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61-3화 : DP 본부의 운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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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61-3화 : DP 본부의 운명.(3)


7-3. DP 본부의 운명.(3)

라후의 혈족들에게 그렇게 의미심장한 인사를 남긴 마신일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이봐요. 마신일씨.>

내가 전음으로 부르자,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마치 깜박 잊었다는 듯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 실례. 진유준씨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내가 더 뭐랄 틈도 없이 평범한(?) 인사말을 남긴 마신일은 그대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일부러 내 전음을 끊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만있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신일도 곧 전음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잘 들으세요, 진유준씨. 닥터 제이의 전언입니다.>

역시…

<‘나는 이 순간에도 감시 받고 있다.’ 이 것이 닥터 제이의 첫 번째 전언입니다.>

…첫 번째 전언…? 그냥 주욱 얘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눠서 짧은 문장 단위로 나눈 전언인 모양이지? 하긴 보안을 생각하면 그런 방식이 더…

<두 번째 전언. ‘그 곳을 빠져나가면 반드시 내가 있는 곳까지 와라. 그 전에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뭐?

<세 번째 전언. ‘만약 아무도 날 죽이지 않았으면 네가 날 죽여라. 반드시.’>

<잠깐만,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마지막 네 번째 전언. ‘이 곳을 완벽하게 파괴하라. 아무런 장치도 남아있지 못할 정도로.’>

<그건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온 거고, 그보다 그 앞의 전언들은 뭐냔 말이오!>

<저는 전달만 할 뿐 자세한 것은 잘 모르죠. 본래 여기 식구도 아니고.>

그건… 그래. 전령은 본래 그래야 하긴 하지. 그렇지만 …

마신일은 닥터 제이의 전언 전달 후에는 자신의 할 일은 여기까지는 듯 내가 더 전음을 보내도 아무런 대답 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닥터 제이가 죽는다…? 세 번째 전언에서 ‘아무도 죽이지 않았으면’이라고 했으니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죽일 거라는 얘기. 그럼 그걸 알면서도 왜… 아니, 가만, 가만…! 감시 받고 있고… 죽을 걸 알면서도 막기는커녕, 오히려 내 칼에 베여서라도 반드시 죽겠다고…? 그렇…다면…

뜻밖의 전언이라 잠시 놀랐었지만, 나는 곧 닥터 제이가 어떤 계획을 세워 놓았는지를 감잡을 수가 있었다. 그와 함께 키디와 하은이를 이용해서 날 이 본부까지 오게 유도한 이유를 포함해서, 그 동안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던 전체적인 상황의 퍼즐이 보다 확실하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보니 나를 향해 군복의 사내 한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진유준님! 저는 4중대 지휘관인…”

“다가오지 마!”

나는 자기소개를 하며 겁도 없이 다가오는 자의 발밑에 검기를 날려서 멈춰 서게 했다.

“진유준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진유준님을 무조건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흥분하지 마시고 그 늑대들로부터 천천히 물러서셔야…”

“그의 말이 맞네, 유준군. 일단 서로 협조하여 그 괴물들을 막아야 해. 그 다음에 대화로서 그 동안의 오해를…”

<더, 기다려 줘야 하나?>

읏, 전음치고는 너무 강렬하다. 마치 실수로 볼륨이 높아진 스피커가 바로 귀 옆에서 틀어진 것처럼

<인간들이여! 우리가 더 기다려 줘야 하는가?>

4중대 지휘관인지 하는 사내와 닥터 제이의 말을 동시에 끊고 압도하며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은 라후의 혈족이 보내는 전음 아닌 전음이었다. 그리고 대상은 나뿐이 아니라 이 곳의 모두인 것 같았다.

<우릴 불러 낸 자를 존중하여 기다려 줬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군.>

[…주의하십시오, 주인님! 강력한 정신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메시지 전달 방식입니다. 인간의 텔레파시와 비슷한 형태이며 정신 공격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경고한다! 이제 더 이상 방해하지 마라! 아무도 우리와 저 진유준이라 불리는 자와의 싸움을 방해하지 마라!>

텔레파시를 이용한 정신공격…? 과연… 우리 인간들이 쓰는 일반적인 전음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머리 속 깊숙이 울리고 뒤흔드는 음성… 아니, 음성 뿐 아니라 저들의 무서운 기운, 지옥의 마수가 자아내는 끔찍한 이미지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이 곳은 신성한 전장…! 모두 방해하지 말고 사라져라>

이 곳에 집결한 자들은 대부분 명색이 DP본부의 정예 특수 부대 병력들이며, 처음엔 ‘겨우 늑대 사냥이었어?’라는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보이고 있었었다. 그랬던 그들의 얼굴에 지금은 공포에 질린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라후의 혈족들이 인간의 머리 속에 직접 보내오는 메시지에는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에너지 방사를 통한 정신 공격이라면 현재의 장소 뿐 아니라 지하 본부 전체의 인간들에게까지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역시 그런가…? 저들의 1차 목적은 병력들의 이 곳으로의 집중… 그리고 2차 목적은 이 곳의 병력들을 포함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인간들에게 겁을 주어서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 가깝게 되어 버린 본부의 내부에 나의 수하들이 침투해서 폭파를 시작하기 전까지 말이다.

<진유준…! 이번에 우릴 부른 술사와 우리가 맺은 계약은 처음부터 그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의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가?>

이건 나에게만 보내는 메시지로군.

<…그렇소. 여러모로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내가 말을 잊지 못하고 흠칫 긴장한 것은 라후의 혈족들이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모습을 감춘 직후, 이미 내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4중대 지휘관의 몸이 상하로 양단 되어 있었다. 그는 아직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크아악~

그의 뒤늦은 비명이 터져 나왔을 때는 이미 수십 미터 거리를 격한 사방에서 잘려진 인간의 머리며 신체가 선혈과 함께 허공을 날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병력들이 앞다투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연히 역부족…!
라후의 혈족들이 텔레파시로 모두의 머리에 심어 주었던 지옥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현실화되고 있었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몽몽이 다급하게 경고했고, 나의 이성도 내게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어 유탄에 맞는 걸 경계했을 뿐 곧바로 빠져나가는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이런 방법이 가장 빨라. 닥터 제이가 택한 전개라면 타이밍도 맞을 테고… 이게 오히려 더 많은 인간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다. 게다가 어차피 적들…! 만약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 손으로 해치우고 있어야 했을 적들…

난 분명히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냉정하게 보면 라후의 혈족들이 본래의 살상능력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했다. 그러나 죽어가는 숫자를 떠나 너무나 끔찍한 학살의 현장에서 나는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이 멍청이들아! 당장 달아나!”

나는 결국 나도 모르게 모두에게 고함을 지르며 라후의 혈족들에게 검기를 날리고 말았다.

“모두 달아나란 말이야! 상대가 안 된다는 걸 모르겠어? 빨리 달아… 웃!”

라후의 혈족이 내 쪽으로 뛰어 오르며 앞발을 휘두르는 순간, 초고수의 검강과도 같은 기운 몇 줄기가 허공을 찢으며 내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난 한 번 당했던 경험이 있는 공격인데다, 지금은 더 원거리여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피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뒤의 병력들은 허무하게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갔다.

<미안하군. 오랜만의 피 냄새에 정신이 팔려서 잊을 뻔했군.>

뭐…?

<돌아가기 전에 너와 어느 정도 싸우는 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라후의 혈족들은 내가 장단 좀 맞춰 달라고 형식적으로 공격을 가한 줄 아는 모양이었다. 한 마리는 계속해서 일방적인 살육과 공포로 인간의 군대를 후퇴시키고 있었고, 두 마리가 내게 공격을 시작했다.

<…딱, 처음의 수준 그대로 맞춰 주는군, 그래.>

내가 방어에 급급하면서도 기분 나쁘다는 투의 전음을 보내자. 라후의 혈족들의 움직임에 잠시 멈칫하는 기색이 있었다.

<…우리가 한 번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어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군.>

<당연하지!>

나는 이를 악물고 외치며 더욱 세차게 정글도를 휘둘렀지만 그 어떤 초식을 써도 상대의 털끝 하나 잘라낼 수가 없었다.

<인간이면서, 마신과 동등하게 싸우지 못하는 것을 분해하는 건가…? >

<인간이 뭐? 제기, 마신이 그렇게 잘났어?>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반문했다. 아무리 우리 편으로(?) 밝혀지기는 했어도, 내가 그렇게 목숨 걸고 진심으로 싸웠어도 결국 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견디기가 어려웠다.

만약 지금 이 잘난 늑대 마신들이 정말 사람들을 전멸시킬 작정이었다면…? 희생자들이 적이 아닌 나의 수하들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과연 몇 명이나 살려 낼 수가 있을까 …? 더구나… 더구나 만약 대교가 여기에…

상상하기도 싫은 일까지 떠올린 직후, 나는 실제 상황을 잊고 살기에 사로 잡혔다. 내가 아까 이상으로 독기를 품은 살수를 뿌리기 시작했을 때… 라후의 혈족으로부터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사과해야겠군.>

<뭐? 어?>

말 그대로 ‘어, 하는 사이’였다. 내 정글도의 날에 라후의 혈족 중 하나의 꼬리가 잘려 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 결과가 라후의 혈족 스스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결국 어정쩡하게 정글도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게서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꼬리가 잘린 라후의 혈족이 내려섰고 그 뒤로 다른 둘도 모여들었다.

<사과의 뜻이다.>

머리가 잘렸어도 얼마 안가 다시 붙어 버리는 놈들이 꼬리 하나로 무슨 생색인가 싶었지만, 어쩐지 지금 잘려진 꼬리는 다시 붙거나 재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고위 마족의 신체는 곧 영혼 그 자체이다. 나, 형제들의 첫째는 내 영혼의 일부를 그대에게 맡겨 두겠다는 것이다.>

<영혼의… 일부?>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그렇게 할 것까지는…>

<아니…! 아무리 우릴 소환한 술사와의 계약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도, 진심으로 목숨을 건 전사를 모욕한 것은 마땅히 사죄해야 할 일이다.>

쯧…! 이렇게까지 나오니까 내가 오히려 민망해지는군.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들에게는 큰 잘못이 있는 게 아니고 내가 혼자 빡 돌아서 억지를 부린 거라 할 수도 있는데…

<나의 꼬리는 라후의 혈족과 동등하다는 증표. 그대는 현 생에서 그러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현생…? >

<너무 짧은가? 그렇다면 몇 대까지를 원하는…>

<아니, 너무 길은 것 같아서 그렇소. 뭐… 당장 가까운 기간에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일단 3년. 그 이후로는 언제고 다시 찾으러 오슈. 단, 그 때의 나에게, 당신들 보다 강해진 나에게 이겨야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말이오.>

라후의 혈족들은 나의 선언을 듣자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너무나 유쾌하고 즐겁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멈춘 것은 그들의 주위로 눈부신 섬광이 번득이기 시작 했을 때였다.

<…이제 돌아 갈 시간이 됐군.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지.>

인사말을 남긴 그들을 더욱 강하고 다채롭게 빛나고 있는 섬광이 휘감아 돌았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마계 (혹은 지옥?)의 생물에 대한 선입견과 지금 저들이 보여준 모습과의 괴리감을 잠시 생각해 보는 사이, 신비로운 섬광의 장막과 라후의 혈족들은 거짓말처럼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3년… 3년 후라… 그 때는 틀림없이… 돋됐다! 우이쒸~ 겨우 3년이 뭐냐, 3년이! 최소한 10년이나 20년은 불렀어야 했는데, 폼 잡고 말하다가 무심코 가장 좋아하는 숫자를…

으~ 이를 어쩌냐? 나란 놈은 왜 평소엔 졸라 꼼꼼하고 치밀한 척 하다가 결정적일 때 욱~ 해 가지고 사고를 치냐, 치기를

[주인님…! 분석 불가의 정체와 전투력을 가진 괴생명체와의 전투가 무사히 끝나서 다행입니다!]

<…그래, 몽몽. 끝났…지, 일단은.>

[…무슨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몽몽도 텔레파시나 전음은 도청을 못하므로 나와 라후의 혈족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상황 보고나 좀 해 줘.>

…그려. 3년 후는 3년 후에 생각하자. 오늘은 오늘대로 바쁜 일이 잔뜩 남았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주인님께서 전투에 집중하시는 사이, 주변의 상황은 1차 정리되었습니다. 모든 병력들이 문제의 괴생명체들로 인한 공포, 닥터 제이의 대피 방송에 따라 모두 이 곳을 떠났으며…]

새삼 주변을 돌아보니, 과연 그 많던 병력들이 지금은 인기척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남아있는 시신들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즉시 바깥 복도로 나가며 보고를 들었다.

[…스캔 장치 분석 및 해킹 완료된 루트로 확인된 다른 구역도 모두 비슷한 상황으로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탈출을 실행 중입니다. 저는 이미 본부 깊숙이 침투해 있는 보천구룡대와 연계하여 전체적인 폭파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닥터 제이의 중앙 통제실로의 루트도 확인되었습니다.]

으음. 역시 늑대 마신들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꽉 짜여진 계획이었군. 아니, 닥터 제이가 카디와 하은이를 이용해서 날 이 곳까지 유인해 왔을 때부터 이 연구소이자 본부의 운명은 ‘멸망’으로 정해져 있었던 거야.

닥터 제이는 원판의 지시에 따랐을 뿐인 건지, 아니면 닥터 제이 자신의 작전이었는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정말 무섭게 치밀하게 짜여진 작전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나니 별 거 아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만히 과정 하나하나를 다시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었어. 무엇보다… 아무리 오래도록 나에 대해서 연구하고 다른 준비도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고 쳐도… 그래도 나와는 사전에 단 한 마디도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까지 완벽하게 전체적인 상황이 흘러 올 수 있도록 계산하고 실행할 수가 있다는 자체가 소름끼치는군. 솔직히 기분 같아서는, 꼭두각시처럼 남의 계획대로 움직였다는 자체가 불쾌해서라도 무작정 깽판쳐서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아~ 참자, 참아. 그게 바로 나란 놈의 본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은이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은 참자. 나는 당장 수하들에게 폭탄 취소하고 그냥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닥터 제이가 있는 곳을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뭐… 닥터 제이의 계획은 ‘연구소와 본부 박살, 자신은 사망’…이런 결과를 내놓는 것으로 완성되는 거겠지…? 당연히 닥터 제이는 진짜 죽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잠적해서 조직의 감시로부터 벗어나는 것일 테고 말이야. 그 후에 자유의 몸으로서 어떻게 원판과 나를 도울 생각인지는 직접 들어봐야 할…

[주인님!]

<응? 왜.>

[약 1분 20초 전부터 닥터 제이와 그의 심복으로 추정되는 남자, 두 명만이 남아있는 중앙 통제실의 해킹에 성공하여 그 쪽의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흐음. 역시 우리의 몽몽 선생. 자신을 막는 장치들을 깨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군.

[그런데… 조금 전 정하은님이 통제실로 들어와서 닥터 제이에게 총기를 겨냥했습니다.]

<하은이가?>

뭐-야, 그 양반! 아무리 자길 가짜로 죽일 사람이 필요해도 그렇지, 하필 자기 딸이야? 아무리 위장 쇼라도 하은이 기분이 어떨 지… 어떨… 어…?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니라면… 하은이의 닥터 제이에 대한 분노는 진짜였는데…? 철저하게 감시를 당하고 있었던 이 곳에서 닥터 제이가 하은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런 부탁을 할 틈이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 동안 하은이가 내 앞에서 닥터 제이에게 보였던 적개심도 모두 연기… 아…! 그게 아니다!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 때문에 걸음을 재촉하는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경공을 써서 문제의 중앙 통제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닥터 제이의 두 번째 전언. 그 것은 ‘만약 아무도 날 죽이지 않았으면’으로 시작되었다. 닥터 제이는 지금 하은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을 죽이게 하려는 거다! 대체 왜? 어떻게?

“왜… 그랬죠?”

하은이의 음성이었다. 몽몽이 중앙 통제실의 하은이의 음성과 영상까지 모니터링하여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물었다.

“왜… 날… 만,든,거죠?”

만들…어? 설마…

태어났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을 표현한 것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하은이는 피를 토할 듯이 묻기 시작했다.

“왜, 왜… 나를…! 왜 나를! 왜, 화이트 오빠의 유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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