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42-2화 : 가슴이 아파도 웃을 수 있다.(2)
“…어림없는 말씀!”
호오~ 이제 홈그라운드라고 제법 짖어대네?
“여기… 이곳에 모여있는 모든 마군들과 대주들 앞에서 죽을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내가 시간 맞춰 오는 동안, 소군황은 저 저택에 반대파는 물론이고 다른 모든 이들까지 초대했다. 몽몽의 체크에 의하면 이미 구양대주와 자룡대주까지 포함해 내가 신불산에 모은 멤버들 모두가 그 초대에 응하여 이번에는 저 저택에 모여 있다. 다들 이 싸움을 직접 보고 싶은 거고… 소군황 놈은 물론, 그들 앞에서 현대의 군대와 병기로 날 제거하는 광경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ㄸㅣㄱ-! 이번엔 놈이 먼저 전화를 끊었고, 그와 거의 동시에 번쩍 어둠을 뚫고 총탄이 날아왔다. 무례한 첫 인사였지만 총탄은 어림없는 방향의 지면에 틀어박혔을 뿐이었다. 이동 속도와 방향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보법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어지는 총격들까지 계속 엉뚱한 곳만을 타격하고 있었다. 아무리 전문 저격병이라고 해도 야간에 적외선 장치를 쓴 좁은 시야로는 분신술의 기초에 해당하는 보법조차 진짜 분신술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쯧…! 나도 혹시나 하고 출발하면서부터 이 보법, 산의(散意)를 쓰면서 걷고 있긴 하지만 정말로 처음부터 쪼잔하게 저격을 해 올 줄은 몰랐다. 설마 이 정도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닐 텐… 음, 역시 아닌가?
실망하는 건 너무 빨랐던 모양이다. 안력을 높여 살핀 200미터 정도 지점의 지면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일어서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덤 속의 시체들이 좀비가 되어 기어 나오기라도 하듯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고전적으로 땅 속에(이 지역은 반쯤 모래) 숨어있었던 건데… 실망은커녕 오히려 X됐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대군이었다.
[스캔된 범위 내의 복장과 장비로 보아 모두 정규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 숫자는… 2개 중대 아니, 최소한 3개 중대 규모! 장군이었다고는 해도 현역도 아닌 자의 저택에 저런 병력이 상시 배치되어 있다니… 과연 소군황이 안심하고 짱 박힐 만한 장소라고 할까…? 확실히 장난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그 때문인지 문득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모래의 감촉이 더욱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래. 거리가 가까워지는 대로 내 쪽에서 먼저 위치를 노출시키자. 넓은 탄망이 형성되는 것보다는 한 점을 노리게 하고 피하며 단숨에 전진 가운데로 뛰어들어… 어, 잠깐.
문득, 서늘한 한기가 정수리 끝에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뭐…야? 놈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그런데 뒤로…? 뭐지? 대체 무슨 전략인 거지? 뭔가… 뭔가 거대하고 불길한 느낌… 불길한 땅울림 같은 것이……
나는 갑자기 엄습한 불안감 때문에 눈앞의 군대에 머물던 시선을 고비 저택 쪽으로 돌려보았다. 저택 건물의 뒤쪽에서 드드드- 거친 기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저 것은… 전차? 확실히 기본 틀은 전차가 맞는 것 같긴 한데… 그런데… 포탑 부근의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길쭉한 포신이 아니라 차체와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금속 박스 같은 것이 얹혀진 듯한 저 형태는……
[TOS-1… 다연장 소이탄 발사기입니다.]
윽! 다연장 소이탄…? 저격이나 군대조차 내 시선을 끄는 미끼였을 뿐이고 저게 놈의 히든 카드였구나!
[직경 220mm의 소이탄을 최대 30발 연속 포격 가능한…]
옛날에 본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살인 벌떼의 습격을 받던 미국에서 그 벌떼를 일정지역에 유인하고는 저런 다연장 소이탄을 쏟아 부어 수억 마리의 벌떼를 몰살시키는……
<금동아!>
즉시 경공을 멈추고 금동이를 찾았다. 그러나 금동이는 나보다 한 발 먼저 멈춰있었고, 벌써 재빨리 파바박- 땅을 파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금동이에 대한 믿음과 우려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나 혼자 천근추(千斤墜) 수법을 펼치며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발끝을 세우고 전신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인간 드릴처럼 땅 속을 파고드는 도중, 고비 저택 쪽에서 쿠쿵-하고 섬뜩한 소리와 울림이 느껴졌다.
제기! 좀더, 좀더 깊지 않으면……
다급하게 지둔술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직후, 엄청난 굉음이 내 머리 위를 덮쳐왔다. 뼈 속까지 뒤흔드는 충격파와 지옥 같은 열기…!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고 계속 지둔술을 펴서 더욱 깊숙한 땅 속으로 파고들었다.
[주인님! 이제 안전지역입니다!]
몽몽의 목소리에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는 이미 거의 3미터 정도는 파고든 것 같았다. 아직도 고막을 비롯한 온몸에 기분 나쁜 울림이 남아있었지만 그건 기분 탓인 듯했고… 우리가 있었던 구역의 지상을 불태우고 있을 불길의 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땅 속에 공기가 없다는 거고, 소이탄의 무서움 중 하나는 광범위한 지역을 불태우며 해당 지역의 생물들을 질식사시킨다는 점에 있다. 물론… 나는 현천기공의 요결로 지상에서 순간적으로 삼킨 한 모금의 숨으로도 소이탄의 불길이 꺼질 때까지도 지하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금동이는…? 나는 호신강기(護身强氣)를 썼기 때문에 조금 전의 충격파를 견뎠고 앞으로의 호흡에도 문제가 없지만 금동이는 과연……
<몽몽! 금동이 상태를 체크해 줘!>
[…특별한 손상은 없는 것으로 스캔됩니다.]
<다행…이군.>
[지둔술을 쓴 주인님보다는 땅 속 깊이 파고들지 못했지만, 현재 금동의 강인한 신체 조직은 주인님의 전투 시 호신강기에 근접할 정도입니다. 그 동안은 주인님께서 금동의 정밀 스캔을 금지하셔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천년 전보다 최소 20%는 강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현재 금동은 스스로 육체의 신진대사를 늦추어, 일종의 동면 상태로 들어가 있습니다. 최소한 주인님과 비슷한 시간대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연… 역전의 용사이며 영원한 현역 금동 옹! 그래도 조금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완전히 녀석을 믿고 나 나름대로의 싸움에만 전념해도 될 것 같다.
으음… 그건 그런데… 제기! 모처럼 쌈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이었는데… 초장부터 땅파고 짱 박혀야 했다는 거 자체가 열 받는다.
[ …소군황과 저택 주인과의 통화에서 ‘시끄러운 불여우’라고 표현되었던 것이 바로 저 병기였던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저택의 지하 격납고에 저런 화력의 국지전 장비가 있다는 것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
< 됐어, 몽몽. 미리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어. 문제는… 나야. 아직도 약한 나라구. >
그래… 나, 진유준. 이 몸은… 좀더 강해질 수는 없는 걸까? 신불산에서 모두에게 큰 소리 땅땅 쳤던 것처럼 정말 총알이고 미사일이고 나발이고 모조리 정글도로 쳐내며 진격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새삼 울컥 치밀어 오르는 호전성을 누르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진정하자, 진정해. 불타오르는 것도 좋지만 머리는 계속 차갑게……
< …몽몽. 지상의 상황을 모니터링 해줘. >
곧 스캔 된 지상의 화면이 떠올랐다. 예상대로 아직까지 꺼질 줄 모르고 불타는 대지… 그리고 그 초토화된 구역을 기웃거리는 수백 명의 중국 군바리들이 보였다. 이글거리는 불길에 비친 그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의아함만이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지휘관급 외에는 자신들이 오늘 상대하게 된 적군이 단 한 명의 칼든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했다.
< …소군황 놈은? >
내가 묻자, 곧 바로 소군황의 음성이 실시간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놈은… 놈이야말로 미친 듯 웃고 있었다.
“하하하핫핫학학학~ 핫! 어, 아핫-! 어떻습니까, 여러분! 보셨죠? 봤냐구요! 제아무리 일신의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이런 겁니다! 제아무리 천년 전 최강의 마왕이라고 해도 현대 병기의 화력 앞에서는 하찮은 인간에 불과하잖습니까!”
쯧…! 신났군, 신났어. 이 시점에서 벌써 저렇게 내가 죽었다고 확신하다니… 이 지역이 사막부근이라 모래 밑의 땅까지 구성이 비교적 약하다는 것과 내 무공을 감안하지 못한 전술적 미스… 아니, 그보다 놈은 기껏 내 자리를 욕심 낼 정도의 상승 무공을 익혀 놓고도 ‘실전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증거이다.
“큭, 큭! 어떻습니까, 자룡대주! 별로 대단할 것도 없이 흔한 현대 병기의 위력에… 당신의 우상인… 마군황을 자처하던 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감상한 기분은?”
“…너무 성급하군요. 만약 지금 당장 천주께서 저 화염을 뚫고 나타나 당신의 알량한 군대를 섬멸해 버리신다면… 그래도 당신이 그런 표정일지 궁금하군요.”
음, 음… 그래. 멋진 군주라면 수하의 바램을 저버려서는 안되겠지?
나는 자룡대주의 바램, 아니 예언을 실현해 주기 위해 즉시 지둔술을 재개해 지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핫!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계시는군요. 정신차리세요, 자룡대주! 그는 우리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라졌어요! 알량한 무공만을 믿고 자신을 신격화하던 정신병자는 한 줌 재조차 남기지 않고……”
< 수신 중지! >
더 이상 들었다가는 냉정을 잃을 것 같아서 도청을 중지 시켰지만, 이미 놈의 싸가지없는 말들은 대부분 내 머리 속에 접수가 된 상태였다. 나는 내력을 끌어올리며 불타는 지면을 뚫고 도약했다.
“으우오오오오오오오오~!!!!”
나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괴성과 함께 놈의 군대를 향해 달려갔다. 공공보법으로 급 가속하는 내 앞의 불길이 반탄강기에 부딪쳐 기적의 바다처럼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너머의 중국 군바리들이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굳어져 있었다.
< 생사금마도결… 수신결, 해왕노호! >
누군가… 사막을 모래의 바다라고 했던가? 해왕노호가 펼쳐지는 순간 물안개 대신 거대한 모래안개가 피어오르며 적군들을 덮쳐갔다. 이어 그 모래안개 속 여기저기에서 처절한 비명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아직 안개 속에 섞어 날린 수탄 아니 사탄 하나하나에 힘 조절을 할 줄 모른다.
나는 정글도의 도신을 눕혀 땅 위를 스치듯 휘두르며 다음 초식을 전개했다.
< 지소파천결, 지독아! >
무수한 검기의 독사가 정글도 끝에서 탄생되어 살아있는 독사처럼 사아악-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모래안개 속을 기어갔고, 아직도 자욱한 안개 속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만이 거듭되었다. 놈들도 언제부터인가 방아쇠를 당기고 있어서 사방에서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총구의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날 겨냥하고 날아드는 총알이 없었다.
소군황은 차라리… 내가 아직 놈의 군대와 거리가 있었을 때 저 보병들을 지휘하여 차분하게 탄막을 형성해 막는 작전을 택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놈의 군대는 이미 패닉 상태에 빠져 자신들이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공격당하고 있는지도 모른 체 공포에 질려 방아쇠를 당기고 있을 뿐인 것이다.
차츰… 내가 일으킨 모래안개가 소이탄의 폭격 때문에 아직도 불타고 있는 대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불꽃의 열기와 모래 바람을 타고 적병들 사이로 날아들었다. 이젠 특별히 커다란 위력의 초식을 펼칠 것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놈의 병사들을 하나하나 치기 시작했다. 보법을 펼쳐 모래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며 사정거리에 드는 적은 가차 없이 베어 나갔다. 난 우연찮게 내 후위를 점한 적의 총구가 굉음을 터트려도 동요하지 않았으며, 어떤 자인지 얼결에 던진 수류탄 같은 것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족구 하듯 가볍게 발로 차 거꾸로 날려 버렸다.
나는 계속해서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질주하고, 때로 걷고, 때로 도약하며 내키는 대로 정글도를 휘두를 뿐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적이 각자의 의지와 우연으로 순간적으로 노리게 된 지점에… 내가 없는 것! 이런 걸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경지를 뭐라고 부르더라……?
몇 가지 멋진 글귀가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이건 그 전에 죽음을 앞두고 억지로 한계를 초월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 것,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이번엔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바람의 방향이… 어느덧 바뀌어가고 있었다. 나는 문득 보법과 정글도를 멈추고 서서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모래 벌판 위에 두 발로 버티고 선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뿐이었다. 나는 내 손으로 섬멸한 수백 명의 적군이 나뒹굴고 있는 모습보다는… 그렇게도 맹렬하게 타올랐던 소이탄의 불꽃이 거의 스러져 가고 있는 쪽에 시선을 던졌다.
과학적으로는 이 바람이 불꽃이 삼켜버린 공기를 다시 채우기 위해 다른 곳의 공기가 밀려드는 현상…이라던가, 대충 그렇게 설명될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웬지 그 어떤 존재가 인간의 횡포로 망가진 대지의 상처를 고운 모래로 덮어 주기 위해 불어주는 바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사의 흉한 다툼까지 포용하는 대자연의 자비는……
…훗! 진정하자, 진정해 진유준!
나는 무공에 대한 깨달음에 덤으로 딸려 온 듯한 약간의 유치성 기분을 털어 버리며 다시 고비 저택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그 쪽에 서 있던 중국 군 한 명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앙!
총알은 내 머리의 바로 위쪽의 지금까지 중 가장 가까운 곳을 스치고 날아갔다. 일찌감치 겁에 질려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놈이라 봐주고 넘어갔더니 뒤늦게 용기를 낸 모양이었다. 그러나 결국 지금의 한 방이 처음이자 마지막 용기였던 듯, 부들부들 떨고만 있다가 급기야 권총마저 떨어트리고 말았다. 계급장으로 보아 중대장이나 그 위의 부대장쯤 되는 듯한데도 참 한심스럽다 싶었지만… 저런 놈에게 새삼 손대기도 뭐했다.
나는 놈을 무시한 채 다시 정글도를 어깨에 걸쳤고, 놈은 그런 나를 보며 놈은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젓고 있었다.
“마, 말도 안돼. 우, 우리 부대가… 대 중화인민공화국… 무적의 오성부대가 어떻게… 어떻게 단 한 명의 적병에게… 그 것도 칼 한 자루만을 든… 어떻게 이런 일이… 대체 이자는……”
“한국 예비군이야.”
“뭐? 당신 지금 뭐라고……”
“못 들었으면 됐고. 그보다… 당신 지하무림 사람이 아니지?”
“지하무림……?”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군. 내가 무슨 무협지 속의 인물이라고 굳이 초식명을 미리 알려 주며 펼쳤겠는가. 지하무림인이라면 생사금마도결에 대해 알고 있을 테니, 그 것이 정말 실현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는데… 괜한 헛수고를 했던 모양이다.
뭐, 저택 안의 보스들이 다 목격했을 테니 알아서 하부 조직원들에게도 전달되겠지만… 음… 근데 나 지금 계속 뭔가 빠트리고 있는 기분이… 아, 금동이!
< 몽몽. 금동이는? >
나는 전투 내내 금동이가 보이지 않았었다는 것을 깨닫고 몽몽에게 물었지만, 몽몽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먼저 어디선가 금동이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 온 쪽을 돌아보니… 금동이는 소이탄으로 불탄 구역의 경계선쯤에서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지르고, 모래를 움켜쥐어 아무 곳에나 던지는 등 혼자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 …몽몽. 쟤 왜 저러냐? >
[ …금동은 바로 조금 전에야 지상의 열기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땅 속에서 나왔습니다. 확실한 분석은 아니지만… 아마 그 사이 주인님께서 적을 모두 해치워 자신이 싸울 상대가 없다는 것이 불만인 것 같습니다. ]
< 훗~! 저 녀석, 본래 나 못지 않게 성질이 더럽긴 했지만… 이번에 소군황에 대한 2.7mm의 원한이 크긴 큰 모양이군. >
[ 그보다, 주인님. 곧…… ]
< 알아. 듣고 있었어. 꽤 크잖아, 이 소리. >
고비 저택 방향에서 바로 조금 전부터 들려오기 시작한 거친 바람소리는 굳이 고개를 돌려보지 않아도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금동이 역시 곧 고비 저택에서 출동한 ‘전투헬기’들의 프로펠러 소리를 깨닫고 후다닥 내게로 달려왔다.
[ 총 3기… 3기 모두 Mil Mi-24, 하인드(hind)로 불리는 전투용 헬기입니다. 동체는 금속제 모노코크 구조, 조종실 아래와 연료 탱크, 엔진 주변 등 중요장치에는 티타늄 장갑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요 무장은 12.7mm 4총신 캐를링포, UB-32 57mm 로켓탄, 160mm S-16, 210mm S-24 로켓탄, 200KG 폭탄, 23mm 기관포 등이며 로켓탄두는 대인용 파편탄으로서…… ]
몽몽이 말해주는 구체적인 내용은 솔직히 거의 실감이 안 나지만… 점점 다가오고 있는 하인드 헬기의 모습 자체는 내게도 낯이 익다. 저 놈들은 꽤 많은 액션 영화에 구 소련의 주력 헬기로 등장하여 무시무시한 위력을 과시한 바 있었기에 그 때 본 장면들만 떠올려봐도 저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공중의 괴물들인지 감이 오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