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54-2화 : 연구소의 실체.(2)
“…챈.”
내가 문득 돌아보며 부르자, 그는 먼저 알아서 고개를 저었다.
“저희들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구경을 해도 저희들 능력껏 하겠습니다.”
…하긴, 그렇게 나오는 게 천이단다운 태도겠지.
“다만 이번에는 대상이 진하사님이니 미리 알려 드리는 것이 예의일 듯하여 앞에 나선 것뿐입니다.”
“…그래요. 그러니 우리에게 마음껏 당신의 본성을 보여 주……”
“미령 아가씨!”
챈은 미령이의 의미찜찜한 말을 끊고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부디… 무운을 빕니다.”
미령이의 마지막 말은 아무래도 껄쩍지근했지만 이제 와서 딱히 트집 잡기도 뭐해서, 나는 조용히 그들을 보낸 다음 수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 페트라! 현재 가용 가능한 보천구룡대를 모두 집합시켜. >
< 보천구룡대… 뿐입니까? >
< …일단은 그래. 하지만 다른 지하무림인들 중에서도 이 곳 미 서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관력직에 있는 자들은 모두 비상 대기 시켜. >
< 복명! >
나는 천천히 닥터 제이 일행이 사라진 공항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며 이번에는 은사마군을 불렀다.
< 은사마군! >
< 예, 천주! >
< 은사도객(隱死島客)… 이라고 했지? 그 친구들과 은사마군, 그리고 내가 이번 작전의 핵심이 된다. >
< 아…! 바로 그런 막중한 임무를! 감사합니다, 천주! >
굳이 감사를 받아야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 때문에 약간의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은사마군은 아무래도 살수로서의 능력과 지능에 비해서는 사회생활(?)에의 적극성이랄지, 요령이랄지… 그런 게 부족한 타입인 듯 싶다. 자룡대주였다면 페트라의 경우처럼 내가 묻거나 어쩌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자신의 수하들을 추천해 왔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까… 대충 일곱 시간쯤 전. 나는 별 생각 없이 은사마군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 아까 공원에서 하은이를 수행하는 DP의 요원들을 제압했던 자들… 보천구룡대의 누구 소속이지? >
생각해보니 보천구룡대 대주들이나 어사조의 마군들 중에는 그렇게 은밀한 성향의 수법이 특기인 자가 없었던 것 같아서 물었던 건데……
< 보천구룡의 대주들이 아니라 저의 직속 수하들입니다. >
< 뭐…? 은사마군에게 그런 자들이 있었어? >
< 그게… 저의 사부인 선대 은사마군이 천인군도(賤人群島)의 후손들을 찾아내 양성한 살수들로서, 은사도객(隱死島客)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
< 뭐…야? 천인군도의 후예들이었다고? 거기도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건가? >
< 사실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천인군도였던 지역은 현재… 경관 좋은 관광지에 불과합니다. 굳이 그런 곳에서 고아들이나… 여하간의 이유로 천하게 살고 있는 이들을 거두어들인 건, 솔직히 과거에 대한 향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
< …아니. 그냥 그게 맞는 건지도 몰라. 천인군도라는 게 본래 그런 자들부터 시작된 거였으니 말이야. 게다가… 그 친구들도 과거의 천인군도 살수들처럼 꽤 쓸만한 것 같더군. >
< 칭찬, 감사합니다. 그들도 천주께 인사드리는데 그치지 않고 솜씨까지 보일 수 있어서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
< 에…? 인사만 하고 가려고 온 거였어? >
< 아… 그야, 본래 보천구룡대 소속이 아니고, 어사조(御使組) 구성도 이미 끝났으니…… >
< 뭔 소리야. 내가 언제 어사조에 인원 제한이나 마감이 있다고 했나? >
< 그, 그럼…… >
< 은사마군 너와 함께 나의 호위 겸 보천구룡대 사이의 전령 역할을 맡기기로 하겠어. 인원은 은사마군이 알아서 편성하고. >
< 감사합니다! 복명! >
은사마군은 그제야 기뻐하며 은사도객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나갔었다.
과정은 뭐, 그렇다 치자. 중요한 건 천인군도의 후예들이 합류함으로서, 어사조를 너무 나의 전투보조 역할로만 구성해서 그런지 뭔가 다소 부족하다 싶었던 부분이 보충된 것 같으니 말이다.
< 다시… 페트라.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편성으로 추적대를 조정하겠어. 페트라와 은사마군, 은사도객들… 이 정도만이 같은 헬기에 탑승하고 나머지 병력들은 전투조와 지원조로 나누어 적당한 거리의 후방에서 따라오도록…… >
추적대 구성을 지시하고 어쩌는 동안, 공항 부근의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거기엔 페트라가 말한 헬기 세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주차장을 통째로 빌린 모양인데… 공교롭게도 닥터 제이 일행 역시 그 옆의 다른 주차장을 빌려서 헬기 착륙장으로 이용한 모양이라고 했다.
< 저희 측 헬기 조종사들 말로는 공군의 수송용 헬기였으며 무장병 몇 명이 탑승했었다고 합니다. 저희도 헬기에 기본적인 전투장비를 실어 놓기는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화력장비는 미비합니다. 원하신다면 빠른 시간 안에 보충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
< …좋아. 며칠 전 적의 주력 부대와 싸워 본 경험이 있는 전황마군과 상의해서 보충하도록…… >
[ 주인님! ]
응? 뭐?
< 페트라! 조종사들 대피시켜! 피햇! 적의 공격이 다! >
나는 반사적으로 페트라에게 외침과 동시에 헬기에 서 기다리고 있는 조종사들에게까지 전음을 날렸다. 그러나 적들의 로켓포 공격은 이미 시작되었고, 공원에서와 달리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젠장! 이 위치! 이 타이밍으로는 공중 요격이 불가능하잖아! 나는 하는 수없이 공공보법을 발동, 가장 가까운 지점의 헬기를 향해 달렸다. 단숨에 헬기 안으로 뛰어들어 엉거주춤 탈출을 망설이던 조종사를 잡아채서 함께 헬기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직후, 내 등 뒤의 헬기가 먼저 굉음과 함께 불꽃을 토해냈다. 이어- 내가 착지한 지점의 정면에 있던 나머지 헬기 두 대 역시 격렬하게 산화해 버리고 있었다.
“천주!”
몇 명인지도 모를 어사조들의 외침 소리가 불길과 연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내가 곧바로 움직이지 못한 것은 첫 번째 헬기에서 탈출하여 착지한 지점이 다른 헬기들과의 사이여서 겨우 한 명 구해 낸 조종사를 감싸 사방의 불꽃과 파편으로부터 보호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천주! 무사하십니까?”
< 난 상관 말고 적의 공격에 대응해! 적의 위치는…… >
무사하다는 알림을 겸한 명령을 전달하자 곧 우리 쪽에서도 대응 사격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페트라! 우리 측 인명 피해는? >
< 천주의 경고 덕분에 다른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하지만 헬기 조종사 두 명의 생사는 아직…… >
빌어먹을… 닥터 제이, 당신!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 다 이거지? 나는 아직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는 헬기와 연기 속을 뚫고 수하들 쪽으로 걸어가며 이를 악물었다.
< 전황마군! 은사마군! 현재 화력만으로 기습한 적들을 잡을 수 있겠나? >
< 적의 위치를 파악한 이상, 맡겨 주십시오! >
< 저, 명부화의 화력은 언제나 같습니다. >
< 좋아, 가랏! >
< 복명! >
나는 포격이 있었던 건물 쪽으로 달려가는 수하들을 뒤로하고 페트라에게 말했다.
< 미안하지만… 다시 준비해 줘야겠어. 최대한 빨리! >
페트라는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습관적인 복명소리마저 잊은 듯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 애써… 데려온 일급 조종사 두 명에… 잔소리꾼들에게 빌린 헬기까지… 이렇게 허무하게… 이건… 용납할 수 없는… 부조리한 손실……! >
불꽃이 일렁이며 비추는 페트라의 얼굴은 섬뜩할 정도로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 그러니까… 추적대의 편성 구조를 보았을 때, 천주께서 소규모 병력에 의한 침투전과 그에 대한 엄호만을 염두에 두시고 계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
불과 두 시간이 채 못되었을 때, 새로운 헬기와 무기까지 다시 준비해 버린 페트라가 그 헬기들과 그 안에 실리고 있는 무기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 첫 전투에서도 드러났듯, 엄호에도 어느 정도 화력이 필요하다 사료되어…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준비해 봤습니다. >
‘약간의 추가 준비였다’는 정도의 말투였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휘우~ 이거, 우리들의 특제 헬기 다섯 대가 동시에 출동하는 건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군. 게다가 나머지 헬기들까지 모두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다면서?”
“그러게 말야. 게다가 주문한 무기들의 수준과 양 좀 보라지! 이 사람들… 설마 이 인원으로 캘리포니아 주를 통째로 점령할 생각이기라도 한 건가?”
분명 군용 전투헬기였지만 민간용처럼 얌전한 도색에 스마일 마크까지 그려진 헬기를 몰고 온, 역시 현역 군인은 아닌 듯한 조종사들이 서로 나누던 대화 중의 일부였다. 그들의 말에는 과장이 섞이긴 했으나 내가 봐도 확실히 장난이 아닌 무기들이 전황마군의 체크를 받은 후에 계속해서 실리고 있었고, 헬기 양쪽에는 이미 풀 전투장비가 장착되어 있었다. 이 무기상인 겸 민간전투헬기용병단(?)의 보스 격인 남자는… 온갖 험한 꼴 다 보고 살았다는 듯한 인상의 금발 사내였는데, 그는 출발 전 페트라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 뭐, 우린 느닷없이 잭팟이라도 터진 기분이긴 하지만… 아가씬 어떻게 우리들이 LA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지? 중계한 조지 녀석도 처음 보는 여자라고 하던데 말야.”
“선금 지불은 완료. 잔금 역시 믿을 만한 인물에게 공탁…! 그런데도 무슨 불만사항이 있나요, ‘터너 대장!'”
차가운 페트라의 대꾸에도 ‘터너’라 불린 남자는 뒷머리를 극적이며 말을 이었다.
“아니, 뭐… 나도 근래 드물게 계산이 확실한 고객에게 군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소. 하지만… 우리 뒷세계에 인도계인지 혹은 다른 동양계인지… 악마 같은 여자 중계인이 있었다는 소문이 좀 걸려서… 그게 혹시 당신은 아니겠지?”
“…그런 여자가 있다는 소문은 나도 들었지만… 그 여자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고 하더군요.”
“훗~! 그야 그런 소문도 듣긴 들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로 시간을 지체시키면 조종사들의 계약만을 파기하겠어요. 우리들 역시 개조된 코브라 헬기 조종쯤은 가능하니까요.”
“아~ 이런, 이런! 그건 안 될 말이지! 진정하라구, 아가씨! 우리 애들은 민감해서 우리의 애무에만 흥분한단 말이야!”
터너는 비록 음담 섞인 대꾸이긴 했지만,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끝내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바꾸지는 않았고, 헬기 쪽으로 돌아가다가 는 자기 부하 한 명과 이런 대화도 나누었다.
“이봐. 저 여자 옆에 있는 남자 보이지? 그가 데리고 있는 원숭이 말인데… 전에 달톤 영감이 전장에서 함께 싸웠다는 괴물 원숭이도 저렇게 금빛 털을 가졌다고 하지 않았나?”
“에이- 달톤 영감이 취해서 하는 헛소리를 어떻게 믿습니까? 게다가 그게 언제 적 얘긴데요. 원숭이가 그렇게 오래 삽니까?”
“그, 글세…? 원숭이 수명은 나도 잘 모르겠고, 저렇게 쬐그만 원숭이가 설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웬지……”
“그보다, 대장. 우리가 가져온 무기를 체크하던 남자 말입니다. 오토 녀석 말로는 제대하기 전에 어느 곳의 전장에선가 한 번 본 것 같은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뭔가 굉장한 전투였던 것 같다고만 하네요.”
“하여간 그 녀석 기억력은… 으음- 하여간 오늘은 정말 수상하고 이상한 고객들을 태우게 되는 것 같군.”
뒷세계의 악마 같은 여자 중계인에 전설적인 용병 원숭이, 천년 전부터 대대로 전쟁터에서만 살아와 어쩌면 전 세계 대부분의 전장에 참여했을지도 모를 용병 가문…! 본인들은 모두 모른 척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그게 내 수하이며 전우인 이들의 정체가 맞는 것 같았다.
재장비를 마치고 출발한 후로 두 시간 정도가 더 지났을 때. 예의 ‘수상하고 이상한 자’들을 가득 태우고 미 서부의 황야를 날고 있는 헬기 속에서… 그 중에서 사실상 가장 터무니없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나, 마군황 진유준은 계속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가벼운 운기조식으로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건지 적으로부터는 좀처럼 공격이나 견제의 움직임이 없었다. 처음의 헬기들을 파괴했던 놈들은… 병력 수도 얼마 안 되어서 당연히 기본 화력뿐인 어사조에게도 간단히 제압되었다. 그 후로도 이렇게 다음 공격이 없다는 건… 역시 유인 작전의 연장인 건가…? 가벼운(?) 선제 공격으로 나와 내 수하들을 자극한 후에 이 드넓고 황량한 사막의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일 만큼 끌어들여서……
나는 무엇보다 수하들의 안전 때문에 이번 일 자체를 재검토해 봐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계속 아무런 작전 변경이나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과연 안전한 작전과 그에 따른 준비라는 게 가능한 일일까? 원판의 DP와 그 위에 군림하는 수수께끼의 조직을 상대로……? 그런… 생각때문이었다. 내 결론은 결국 이랬다. 앞으로 나나 수하들은 언제 어느 때고, 어떤 숫자와 어떤 상태에서든… 그!래!도! 어떻게든 눈앞에 나타난 적의 대군을 뚫을 수 있어야 한다. 정체와 규모조차 알 수 없는 초거대 조직을 상대로는… 그렇게 끝까지 가야 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예상보다 뛰어난 페트라의 보급 능력 때문에 어느정도 화력전에도 대비한 상태이며, 후속부대까지 오고 있는 중이 아닌가! 이러고도 또 뭔가 부족할지 모른다고 물러난다면 어느 세월에……
[ …주인님. ]
< 뭐냐, 몽몽. >
[ 곧 적의 공격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닥터 제이 일행이 진행 중인 방향이나 제가 감시 중이던 인근의 군부대에서 움직인 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미리 현재의 장소에서 매복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
역시… 그랬군.
[ 위성으로부터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특수 위장포로 전투장비들을 감추고…… ]
< 훗~! 그냥 기다려도 피할 내가 아닌데 공연한 짓들을 했군 그래. >
[ 우선, 지금 발진을 시작한 적의 기동장비도 대부분 전투 헬기입니다. 위성 촬영 결과로… AH-64 즉, 아파치(Apache) 10기, AH-1W/T… 슈퍼 코브라로 불리는 기체 43기가 확인되었습니다. ]
< 아, 아파치하고 슈퍼 코브라? 그게 몇 대? >
[ 총 53기입니다. 현재 주인님께서 탑승 중인 헬기 도 적의 기종 중 하나와 같은 슈퍼 코브라를 개조한 것입니다만…… ]
우리측 기종이야 타기 전에 들었다. 하지만, 대가리 수가… 그게… 이건 너무 차이가 심하잖아?
[ 그 외, 지상군의 규모는 더욱 큽니다만 그 쪽은 아직 출동 징후가 없습니다. ]
점점……!
[ 기본적인 전력 차 외에 유의하셔야 할 사항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
< …뭐냐, 그게. >
[ 적의 장비에 저의 스캔을 막는 장치는 물론이고 전자 장비의 교란에 대비한 장치도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으윽! 그, 그 것도 그렇구나! 지난 번 하운드 헬기를 상대할 때는 몽몽의 도움으로 간단히 승리했었지만, 이번 적은 몽몽을 대비하고 있을 게 틀림없으니 말이 다.
< 제기… 조금 전의 결심이고, 존심이고 뭐고, 일단 튀고 볼까? >
[ 어떤 결심이셨는지 모르겠으나, 회피 행동은 권장합니다. ]
이번에는 나도 모처럼 어느 정도 화력전에 대비한 거였는데… 뭐 이런… 우이 쒸~! 아무리 원판이 방문해 있다고 해도 그렇지, 무슨 놈의 연구소가……
< …천주. >
페트라였다. 이제야 헬기의 레이더에도 적이 감지되어서 보고하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였다. 나는 페트라가 내민 그녀의 노트북 화면을 보는 순간 잠시 굳어질 수 없었다.
< 좌표와 이동만이 표시되던 화면에 갑자기 떠오른 문자입니다. 목적지의 명칭을 나타내는 듯 합니다만…… >
SFV(Secret Flower Valley)…? 그렇다면… 지금 내가 쳐들어가고 있는 곳은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라 DP의 진짜 본사…! 이 시대의 비화곡이란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