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51-3화 : 드림팀 결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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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51-3화 : 드림팀 결성?(3)


6-3. 드림팀 결성?.(3)

프리…메이슨?

나는 나도 모르게 입 속에서 작게 프리메이슨이라는 명칭을 되뇌어 보았다. 조금 전에야 알게 된 세계정화 재단이라는 조직과 달리, 난 예전… 그러니까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어떤 친구에게 프리메이슨이란 이름의 단체를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가 몽몽을 능가하는 정보력의 신비인…이라는 건 말도 안 되고, 사실 프리메이슨은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백과사전’에까지 나오는 단체인 것이다.

  • 18세기 초 영국에서 설립된 세계시민주의적·인도주의적 우애를 목적으로 하는 친목 단체. 1717년 설립되어 세계 동포주의적 박애사상 함양, 회원 간의 우호 증진, 자선, 박애 사업을 중요시 함.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전통 있으며 상당히 훌륭한, 그리고 단지 ‘친목단체’라는 내용이었다. 여하간 당연히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표면적인 모습일 뿐 실제로는 무서운 비밀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 또한……

[ 주인님! ]

“천주!”

몽몽은 물론이고 은사마군까지 동시에 날 부르는 바람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은사마군은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굳어져버린 것 때문에 긴장한 듯 암암리에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신지요? 송구스럽지만 저희가 놓치고 있는 상황이 있다면……”

“아, 아냐. 그냥 잠깐 딴 생각이 나서… 음… 어쨌든 당장 별다른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마.”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차 문을 마저 닫았다. 차가 멈춘 곳은 병원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의 계단 앞이어서 나는 곧 걸음을 떼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계속 걸음을 이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 옆의 벤치에 자리 잡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별일 아니라고 해도 계속 긴장을 풀지 못하는 기색의 은사마군에게는 미안했지만, 아무래도 나중에 듣자고 미룰 일이 아닌 것 같았다.

[ …주인님께서는 이미 프리메이슨에 관한 정보들을 접한 일이 있으신 것입니까? ]

< 그래, 몽몽. 예전에… 소위 ‘음모론’을 무지 좋아해서 그런 쪽 책이며 자료들 찾아보는 게 취미인 친구 녀석이 있었거든. >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세계 최고 최강의 비밀 결사…! 전세계를 암중에 지배하는 그림자 정부……! >

그래… 그게 그 친구가 프리메이슨에 대해 표현하던 말이었다.

< 난 그 녀석에게 꽤 많은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런데도 왜 내가 그걸 무시하고 지금까지 잊고 있었느냐면… 나로서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얘기가 초인들이 모여서 귀신이나 요괴를 때려잡는다는 단체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허황된 소문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었기 때문이야. 사실 지금도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는 건, 무엇보다 그 당시의 친구 놈… 정확히 말하면 고1때 우리 반의 부 반장이었던 현상훈… 상훈이 녀석이 말해 준 프리메이슨의 회원 명단 때문이었어. >

문득 그 얘기를 해 주던 상훈이 녀석의 열띤 음성과 표정이 떠올랐고, 이제야 그때 그 녀석의 기분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 지금도 생각나는 이름들 만해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부터 시작해서 다수의 역대 대통령들.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 여왕 중에서 엘리자베스 2세던가 3세던가… 하여간 여왕! 거기다가… 빌 게이츠, 록펠러 가문, 아인슈타인, 에디슨, 마르크스, 모차르트, 베토벤, 니체, 괴테, 세익스피어… 젠장~! 결국 세계적 정치가, 기업가, 철학자, 예술가, 과학자 등등 거의 모든 분야의 최고 엘리트들이 회원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얘기였어. 그게… 뭐, 물론 그냥 잘난 인간들이 모여서 지들끼리 노는 친목 단체라면 무슨 문제이겠는가…만, 근데 제기… 만약 정말로 프리메이슨의 결속력과 목적이 친목 수준이 아니라면… 확실히 세계를 뒤에서 조종할 수도 있겠지. >

천년 전의 원판도 세계는 고사하고 무림조차 전체를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전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조직이 진짜 있다면, 그런 곳에게는 원판조차 굴복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몽몽. 니 의견은 어떠냐. 프리메이슨도 아직까지는 네가 ‘조사하기 어렵다’라는 기준으로만 수상하다는 거냐? >

[ 그렇습니다. 조사하기 어려운 이유가 DP나 세계정화재단과는 다르지만 말입니다. ]

< 무슨… 뜻이지? >

[ DP는 저희 시대의 공학을 어느 정도 재현한 기술적 방어, 세계정화재단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과정에 의한 코드 변환과 네트워크 차단 현상의 불규칙적 발생… 즉,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주요 데이터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메이슨 본부와 관련 단체의 시스템에는 특이 사항이 없어 침투 및 탐색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들의 시스템 속 데이터에는 의심되는 활동에 대한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

< 뭐…야. 그런데 뭐가 어렵다는 거고, 뭐가 수상하다는 거지? >

[ ‘지나치게 깨끗’했습니다. 시스템 사용자의 실수 및 사용 OS와 응용 소프트웨어의 구조적 결함에 의해 평균적으로 생성되는 오류 코드를 분석해 보면 약 3-4개월 정도 전에 시스템을 포맷했고, 그 이후로 단순 작업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

컴퓨터 포맷하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그 후로 조심해서 쓰는 것도 그렇고… 아, 아니구나. 몽몽이 예전 데이터를 찾아낼 수 없었다면 일반적인 포맷을 한 정도가 아니라… 로우레벨 포맷이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으로 싹 밀어버렸다는 얘기인 모양이다.

[ …또한 이런 상황은 세계 각지의 지부(Lodge)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커들에 의해 조직적인 공격을 받아 시스템이 파괴된 후 복구했다는 추정도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데이터가 정리된 패턴이 지나치게 완벽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해 오지 않았다면 수백 대의 시스템을 동시에 이런 수준으로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 그러니까 네 말은… 어쩔 수없이 바꾼 게 아니라… 조사받을 것을 대비해서 자체적으로 정리한 거 같다는 거지? >

[ 그렇습니다. ]

< 친목단체가 무슨 세무감사 같은 걸… 그 것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받았을 리도 없고… 그렇…다면… 방어할 수 없는 해킹…! 즉, 몽몽 너의 침투를 대비했다…? 그런 얘긴가? >

[ 저의 해킹을 대비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근거도 아직 부족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정황증거는 확실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

< …뭔가 숨긴다고 해도 그렇지, 전 세계 지부의 모든 시스템을 아주 갈아엎어 버렸다는 건 좀… 게다가 그 시기가 3-4개월 전…? 하필 내가 너와 함께 이 시대로 복귀하기 얼마 전이라는 것도…… >

쳇…! 가급적 수상하지 말았으면 좋겠는 것들이 왜 자꾸 수상해지고 난리야, 이거!

“하아아아- 젠장! 잠시나마 푹 쉬어 두길 잘했네.”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솔직히… 조금 전까지는 ‘원판 녀석도 적이 아니라 한 팀이 될 경우에는 꽤 든든한 타입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녀석에 대한 호감도를 눈꼽만큼 올려 주고 있었다. 하지만 추정되는 적을 알고 나니 그게 얼마나 성급한 판단이었는 가를 알 수 있었다. 험한 일에 끌어들이는 것도 어느 정도지… 녀석과 내가 아무리 전직 비화곡주 콤비의 드림팀이라 해도 적들은 더 어마어마한 멤버의 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블 드림팀일 지도 모른다니…… 쓰바, 원판! 그 질 나쁜 물귀신 같으니!

난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을 일단 뒤로하고, 비로소 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친구들의 병실을 향해 갔다. 원판 같은 물귀신 말고 진짜 내 친구들에게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난 병실 앞에서 또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 그 녀석들은 이미 자신들이 다치게 된 일의 또 한 명의 원인 제공자인 하은이에게 자초지정을 다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도 그 양아치들의 습격 원인이 얼마나 어이없으며, 그런 쓰레기들은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서라도 같은 짓을 저질렀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고 말이다. 그러니 녀석들이 내게 딱히 화를 낼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새삼 녀석들을 보기가 미안하고 민망한 것이다.

…쯧! 그렇다고 어차피 안 볼 녀석들도 아니고……

“강성원…! 이준엽!”

나는 일단 ‘뻔뻔함’으로 행동방침을 결정하고 병실 안으로 들어서며 친구들을 불렀다. 두 녀석은 머리와 팔 다리 여기저기에 붕대며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몰골이었지만 그럼에도 비교적 밝은 얼굴로 침상에서 뒹굴 거리고 있다가 동시에 내게 고개를 돌렸다.

“늦어서 미안타. 어쩌다보니 공사가 다 망해서……”

난 철지난 유머를 던지며 천천히 양쪽 벽으로 나누어진 녀석들의 침대 사이로 걸어 들어갔지만, 어느 사이 두 녀석 다 안색이 변해 있었다. 준엽이는 냉담한 표정으로 누운 채 고개를 돌려 날 외면하기 시작했다. 성원이는 그나마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녀석 역시 싸늘한 표정은 마찬가지였다. 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예상했던 거 이상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다행히도 침대 사이의 창문 앞에 놓여진 탁자에서 과일을 깍고 있던 소령이가 방긋 웃으며 한 손을 들어주었다.

“하이~ 잘 다녀왔어요?”

“어… 그래. 미령이는?”

“미령이는… 꺅!”

소령이가 대답 도중 비명을 지른 것은 금동이때문이었다. 장소가 병원이라 녀석은 차에 두고 내렸었는데… 어떻게 탈출해서 이 병실까지 찾아왔는지 몰라도, 기어이 담을 타고 창문으로 들어와 소령이에게 달려든 것이다. 소령이는 자신의 등뒤에 매달린 녀석이 금동이라는 것을 알고는 비명 반 웃음 반이 섞여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미령, 꺄아- 야아! 미령이는, 밖에 꺅! 챈, 꺄하하- 통화……”

소령이는 밖에서 챈과 통화 중이란 대답까지 간신히 했지만, 이어지는 금동이의 간지럼 태우기 공격에 계속 속수무책으로 꺄륵대느라 정신없었다. 귀여운 소녀와 원숭이가 시끌벅적하게 장난치는 모습도 나름대로 보기 좋은 정경이긴 했지만… 그 때문에 침대에서 내려오던 준엽이가 공포(?!)에 질려 다시 침대로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만!”

나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재빨리 두 손으로 금동이의 뒷덜미와 소령이의 손목을 동시에 잡았다.

“끽?”

“꺅?”

그제야 낮게 비슷한 소리를 지르며 행동을 멈추는 금동이와 소령이. 특히 소령이는 그제야 자신이 계속 과일깍던 칼을 움켜 쥔 채 몸부림(?)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어머! 죄송해요!”

“아니, 됐고. 그보다 나야말로 미안한데, 친구들과 할 말이 있어서 그러니까… 금동이 데리고 잠시 자리 좀 비켜 줄래?”

“응! 알겠어요!”

이런저런 사항은 둘째치고 금동이와 함께 나가라는 것만이 반가운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미령이에게도 잠시만……”

쯧! 뒷말은 채 듣지도 않고 나가 버리는 군. 하는 수… 없지.

< …은사마군. 내가 허락할 때까지는 이 병실 안으로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

< 복명! >

나는 병실 밖에 대기 시켰던 은사마군에게 명령을 내린 다음, 비로소 다시 친구들에게 신경을 돌렸다. 소령이와 금동이 때문에 약간 어수선해 진 분위기가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었다.

“훗~! 생각보다 팔자 좋았던 모양이네. 계속 저런 아이한테 병간호 받고 있었으니 말이야.”

나는 일단 조금 더 뻔뻔 모드로 밀고 나가기로 하고 말을 이었다.

“소령이 자매나 내 동생도 그렇고… 사실 니들 팔자에 언제 그런 미소녀들에게 둘러 쌓여 보겠냐. 안 그래?”

“…그래, 맞아. 모두 잘난 진유준 선생 덕이지.”

그 사이 결국 일어나 앉은 성원이의 전에 없이 비아냥거리는 대꾸였다.

“물론… 우리가 난데없이 첨 보는 양아치들에게 작살나게 터진 것도 말이야.”

쯧, 내가 생각했던 사과 분위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미안하다. 그게… 그렇게 됐다.”

“……”

“얘긴 하은이에게 들었겠지만… 어쨌든 정말 미안……”

“그래서?”

“…뭐?”

“진유준이, 네 잘 못은 별로 없으니… 그러니까 우리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라 그 거냐?”

뭐…냐, 이거.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녀석들이 보인 태도에서부터 웃으며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젠장…! 갑자기 말문이 막혀 버린다. 당연히 내가 무조건 사과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웬지 배신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 말을 못하냐, 천하의 말빨 진유준이가? 응? 진짜 우리에게 미안하기는 한 거냐?”

성원이가 다시 더욱 삐딱하게 따져왔다. 녀석은 성치 못한 다리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날 한 대 후려치기라도 할 표정이었다. 이어서 준엽이도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팔자에 없이 여기저기 깨지고 약만 먹고 있었더니 졸립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나가라.”

너, 너 준엽이까지……! 나는 정말이지 참담한 기분이 되어 잠시 입을 열기는커녕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적반하장인지는 몰라도, 난 정말 저 녀석들이 내게 이럴 줄은 몰랐다. 물론… 세상엔 전후사정을 알고도 자신들이 당한 일이 너무나 억울해서 무조건 화를 풀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들…도? 저 강성원, 이준엽이…? 빌어먹을! 내가 저 놈들을 잘 못 본 건 걸까…? 아니면… 아니면 역시 내 잘 못…? 친구들이 당한 고통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난… 나는 어느 사이 나만 생각하는 놈이 된 건가…? 친구들을 내 기준으로 멋대로 생각하고… 녀석들의 고통을 가볍게 치부해 버렸던 건가……?

몇 초, 혹은 몇 십 초…? 여하간 나는 계속 녀석들에 대한 죄책감과 역시 녀석들에 대한 배신감 등등의 복잡한 감정들에 사로잡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씨- 파!”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욕설이 먼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썅! 내가 졸라 잘 못했다. 그러니까 옛날처럼 원터치… 아니, 이번엔 그게 아니지. 그냥 날 까라! 니들 속 풀릴 때까지!”

나는 아예 눈을 감고 녀석들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성원이와 준엽이의 손이 각각 무언가를 집어드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지금 내 얼굴을 강타(?)한 것은… 베개…? 내 얼굴에 날아 든 것은 성원이의 베개였고, 준엽이가 던진 베개는… 빗나갔나?

눈을 떠보니 준엽이 녀석의 베개는 엉뚱하게도 성원이를 명중시킨 모양이었다.

“거봐, 임마! 유준이, 저 자식은 저렇게 나올 거라고 했잖아!”

준엽이가 소리치자 성원이도 지지 않고 준엽이가 던진 베개를 다시 잡아 되던지며 외쳤다.

“새꺄! 작전은 네가 짜놓고 왜 발뺌이야! 이번 일로 압박하면 유준이도 항복한다며?”

“내가 언제 꼭 그렇댔냐? 저렇게 배째라고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잖아!”

“어쨌든 말 꺼낸 건 너야!”

“재밌겠다고 하잔 건 너였어!”

나는… 두 녀석이 서로 베개를 던지며 전말을 털어놓는 것을 보며 비로소 웃었다. 훗…! 그래. 이 녀석들은 본래 이런 녀석들이다. 맞아… 역시 그걸 믿는 쪽이 옳았다.

“쳇~! 일껏 다음에 할 말도 준비해 뒀었는데…..”

준엽이였다. 그와 함께 녀석들은 어영부영 추억의 베개 싸움을 멈추었다.

“뭔 말?”

내가 피식 웃으며 묻자 준엽인 조금 멋쩍어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게… 유준이 네가 진짜 열 받아서 대충 미안하다며 그냥 나가려고 했다면… 음- 이렇게 말하려고 했지. ‘우리가 정말 이번 일 만으로 화가 난 것 같아?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라고 말야.”

“으음… 다소 평범하긴 해도 바뀐 현재의 상황에도 충분히 먹힐 만한 대사로군. 다시 봤어, 이준엽씨.”

“야- 야! 누가 연극부 출신 아니랄까봐, 또 대사 타령이냐?”

“아~ 미안, 미안. 얘기 꺼내기 전에 분위기 좀 바꿔 보려고……”

나는 공연히 뒷머리를 극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니들이 진짜 듣고 싶은 얘기가 뭔지는 알아. 나도 사실 너희들에게는 끝까지 숨길 생각은 아니었어. 니들이 이번 일로 애써 날 압박하려고 들지 않았어도 말이야.”

사실이었다. 난 이미 구양대주에게 이 녀석들에 대한 사항을 허락한 바가 있다. 구양대주가 이들에게 내 얘기를 먼저 해 주고 나서 꼬시려 들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먼저 모든 걸 밝혀두고 싶었다.

“나… 너희들 눈에는 제대한 이후로 갑자기 뭔가 변해 버린 것으로 보였겠지? 지금부터 그에 대한 얘기를 해 줄 테니 잘 들어.”

나는 ‘잘 들어’라고 운을 떼었지만, 녀석들은 먼저 시선을 내 손바닥 위로 집중해야 했다. 조금 아까 소령이가 가지고 있던 작은 칼이 내 오른 손의 바닥… 정확히 말해서 손바닥으로부터 10CM 정도 위의 허공까지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과일칼이 내 손바닥 위의 허공에 고정된 채 몇 초간이나 움직이지 않자 녀석들의 입이 차츰 벌어지기 시작했다.

< 이기어검(以氣御劍)! >

나는 낮게 전음과 함께 과일칼을 날렸고, 칼은 병실을 가로질러 창가의 탁자까지 날아가 소령이가 깍다 만 사과에 정확히 꽂혔다.

< …아직 기본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말야. >

더욱 크게 따악 입을 벌린 두 녀석은 자신들이 들은 내가 해준 설명도 일반적인 말이 아닌 전음으로 보내진 것이라는 사실도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나의 고백은 아무래도 조금 길어 질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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