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69-1화 : 현 시대 대교의 비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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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69-1화 : 현 시대 대교의 비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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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현 시대 대교의 비밀.(1)

[ 주인님! 진정하십시오! ]

몽몽이 다급하게 날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이미 내력이 급격하게 정글도로 밀려가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인지도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어? 어? 뭐 하는 거야?”

나의 기세에 수라혈불의 후예가 당황해하며 외쳤다.

“공격을 하면 명부금쇄진이 완전히 발동해 버린다 구!”

녀석의 경고대로, 어지럽게 날고 있던 검은 귀신들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 일정한 대형을 이루고 떠있는 검은 귀신들 사이로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것 봐! 발동을 시작했잖아! 왜 괜히 흥분해서 진을 발동시키고 그래? 나만 해제하기 힘들게.”

“내가 치려는 건… 이런 진보다, 바로 너다 이 자식 아!”

“뭐?”

더 이상 대꾸할 것도 없이, 나의 정글도는 허공을 좌우로 그어 월광절화결(月光切花訣)의 참화지수(斬花之首)를 펼쳤다. 푸른 실선이 허공에 떠오르는 순간, 검은 귀신들도 자기들 사이의 기류를 강화시켰다. 그와 함께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초고수의 검강이라도 어림없어! 어리석은 짓 말라구!”

놈의 외침대로, 참화지수의 푸른빛의 전진이 귀신들이 펼친 진의 방어력에 막혀 멈춰 버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멈칫 하는가 싶었던 참화지수는 다시 그대로 스윽-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

깨끗하게 잘려진 귀신들의 진은 마치 유리가 깨어지듯 연쇄적으로 파열되고 있었다. 진과 함께 직접 참화지수에 잘려 버린 귀신들은 물론이고, 진을 이루고 있던 다른 귀신들까지 비명(?)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다가 아예 사라지고 있었다.

“어? 어?”

놈은 이런 결과를 예상조차 못했던지, 참화지수가 자신에게까지 엄습하는데도 피할 생각도 못하는 것 같았다.

“왓!”

놈이 거의 마지막 순간에야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날린 직후, 참화지수는 스릉- 놈이 앉아있던 나무를 대신 잘라버렸다. 놈은 간신히 나무 옆의 땅에 내려섰지만 곧바로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나무 등걸을 피해서 몸을 날려야 했다.

“맙소사! 명부금쇄진을 어떻게… 윽?”

놈은 참화지수가 계속해서 날아가며 자른 나무가 쓰러지며 덮쳐오는 것을… 또 뒤로 피했다.

“그렇게 쉽게… 와앗!”

나참~! 또 뒤로 피한다. 여긴 꽤 굵은 가로수가 주욱 늘어선 길인데……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잠시 놈에 대한 분노마저 잊은 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로수는 계속해서 차례대로 쿵쿵 쓰러져대는데… 지가 알아서 앞으로 쓰러질 나무쪽으로 피해대는… 그런 생쇼를 녀석은 6번이나 반복하고서야 겨우 끝내고 있었다. 하지만 참화지수가 그쯤에서 멈추지 않았다면… 어쩌면 녀석은 저 짓을 무한 반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전부 피하긴 했지만, 몇 번 나뭇가지에 쓸렸는지 얼굴에 생채기가 가득하군. 이런 녀석에게 화를 낸 내가 오히려 한심했다는 생각이 드네. 으음… 그 동안 적이든 아군이든 너무 똑똑하고 차분한 자들만 상대하다가 갑자기 정반대를 만나서 적응이 안되었던 건가……?

“이, 이건 그렇다 치고!”

그나마 지가 바보 짓 한 걸 알긴 아는 모양이군.

“당신, 어떻게 그렇게 쉽게 명부금쇄진을 깰 수가 있지? 당신도 영력을 쓸 줄 아는 거지?”

“상대방이 뭐라 말을 하면 좀 들으라고 했지? 내가 라후의 일족과 싸운 적이 있다고 했냐, 안 했냐?”

“그랬…었나? 그럼 당신도 우리 도사들처럼 주술까지 익힌 거야? 대체 무슨 파의 도사에게……”

“닥쳐!”

나는 진심으로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넌 지금부터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마! 내가 하라고 할 때까지!”

“아, 알았어. 노력해 볼게.”

응…? 생각보다는 간단히 수긍하네? 여전히 반항적인 얼굴인 걸로 보아 내 살기에 겁을 먹은 것 같지는 않지만… 겁을 먹지는 않아도 날 인정할 정도로 혼이 나긴 한 건가…? 아니면 지가 사고 쳤다는 걸 깨닫고 미안한 마음에… 으음, 암튼. 녀석이 정말 협조적으로 나갈 생각이라면 이제 수습에 들어가야겠지? 나는 수하들이 기다리고 있는 쪽을 돌아보며 자룡대주에게 전음을 보냈다.

< …자룡대주! >

< 예, 천주. >

< 대교는? >

< 소란이 커지기 전에 제가 직접 방문하여 밖의 일에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 두었습니다. 아직 소교 아가씨와 담소를 계속하고 계십니다. >

< 고마워. >

< 별말씀을…… >

< 보안 상태는? >

< ‘소교 아가씨 확보 작전’ 초기부터 만약을 대비해서 가까운 민가 사람들은 외출을 유도해 두었으며, 천주께서 도착한 즉시 이 블록 전체의 외부인 유입도 차단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

자룡대주가 확실한 사항도 아니고 ‘뭔가 이상하다’라는 표현을 써……?

< 그게 무슨 소리지? >

< 이 곳에 있는 저희들을 제외하면, 비교적 가까운 곳에 배치된 수하들에게서까지 ‘아무런 이상음을 듣지 못했다’는 답신이 왔습니다. >

…뭐야, 이거. 녀석이 주술로 날 공격할 때의 섬광은 못 볼 수도 있겠지만, 검은 귀신들의 기괴한 비명소리까지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 건가? 아니, 하다못해 녀석과 내가 고함을 질러대던 소리까지…? 그렇다면……

< 야, 너! 너 혹시…… >

< 야,가 뭐야. 내게는 분명 ‘덕방’이라는 훌륭한 이름이 있단 말야! >

하여간 이 자식, 지가 언제 나에게 지 이름을 말해 주었다고…..

< …좋아, 덕방. 너 혹시 이 근처에 뭔가 해 둔 거냐? >

< 어… 이제 알았어? 나 정도 되는 주술사들은 일을 벌이기 전에 항상 부근에 결계(結界)를 쳐두기 마련이야. 아마… 저 집 앞의 당신 수하들 말고는 우리의 싸움에 관한 걸 눈치챈 자가 없을 걸? >

…역시 그랬군. 거 아주 편리한 수법인 걸? 다른 주술은 몰라도 그 결계 기술만은 나중에 어떻게… 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 …자룡대주. 보안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내가 자른 나무들 같은 주변정리는 좀 부탁해. >

< 예. 알겠습니다, 천주. 풀 한 포기, 돌맹이 하나라도 원상복구 시켜놓겠습니다. >

그래. 내게는 이렇게 믿음직한 인간 결계들이 존재한다. 굳이 주술의 세계에 발을 들일 필요는 없지. 암!

“저기… 당신.”

< 어. 잠깐. 이제부터는 전음으로만 하자. >

< 알았어. >

< 좋아, 덕방. 왜 불렀지? >

< 나…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하지? >

< …그냥 친구처럼 이름 막 부르면서 네 맘대로 하지 왜? >

< 아니, 그건… 생각해 보니 당신은 대교님의 짝인데… >

호오~ 이 녀석, 그래서 나름대로는 내 말에도 거역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려는 건가…?

< …난 상관없어. 언제고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

내 대답에 녀석은 오히려 난처하다는 기색으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여러모로 이 녀석이 진심이라는 건 느껴지고 있었다. 그건 적어도 이 녀석이 대교에게 나쁜 의도로 온 것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 …하는 수 없지. 이제부터는 당신에게도 진유준님이라고 불러 주겠어. >

< 눈물 나게 고맙다. >

< 아니야. 대교님을 섬기는 수라문의 문주로서 당연한 거야, 진유준님. >

훗… 여전히 반말에 호칭에만 님자를 붙이는군.

< 훗~! 뭐, 어쨌든 좋다. 이제 다시 차분하게 얘기 좀 해 보자. >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쓰러진 나무로 가서 그 중턱에 의자처럼 앉았다. 그러자 덕방 녀석도 조금 주저하며 다가와서 내 앞에 섰다.

< 이해할 수가 없어. 당신, 진유준님은 지금 왜 그렇게 태연하지? 조금 전에는 그렇게 화를 냈으면서. >

<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대교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리고… >

< 무슨 소리를… >

< 잠깐! 더 이상 말하지 마! >

중요한 문제라서 전음에 내력을 실었더니, 녀석도 움찔하며 말을 멈추었다.

으음… 아까도 이럴 걸 그랬군. 뭐, 어쨌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사실 내가 빡 돌았던 건, 이 녀석의 ‘주가혜는 가짜 대교’라는 주장 자체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진상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이 녀석의 두서없는 ‘일구난방 신공’ 때문이었다. 대화를 나누려면 그 일구난방 신공부터 차단해야 했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더 이상 내 말을 중간에서 끊거나 무시하면 난 더 이상 너와 말하지 않겠어. 알겠어? >

< 아, 알겠어. >

< 또, 잘 들어. 너는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끝까지 확실하게 들어! 그리고 나서 너의 말을 하던가 행동을 해. 알겠어? >

< …알겠어. >

< 또한! 너는 반대로, 네가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내가 그만두라고 하면 무조건 그만둬. 알겠어? >

< 알겠어, 진유준님. >

…어랏? 그래도 마지막 말에는 반발할 줄 알았는데…

나는 덕방 녀석이 내 말을 정말 알아들은 건가 싶었지만, 녀석은 잠시 말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 우리 사부님과 똑같이 말하네, 진유준님. >

누구라도 너와 있으면 그렇게 했을 거다, 이 녀석아.

< 사부님은… 내가 하산하기 하루 전에 돌아가셨지. 그분도 진유준님과 똑같은 걸 항상 강조했어. 나도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

으음. 근데도 안되었다면 나도 포기해야 하나…? 응? 그러고 보니 지금은 꽤 정상인처럼(?)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 나도 내가 잘못하는 거 아니까, 많이 노력했고, 많이 고쳤어. 하지만… 산에서 내려와서 대교님의 가짜가 나타났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만 머리 속이 엉망이 되어 버려서… >

< …그러면 지금은 조금 진정이 된 거냐? >

< 조금은… 어쨌든 사부님 같이 말해 주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

아 글쎄, 누구라도 너와 대화하려면… 쯧,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 좋아. 그럼 이제 진짜 대화라는 걸 해 보자. 그러니까… >

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보며 말을 이었다.

< 덕방, 넌 지금의 대교… 주가혜는 대교가 아니라고 했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

< …주가혜는 분명 내가 기억하는 대교님과 닮았어. 하지만…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역시 아닐 수밖에 없어. >

< …넌 어렸을 때 대교를 본 적이 있다고 했지? 근데 그게 대체 몇 년 전이야? >

< 16년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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