하자 비로소 두 분의 태도가 바뀌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과일 깎은 것을 금동이에게 쥐어 주셨고 아버지도 허허 웃으시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녀석의 반응을 살피셨다. 금동이에게 아버지는 낯선 사람일 뿐이겠지만 녀석은 착하고 얌전한 모습으로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물론 그건 젯밥에 관심이 있어서였는데, 아버지도 눈치를 채시고 슬며시 음료수 잔에 술을(아버지께서 직접 담근 과일주) 따르셨다. 어머니는 옆에서 펄쩍 뛰셨지만 아버진 기어이 금동이에게 술을 건네 주었고 금동이는 그걸 원샷-! 변함없는 애주가임을 과시했다.
“야아~ 고 녀석, 술 쎄네?”
감탄한 아버지께서 다시 술을 따라주시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금동이.
그날 저녁.
나는 식사를 끝내자마자 내 방에 들어가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낯부터 술판 분위기에 휩쓸려서 금동이와의 재회 축하주를 꽤 마신 탓에 술기운을 좀 깨기 위해서였다. 기분 좋게 취한 녀석이 술기운을 굳이 없애는… 그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러야 하는 이유는 물론… 나의 대교 때문이다.
오늘은 주간근무(?) 땡땡이 치고 시간을 허비했으니 빨리 술 깨서 야간근무라도… 즉, 다시 우리 이쁜이 보호 프로젝트 실행에 매진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소령이의 독문무공(?) 주화장창(酒和長蒼)… 그걸 쓰면 몽몽의 해독기능보다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몽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장점은 있으나, 그 반면 꽤 많은 내공이 소모된다는 단점도 있다. 피 같은 술기운과 피 같은 내공을 동시에 없애는 이중 출혈이랄까?
으음~ 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내가 술 퍼먹고 헤롱대는 사이 대교에게 만약의 일이 발생하는 날에는… 으- 그럼 안되지. 이중 출혈이고 나발이고… 응? 갑자기 문 쪽에서 뭔 소리…? 우리 집에서 내 방문을 노크씩이나 하고 난 다음에 여는 사람이 있었던가?
“…들어가도 돼, 오빠?”
“…이미 반쯤은 들어 왔잖니.”
“후후- 그런가?”
결국 슬며시 방안으로 들어오며 녀석은 내가 취하고 있는 자세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큰 이모께서 오빠 도닦고 있을 거라 그러시더니… 음, 방해되면 나갈 게.”
그래 눈치껏 언능 좀 나가라! 나는 빨리 술 깨고 니 예비 외사촌 시누이 보호 프로젝트에 신경 써야 해~!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 녀석도 등장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인물이므로… 일단 고개를 저어 보여야 했 다.
“실은 나 오빠 컴퓨터 쓰러 온 거야.”
결국 책상 가까이 앉아 있던 나더러 언능 비켜서라 는 얘기로군.
“미안, 메일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정장스타일의 차림을 벗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을 한 녀석은 낯에 보다 훨씬 풋풋한 소녀의 모습… 쳇-! 나를 ‘전형적인 L타입의 남자’ 어쩌고 하며 분석하는 녀석이 아니라면 이 정도 하찮은 일 보다 벌써 힘든 걸 요구해도 들어 줄고 싶을 만큼 귀여운 동생이건만… 아니, 아니… 어쩌면 내가 녀석의 그 말을 너무 확대해석 한 건 아닐까? 처음 만난 상대를 분석하고 그에 맞게 대하려 노력하는 건 사려 깊은 친절일 수도 있는데 그걸 꼭 ‘상대를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한 건… 난 녀석의 전생 때문에 무조건 편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그렇게 자기 반성을 해보는 사이 스위치가 켜진 컴퓨터의 부팅이 끝났고, 모니터 가득 사랑스런 대교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 바탕 화면에 대교 사진을 깔아 놓기 시작한 건 요정 몽이었지만 지금의 저… 바다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윈드서핑하는 사진을 고른 건 나… 크흠-! 조금 쑥쓰럽군. 난 어디까지나 보드를 조정해 파도를 타는 대교의 뛰어난 운동신경과 환한 미소가 마음에 들었을 뿐 결코 수영복 차림의 몸매 때문 에 사진을 고른 건… 흠, 그 증거로 이 사진은 비키니 차림도 아니고… 에… 긍께, 그게~
“오빠도 이 애 좋아해?”
“응? 그야 뭐……”
“…인기 좋네, 주가혜.”
어…? 이것…봐라? 지금 이 녀석…… 나는 녀석의 등 뒤 쪽에 서 있었기 때문에 표정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음성에 담겨진 살기만으로도 장난이 아니었다.
“야, 너……”
“하긴, 정말 예쁜 애야!”
날 돌아보는 하은이의 얼굴은 어디까지나 밝고 깨끗한 생각만 할 것 같은 소녀였다. 그러나……
“여자인 내가 봐도 매력적인… 누구라도 소중히 해 주고 싶어지는 소녀… 그렇지?”
제기,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과 청순한 미소 속에 섬뜩한 살기를 머금을 수 있다니… 역시 넌 어쩔 수 없는 극악녀 진하연인 거냐?
“…너. 그 애를 알아?”
“유명하잖아. 동양의 진주라는 홍콩에서 그보다 더 빛나기 시작한 보석……”
“아니, 개인적으로 아냐구. 어째 너 말하는 게 그런 거 같은데?”
내 추궁에 하연이는 웃음기를 조금 지우며 다시 고개를 모니터 쪽으로 돌렸다.
“글세… 오빤 참 이상하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이렇게 민감한 사람은 드문데……”
“어쨌거나, 하은아. 난 그 아이 대교를 그냥 팬으로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누구든 그 아이에게 해로운 짓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누구라도… 난 내 손으로 그를 해칠 수 있어.”
쯧, 너무 노골적이었나? 하지만 이 녀석의 대교에 대한 심상치 않은 살기를 보면 미리 못박아 두는 편이……
“그게 절친한 친구나 형제… 그 누구라도?”
“그래.”
나의 망설임 없는 대답을 들은 하은이는 지난번처럼 외국어로(이번에는 러시아어?) 낮게 중얼거렸다.
- …틀려. L타입이 아니야.
10분 정도 후.
나는 노골적으로 진하연 모드를 보였던 하은이를 방에 남겨두고 혼자 옥상에 올라왔다. 그리고 핸드폰 형태를 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핸드폰 기능도 발휘할 수 있는 몽몽으로 청주에 살고 있는 큰형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큰형! 있잖아! 그게… 미안해!”
“응? 무슨 소리야, 너?”
“아니 그냥… 웬지 미안해서!”
“야 임마! 너 요즘 제 정신 차린 거 같다더니 아니었냐?”
“에이- 난 원래 항상 제 정신이야! 암튼 미안해 큰형!”
나는 그쯤에서 그냥 전화를 끊었고, 이어서 경기도 안성에 있는 작은형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작은 형! 형한테도 미안혀!”
“뭐과! 응? 이 새뀌-! 너 이 현이 산 년 전에 마당에 짱 박가 논 뱀술 꺼내 머거꾸나!”
음… 말하는 상태로 보아 때마침 꼭지가 살짝 돌만큼 술에 취해 있는 모양이다.
“아니, 그건 아닌데… 나 오늘 좋아하는 여자애를 위해서라면 형들도 생깔 수 있다고 그랬거든? 정말 미안해!”
“이 쒸~! 그게 뭐시까 미안해! 쌕! 멋쪄! 역쒸- 우뤼 막내가 진짜 사내다!”
“에- 그리 말해주니 고맙긴 한데… 암튼 미안해, 형~!”
보나마나 다음 날 기억도 못할 것 같아서 작은 형한테 만은 내 뜬금없는 전화질과 사과의 이유를 밝히고 전화 몽몽을 끊었다. 술김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큰형 보다는 작은형이 나와 코드가 더 맞는 것 같고… 게다가 뭐? 마당에 3년 째 뱀술을 짱 박아 놨다고? 흐흐흐~
으음~ 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에… 일단 형들에게 사과를 하긴 했는데… 에효~ 솔직히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대교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따로 말할 것도 없겠지만… 과연 정말로 대교와 형제들을 저울질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되면 난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하은이 녀석에게 대답할 때는 분명 진심이긴 했지만 우리 형제간의 의리도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닌데… 으으~ 모르겠다. 하은이 녀석, 거기서 그런 예를 들을 건 뭐람?
…조금 전, 나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의리도 쌈 싸먹는다’는 뜻의 발언을 들은 녀석은 짐짓 태도를 바꿔서 깔깔대고 웃었고, 내게 ‘오타쿠’라는 기분 나쁜 일본어를 써가며 놀려댔었다. 나 역시 결국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 식으로 얼버무리며 함께 웃고 말았지만… 근데 그보다… 현 시대의 하은이와 대교는 대체 어떤 사이인 걸까? 녀석은 곧 ‘사실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발뺌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고……
[ 주인님! 정하은 님은 현재 북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에 접속하여 자신에게 온 메일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메일의 발신자와 내용은 이미 복사해 두었습니다. ]
< 혹시 대교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거냐? >
[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스펨메일을 제외한 메일의 85%가 심상치 않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 뭐시여? >
몽몽은 곧 하은이 녀석에게 온 메일을 차례차례 띄워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다른 메일도 몇 통도 내용이 뭔가 이상하지만… 지난 이주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메일을 보낸 이 녀석… G.M? 이 녀석은 대체 뭐야? 하은이를 쫓아다니는 스토커…? 아니, 아니… 메일 내용이 뭔가를 빨리 내 놓으라는 식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프레셔스(PRECIOUS)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 거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물건인 모양이다. 끄응~ 하은이 녀석 설마 미국에서 미소녀 강도단 같 은 거 만들어서 크게 한탕 뛰고 한국으로 피신 온 건 아니겠지? 아니면 하은이가 실은 절대반지를 훔친 골롬…은 도저히 외모가 매치 안되나? 최소한 조오라 이쁘다는 요정 왕의 딸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요정 왕의 딸이 절대반지를 들고 튈 리가……
[ …가장 최근, 2시간 34분 전에 도착한 메일에 G.M이 요구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나와 있습니다. ]
< 어, 그래? >
또 잠깐 삐딱선을 탔던 의식을 수습하며 몽몽이 말한 가장 최근의 메일을 읽어보니 몽몽은 해당되는 중요 단어만을 원어, 영어로 보여주었다.
< ‘golden child’…? 금색, 혹은 금빛 아이…? 으윽, 뭐야? 하은이 녀석이 설마… 아동 유괴범? 그럴 리가? 지도 아직 10대인 주제에… 아, 가만? golden child…? 금동이? 물건이나 사람 아이가 아니라… 우리 금동이? >
[ ‘금동’으로 직역할 수 있었지만, 오해의 가능성을 고려해 원문을 유지했습니다. ]
< 그렇게 신중한 것도 좋다만… 정황상 이건 금동이가 틀림없는 것 같다, 야. 금동이가 미국의 덴버인가에 있었던 건 누군가 주인이나 친구로 삼은 인물을 따라 간 거라는 추정 정도야 본래 하고 있었던 거지만… 그 사람이 바로 G.M이고 하은이는 ‘전주인’이 계속 연락을 해 왔음에도 생까고 튀는 상황…? 어, 근데… G.M이란 사람의 마지막 메일 내용, 이거 어째 좀…… >
이제 나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호의를 담아 정중히 부탁하오니, 내일 정오까지 돌려주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되찾겠습니다…라고? ‘금동이 도둑’ 하은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추적해 온 것도 그렇고 결국 이건……
[ 단순한 협박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메일 주소의 서버에 기록된 G.M의 인적사항은 있을 수 없는 주소지로 보아 허위입니다. 각각의 메일 실제 발송지점은 매번 모두 다른 국가였으며, 마지막 메일은 이 곳 한국의 서울, 현 위치로부터 동북방 230미터 지점의 모텔에서 발신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동북방 230미터…? 내가 군대에 가있던 최근 몇 년 사이 소위 러브호텔이란 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동네를 망치고 있다던 그 지역을 말하는 모양인데… 벌써 그렇게 가까이 왔다는 건가? 나- 이거 참!
국제 공항의 시스템과 심지어 몽몽의 스캔 기능까지 막아낼 정도로 ‘무지막지 수상한 가방’을 가지고 세계를 누비며 도피행을 벌인 하은이나, 그걸 일일이 쫓아댕기는 정체불명의 G.M이나… 하는 꼴들을 보면 양쪽 다 그리 떳떳치 못한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녀석들이 금동이 주인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건데……
< 몽몽~! 이거 아무래도 진짜 원조 주물럭… 아니 진짜 정통 주인장인 이 몸이 나서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