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73-3화 : 어둠이 기다리는 땅.(3)
8-5. 어둠이 기다리는 땅.(3)
파산부…? 저 9단 봉 어디에 도끼 날이 튀어나올 여
지가 있다는 거지?
그런 의문을 떠올리는 가운데, 킬러 신부들의 공격
이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정면으로 마주 오다가 날린
일검임에도 그 예리한 타이밍은 과연 암살단답다는 말
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앞선 신부의 선제 일검 직후 그의 어깨 너머로 이어
지는 두 번째 신부의 칼…! 그대로 상하 협공…? 아니,
그런 일정한 틀은 없다.
쉭- 쉭- 섬뜩한 바람소리와 함께 전방위로 허공을
가르기 시작한 신부들의 검광이 순식간에 좁은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들이 어지럽게 얽히
는 가운데 그 안팎을 차가운 금속 흉기들이 넘나들며
번득이는 모습은 마치……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들이 무리하게 돌아가며
불꽃을 튀기는 모습…? 나, 지금 어울리는 연상을 하고
있는 거 맞아?
나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
었다. 난 뇌룡대주의 실력을 보고 싶어서 그 혼자 나
서게 했고, 그는 지금 분명 킬러 신부들의 엄청난 칼
질 러쉬를 멋진 봉술로 막아내고 있었다. 저만해도 누
구나 감탄하여 눈을 떼기 어려운 싸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뿐. 그런 아기자기한(?) 싸움은 재미없
다구, 뇌룡대주. 좀더 분발하지 않으면 곤란해.
어쩌면 내가 그 동안 지나치게 눈이 높아져 버린 건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 자신과 비교하여 하수로 밖
에 보이지 않는 이들끼리의 싸움이라는 이유만으로 불
만을 품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선대
뇌룡대주 적호의 무위나 성향은 분명 저런 수준이 아
니었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난 적호의 진짜 실력을 본 적은 없었지. 그래
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진면목은 끝내 직
접 확인하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쉬울 정도였는데… 역
시 당대에서는 무리인… 응?
정교한 톱니바퀴들의 움직임을 연상케 했던 싸움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신부들에 의
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신부들의 팔, 아
니 전신의 관절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이고 회전하며
기괴한 형태로 공격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뇌룡대주로서는 예상치 못했을 괘도와 타이밍의 공
격! 과연 그는… 쳇! 실망인걸?
적의 리듬과 타이밍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뇌룡대주가 방어에만 급급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던
것이다. 그런 그를 비웃듯 여유있게 공격을 멈춘 신부
들은 비인간적인 각도로 제멋 대로였던 관절들을 척척
본래대로 되돌리고 있었다. 나는 내려트리고 있던 정
글도를 다시 어깨에 걸쳤다.
뇌룡대주, 저 자식…! 뭔가 삐걱댄다 싶긴 했지만 갈
수록 나아지기는커녕……
< 장소. 장소가 문제입니다. 뇌룡대주의 파산십이식 (破山十二式)은 본래 이런 협소한 장소에서는 제대로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
자룡대주가 대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갈수록 더
스팀 받고있는 나의 기분을 바꿀 수는 없었다. 멋진
분위기로 나가던 모습이 무색하게 어설픈 싸움으로 일
관하는 뇌룡대주의 모습도 모습이었지만……
…마편동(魔鞭童) 형제. 그리고 다른 모든 CR들이
당한 생체실험이… 결국 저런 신부의 탈을 쓴 암살자
들을 완성하는 데이터로 쓰였다…이거지?
“…뇌룡대주. 3분 주겠다. 그 안에 못 끝낼 거면 지
금 빠져.”
나는 일부로 모두에게 들리도록 전음을 쓰지 않았
고, 이번에도 누구보다 자룡대주가 가장 당혹한 표정
이 되고 있었다.
“뇌룡대주! 대체 왜 그래요!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
예요! 당신답지 않게 굴지 말라구요!”
‘당신답지 않다’라는 표현은 좀 식상하지만… 어쨌든
이제보니 저 친구… 어이없이 호위 대상자를 잃은 일
로 빡 돌기는 했어도, 또 한 편으로는 실수에 대한 두
려움까지 얻게 된 모양이었군. 그건 그만큼 저 친구가
그 동안 실패를 겪어 보지 못했다는 얘기겠지?
“뇌룡대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으음. 어째 어디서 많은 들어 본 대사 같은……
“면목…없습니다, 천주.”
상당히 침통한 음성이로군. 하지만…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 중 내가 위로나 격려를 해주고 싶
어지는 대상에… 남자는 없다.
“그런 소리할 시간 있으면, 빨리 끝내기나 해.”
“…그렇군요. 멍청하게도 잠시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소교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시다는 것을.”
뇌룡대주는 갑자기 들고있던 9단 봉을 척, 척, 끼릭,
끼릭 소리를 내며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뭔가,
기의 질…이랄까? 하여간 급격히 분위기가 바뀌고 있
었다. 처음 소교를 납치한 범인에 대해 들었을 때의
그 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죄인들의 몇 마디 말로 갑자기 강해 질 수
있을 만큼, 인간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신부님. 댁이야말로 말로 초를 치자는 것 같소만……
“…인간의 강함은 오직 주의 권능과 성모 마리아의
사랑 안에서만이 허용되는 것…! 자아- 신심 깊은 나
의 부제(副祭)들이여, 눈앞에 있는 믿음의 적에게 죽음
의 전도를 행하시오.”
보스인 신부의 명령과 함께 신부들이 다시 스윽 옆
으로 벌려 서며 협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앞의 남자는 이미 조금 전의 그가 아니었다. 뇌룡대주
는 하나의 긴 형태로 변모한 봉의 끝을 움켜쥐고 그
것을 정말 도끼처럼 머리 뒤로 치켜들고 있었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봉이, 천장에 걸리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쾅! 콱콰콰콰~!
봉은 부드러운 케ㅤㅇㅣㅋ을 자르기라도 하듯 천장을 가르
며 신부들의 머리 위로 엄습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꽈-릉!
신부들이 있던 지점의 바닥이 폭발(?)하고 있었다.
내가 맘먹고 생사금마도결을 펼칠 때의 위력…이라고
까지 하기는 좀 그렇지만, 하여간 장난 아닌 충격파가
우리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비록 뒤로 물러나 피
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무표정이던 신부들의 얼굴
에 놀라움이라는 감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룡대주가
자신의 일처럼 살짝 들뜬 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 …천주. 저 것이 그의 봉이 부(斧)라 불리는 이유 입니다. >
과연, 지금의 일격이 보여 준 위력은 천년 전에 내
가 목격했던 적호의 파산부 못지 않았다. 하지만… 현
재의 지형지물은 저렇게 긴 봉을 휘두르기에는 너무
좁다. 약한 천장은 그렇다 쳐도 복도 양쪽의 시멘트벽
에 걸리면……
후웅~ 훙-
봉이 뇌룡대주의 손과 몸을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복도의 폭을 의식했
는지, 봉은 천장의 구석과 대각선으로 반대편 바닥의
구석을 이용해서 아슬아슬하게 휘둘러지고 있을 뿐이
었다. 신부들은 당연하다는 듯, 봉의 한정된 괘도를 피
해 검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어…? 회전괘도가 변해? 그렇게 되면……
칵! 까가가각!
나의 우려를 종식시키며 뇌룡대주의 봉은 벽의 시멘
트까지 가르며 휘둘러지고 있었다. 그 것도 스피드의
변화조차 없이!
까앙-!
경쾌한 종소리 같은 타격음과 함께 신부 한 명의 검
이 그의 손을 떠나 허공을 날고 있었다.
“크흑!”
예상 밖의 반격을 당한 신부가 검을 놓침과 동시에
부러져버린 모양인 팔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서고 있었
다. 다른 신부 역시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고 물러났지
만, 뇌룡대주는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연속공격을 가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말없이 그들을 응
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나아가 서약하고 선서하기를…..”
보스 신부였다. 그는 사제, 아니 부제라고 했던가? 하여간 자기 수하들을 격려하려는 건지 낭랑하게 기도문 비슷한 것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나의 생명과 나의 혼과, 모든 나의 힘을 바칠 것을 서약하며… 그 증거로써, 내가 지금 받은 이 단도를 가지고… 나의 피로써 여기 내 이름을 쓸 것이다.”
뭔가 그럴 듯해 보이는 기도문인지 뭔지와 함께 보스 신부는 자신의 검을 꺼내, 조금 전 검을 잃은 부제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그것을 받아드는 부제의 부러졌던 팔은… 이미 회복된 것 같았다.
“…내가 거짓이었거나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연약해질 경우 교황 군대의 내 형제들과 동료 군사들은 내 손과 내 발과, 그리고 귀에서 귀까지 찢어지도록 내 입을 찢으며, 내 목과…..”
부제들은 신부의 기도를 자신들이 이어서 계속하며 다시 뇌룡대주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 배를 째고 그 안에 염산을 넣어 태우고, 지상에서 내릴 수 있는 모든 징벌을 내린다. 그리고 내 영혼은 영원히 지옥에서 사탄에 의해 고통받으리라……!”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로군. 잘 났소, 정말.>
나는 신부에게 전음을 날리며 대교를 내 등 뒤로 바싹 붙도록 했다. 뇌룡대주의 파산봉(?)이 휘둘러질 때마다 부서진 시멘트벽의 파편들이 이쪽까지 날아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름답고 경건하며 사랑이 충만한 기도로 무장한 부제들의 칼날은 점차 더 예리하고 정교하게 뇌룡대주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뇌룡대주와 그의 봉은 오히려 점점 더 단순해지고 육중한 무게감을 더해 가는 것 같았다.
멋…지군. 적의 어설픈 방어 따위 통째로 박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격의 연속이다. 빈틈이 있어 보이는데도 적이 그 빈틈을 파고들 엄두를 못 내게 하는 저 박력…! 저게 바로 진짜 뇌룡대주 적호의 이미지였어.
으음… 이거 시간을 너무 적게 줬나? 나는 약간 후회하게 되었지만 이제 와서 번복하기는 좀 그래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말씀하신 3분에서 4초가 남았습니다.]
몽몽이 그렇게 알려왔을 때, 갑자기 뇌룡대주의 보법과 근본적인 자세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자세도 그렇지만, 봉의 끝이 적을 향하며 봉을 쥔 손에 활처럼 팽팽하게 집중되는 저 기의 흐름은… 저거, 찌르기? 적호의 파산십이식에 찌르기가 있었던가?
“십삼식…! 당대 뇌룡만의 초식.”
자룡대주의 중얼거림과 함께 천년 전의 적호라면 오히려 불가능했을 공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주한 적들 입장에서는 회전하다가 자연스럽게 방어형으로 멈추는 것으로 보였을 봉이 벼락처럼 앞으로 쏘아졌던 것이다.
뿌각! 뻑!
연속으로 터져 나온 소리를 뭐라 표현키는 어렵지만, 하여간 뇌룡대주의 봉은 거의 동시에 부제 두 명의 가슴에 구멍을 내버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부제들은 마치 최대구경의 매그넘에 맞은 짐승처럼 흐느적거리며 쓰러지고 있었다.
심장…! CR들도 심장이 파괴된 건 쉽게 복구 못했어. 저 자들은 과연……
나의 호기심을 뇌룡대주는 배려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선보였던 공격을 재현하려는 듯 봉을 뒤로 한껏 치켜들고 있었다. 아까처럼 천장이고 나발이고 일격에 가로막는 모든 것과 함께 적을 완전 분해해 버릴 기세였다.
대교와 다른 애들도 있는데 너무 잔인한 광경은… 어?
기도문만 내뱉을 뿐 계속 방관하던 신부였다. 그가 어느 사이 뇌룡대주의 앞에 와있었다. 나도 한순간 놓쳤을 정도의 초고속 이동…? 게다가 한 손의 손바닥만으로 뇌룡대주의 두 손과 봉을 동시에 눌러 막고 있잖아?
물론, 휘둘러지기 전의 불안정한 팔을 막는 것은 저렇게 크지 않은 체구의 신부로서도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가능하게 한 접근 속도와 타이밍이었다.
“마귀의 종자로 죽기에는 아까운 자인 것 같지만……”
“댁이야말로……”
이번에는 신부가 놀랄 차례였다. 그의 푸른 눈동자 역시 나의 공공보법을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힘과 동시에 그의 검은 사제복 위를 그었고, 그는 재빨리 내 정글도를 피해 뒤로 물러나야 했다.
“…광신도로 죽기에는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소?”
내가 묻자 신부는 여유롭게 웃었다.
“어리석은 질문…! 독신(篤信)과 광신(狂信)은 본래 같은 말입니다. 다만 주와 성모를 향한 사랑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갈릴 뿐이지요. 당신 같은 이는 이해하지 못…..”
신부의 설교 아닌 설교가 어색하게 멈춰진 것은 그가 이제야 자신의 손이 왠지 가벼워졌음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이 어렵지 않게 피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정글도에 반 토막 난 성경을 확인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고 있었다.
이어 그의 얼굴은 서서히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쳇! 자칭 성직자라는 자가, 지금 자신이야말로 악마의 얼굴로 악마의 기운을 뿜어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기는 하는 걸까?
[…주인님! 복도의 코너 저 편으로부터 누군가 이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대치 중인 적과 동료인 것으로 판단되며……]
이런. 내가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유형의 적이 나타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 역시 수하들을 써야겠는걸? 그러니까, 은사마군 같은……
“당신, 이, 이… 이 지옥의 유황불에 던져질 자가… 감히… 그 저주받을 칼로… 성전을……”
“미안하오. 베개로 쓰기 딱 좋은 두께의 책이었을 텐데 말이오.”
어차피 싸울 거면 더 열 받아서 맛이 가게… 어, 드디어 나타났다. 더 부담스러운 적이!
“가브리엘 신부님…! 그만 진정하세요.”
“르, 르네 수녀님!”
처음에 나와 통화했던 수녀인 모양이다. 내가 가장 상대하기 곤란한 적은 여자…! 그러니 저 여자는 은사마군더러 상대하라고… 어, 잠깐? 저 수녀가 방금 가씨 신부에게 진정하라고 한 건가?
“르네 수녀님. 실은……”
“죄송합니다, 가브리엘 신부님. 자세한 정황은 나중에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은 돌아가서 주교님의 전언을 들을 때입니다.”
흐으음~ 이것 봐라….? 신부가 곧바로 인상을 풀고 살기를 지우기 시작하잖아? 나는 보통 신부가 수녀보다 높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게다가 저 수녀는 신부보다 훨씬 젊어서 잘해야 20대 초반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럼, 형제님 부디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르네 수녀는 대뜸 날 향해 정중한 인사를 보내와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어 그녀는 아직 한창 부활 도중인 부제들을 부축하며 가씨 신부를 재촉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군요. 당신에 대한 심판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흐음. 내가 지금 당신들을 곱게 보내 주리라 생각하는 거요?”
나는 짐짓 시비를 걸며 인상을 긁어 보았지만, 르네 수녀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잠시만 참아 주세요, 형제님. 조만간 당신께 들린 마귀를 없애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부디 인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수녀도 결국 저 신부처럼 지 멋대로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웬지 더 이상 그녀에게 시비를 걸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잔잔하면서 어딘가 신비로운 미소 때문이었다.
젠장…! 뭐지…? 마치… 마치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나는 결국 뜬금없이 등장한 수교가 뜬금없이 상황을 수습하여 사라지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땅에서 특별한 어둠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 어둠이 아무래도 내 예상보다 난감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