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43-2화 : 후회하지 않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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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43-2화 : 후회하지 않았다.(2)


보통의 경우라면 아무리 자기가 핵미사일 버튼을 통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 멋대로, 그것도 자기 기지 부근에 쏘는 짓은 안 하겠지만 지금 소군황 놈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니……

[ 소군황의 헬기는 약 5분에서 10분 사이에 기동이 중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6676기상관측대에서는 소군황의 도주로와 가까운 장갑부대에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즉시 승인되어 출동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

장갑부대…? 헬기 다음엔 전차로군. 굳이 서열을 따지자면 전차보다 헬기가 위일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하인드 헬기들 중 한 대 정도는 남겨뒀다가 쓸 걸 그랬나?

[ 소군황과 장갑부대가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과 지점은…… ]

약 7분 정도 후에 17KM 지점…? 아무리 내가 탄 짚차가 사막용이고 은사마군의 운전 솜씨가 좋다 한들 야간의 사막에서 따라잡기는 불가능한 거리다. 일단 놈이 구조대와 만나는 건 막을 수 없다 치고… 그렇다면 어쩐다…? 장갑부대를 대체 얼마나 빨리 해치워야 놈이 핵기지까지 가는 걸 막을 수 있는 거지? 아니, 꼭 전차부대를 모두 해치울 필요는 없으려나? 지금은 핵미사일이 가장 큰 문제니까 어떻게든 빨리 통과만 해서 놈을 잡는 것이 먼저… 어… 아니지?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구나.

< 몽몽. 핵기지의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겠지? >

[ 가능합니다. 그러나 해당 기지의 시스템은 비상시 외부 회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게 되어 있으므로 지속적인 통제를 위해서는 2종 버그 이상의 독립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버그를 침투시켜야 합니다. ]

< 그렇다면… 지능형 1종 버그, 아니 아예 요몽을 출동시켜. >

[ 알겠습니다. ]

[ 엑! 저요? 진짜요? ]

< 그래, 임마. 이번엔 정말 장난 아닌 임무니까, 정신 바짝 차려! >

[ 와아아~ 드디어 저에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넵! 특수임무조 요몽 병장! 지금 출동합니닷! ]

간만에 신이 난 요몽이 어디론가(아마도 전산망) 파팟- 사라진다. 어쩐지 어린애에게 핵미사일을 장난감으로 준 것처럼 불안한 기분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암튼, 이 것으로 일단 핵미사일 쪽은 안심! 남은 건 장갑부대의 전차들이다.

< 몽몽. 출동한 적의 규모가 얼마나 되지? >

[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러시아제 T-72 시리즈가 총 40대, 중국의 신형 99식이 10대, 그 외 지휘 차량으로 T-72B1K가 2대입니다. ]

허허~ 참. 대한민국 특공대 예비역 하사 한 명에게 거창하게도 출동했다. 중국 최후의 절기(?)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결국 인해전술인 건가? 그리고… 몽몽은 설명과 함께 동영상을 함께 보여주었는데… 근데 어째 내 눈에는 러시아제 구형이나 중국 신형이나 왜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걸까?

[ 40대의 T-72 시리즈는 정확히 말해 러시아의 수출용 T-72S이며 구형에 비해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탄도 컴퓨터가 탑재되어 사격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고 미사일 유도 시스템까지 도입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야시장치는 액티브 적외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탐지 거리가 짧고 적의 최신형 전차에게 먼저 발각될 위험이 큰 단점이 있습니다. 10대의 99식은 중국이 MBT(Main Battle Tank)로 내세우며 개발한 전차이며 98식에서 개량된 성능과 장갑 기능은…… ]

몽몽 선생의 보고는 길었지만……

< …그거, 정리하면 사격 통제는 네 손안에 있고 밤눈이 어두워서 전차를 못 볼 정도면 나 같은 사람 한 명은 더더욱 못 볼 거라는 얘기지? 그리고 더 요약하면 ‘우리 밥이다’… 맞지? >

[ 전투에는 항상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확정짓지 마시기를 권고합니다. 그러나… 일단은 맞습니다. ]

흐음~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가능이지만… 그보다는 처리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하느냐의 선택이 먼저일 것 같다. 소군황 놈의 마지막 발악을 막는 건 요몽에게 맡기기로 했으니까 난 전차부대에 올인 해도 될 테고… 그렇다면… 음… 나도 아무리 바빠도 가끔 뉴스는 보긴 보는데…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도 그렇고… 중국과 우리의 전쟁 발발 가능성도 아주 없다고 볼 수만은 없지 않지 않을까 싶은 자의적 판단의 근거가 쬐금 있을 지는 확실치 않은 것… 같은 얘기는 그렇다 치고…! 음, 모르겠다. 만약의 경우에는 어차피 나 같은 예비군도 참전해야 할 테니, 기왕 온 김에 중국군 전차 수나 조금 줄여 놓고 가자.
나는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운전자인 은사마군에게 전음을 보냈다.

< 멈춰! 스톱! >

우웃!
내 입으로 멈추라고 해놓고도 놀란 건, 내 명령과 동시에 은사마군이 콱- 급제동을 걸어 버리더니 짚차를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한 바퀴 회전시키며 세웠기 때문이다. 조수석의 자룡대주도 다행히 다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다소 얼이 빠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아- 은사마군, 이런 건 여전하네!”

“아, 미안. 천주께서 멈추라고 하셔서……”

“하아~ 천주께서 설마 이런 식으로 멈추라고 하셨겠어? 넌 그렇게 얌전한 애가 어떻게 운전대만 잡으면 이러니?”

음… 이 두 여자는 아무래도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친한 사이였었나 보다. 근데 그보다… 짝퉁 흑주 은사마군이 ‘얌전한 애’라고? 내 앞에서는 아까… 어… 지금은 어째 정말 무지하게 조신한 분위기가 나는 표정인 것 같기도 한데? 날 만났을 때는 나름대로 현지 가이드 흉내를 내느라고 연기를 했던 건가? 뭐… 그거야 어쨌든.

나는 금동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리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수고했어. 이제 두 사람은 돌아가도록 해.”

“예? 하지만 아직……”

반사적으로 의문을 표하던 자룡대주가 말을 멈춘 것은 내가 소군황이 사라진 방향을 턱짓해 보였기 때문이다. 자룡대주와 은사마군은 그제야 그 쪽의 지평선을 돌아보았고 은사마군의 안색이 먼저 차갑게 식으며 눈빛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자룡대주는 아직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지? 아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뭔가 이상한 소리 같은 것이……”

“…악마, 666특전장갑부대!”

은사마군은 낮게 말하며 차의 시동과 라이트를 껐다. 자룡대주도 그제야 안색을 굳혔지만, 은사마군은 눈을 감고 잠시 더 귀를 기울이는 표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최소한 40… 아니 45대 이상, 주력 T-72와… 신형 99식도 몇 대……”

호오~ 대단한데? 청각을 따로 수련하기라도 한 건가…? 어… 맞다. 천년전의 은사마군도 적의 추적과 암살이 전문이라고 했었다. 본래 지하무림 자체가 비밀 조직이고 다들 적을 칠 때 암살이란 방법을 쓰는 경우가 흔한 편이어서 암살이 전문이라도 딱히 눈에 띄이진 않았던 것 같지만……

“…명부화(冥府花). 맞지?”

문득 당시의 은사마군을 부르던 별호가 생각이 나서 물었더니 은사마군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 미안. 틀렸나?”

“아… 아닙니다! 설마 천주께서 선조의 별호까지 기억해 주실 줄은 몰랐기에…….”

에구- 그렇게 감동 먹은 표정을 지으니까 무지하게 미안해지네.
사실 내가 은사마군의 본업(?)은 늦게 기억해 내면서 ‘저승의 꽃’이라는 별호를 빨리 기억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난 마군황 등극 후 모든 마군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받으면서 그 당시의 너무나 못생긴 은사마군을 보자마자 ‘저승꽃? 얼굴만 보여 줘도 정말 다들 저승에 가버리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었던 것이다.
으음~ 이 놈의 외모지상주의를 나부터도 타파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군 그래.

“저어… 실은 제가 천인군도 도주의 이름뿐 아니라 선조의 별호도 이어받았습니다만……”

“넌 무슨 이어받기가 전문이냐?”

“예?”

“아, 아니… 음, 그래. 그럼 앞으로는 네 이름 부를 일이 있으면 그냥 명부화라고 부를게.”

“아, 예. 뜻대로 하시길.”

…마침 잘 되었군. 아무리 그래도 얘를 흑주라고 부르는 건 내키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과거의 못… 아니 약-간 부담스런 외모의 은사마군도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후손 중에서 이렇게 A급이 탄생하여 앞으로는 사람들에게 ‘명부화는 존내 이쁜 꽃’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 …주인님! ]

< 응? 어… 이런, 이런…… >

쯧…! 멋쟁이 수호신 몽몽 님을 믿고 너무 방심했었나? 공연히 노닥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칠 뻔했다.
그 사이 전차 떼 러쉬가 꽤 가까워졌군. 벌써 거의 1KM 정도 전방인가……?

“어쨌든!”

나는 훌쩍 차에서 뛰어내렸다.

“이제부터는 나 혼자 간다. 수고했어, 두 사람.”

“별말씀을……”

“아, 근데… 하나 묻겠어. 아까 내가 헬기들을 격추시킬 때 말야……”

내가 묻고 싶은 건 ‘뭔가 이상해 보이지 않았느냐?’였지만, 아무래도 끝까지 물어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두 여자가 다… 특히 자룡대주는 즉시 황홀함에 가까운 표정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무, 물론 처음부터 천주를 믿고는 있었지만… 그런… 정말 인간의 몸으로… 그런 일을… 그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크흠, 흠! 이거 상당히 민망하구먼. 난 내일쯤 지하무림일보(?) 인터넷 기사에 ‘뽀대나던 마군황의 전투, 알고 보니 사기극, 파문!’… 뭐, 그런 기사가 날까 우려했었는데 말이다.

“알았어. 이만 갈게. 두 사람은 가급적 멀리 대피해 있도록 해.”

“복명!”

난 동시에 명령을 받드는 두 미녀들을 뒤로하고 전차부대를 향해 출진했다.

< 몽몽. 전차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지휘권을 너에게 일임하겠어. 난 물론이고 특히…… >

나는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금동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 금동 병장까지 잘 부탁해, 몽몽 사령관! >

[ 별말씀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훗~! 몽몽도 갈수록 말투가 바뀌기 시작하는군. …새벽. 우리 1인, 1기, 1수로 이루어진 특수부대는 50대의 전차부대를 상대로 마주 진격을 시작했다. 물론 그냥 정면으로 맞짱 뜨면서도 이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아무래도 그건 무리가 있기에 우리의 기본 진격 방침은 고속의 소리 없는 질주였다.

우리가 빠르게 전차 부대와의 거리를 좁혀 불과 몇 백 미터를 남겨 두었을 때 몽몽이 말했다.

[ 조금 전 모든 전차가 이동을 중지했습니다. 소군황이 남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며 원거리 장비 및 육안으로 주변을 정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 소군황이 남긴 말? >

내가 묻자 몽몽은 녹음된 소군황의 목소리를 그대로 틀어 주었다.

“저, 적! 적은 한 사람… 아니, 악마! 으~ 뭐든 좋으니까 보이는 대로 쏘란 말야! 방심하지마! 당해! 너희들이 당한단 말야! 뭐? 제정신? 핫~! 난 제정신이야! 미치도록 제정신이야! 명심해! 적을 인간으로 생각하지마!”

으음… 확실히 맛이 가기 시작했군. 뭐, 놈이 목격한 걸 차분하게 설명한다고 믿어 줄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덕분에 우리에겐 더 유리한 상황이다. 지금은 아직 새벽, 달빛은 구름 뒤에서 수줍음을 타고 있고, 적의 원거리 레이저 탐지 같은 건 몽몽 사령관이 교란 중, 적외선 망원경 같은 것으로 우리의 초고속 이동을 발견하는 것도 무리다!

지금 내가 펼치고 있는 경공은 답설무흔(踏雪無痕)에 가까울 정도이고 금동이는 원래 몸이 작아서 모래도 거의 튀기지 않으며 달리고 있으니……

쿠쿵!

어? 뭐야? 왜 들킨… 건, 아닌데?

한 대의 전차가 갑자기, 정말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아무런 예비징후도 없이 포를 쏜 것이었다. 그 포탄은 내 머리 위를 한참 넘어 뒤로 날아가 버렸고 방향도 전혀 틀린 것 같았지만……

[ 지휘전차가 단독으로 포격해서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

< 그, 그보다 방향은? 거리는? 여자들 있는 쪽 아냐? >

[ 그렇습니다. 방금의 포격 지점은 어긋난 것 같지만…… ]

썅~! 내가 적의 지휘관을 너무 얕봤구나! 놈은 은사마군이 차의 라이트를 끄기 전에 그걸 봤던 거다. 그리고 어림짐작으로 쏴본 거야.

[ 지금 지휘차량이 전 부대에 같은 방향으로 포격 명령을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무선을 교란하겠습니다. ]

< 당장해! 그리고오~! >

나는 즉시 내력을 정글도로 돌리며 전방을 향해 휘둘렀다.

크와아아아앙~!

펼쳐질 때 호랑이의 쩌렁쩌렁한 포효와 닮은 파공성이 나는… 풍운지왕결(風雲之王訣)의 백호참격(百虎斬擊)! 원거리용은 아니지만 근거리에서는 폭호결(暴虎訣)에 버금가는 위력의 초식을 모래사장에 퍼부은 건 너무나 아까운 노릇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적이 주인님의 존재와 위치를 감지한 것 같습니다. ]

치이~! 예뻐 보였던 여자들이 갑자기 원망스럽네! 물론 라이트 끄라고 미리 말하지 못한 내 잘못이 더… 윽~! 으크크크크~!

무거운 포신을 돌릴 시간이 아까웠는지 기총소사가 먼저 시작되었고, 나와 금동이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지그재그로 정신없이 뭐 빠지게 달려야 했다. 그런 내 눈에 움푹 패인 구덩이 하나가 보였다.

< 금동아! 여기! >

나와 금동이는 동시에 간신히 그 구덩이로 몸을 날려 들어가 납작 엎드려야 했다.

쿠콰콰콰콰-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구덩이 주변의 모래가 춤추며 흩날렸다. 쏴대는 지점이 일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기관총은 전자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감으로 쏘는 것 같은데… 그게 나로서는 더 위험했다. 몽몽이 말했던, 아니 나 자신이 항상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전투에는 항상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실현되고 만 것이다.

< 몽몽. 본격적인 포격은? >

[ 지금 거의 대부분의 포구가 이 부근으로 집중되며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으~ 기관총보다 대포가 더 반가울 줄이야!

< 겨냥을 조금씩만 어긋나게 해. 그리고 우리가 달릴 코스 좀 다시 뽑아 줘. >

[ 알겠습니다. ]

꽈-ㄲ!?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굉음이었다. 50대의 전차가 일시에 포문을 열고 쏴대는 소리는 내 예상을 초월했고, 사방에서 솟구친 모래 더미가 우리가 피한 구덩이까지 덮쳐 버렸다. 직격은 어찌 피했어도 이대로 파묻혀 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새삼 본능적인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일기 시작했지만……

썅~ 대한민국 군바리가 중국 군바리들, 러시아와 중국제 전차에 쫄까 보냐!

“가자! 금동 병장!”

“카학~!”

우린 6.25의 국군 용사들 못지않게 용맹한 고함소리와 함께 자연의 초소에서 뛰쳐나와 적군의 전차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초탄을 발사하고 난 후의 전차는 짧은 시간 동안 무용지물이 되는데, 그 틈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대략의 위치는 알려졌지만 다른 조건은 거의 처음과 동일했다.

나와 금동이는 눈부신 속도로 모래 사막을 가로질러 전차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그때 뒤쪽 줄의 전차들이 포격을 시작했다.
으으으으~ 몽몽이 조준을 빗나가게 해 주지 않았으면 X됐겠다!

나와 금동이는 얄짤없이 포연과 모래에 뒤덮여야 했지만, 그래도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거의 다 왔다 싶었을 때, 다시 전차 포신 옆의 기관총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큭!
몇 발의 기관총알이 내 호신강기를 뚫고 지나갔고, 나는 그대로 자빠지듯 모래 위를 굴러야 했다. 빌어먹을… 왼쪽 옆구리와 왼쪽 다리에 각각 약간의 찰상 플러스 창상…! 이 정도는 부상 축에도 못 끼고, 방금 쏜 놈도 날 정확히 보고 쏜 게 아니어서 지금은 엉뚱한 곳을 갈기고 있다. 진짜 문제는 전차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제기, 몽몽이 무선을 교란하고 있을 텐데도 이렇게 일사분란하다니!

< 대체 지휘관이 누구야? >

나는 정글도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며 몽몽에게 물었고, 몽몽은 즉시 중간쯤의 한 대를 알려 주었다. 다른 전차들과 외형은 비슷했지만 포탑에 유독 긴 안테나가 달려있는 전차였다. 나는 더 지체하지 않고 다시 공공보법을 펼쳐 그 전차를 노리고 달렸다. 물러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일단’이라는 개념이었던 듯,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금방 따라붙을 수 있었다.

마치 거대한 분쇄기처럼 돌고 있는 전차의 캐터필러들을 스쳐 지나고, 산발적이지만 여전히 무서운 기관총의 사격을 뚫고… 나는 간신히 지휘용 전차 T-72B1K에 매달릴 수 있었다.
[ 주인님! ]

윽! 다른 전차에서 쏜 기관총에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간신히 포탑 그늘에 숨어 피하긴 했는데… 방금 쏜 놈은 조준 사격을 했다는 느낌이… 어, 어? 이번엔 내가 매달린 전차의 포탑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으으~ 이대로 포신에 밀리면 조금 전에 쏜 놈의 사격 범위에 들어간다! 서두르자!

나는 다급하게 정글도에 내력을 모았다. 현재의 나는 월광절화결을 쓸 수는 없지만 근접할 정도로 응축된 강기를 잠깐이라도 정글도의 날에 맺히게 할 수 있었고, 그런 상태의 정글도로 전차의 출입구를 자르기 시작했다.
본결에는 없는 응용기니까 참화지수가 아니라 참화지도쯤으로 부르면… 아니, 휘두르는 게 아니라 갖다 대서 썰고(?) 있으니… 참화지톱?

이 바쁜 와중에 엄한 작명을 해가면서… 그래도 나는 기어이 전차의 출입구를 열고야 말았다.
“어, 어떻게?”

출입구 안쪽에서 황당하다는 듯 날 올려다본 건 얼핏 50대 정도로 보이는 강인한 인상의 남자였다. 그는 다급하게 권총을 뽑아 들려 했지만, 내가 손을 뻗어 그의 혈도를 제압하는 것이 빨랐다.
< 몽몽, 잠깐만 전파 교란을 풀어. >

나는 그의 목에 정글도를 댄 채 전차 안으로 기어들어 갔고, 다른 승무원을 위협해서 모든 전차에게 움직임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 하아~ 이제야 간신히 적의 지휘관과 전차 한 대를 포획했군. 흐~ 하지만 일단 이 포인트를 확보한 이상 게임 셋이나 마찬가지~! 몽몽! 금동이 좀 불러 줘! >

[ 금동은 이미 출입구 바깥에 와있습니다. ]

오호. 금동이 녀석, 지가 알아서 나보다도 전차 사이를 잘 누비며 피해 다니더니 내가 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벌써 봤던 모양이군. 나는 왠지 마음에 든 지휘관만 남기고 운전병과 포수까지 혈도를 잡고 기절시켜 밖으로 밀어낸 다음, 대신 금동이를 불러들였다. 난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 외에는 굵직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지휘관 남자의 아혈(啞穴)을 풀어 주었고, 그러자 그는 바로 단호하게 말했다.
“…어쩌려는 건가? 날 인질로 잡아도 소용없어!”

“인질은 무슨, 당신은 증인으로 남겨 둔 거고… 지금부터 난 전차 대 전차로 한 판 붙으려는 거야.”

“설마,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바깥에는 이 전차의 포탄 수보다도 많은 다른 전차가 있다는 것도 모르겠는가?”

“걱정하지 마쇼. 포탄 떨어지면 갈아탈 거니까!”

나는 여유 있게 대꾸해 주며 금동이에게 포수 자리에 앉으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맘 같아서야 내가 신나게 포를 쏘고 싶었지만… 금동이는 신체 구조상 운전대(?)와 발밑의 페달을 동시에 밟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운짱이 되기로 한 것이다.
< 자아- 그럼, 몽몽 사령관! 지휘를 부탁해! >

[ …알겠습니다. 시작합니다. ]

몽몽의 지휘 아래 뭉친 우리의 반격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다른 전차들은 지휘전차에서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를 몰라 계속 멍청하게 멈춰서 있었는데, 내게 혈도를 잡혀 전차 밖으로 던져진 자들이 깨어나 뭐라고 소리치기 시작하자 비로소 포신이 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론… 이쪽이 더 빨랐다.
쿵~!

둔탁한 충격과 함께 금동이가 쏜 초탄이 우리를 조준하려던 전차 한 대의 포탑을 날려 버렸다. 나는 나대로 이미 가속 페달을 밟아 출발했는데, 실상은 몽몽이 알아서 적들의 조준을 교란시켜 주니 난 그냥 우리 쪽 사격에 유리한 쪽으로 전차를 몰고 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야 그냥 저냥 무난한 기분이었지만 정작 신이 난 건 금동이였다. 녀석은 날 따라 나선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활약을 못하고 뭔가 목말라 하던 참이었다. 그래서인지 몽몽에게 교육받은 전차의 포 조종법을 능숙하게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몽몽이 찍어 주는 포인트에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쏴 대고 있었다.

이런 전후 사정을 모르는 전차대… 아, 666특전장갑대…라고 했던가? 하여간 이 부대의 지휘관께서는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목격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얼이 빠져 있다. 그러던 그가 겨우 정신을 수습한 것은 이미 10대가 넘는 전차가 우리 연옥도 기갑소대가 몰고 있는 단 한 대의 렌트 전차에 의해 기동 불능이 된 후였다.

“대, 대체… 대체 네놈들은 누구냐? 어느 국가의 특수부대인지 몰라도 이런 짓을 하면 정말 전쟁이야, 전쟁!”

“아, 우리? 우리가 누구냐고?”

나는 운전 도중임에도 슬쩍 그를 돌아보며 대답해 주었다.

“대 고구려의 예비군.”

당연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믿기 싫으면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우린 분명 위대한 광개토대제의 밀명을 받고 암약 중인 사신수 부대의 후예야. 난 이미 제대한 몸이지만… 요즘 니네들 하는 거 보니까 열 받아서 말야.”

“마, 말도 안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저 사람은 지금 약간 냉철함을 잃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고구려인을 자처하면 누구나 우리 대한민국을 먼저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뭐… 이번 소군황 일만 잘 해결하고 나면 지하무림에서 잘 무마해 줄 것을 믿고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주인님, 포탄이 다 떨어졌습니다. 지휘용 전차라 장거리 무선장치를 적재하기 위해 포탄 수를 줄인 것이며, 적 전차는 아직 27대가 남아 있습니다.]

<흐음~ 그 사이 우리가 벌써 23대나 깨버렸군. 다른 쓸만한 전차는 물색해 놓았겠지?>

[그렇습니다. 제 지시대로 운전하시다가 31초 후에 충돌하게 되는 99식 전차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포탄 소모가 적어서 29발이 남아있습니다.]

<좋았어! 금동 병장,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기분 좋게 외쳤고, 금동이도 포의 손잡이를 치며 환호성을 울렸다.

<으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두 번째 무단 렌트 했던 적 전차의 포탑에 올라서서 말했다.

<나도 좀 부끄럽기는 해. 어렸을 때는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고구려의 역사… 그 중에서도 시험에 나올 법한 부분만을 외우는데 급급했었을 뿐, 그런 위대한 조상님들의 역사에 딱히 관심을 가져 본 적이 별로 없었거든. 나중에 흥미를 가지게 된 건 고구려와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만화들… 특히 바람의 나라…던가,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였지. 으음… 나처럼 무심한 놈들을 계몽해주는 그런 만화들은 나라에서 상 줘야 하는 건데 말야.>

나는 나름대로 반성을 하면서 아름다운 사막의 태양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지난밤의 서늘한 어둠을 퇴출시키며 날아드는 태양 빛이 수십 대의 부서진 전차들을 하나하나 비추기 시작했다. 내 옆에 있던 금동이가 문득, 자기가 무슨 늑대라도 된 듯 태양을 향해 아우우우우우~ 승리의 울음소리를 냈다.

[…주인님. 자룡대주와 은사마군이 오고 있습니다.]

몽몽 말대로 은사마군이 모는 지프차가 아직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포연과 전차들을 피해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다행히 처음 한 발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천주! 무사하십니까?”

차가 채 멈춰 서기도 전에 두 여자가 동시에 외쳤다.

“어… 보시다시피.”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고, 그녀들은 내 등 뒤의 일출에 눈부셔 하면서도 계속 올려다볼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음… 이번에도 몽몽 너의 도움 받을 걸 들키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 이제… 정말 마무리를 하러 가 볼까나?>

나는 금동이를 데리고 포탑에서 훌쩍 뛰어 내려 곧바로 지프차 뒤에 올라탔다.

“둘 다 괜찮아? 포탄 한 발이 그 쪽으로 날아갔었는데 말야.”

“예, 천주. 전투를 좀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은 욕심에 전진했던 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랬다니… 미인박명이란 말도 옛말이었군 그래.

“좋아. 목표, 6676기상관측대! 어딘지 알지, 명부화!”

“옛! 6, 6676이요? 압니다! 추, 출발하겠습니다!”

자룡대주는 그래도 비교적 침착한 편인데 짝퉁 흑주… 당대의 명부화는 어째 첫인상과 달리 평소에는 상당히 어리버리한 성격인 듯도… 윽! 으… 이 차를 몰 때의 터프함은 빼고 말야.

<몽몽. 소군황은 지금 뭐하냐?>

[약 20분 전에 6676기상관측대에 도착하여 상황실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황이 시작될 때쯤 무선을 교란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결과를 모르고 있습니다.]

<흐음~ 그럼 또 여유 부리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알 수 없는 전황에 오히려 극도로 불안해 하다가 조금 전부터 기지 사령관에게 핵미사일 버튼의 사용권을 넘기라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 요몽과 통신할 수 있나?>

[가능합니다만, 시스템 차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30초 이내의 통신만을 권고합니다.]

뭐… 그 정도면 충분하지.

[특공~! 주인님! 요몽 병장이하… 어, 저 혼자 시스템 장악 완료했습니다!]

<음, 수고했다.>

[땡쓰- 썰! 음… 하지만 저도 물리적인 백업이 남는 작업은 해킹 흔적이 남아도 어쩔 수 없으니 그 점은 양해해 주시기 바래요!]

<…소군황이 핵미사일 통제실로 가는 길을 막아.>

[그건 흔적 없이도 문제없지요.]

<좋아. 이따 보자.>

나는 요몽과의 통신을 끝내고 짧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짜증스럽고 재수없는 놈임에도 이제 정말 내 손으로 끝장을 볼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다소 불쌍한 생각도 들었다.

소군황 구영웅이 기지 지하의 핵미사일 통제실로 가려면 총 10군데의 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 중 9군데의 문을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열고 지나갔을 때까지 만해도 그는 아직 자신을 엄습하고 있는 가공할 공포의 무게에 겨우겨우 저항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이 하필 오늘 고장(!?)인 듯 열리지 않았을 때, 그는 비로소 온 몸의 떨림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고장…? 그럴 리가 없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형편없다는 건 옛말이다! 그가 앞으로 이끌어 갈 젊은 중국이 만든 기계에 고장 따위가 날 리 없다. 뭔가 잘못 되었다! 이건… 이건 저주…? 타고난 엘리트인 자신을 질시하는 무수한 범재들의 저주…?

그는 웃었다. 잠시 비과학적인 생각을 했던 자신이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걸 싫어하고 증오했다. 자신이 억지로 익혀야 했던 무공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인간의 기, 내공이라 불리는 것을 정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건 시간낭비다. 그딴 것을 얻기 위해 들이는 세월이면 몇 배나 우월한 파괴력과 소용이 되는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랬는데… 그 인간은 대체 뭐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그 인간, 아니 그 악마는 대체 누구인가! 마군황…? 그 구시대 유물의 이름이 어떻게 그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가 있는 것인가! 어떻게 그렇게 터무니없는 힘과 공포로 그를 찍어누를 수가 있는가! 이건 꿈이다! 현실일 리가 없다!

견딜 수 없는 현실을 만난 모든 범재들과 마찬가지로… 천재인 그 역시 도피처가 필요했다. 하지만… 열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 믿었던 곳이 그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뭐지? 뭐가 잘못됐지?

그는 와들와들 떨리는 손을 자신의 입을 물어뜯어 진정시키며 정신없이 몇 번이고 카드를 긁고 패스워드를 쳤다. 몇 번이고 각막 인식 장치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렇게 얼마나 반복했을까. 그리고… 드디어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으와아~ 그는 소리 없이 환호성을 울렸다. 잘못된 건 없었다! 기계가 그를 배신할 리가 없었다! 이제 끝이다! 기지 사령관으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온 키! 그걸 때에야 비로소 도움이 되었던 자신의 무공! 이제 그를 추적해 온 끔찍한 악마를, 고대에서 부활한 마왕도 끝장 낼 수 있다. 이 안의 붉은 버튼만 누르면… 저 신조차 죽일 수 있을 권능의 버튼만 누르면…

<어이~ 왔냐? 늦었네?>

요몽의 도움을 받아 약간 다른 루트로 먼저 와있던 내가 인사를 건네자, 환희에 찬 얼굴로 들어서던 소군황의 얼굴이 한순간에 핏기를 잃었다. 놈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는지, 내가 스슥- 정글도를 휘둘러 자신의 뺨에 두 획의 칼자국을 추가로 내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으음… 지난번, 저 놈 얼굴에 열 십자 칼자국을 내 준 다음 뭔가 계속 허전하다 했어. 역시… 두 군데 더 보태서 나무 목(木)자를 만드니까 훨씬 그럴 듯하군.

<이봐, 소군황. 이… 핵무기라는 거 말야. 알고 보면 꽤 불편하지 않아? 이렇게… 누가 가로막고 있으면 발사 스위치를 누르러 올 수도 없고 말야.>

…쯧. 이 마군황께서 친히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시고 있는데 털썩 주저앉아 버려…? 무례한 놈 같으니!

나는 놈에게 다가가며 ‘죽음? 아니면 복종?’이라는 최후의 질문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놈은 대답할, 아니 내 말을 들을 수조차 없는 것 같았다.

난… 놈을 기다리며 자룡대주에게 들었던 놈의 성장 과정에 내가 본 놈의 성격과 나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놈이 어떤 기분으로 이 곳에 오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었다. 내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이상 놈의 진짜 심리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신이 공포로 인해 붕괴되는’ 과정만은 내 생각과 비슷할 것 같았다.

<이봐, 소군황. 난 오늘 너에게 이긴 걸까… 진 걸까?>

나는 초점을 잃고 눈물과 콧물, 침을 질질 흘려가며 어어- 소리밖에 내지 못하고 있는 소군황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난 결국 내 칼로 널 죽이지도 못하겠고 굴복 선언을 듣지도 못했어. 하지만… 너 역시 스스로 정신을 죽여 버렸어. 그런 관계로… 승자는 없는 것 같지만…>

나는 놈에게 차갑게 내뱉었다.

<너만 졌어, 등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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