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72-2화 : 세 번째 용(龍), 뇌룡대주(雷龍隊主).(2)

랜덤 이미지

극악서생 3부 – 72-2화 : 세 번째 용(龍), 뇌룡대주(雷龍隊主).(2)


8-4. 세 번째 용(龍), 뇌룡대주(雷龍隊主).(2)

뭐……?

< 전황마군은? 뇌룡대주는? 그들은 뭘 하고 있었고? >

< 죄송합니다, 천주. 아직 정확한 상황은 보고되지가 않아서…… >

이… 썅! 대체 뭐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의아한 표정이 된 대교의 몸이 스윽- 뒤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차가 소교가 납치되었다는 장소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은사마군의 예의 운전신공은 우리를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르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당연히 나와 대교의 초조한 마음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도착한 곳은 어제 우리가 파괴한 저택이 아니라 그로부터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의 단독 주택이었다.

“과거 여옥의 저택에서 전체 살림을 맡았었던 여자의 집이라고 합니다. 저택에는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여옥과 함께 이 쪽으로 오셨던 모양입니다.”

자룡대주의 보고를 들으며 차에 내리자, 문 앞에는 십여 명의 젊은 사내들이 무릎을 꿇고 늘어앉아 있었다. 그 무리의 중앙에 있는 자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속하, 보천구룡대의 세 번째, 뇌룡대를 맡고 있는 뇌룡대주… 천주의 명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죽여… 달라고?

“아, 안돼요!”

대교가 다급하게 내 팔을 잡아왔다. 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수하를 대뜸 베어버리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등 뒤의 정글도 손잡이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난 어제 소교에게 금동이와 함께 지내게 되면 겪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해서 말해 주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 결심을…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지키지 못하게 되다니……

“…정말 죽고 싶나?”

나의 질문에 뇌룡대주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말해봐. 정말 지금 내 손에 죽고 싶나?”

“…그렇지 않습니다.”

뇌룡대주는 드디어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젊어서 나보다도 어려 보이기까지 하는 청년의 얼굴이 날 올려다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아가씨를 되찾은 후… 그 다음에 죽고 싶습니다.”

나는 뇌룡대주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그 속의 불길이 거짓이 아님을 느낀 후에야 조금 살기를 거둘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대교가 내 팔을 놓아주고 있었다.

“말하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집안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제가 홍콩에 도착하여 전황마군에게 임무를 인수인계 받은 것은 약 두 시간 정도 전입니다. 하지만 전 얼마 지나지 않아 아가씨의 요청 때문에 집 밖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소교가 널 나가라 했다고?”

“예, 천주. 하지만 아가씨의 뜻이라기보다는 그 분의 어머니가 저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교가 인정하는 한, 아직은 소교의 어머니인 여자 여옥은 의식을 잃었는지 거실의 대형 소파에 길게 누워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녀는 CR도 아니면서 하루 밤사이에 10년 이상 늙어 버린 것만 같았다.

“제가 경솔하게 천주의 뜻에 의해 왔음을 밝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건… 자룡대주의 잘못이로군.”

내가 자룡대주를 돌아보자 그녀는 찔끔하여 고개를 숙이며 시인했다.

“…그렇습니다, 천주. 제가 뇌룡대주에게 모든 상황을 충분히 숙지시키지 못했습니다.”

“잘 아는 군. 자룡대주도 차후의 처벌을 각오해 둬.”

“아, 예, 예……”

자룡대주는 이제야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진심으로 화를 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같았다. 나는 당혹한 표정의 자룡대주를 무시하고 여옥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간호하고 있던 할머니(전직 여자 집사?)는 집안에 몰려들어 온 우리의 기세에 두려움에 차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여옥 곁에서 물러나지는 않았다.

“…또한, 항공편의 좌석 문제로 대부분의 제 수하들이 저보다 다소 늦게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 사이 전 혼자 집 주위를 살피다가 몇 명의 괴한들에게 기습을 받았습니다.”

뇌룡대주의 계속되는 보고 사이에 몽몽의 보고도 들어왔다.

[ …코드명 마녀, 여옥의 1차 스캔 결과, 정신적인 충격도 추정되나 인위적인 목뒤 잔혈(穴) 폐쇄가 결정적인 의식 유실의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

잔혈…? 즉각적이고 절대적인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고수들도 잘 짚어내지 못하는 잔혈을……?

“저를 습격했던 자들은 상당히 숙련된 무술을 지닌 자들이었지만, 결국 격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집안으로 들어와 보니 이미 아가씨와 아가씨의 원숭이도 사라진 후였습니다. 거실에 아가씨의 어머니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을 뿐입니다.”

뇌룡대주의 말대로라면, 적들은 뇌룡대주가 혼자 호위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집 밖으로 나갔을 때를 놓치지 않고 양동 작전을 썼다는 거다. 이건 어쩌면……

“…항공편의 좌석 문제로 수하들과 시간차 도착… 그때부터 이미 적의 공작이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현천기공으로 여옥의 막힌 혈도를 풀어 주었다. 그러나 그래도 여옥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기미가 없었다.

“놈들과의 교전에 소요된 시간은? 집안에 들어오기 전후해서 원숭이… 금동이의 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보진 못했나?”

“…10분 정도였습니다. 도중에 얼핏 원숭이의 비명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보이지 않았습니다.”

금동이가 그렇게 간단하게 제압당했다고…? 뇌룡대주가 비명이라고 표현한 건 물론 비명이 아니라 그냥 고함소리(?)일 수도 있지만……

“메시지라던가, 적들이 남긴 건?”

“없었습니다. 천주께서 오시기 전까지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몽몽, 닥터 제이에게 연락 가능하냐. >

[ …현재는 가용 회선이 없습니다. 약 51분 24초 후부터 14분 32초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

제기. 하필이면……

< GM쪽은? >

[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적인 연락이 가능한 적은 없었습니다. GM의 사이트에 글을 남긴 것은 물론이고 소령, 미령 두 아가씨의 핸드폰에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아직 모두 불통입니다. ]

< …자룡대주. 현재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지? >

< …이미 홍콩의 모든 마군들에게 소교 아가씨의 인상착의와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특히 청천마군(靑天魔君)과 그의 후계자인 전경하가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수색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곧 어떤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그러면 다행이지만… 사실 그리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소교와 나의 관계… 그리고 내가 누구라는 걸 알고도 벌인 일이라면 그만한 준비를 하고 진행했을 테니 말이다.

< …몽몽. 원판에게 연락해 봐. >

닥터 제이는 ‘DP나 프리메이슨에는 효율성의 문제로 무공을 깊이 수련한 자가 드물다’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의 범인들은 분명 무공에 뛰어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GM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심이 덜 갈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음… 퇴근하려던 참에 반가운 전화를 받게 되는 군.”

< 이 곳은 아침이야. >

“후후- 당신은 이제 출근했다는 얘긴가? 좋은 아침……”

< 인사 나눌 기분이 아니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이번 일… 니가 관여한 거냐, 아니냐. >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하지만 일단 나는 아니야. 실은, 난 당분간 당신에 대한 일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중요한 연구소가 사라져 버린 여파가 예상보다 커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졌거든.”

< …어차피 네가 직접 나와 싸울 것도 아니었잖아. >

네가 아니면 다른 누가 나에 대한 일을 맡는 거냐, 라는 의미로 말한 건데, 원판이 속뜻을 알아들을지……

“음. 그렇기는 하지. 그러니 조만간 누군가가 나 대신 자네와 놀아주러 가게 될 거야.”

역시 정확하게 알아듣는 군. 그런데 조만간…? 아직은 아니라는 얘긴가?

< 좋아. 누구라도 보내 보라구.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 >

내가 짐짓 맞장구를 치자 원판은 가볍게 웃었다.

“투지에 불타는 것도 좋지만, 조심해. 아주 ‘특별한 어둠’이 찾아 갈 테니 말이야.”

< 기대하지. >

특별한 어둠…? 그게 뭔지 몰라도, 최소한 아직 그게 출발도 안 했다는 얘기였지…? 그렇다면 역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GM…인가요?”

줄곧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대교였다. 대교는 초조함을 감추느라 애를 쓰며 다시 물었다.

“어제 당신은 GM에서 금동이를 원할 거라고 했어요. 그들의 짓인가요?”

“…모든 정황을 봤을 때, 가장 유력하기는 해. 하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GM의 방식이 아니기도 하다는 게 문제지. GM은 본래 무력 사용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더구나 어린 소녀까지 납치한다는 건……”

그래. 분명히 그 어떤 필요에 의해서라도 천우신과 당시의 천이단(天耳團)은 택하지 않았을 방식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GM이 그 때와 다르다면…? 그래서 이 따위 짓을 하는 놈들도 있는 거라면… 아, 잠깐! 있었구나!

“방금… GM에서 그럴 만한 놈이 생각났어.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알 만한 녀석들에게 물어 볼 수밖에 없겠군. 그 녀석들이 지금 이 부근에 있는 게 아니라면 쓸데없는 짓이 되겠지만……”

나는 내력을 끌어 모으며 모두에게 귀를 막으라고 경고했다.

< 소령! 미령! 여기 있는 거 안다! >

물론 전음에 많은 내력을 실으면서도 어제 삼합회 간부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 즉,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을 빼고 목소리만을 증폭하여 멀리 일정하게 퍼트리는 것이었다.

< 묻고싶은 것이 있으니! 당장 모습을 드러내! >

아차…! 대교는 다른 사람들처럼 미리 귀를 막고 있으면서도 고통을 느꼈던 모양이다.

“미안해. 이런 방식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예? 지금 뭐라고……”

“…미안하다구. 지난번처럼 대교 너만은 나의 기로 보호해 주며 할 걸 그랬어.”

“아… 괘, 괜찮아요. 귀가 좀 멍멍할 뿐이에요.”

대교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내가 거듭 사과하려고 했을 때, 바깥에서 끼이이익-하는 급정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끼이이- 쿵!
교통사고… 소리?

“자룡대주! 이 부근 도로는 지금 통제되고 있지 않았나?”

“…어제 파괴한 여옥의 저택을 중심으로 두 블록을 차단 중입니다. 조금 전까지 보고된 바로는 젊은 여경 두 명이 탄 차가 검문을 통과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여자 경찰 두 명이 내 전음에 놀라 사고를 낸 건가?
나는 즉시 창가로 나가서 길 쪽을 살펴보았다. 걱정했던 데로, 분홍색에 귀여운(?) 디자인의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차의 뒤를 들이받은 채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 내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여경들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지 두 명 다 스스로 차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씩씩대며 우리 차를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씨이~ 이 차는 멀쩡하잖아!”

응…? 이 목소리는……

“이봐요! 미쳤어요?”

곧바로 날 발견하고 올려다보며 뾰족하게 쏘아붙이는 여경… 아니 미령이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갑자기 그런 전음을 쓰면 어떻게 해요! 우릴 죽일 작정이었어요?”

“아… 미안. 너희들이 차를 몰고 있을 줄은 몰랐어.”

“대체 생각이 있는……”

“와아~ 유준 오빠닷!”

미령의 말을 끊으며 외친 소령이가 아무 생각 없이 내게 손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검문을 통과하기 위해 여경으로 변장을 했던 모양인 소령이와 미령이는 바깥에서의 기세와는 달리 둘 다 쭈빗거리는 기색으로 이 쪽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그건 물론 내가 아닌 대교 때문이었다.

“소령이와 미령이…! 이런 식으로 너희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두 녀석은 동경하던 스타 주가혜가 자신들을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는 태도를 보이며 다가오자 오히려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 보고 싶었어.”

“에, 예? 저, 저희들…을요?”

“그래. 너희들.”

대교는 천년만에 재회하는 동생들이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는 듯 두 녀석을 동시에 감싸 안았다. 물론 두 녀석은 대교와는 다른 의미에서 감격… 아니 아예 넋이 나가고 있었다.

“얘기는… 많이 들었어. 하지만 실제로 보니 더더욱……”

대교는 안았던 팔을 풀고도 두 녀석의 머리 결이며 뺨을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으음. 조금만 더 저러고 있으면 두 녀석의 달아오른 얼굴이 녹아 버릴 지도 모른다는…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기까지 하는 군.

< …설마. 저 여경들이 GM의 요원들입니까? >

< 그래. 그런데… 자룡대주. 당신 눈에는 저 녀석들 이 여경으로 보여? >

< 자세히 보니 너무 어린 것 같기는 합니다만, 동안이라고 치부할 경우 특별하게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으음. 난 녀석들을 잘 알기에 어떤 복장을 하고 있어도 실감이 안 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군. 만약 저렇게 깜찍한 여경들이 쫓아오면 웬만한 남자 범인들은 그냥 잡혀줄 지도… …쯧.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나는 자매들의 재회 모습 때문에 잠시 풀어지던 마음을 다잡으며 녀석들에게 다가섰다. 그런데 먼저 마음을 가다듬고 당장 급한 질문을 녀석들에게 던진 것은 대교였다.

“너희들… 지금 GM에 소속되어 있다고 들었어. 오늘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거지?”

대교의 질문에 두 녀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소령이는 자신이 잘못하기라도 한 듯 울상을 짓기 시작했고, 미령이는 본래의 야무진 얼굴로 돌아와 입술을 깨물었다.

“다카시…! 그 작자가 골든 차일드, 금동이를 납치해 갔어요. 그 과정에서 여수혜라는 언니도 함께 데려간 거고요.”

역시 그 재수 없는 놈이었나…? 전에도 하은이와 금동이를 납치했다가 나와 론 중령에게 깨졌었던 그 놈이 또……!
나는 잊고 있던 놈의 낯짝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시 살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헌데… 그런 나를 오히려 압도할 정도로 강렬하고 뜨거운 열기가 내 등 뒤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돌아본 곳에는 현 시대 보천구룡대 중의 최강이라는 세 번째 용, 뇌룡대주가 있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