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66-2화 : 오늘의 컨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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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66-2화 : 오늘의 컨셉(2)


7-8. 오늘의 컨셉(2)

확실히 저 정도 인원의 그림자 도수, 아니 DP의 연구소에서 탄생한 CR이라면 정상적인 상태의 나에게도 힘겹겠군. 내 수하들도 모두 만만찮은 고수들이긴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인간을 상대할 경우고, 저 CR들은 우선… 거의 불사신에 가깝다. 머리를 일거에 날려 버리지 않는 한(목을 자르는 것이 아닌,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의미.), 기어이 다시 회복하여 살아나 버리는 녀석들인 것이다.

“후후- 게다가 말예요. 이들에 대한 정보… 그러니까 본래 나의 도수였던 야황이라면 다른 동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는 걸 알려 준 분은, 또 이런 정보도 주더군요.”

마녀 여옥은 뱀같은 시선으로 새삼 나를 핥고 있었다.

“당신이… 불과 이틀 전에 굉장한 부상을 당해서 지금은 자신이 특기인 칼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할 거라고 말예요. 그러니 아까 그 전음은 허세였을 뿐!”

“원, 아니… DP의 젊은 회장, 화이트 크라우드인가?”

“호호호~ 역시 그 분께 대항하는 자답게 잘 알고 있군요. 그래요. 바로 그 거대한 세력을 가진 분이 나의 새로운 후원자예요…! 그러니 이제 아까의 그 쥐새끼 따위들은 내 쪽에서 먼저 밟아 줄 생각이고… 훗~! 알겠어요? 당신과 지하무림이 힘들게 때려부순 나의 모든 것들은 이미 내게 아무 것도 아니었단 말이야!”

말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도 저렇게 흥분하는 걸 보면… 마음속에서는 나와 내 수하들을 몇 번이고 찢어 죽이고 또 죽이고 싶은 모양이다.

“…자아. 이제 어쩌실 건가요, 마군황 나으리!”

마녀 여옥은 계속 의기 양양하게 지껄이고 있었다.

“이대로 나의 도수들에게 목숨을 빼앗길 건가요? 그 여우같은 대교 년 때문에…? 아니, 아니 그건 너무 어리석은 짓이지! 그러니… 선택해요, 나의 딸 수혜를! 그래서 천하를 쥐어요! 지하무림과 DP의 힘을 합쳐 모든 것을 차지하란 말이에요! 어서! 어서!”

광기뿐인 마녀의 재촉소리가 이어졌지만…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싫어, 둘다.”

그리고 나서 왼손을 들어 대교의 반대편 어깨를 끌어당겨 안았다.

“나는 대교와 함께 살 거요. 아주 자알~”

…뿌득, 이가는 소리가 내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마녀는 부들부들 떠는 자기 몸을 가누기도 어려워하면서 야황에게 말했다.

“모두… 죽여. 단…! 저 대교 년은 살려서 내 앞으로 데려 와.”

결국에는 모두 대교 하나에게 집중되는 저 증오심은 대체…

“알겠습니다. 여옥님.”

대답과 함께 야황이 앞으로 나서자 단짝 콤비인 마편동 형제가 그의 양옆으로 따라 붙었다.

난 저 녀석들과 싸웠던 때도 부상 상태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상태가 심하다. 하지만… 오늘 저들의 상대는 내가 아니지.

“자룡대주…! 자네를 화장실에서 납치하고는 어두운 지하 골방에 가둔 자들이로군. 게다가 그 끔찍한 고문… 침대에 편안한 자세로 눕혀 놓고 억지로 재밌는 성인 영화를 보여 주면서 원치도 않는 간식까지 제공하는 … 그런 만행을 저지른 자들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기본 내공은 충실하지만 아직 무공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여자 자룡대주가 우리측 1번 선수였다. 상대는 조폭들에게 있어 밤의 공포라는 야황과 나에게까지 상처를 입혔던 마편동 형제…! 그러나… 마녀 측 삼인조 1번 선수들은 벌써 전의를 잃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저… 하필 그 분을…”

야황이 난색을 표하며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었지만, 자룡대주는 대뜸 구두 한 짝을 벗어들고 그 무섭다는 ‘깜장뾰족구두투척신공’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잠깐, 잠깐! 항복! 항복입니다!”

야황은 두 손을 저으며 뒤로 물러났고, 그보다 먼저 멀러 선 마편동 형제는 두 팔로 얼굴과 머리를 가린 채 겁먹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항복… 맞아요?”

“예, 맞습니다! 틀림없이 첫 대결은 저희들의 패배입니다!”

야황은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마편동 형제와 함께 양측 진영으로부터 조금 벗어나서 따로 섰다. 자룡대주는 흥-!하고 한 번 콧방귀를 뀐 다음 의기양양하게 우리 측 진영으로 돌아와서 내게 승전 보고를 했다.

마녀는 물론이고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우리편들도 모두 어안이 벙벙해하고 있었다.

“야…황!”

“아아~ 흥분하지 마십시오, 여옥님. 솔직히 저희가 ‘여왕님 타입의 누님’에게 좀 약한 건 사실이지만…”

“뭐,가, 어째?”

“장난입니다, 장난. 사실 처음부터 지휘관인 제가 나설 수는 없잖습니까.”

나름대로 합리적인(?) 변명을 하긴 하면서, 야황은 여옥이 더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서둘러 한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CR 무리들 중에서 가장 커다란, 아니 거대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체구의 사내 두 명이 앞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상당히 꾸부정한 자세이긴 했지만 그래도 2미터가 넘어 보일 정도의 거한들이 마녀 측의 2번 선수인 것이다.

“참고로, 이 BB형제의 힘은 코끼리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이며 피부는 강철보다도 강하죠.”

그런 BB형제라, 그럼 나는…

“은사마군.”

“예, 천주.”

내 부름과 턱짓에 은사마군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섰다.

“잠깐, 천주! 재고해 주십시오! 이건 너무…”

천음마군이 나서서 항의했지만, 그런 그의 입을 막은 것은 내가 아니라 은사마군이었다. 은사마군은 어느 틈에 천음마군의 등뒤를 점하고 그의 목에 칼을 댔던 것이다.

“전에 말했었죠…? 천주께 무례하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아, 알았어. 하지만 이건 너무 격차가 심한 거 아냐?”

“자꾸 제 일에 참견하지 말아요. 이건… 제 명령이에요.”

‘명령’이라는 말에 천음마군의 얼굴이 탄식하듯 일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해놓고도 깜박하고 있었는데… 나는 얼마 전, 은사마군에게 ‘천음마군 감시 및 통제관’이란 직책을 내렸었군. 오늘 어째 천음마군이 자꾸 은사마군에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그새 둘이 정분이 났나 했더니… 아무래도 천음마군이 자기 나름대로 ‘아부’를 한 거였나 보다. 은사마군이 금지하면 술 한잔 마음대로 못 마실 테니 말이다.

그런 사정이야 어쨌든, 천음마군 뿐 아니라 누가 보아도 겉 으로는 말도 안돼는 대결이기는 했다. 거대한 인간 맘모스 (?)급의 거한들 앞에 선 은사마군의 늘씬한 몸은 아예 보이 지도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은사마군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은 태도로 짧은 단도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결전 태 세를 갖추고 있었다.

크와아아악

BB형제가 동시에 구부정했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마수와도 같은 포효 소리를 내는 순간, 은사마군는 주저 없이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동시에 BB형제도 쿠쿵, 무서운 힘이 느껴 지는 발울림소리와 함께 놀라운 속도로 몸을 날렸다. …뒤 로.

훗…! 은사마군 녀석, 낮은 자세에서 적의 다리를 치는 초 식을 펼친 자세 그대로 굳어져 버렸군.

잠시 후, 은사마군은 굳어진 몸을 펴고 일어나 조금 머뭇거 리는 기색과 함께 우리 측 진영으로 돌아왔다.

“이, 이긴… 모양입니다. 제가.”

은사마군이 민망한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포권하고 나서 내 뒤로 돌아가자, 야황이 소리쳤다.

“진유준님! 너무 하십니다! 여자 앞에서는 아예 힘을 못쓰는 BB형제에게 그런 미녀를 내보내다니요!”

…어쨌든, 이로서 부전승(?)으로 2승이군. 그럼 이제 다음 선수는… 뭐, 이젠 정말 대충 내보내자.

나와 야황은 계속해서 결전 선수를 내보냈지만 결과는 계속 우리측의 부전승이 거듭 될 뿐이었다.

“노, 노인 분을 어떻게 때릴 수가…”

경로사상이 투철한 CR의 항복 사유였다.

“꺄악~! 이렇게 무섭게 생긴 아저씨와 어떻게 싸워요!”

드문 CR 소녀의 도주 사유는 그랬고… 음, 어쨌든 내가 보기엔 이게 가장 압권이었다.

“옆집 아저씨…하고 너무 닮은 분이라…”

이렇게 상당히 심각하게 공감하기 어려운 소리를 하고 돌아 선 CR 이후로는 더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하도 어이가 없 어서 오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지켜보던 마녀가 드디어 폭발 해 버린 것이다.

“야화아아앙!”

“아, 아~ 고정하세요, 여옥님. 우리 애들이 본래 마음이 약 하다는 건 이미 말씀드렸습니까.”

“그래서!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너, 너… 설마…”

“후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충 적도 탐색했고, 이제 우리 애들에게 저의 ‘암시(暗示)’를 발동해서 처리하면 됩니다. 음, 이건 설명 드렸던 것으로 아는데요?”

CR들은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마음 약한 ‘어린아이’들이다. 그래서 저들의 특수능력과 살기를 끌어내려면 야황이 미 리 걸어놓은 암시를 발동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야황 자신은 반대로 필요할 때 스스로 암시를 거는 식이고 말이다 .

“그랬…었지. 그럼 더 이상 장난치지 말고 빨리 모두 죽여 버려!”

“알겠습니다, 여옥님.”

야황이 CR들에게 돌아서는 순간, 나는 대교에게 말했다.

“대교… 이번엔 니가 나가라.”

“예, 예?”

나는 놀라는 대교의 등을 살짝 밀어서 결전장(?)으로 내보냈다.

“이번 우리 선수는 대교, 아니 주가혜!”

내가 소리친 직후, CR의 진영에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야황 대장! 이번엔 내가 나갈래!”

“아냐! 내가!”

“내가! 내가!”

일제히 들고일어난 CR들은 야황이 막을 틈도 없이 우르르 몰 려나오기 시작했다. 대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를 돌아보 았지만 나는 안심하라는 의미의 미소를 지어 보였을 뿐이었다. 사실… 대교에게 아주 문제가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대교도 저렇게 다양하면서도 평균적으로 인간에서 많이 벗어 난 자들에게 둘러쌓여 싸인을 해 줬던 경험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런, 이런… 저렇게 강렬한 대상이 있으면 암시도 쉽지가 않은데 이를 어쩌나…”

마녀는 짐짓 난처하게 되었다는 표정과 태도를 보이고 있는 야황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이미 그녀만의 독기가 사라지고 절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것으로… 오늘의 컨셉, ‘마녀따위는 내가 직접 나설 것 도 없다’가 완성되는 건가? 으음, 초반에 전음 잠깐 사용했던 건… 그냥 넘어가자.

“네, 네놈이… 네놈들이…”

마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역시 와들와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휴대폰을 들고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 …DP 본사의 회장실 직통 번호입니다. 청취 연결 들어갑 니다. ]

“여, 여보세요?”

“…음. 여사장이로군. 잘돼 가시오?”

오랜만에 듣는 원판의 음성이었다. 닥터 제이의 예상대로 내가 그랜드 캐년의 지하 연구소를 박살내고 난 후에 곧바로 복귀된 모양이다. 어쨌든, 원판이 곧바로 전화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일의 진행을 묻자 마녀의 얼굴에 살짝 희망의 빛 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그 문제입니다. 야황이 배신을… 배신을 했습니다.”

“야황이…? 그럴 리가, 다른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야황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인원이 어떻게 모두…”

“그랬군.”

“예?”

“역시 실패작들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군. 세월이 흐르면 조금 나아질까 해서 밖에 두었건만…”

“실패…작? 그런…자들을…”

“음. 여사장 잘 듣게. 사실 난 말이지, 요즘 진유준 씨와 마 치 바둑을 두는 것처럼 파워게임을 즐기고 있는 거 야. 그런 데 내가 바둑돌 잡아 본지가 오래라 그런가…? 이 번 에는 쓸모 없는 자리에 두었던 것 같아. 하지만 뭐, 넓은 바둑판 에서 돌 하나쯤이야…”

거기서 달칵,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판의 마지막 일격은 마녀 여옥의 손에서 투욱 휴대폰을 떨구게 했다. 마녀, 아니 이제 마녀도 무엇도 못되는 여자가 스윽 몸을 돌려 대교를 향했다. 그녀는 풀려 버린 다리로 휘청대면서도 대교에게로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놔둬, 은사마군.”

내 명령 때문에 여옥을 막으려던 은사마군이 뒤로 물러났고, 대교를 둘러싸고 있던 CR들도 야황의 지시에 따라 대교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너… 너 때문이야… 대교… 너 때문에… 너 따위… 너 따위 더러운 계집애 하나 때문에…”

여옥은 끝까지 대교만을 원망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만약을 대비해 정글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나 정확히 대교는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여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 너어… 너 만은 내 손으로, 내 손으로 찢어 죽여야 …”

여옥은 대교의 코앞까지 도착하여 두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먼저 짜악- 소리와 함께 여옥의 뺨을 때린 것은 대교였다. 대교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얼굴로 간신히 입을 떼었다.

“제발, 제발… 정신차리세요. 이모. 소교를… 생각해서라도…!”

“소…교? 가…혜? 소…교?”

멍한 얼굴로 소교의 현재와 과거의 이름을 되뇌던 여옥은 결국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 그래… 내게는 아직 그 아이가… 소교가… 소교가 있어. 소교… 소교만 있으면… 난 소교만 있으면 돼!”

여옥은 대교 앞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대교를 올려다 보았다.

“대교, 대교야! 욕한 거 미안해! 미안해, 대교야! 그러니까 … 그러니까 소교만… 소교만 빼앗아 가지마! 소교까지 빼앗아 가지마!”

대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여옥의 얼굴에 투둑 투둑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소교만, 소교만 있으면 돼. 그러면 돼. 소교만 있으면 다시 할 수 있어. 다시… 소교만 있으면… 다시… 나도 다시 마녀 여옥으로… 소교만 있으면… 소교만 있으면…”

대교는 언제까지나 계속할 것처럼 ‘소교만 있으면’을 되뇌고 있는 여옥에게서 몸을 돌렸다. 나는 대교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주저 없이 내 손을 잡아 의지하며 걷기 시작했다. 대교는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달빛이…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젖어 더할 수 없는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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