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76화 : 악마들의 유희
8. 악마들의 유희
지진…파?
「…지진 발생시의 충격으로 인한 파장이 사방으로 전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까지의 분석으로는 자연 발생이 아닌 ‘인위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이 지금 인공적인 지진을 일으켜서 우릴 공격한다는 말이야? 확실히 예상 밖의 나름 신선한(?) 공격이긴 한데…
・뭔 공격이 이래?
나는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수하들을 돌아보며 전음을 이었다.
・・・놈들이 지진을 일으키는데 실패한 건가?
「…지진파는 크게 중심파(Body Wave)와 표면파(Surfase Wave)로 나뉘며… 중심파에는 P파와 S파 표면파에는 L파(Love Wave)와 R파 (Rayleigh Wave)……………」
…쯧. 뭔 종류가 그렇게 많아? 하여간… 음, 어쨌거나 나와 몽몽이 감지한 건 가장 빠르지만 약한 P파였고 이어서 두 번째…웃! 이번엔 확실히 더 강한 느낌인 걸?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L파가 덮쳐 올 거라는 거지? 영화 같은 데서 봤던 지진의 엄청난 피해는 바로 그 L파가 일으키는 거고 말 이야.
나는 몽몽이 알려준 각 지진파들의 평균 속도와 시간차를 통해 다음 파장이 올 시간을 가늠해보다… 그만뒀다.
_잠깐! 적이 적인만큼 이딴 공격도 가능하다고 치자! 근데 이렇게 작은 섬에서 지진을 일으키면 지들도 같이 망하는 거 아냐?
「…죄송합니다. 파장이 미약하여 분석이 늦어졌습니다. 지진파의 진행방향과 예상 위력은……………」
에? 목표가 이쪽이 아니라고? 어쩐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약하다 했… 응? 이런 제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야! 이거 우리 지하무림과 GM 연합군 방향이잖아? 연락은?
[…
…죄송합니다. 전에 말씀 드렸듯, 가용 위성이 없습니다.」
빌 ● 어 • 먹을!
「무슨 일이죠?」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대교에게 팔을 내밀어주었다.
「대체.. J
“어맛!”
이번에야말로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진동이 덮쳐왔다. 놀란 대교가 내 팔을 잡았고 다른 이들도 당황하여 휘청 거리고 있었다. 이 정 도야 놀라는 정도로 끝날 수준이지만… 몽몽의 말에 의하면 해저지진은 갈수록 증폭되어 거대한 해일이 되어버린다고 했다.
-천주……?
은사마군이 먼저 내 시선을 따라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다들 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의 시선이 모인 수평선 저 멀리에서 물이, 바다 자체가 솟구치고 있었다. 들릴 리가 없는 자룡대주를 비롯한 모두의 비명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것 같았다.
모든 이들이 무자비한 해일 속으로 삼켜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생생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는 그저 침묵 속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문득, 내 팔을 잡고 있던 대교의 손에 힘이 더해지고 있었다.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다들.”
-그렇겠지?
말과 달리 어쩔 수 없이 쓰디쓴 웃음이 먼저 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교는
“그럼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자신의 수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너무나 꾸밈없이 당당한 미소와 함께 대교는 모두를 돌아보았다.
“뭐예요! 분위기가 왜 이런 거죠? 이것이 전투를 앞둔 지하무림 전사들의 표정인가요?”
모두를 감싸고 있던 침통함, 심지어 분노와 살기까지 대교의 맑은 음성에 씻겨가는 것 같았다.
ᅳ으음…그러고 보니 자룡대주는 수영을 좋아했습니다.
은사마군이 먼저 슬쩍 바다로부터 등을 돌렸다.
ᅳ하긴, 우리만 그 멋진 해저경치를 구경한 게 좀 미안했었습니다.
전황마군도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왔고 뇌룡대주는… 음. 저 친구는 첨부터 쿨한 태도를 유지했던 거 같지?
「…가장 효과적인 해일 회피 방법은 ‘잠수’ 입니다. 수면 위와 달리 수중은 해일의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그거야 미리 알고 있을 때 얘기지. 그리고 만약 해일로부터 살아남았다고 해도 아무런 장비 없이 상어 떼라도 만나면…
부정적인 의견을 늘어놓으면서도 나 역시 조금 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뭐. 알아서들 하겠지.
결국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돌아본 대교가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아~ 정말 저질러버렸네. 다카시 그 바보가……….”
미령이었다. 녀석과 소령이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조금 전의 우리와는 뭔가 다른 것 같았다.
-…미령이 너, 알고 있었던 거냐?
“이곳의 본래 목적은 미국의 각종 신무기 개발 및 실험이에요. ‘한정적 조건을 충족시키는 인위적 지진의 군사 목적화’ 는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프로젝트였구요.”
이 녀석이 알고 있었다는 건 당연히 챈도 알고 있다는 거고, 당연히 뭔가 대비를 하고 있었겠지………?
나는 한층 더 안심할 수가 있었다. 같은 GM인 다카시와 그 추종자들의 섬이라서 챈들도 접근이 어려웠다고 하더니 그건 엄살(?)이었던 모양이 다.
“다른 조직의 대규모 살상 병기로 같은 식구들을 치다니. 다카시, 그 멍청한 작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미령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자 소령이도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삐졌나?”
“…언니.”
“음. 내가 그때 허락할 걸 그랬나봐.”
“언니!”
“응? 왜? 같이 저녁 먹고 카트를 하자는 제안이었을 뿐인 걸? 너랑 챈이 말리지 않았다면..
“언니! 단둘이 호텔 방에서 그런 걸 하자는 남자의 말을 정말 믿었어? 응?”
“”
소령이는 미령이가 대체 왜 화를 내는 건지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미령이가 씩씩대며 더 뭐라 종알대는 모습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자매들 말다툼도 나름 재미는 있다만… 이거, 전투 전에 너무 분위기 망가지는 것 같다. 다들 이제 시작하자.
나의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모두가(소미령이 빼고) 스윽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뇌룡대주는 뇌룡대를 이끌고 가장 먼저 정면의 숲을 향해 나아갔고, 전황마군은 담배를 먼저 빼물며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뇌룡대와 다른 방향을 잡았다.
다들 살아서 다시 만나자. 건투를 빈다.
-복명!!!!!!!!!!!!
망가지기는커녕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다. 여유 있게 웃으면서 시작할 수 있는 전투.
잠시 후.
대교와 난 바닷가 모래사장을 벗어나서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ᅳ천주!
ᅳ…은사마군은 우리 따라오게?
ᅳ예, 천주. 허락해주십시오.
-뭐. 허락이나마나 누굴 따라오는 것도 자기 판단이니 마음대로 해.
ᅳ은사도객들의 지휘는 2호에게 맡기겠습니다.
ᅳ맘대로 하랬잖아.
-복명!
훗. 확실히 이런 면은 예전의 흑주를 연상케 하는군. 으음.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우리 팀 멤버가・・ 대교, 은사마군, 소령, 미령· ! 나 정말 전투 하러 가는 거 맞어?
-소미령아. 니들 둘 다 꼭 우릴 따라 와야겠냐?
짐짓 묻자 소령이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교의 손을 잡는다.
“난 대교 언니가 좋은걸요.”
암 생각 없는 소령이가 대교와 환한 미소를 교환하는 사이, 미령이가 뾰족한 목소리를 냈다.
“우릴 합쳐서 부르지 말랬죠?”
-뭐 그런 거 갖고 그렇게 민감하게 구냐.
“…당신이 병력을 분산시켜 버렸으니 어쩌겠어요. 일단 가장 말썽을 부릴 여지가 큰 사람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관리’ 할 수 밖에.”
녀석, 굳이 ‘관리’라는 말을 강조하는군.
-아무리 반역자라고 해도 어쨌든 같은 식구들을 내가 함부로 해친다거나, 챈의 작전에 내가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거… 말은 그렇다만, 결국 그러려면 ‘안내역’부터 잘해야 할 걸?
“…인정해요.”
어라? 웬일로 순순히 꼬리를 내리네? 역시 대교 말대로 이제 조금은…………
“우린 당신이 다카시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겠어요. 하는 수 없죠. 독은 독으로 제압하는 법.”
…아직은 갈 길이 좀 먼 것 같군.
“사실 다카시, 그 작자 자신은 별 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의 측근에는 상당히 수준 높은 인재가 있어요.”
인재? 음, 첫 번째 납치 때 한강고수부지에서 다카시를 보좌하던 인물이 아마도…………..
-‘송수’……? 그를 말하는 거냐?
“그걸 어떻게 아,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었죠?”
-그래. 내가 던진 암기를 간단히 피할 정도의 실력자였지.
“무공뿐 아니라 모든 일 처리가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에요. 아마 이번에 당신들 지하무림의 호위를 뚫고 골든 차일드와 여수혜, 아니 소교라는 언니를 납치해 간 것도 그 사람일 걸요?”
역시 그자였나….? 그리 밉지 않은 인상이었는데 아깝군. 이번에 날 막아서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음, 우리 GM에 본래 전투가 전문인 부대는 많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죠?”
-천년 전에는 그랬던 걸로 아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지?
“그래요. 그리고 그 부대들이 다카시측에 유출되지 않았다는 건 이미 확인되었어요. 송수가 이끄는 다카시 직속 병력들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숫자 가 적으므로 전면에 나설 전투 병력은 거의 다 미군이나 용병일 것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아니, 그보다는 그들의 비밀병기라고 하는 편이 맞겠네 요.”
-아까의 그 지진처럼?
미령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엄청나게 많은 물자가 이곳으로 수송되었음이 확인되었어요. 우리도 그 내용을 전부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랬었군.
“예?”
ᅳ어째서 적의 공격이 뜨문뜨문・・・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는가 했어.
지금까지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의 숲을 걷는 동안 몽몽의 스캔에 걸린 온갖 종류의 카메라는 100대가 넘었을 정도다. 그렇게 훤하게 우릴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흔한 총질 한 방이 없었다.
-이제 보니 이 자식들은 일부로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거였어. 어딘가 문제가 생겼으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말이야.
“…맞아요. 시험대상이 최상의 상태여야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핫~ 이거 진짜 새삼 욕 나오려고 하네. 닥터 제이는 그렇다 쳐도, 이젠 개나 소나 다 날 ‘신제품 시험용 취급이냐? 이 진유준을?
「…주인님.」
-알아, 몽몽. 조금 전부터 바람소리에 불쾌한 울림이 섞이기 시작했다는 거. 그리고………….
나와 대교가 먼저 걸음을 멈추었고, 따라서 멈추던 미령이도 긴장하며 입을 열었다.
“뭔가 감지한 거예요?”
-예전에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울림이 사방에서 들려.
“예? 불쾌한 울림?”
나는 잠깐 ‘원판의 복제를 잡으러 가던 도중에 만났던 유병 두 마리(?)가쓰던 무기’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 후에 대답했다.
“무상혈환이던가? 그리고 혈접… 뭐, 그런 이름이었지만 결국 그냥 링하고 부메랑 형태의 최첨단 암기였어.”
“언니!”
미령이가 부르기도 전에 소령이는 이미 작고 얇은 초소형 노트북을 꺼내들고 있었다.
“링, 부메랑, 리잉~! 부메라앙~!”
조금 전까지의 느슨하고 순박한 소령이가 아니었다.
“빙고~!”
불과 10여 초만에 기쁜 음성과 함께 우리 쪽으로 내미는 LCD 화면에 떠 있는 건 얼핏 무슨 비행접시 아닌가 싶은 디자인의 ‘무언가’였다.
-링과 부메랑이라는 말로 어떻게 하면 그런 검색결과가 나오는… 아, 암튼. 그게 대체 뭐냐?
““GOH’! 즉, ‘신의 손길(God’s outstretched hand)’! ‘신들의 유회’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장난감!”
-신들의 유회? 장난감?
내 반문에 미령이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항공모함 가격이라는 신병기라도 자신을 ‘신(神)’이라 자처하는 자들에겐 장난감에 불과하겠죠.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 상위 10% 안에 드는 자들이니 거만을 떨 만도 하겠지만…………….”
미령이가 말을 멈춘 것은 내가 녀석으로부터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돌아본 방향의 나무들 위의 허공에 신의 손길인지 장난감인지 뭔지 하는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회색의… 지름 5미터 정도 두께 1미터 정도의 원형 몸체. 칼날 같은 테두리 외에는 거의 완전히 매끈한 표면의…………
「비행접시?」
대교 역시 그런 표현이 먼저 떠오른 모양이었다. 작고 음산한 진동이 느껴질 뿐 겉으로 봐서는 대체 어떤 동력으로 허공에 떠 있는 것인지 모를 비 행접시가 하나 둘 모여들어 하늘을 덮고 있었다.
놈들은 점점 가까이 오면서 또한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놈들의 앞에 서 있던 굵직한 나무들이 사아악- 거짓말처럼 소리 없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맙소사…! 당신께선 지금까지 이런・・・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들과 싸워 오신 거예요?」
-아냐, 대교. 나도 이건 오늘 처음 보는 거야.
더 거대한 탱크나 전투헬기를 마주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비현실적인 섬뜩함이랄까? 나조차 그런 기분이 드는데 대교는… 훗~! 역시 우리의 대 교양. 황당하다는 표정일 뿐 그다지 두려워하는 것 같지가 않네.
-뭐, 같은 기술이 들어간 암기를 쓰는 놈들은 만난 적 있는데, 그게… 몽몽.
「조진동(Sonic vibration) 기술을 바탕으로 한 병기입니다. 초진동으로 파생된 에너지를 ‘절단’에 특화시킨 형태로서 저 UFO들의 옆면에도 적용 되어 있습니다.」
-쯧, 네가 저것들을 미확인 비행물체라고 칭하는 걸 보니………….
「죄송합니다. 저의 스캔을 막는 새로운 형태의 장비로 방어되고 있습니다.」
역시나 그렇게 나오시는군.
「현재로서는 ‘무인 장비’일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으음. 그건 비행접시 표면에 이쪽을 보는 창문이나 카메라 같은 것들이 하나도 없는 것 같으니 나도 짐작할 수 있는 건데 응? 이번엔 또 뭐야?
우리와의 거리는 아직 20미터 정도 남아 있다. 처음부터 매우 느리게, 잘해야 사람이 걸어오는 정도의 속도로만 다가오던 비행접시들이 이젠 아예 멈춰서고 있었다.
「해당 명령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전파 감지… 죄송합니다. 암호화 패턴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 계산이 어렵습니다.」
이것 봐라…………?
「…주인님. 약 2.3초 전 위성 하나가 가용괘도 안으로 들어온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뭐?
「현재 이 섬의 시스템과 연결 시도 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몽몽은 이 섬에서 쓸 수 있는 궤도로 움직이는 위성 자체가 없다고 했었다.
「연결 완료. 또한 대규모 데이터의 양방향 전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회선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턴의 방화벽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으음. 그동안 자체적으로도 상당히 진화한 데다. 최근 닥터 제이로부터 수많은 적들의 데이터를 제공받기까지 한 몽몽에게 이렇게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게 하다니…………
나는 새삼 프리메이슨의 저력이 얼마나 깊고 거대한 지를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우리를 살상 전문 비행접시로 포위한 다음에 그런 모습을 위성으로 사방에 생중계 방송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응? 나 지금 혹시… 정답으로 정리해버린 거 아냐?
“아까.”
어, 미령이?
“비밀병기의 시험대상’이 될 거라고 했었죠? 하지만 저놈들, 이미 상품화가 끝난 GOH가 동원된 걸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이 섬은 이번에 ‘신들의 유회’라 불리는 거대 도박장으로 선택된 거였어요.”
ᅳ도박장…?
“종목은 보통 ‘이종 전투’라고 해요. 유명한 특수 부대와 용병 부대간의 실전 전투, 종이 다른 탱크들 간의 전투, 혹은 탱크 대헬기… 심지어 잠수함 과 전투기 등등.. 현존하는 모든 ‘전투 물자’가 이들의 도박에서 ‘선수’가 되는 거예요. …흥! 확실히 일반인들과는 노는 스케일이 다른 자들이기는 하죠.”
아나, 이거, 이거, 이거~ 정말 미치겠네.
“저 GOH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건 아마도 신들의 유희 멤버들이 당신의 인간을 초월한 전투 장면이 소개된 비디오라도 보면서 돈을 걸 만 한 선수인가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보통 1인당 배팅 최소 한도액이 10억 달러이고 100억 달러가 넘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ᅳ핫! 들었냐, 대교? 내 몸값이 최소 10억에서 100억 달러라네? 나 이거 정말 너무 지나치게 출세해버린 거 아냐? 하하핫!
과장되게 웃으며 대교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대교는 평소처럼 ‘진정하라’고 말해 줄 기분이 아닌 것 같았다. 예상 못했던 그녀의 기세에 오히려 찔 끔해버린 나에게 대교의 노기 띤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을… 당신들과 똑같이 웃고 숨쉬며…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을… 그럴 권리를 가진 사람들을… 당신들 멋대로 실험체로 삼고, 놀이의 장난감으로 쓰고… 그런 자신들은 신… 이라고요?”
몽몽을 통하지 않고 직접 말하고 있는 대교의 입가가 가늘게 떨더니 질끈 악물어졌다.
“…까불지 말아요.”
대교・・・・・…?
“약속하겠어요! 언젠가…………! 당신들 모두를 당신들이 가지고 논 사람들과 똑같은 처지가 되게 해주겠어요!”
대교의 약속이자 선언은 놈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 위성을 통해 전세계의 어딘가로 전송되고 있다는 대용량 데이터는 바로 이 런 상황을 담은 것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대교가 지금 왜 이렇게 ‘실험’, ‘장난감’이란 말들에 빡돌아 버린 것인지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신들의 유희? 흥! 기껏해야 악마들의…………….”
-대교! 대교야!
나는 나도 모르게 대교를 소리쳐 부르고 말았다.
-진정해! 진정하라구!
이거, 뭔가 뒤바뀐 것 같은데…….
-릴렉스! 릴텍스~ 캄다운! 캄따아우…운… 맞나?
나의 간절한 설득이(?) 먹혔는지 대교의 타오르던 기운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그만………….」
적어도 현 시대의 대교답지는 않았던 표정과 살기는 어느 사이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비로소 내가 가끔(?) 광분할 때 대교가 항상 옆에서 나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애를 썼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 뭐… 네가 화내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역시 넌 웃는 모습이 더 예쁘. 하여간 더 잘 어울리거든.
나의 몇 마디 말 때문에 그토록 격렬했던 감정을 뒤로하고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대교의 모습이 너무나 미침 듯이 사랑스러워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서며…………
“좋아요, 언니!”
・미령아. 갑자기 고함을 질러 분위기를 깨… 줘서 정말 고맙다! 나 갈수록 왜 이러니? 나 무슨 장소불문때무시염장질증후군⋯같은 병이라도 걸린거 아닐까?
“우리도 약속할게요. 전부 우리가 찾아내주겠어요. 잘난 신들의 유희 멤버들 전부!”
“맞아. 소령이도 동의! 착한 기계들을 이용해서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악마야!”
소령이의 분노는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기도 하지만… 하여간 먼저 알아서 의뢰를 맡아준다면 우리야 고맙지 뭐. 비싸기로 소문난 GM의 의뢰 비를 적당히 ‘직원 가족 특별 할인’ 해주면 더 고맙・・・ 응?
짝! 짝! 짝!
박수소리였다.
한 명이 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여러 명이 동시에 치는 소리 같기도 한 박수 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서 치는 것처럼 요란했다. 사방에 숨겨진 초소형 카메라 못지않게 스피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좋아. 기대 이상이군.”
일단은 젊은 남자의 음성이라는 거 정도밖에는………… 것
“지하무림이라는 독특한 조직의 보스이며 기상천외한 괴인 미스터 진과 아름다우면서도 엄한 파트너……
…이단은 재수 없군.
“GM의 귀여운 아가씨들도 GM이 꽤나 위험한 수준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고…….”
응……?
그러고 보니, 기분 나쁜 건 둘째 치고, 정말 이놈 말대로 소미령이들이 너무 앞서 간 거 아닌가? 나야 직접 싸울 사람이지만 얘들은 정보수집 전문 인데 그걸 미리 광고하고 나섰으니……………
“홋~! 그 무엇보다 날 즐겁게 해주는 건 그대들이 너무나 ‘순진하다는 점이야.”
뭐?
“아니, 아주 가식적이라고나 할까…? 설마 자신들도 타인의 인생을 마음대로 좌우하는 자들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건 아닐 텐데 말이야. 그 런데도 우리에게 분노한다는 건.. 좀 뻔뻔한 거 아닐까?”
이… 자식! 잘도 나의 평소 고민을 걸고 넘어오는군. 하지만 나도 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을 생각을 하긴 했는데 젠장 아직 잘 정리가 안 되는…………….
“착각하지 말아요.”
대교님 강림.
“나도 이분도 당신들처럼 타인을 바라보지 않아요. 우린 타인의 인생을 자기 자신의 인생보다 우선시 하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결코 타인의 인생을, 그 영혼을 하찮게 보지 않아요.”
“호오~”
“나는! 아니 이분은………….”
대교는 날 향해 돌아보며 무한한 신뢰의 눈빛과 함께 열띤 음성을 이어갔다.
“수하들의! 친구들의! 타인들의 인생을 기꺼이 짊어지고 가요! 당신들처럼 가볍게 짓밟는 것이 아니라!”
나도 정체불명의 놈에게서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얼마가 흐른 후에 먼저 그걸 깬 것은 나였다.
“…저기, 대교야. 나 그렇게 대단한 놈 아니거든? 그냥 암 생각 없이 수하들 부리거나 사고도 치고… 근께. 그런 때도 많고 말야. 암튼 너무 그러 면 내가 부담이 좀……………”
대교가 약간 멋쩍은 표정이 되어 내 옆구리를 쿡 찍는다.
에구 그냥 가만있을 걸 그랬나?
무슨 소린가 했더니 웃음이 삐져나오는 징조였나 보다.
“하핫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나 즐겁고 재밌어서 견딜 수가 없다는 웃음소리가 사방을(아마도 섬 전체) 오래도록 울리고 있었다. 나는 대교에게 손을 내밀었고 대교는 그 손을 맞잡았다.
ᅳ・・・ 대교. 곧 시작이다.
뭐, 별다른 논리적(?) 근거는 없었다. 그냥 보통 이 정도 상황에선 적의 보스가 한참 웃다가 별안간 뚝 그치며 선전포고를……
“하핫! 정말이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야. 얄미운 ‘화이트’ 녀석, 이렇게 재미난 장난감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있었군.”
응? 원판? …쯧. 놈과 원판의 관계에 대해서 따지고들 틈은 없을 것 같군. 예의 살상 전문 비행접시들이 일제히 우웅- 섬뜩한 발진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ᅳ대교! 이제 기본 요령은 확실히 알고 있겠지?
「예. 그리고 최선을 다 할게요.」
의욕에 찬 대답을 하면서도 대교의 시선은 먼저 동생들 소미령이들을 향했다.
사실 나도 녀석들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녀석들은 이미 조금 전까지의 자리에 없었다. 본래 GM은 이런게 전공이라는 걸 알면서도 조 금 놀랄 수밖에 없는 수준의 경공과 인법(忍法)이었다.
-걱정하지 마. 녀석들도 GM이야. 물론 천년 전에는 비화곡주 직속 비연대의 정예 멤버였구말야.
비로소 안심의 기색을 띠는 대교에게 나는 우선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럼 우리도 간다!
말과 함께 나는 대교를 안아들며 냅다 튀기 시작했다. 가장 가깝게 다가온 비행접시의 상단을 밟고 뛰어 오른 후. 그대로 여기 저기 나뭇가지나 바 위 끝이고 뭐고 보이는 대로 밟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느릿하게 움직이던 살인 비행접시들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우릴 따라붙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느낌이야 분명 소름끼쳤지만……………
—대교! 어때?
「아. 아직은 자연스럽지가……………」
엄살(?)과 달리, 대교는 너무나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았다. 현천기공으로 대교에게 보내는 내 기가 거의 막힘없이 다시 되돌아오는 걸 보니 말이 다.
자신의 내공을 상대에게 전이시켜 여러 가지 용도로 쓰는 무공은 많다. 지난 번 마녀의 저택에서 대교에게 나의 내공을 보내 함께 호신강기를 펼쳤 던 것처럼 말이다. 그게 일반적이지 못한 이유는… 보통 상대가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대교는………….
몽몽!
「시뮬레이션 결과 이상의 동조율입니다.」
그래. 그래야 우리 대교지.
-대교!
나는 다시 외쳐 부르며 그녀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물론 손과 손은 계속 맞잡고 있으면서 안고 있던 자세만 바꾼. 다시 말해 대교와 나는 함께 나란히 달리게 되었다.
아아-
나란히 함께 대지를 박차고, 나뭇가지를 살풋 밟으며… 우리는 날았다.
「경공이란 걸 쓸 수 있다는 게 아아- 당신이 보는 세상이 이런 거였군요!」
처음(?) 겪어보는 대교가 탄성을 지르는 건 당연했다. 나 역시 처음 중력의 법칙을 멋대로 어길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런 기분을 맛보았으니 말이다. 그런 기분을 함께 천천히 만끽하고 싶기도 하지만……………
-뭐 오네?
나는 간단하게 말하며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직후 우리 발 밀의 나무들이 서걱서걱 잘려나가고 있었다.
-몽몽!
[…・죄송합니다. 아직 분석이……………. J
-뭐, 천천히 해.
사실 살인 비행접시들의 공격은 무섭다. 나도 전에 겪어봤지만 초진동 병기의 파괴력은 내 월광절화결에 버금가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단순하게 오네요.」
-그치?
「이게 놈들의 전부일 리는……………」
대교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철컥.
그런 소리랄까 느낌이 들었다. 그 직후.
타타타타!!
총소리?
어쩔 수 없이 방향을 바꾸는 우리 주위로 마구 파편이 튀기 시작했다. 최첨단 병기치고 조금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나 무서운 공격이었다.
슬쩍 닿기만 해도 뭐든 잘려나가는 초진동 병기가 거리를 둔 상대에게는 총격까지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건 전차의 두터운 장갑까지 뚫을 수 있는 철갑탄이라는, 몽몽의 보고가 있었다.
「아, 그럼 이제 우리도・・・……….」
대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안다. 근데…….
-월광절화결 참화지수… 맛뵈기……………
「예?」
나는 달리면서 그대로 뒤를 향해 정글도를 그었다. 그러나 고개 돌려 뭔가 확인할 생각도 없었다.
「월광절화결 참화지수 형성 48% 적 구조물에 적중되었으나 표면 손상률 24%……」
쯧. 이럴 줄 알았다. 놈들이 자신 있게 내놓은 병기니 말이다.
ᅳ이렇다네, 대교.
「…당신의 최고절기로도 그 정도………….? 그렇다면·
-뭐, 방법 없어. 내가 이것저것 다 때려치고 놈들을 부수는 데만 집중하면 될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몽몽.
「・・・분석 완료.」
그래. 그래야 우리 몽몽 선생이지.
「해당 포인트에……………」
나는 경공 방향을 약간 바꾸며 뒤쪽으로 검기를 날렸다. 월광절화결 같은 고난도 초식은 필요 없었다. 몽몽이 알려준 곳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적중 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칵!
나의 검기가 적의 기체에 틀어박히는 소리를 들은 직후, 비행 인시가 날아드는 괘도가 바뀌고 있었다. 나는 경공을 멈추며 날아드는 비행접시를 보 았다.
콰콰콰콱…………!
엄청난 소리를 내며 비행접시는 바로 우리 코앞까지 굴러와(?) 멈췄다.
-뭐, 반칙을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효율성의 문제겠죠.」
대교는 빙긋이 웃으며 내 손을 더욱 꼭 잡아왔다.
「적들이 먼저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걸 들고 나왔는데 우리라고 고지식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죠. 무엇보다………………」
대교는 자신의 손목 위 몽몽을 내려다보며 웃음을 이었다.
「우리 측 비밀병기는 이렇게 귀엽잖아요.」
뭔가 약간 연결이 의문스러운 칭찬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닐 테고. 어쨌든 몽몽 선생의 분석이 끝난 이상 ‘최첨단 비밀 병기 경쟁’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어서 날아오는 비행접시들을 피하기 위해 다시 경공을 발동하면서 외쳤다.
“봤지? 의미 없어! 몽…………….”
응? 자. 잠깐! 무심코 실언할 뻔했다. 쭛! 놈이 뭔가 프리메이슨 틱(?)하다고 해서 나까지 이럴 필요는 없는데… 나도 모르게 몽몽을 언급할 뻔한 것이다.
프리메이슨에서 진짜 원하는 것은 나보다 몽몽이다.
놈들이 현재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모양인 ‘미래 과학’을 놈들보다 더 완벽하게 갖춘 로봇 몽몽. 하지만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신 분과 목적을 숨기고 있다. 나 역시 그걸 모른 척하고 있다. 그런 이유는………………
“…그 일로 증명이 됐지.”
닥터 제이는 그렇게 말하며 만족스럽게 웃었었다.
“…상어에게 먹힌다는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에서도… 자네의 로봇은 ‘충성’을 다했어. 자신에게 가능한 모든 방법을 포기하고 오 직 ‘주인님과의 연락에만 올인했던 거야. 주인님께서 구해주실 거야. 주인님이 오실 거야. 주인님이라면… 그런 의식이 과연 로봇에게 어울리는 것 일까? …이미 몽몽은 로봇이 아닌 거야.”
그때 닥터 제이가 몽몽을 보는 시선은 기계를 보는 과학자의 눈이 아니었다.
“… 내 주장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지. ‘진유준을 죽인다고 해도 그의 로봇을 가질 수는 없다’ 는 얘기가 말야. 결국・・・ 납득시킬 수 있었어. 그래서 직 자네가 살아 있는 거야.”
…나도 프리메이슨이 언제든 날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는 조직이란 걸 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냉정하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확정되었지. 자네를 프리메이슨이 직접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야. 그러면 몽몽이 절대 제2사용자로서 프리메이슨을 선택하지 않을 테 니까… 몽몽은 원한이라는 감정까지 가질 너무나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니까………..”
그래.
그래서 지금 프리메이슨은 날 공격하면서도 자신들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가 프리메이슨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거고 말이다.
-그래서! 그래서 이러고 있는 건데…
「예?」
-아니, 그게………….
나는 대교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어야 했다. 솔직히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을 언급하는 거 자체가 기분 나쁘지만………….
「후후~」
웃어?
「몽몽은 역시 너무나 귀여워요.」
에?
「요몽도 예쁘지만 몽몽은……………」
-저기 대교야.
「?」
-지금 얘기의 요점은 그게……….
「예. 알아요. 프리메이슨은 진짜 무서운 자들이죠. 하지만… 몽몽은 정말 귀여운 걸요.」
「… 접속 불가・・・ 죄송합니・・・・・・・
「우희! 오빠 수줍어하는… 어?」
요몽이 몽몽에게 끌려가는 기색이 있었다.
「몽몽? 아. 숨은 거니?」
-야. 순진한 애 너무 괴롭히지 마.
「후후 제가 그랬나요?」
-그게 근데 있잖아.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대교가 몽몽을 고양이처럼 다루는 것도 뭐 그럴 수 있겠는데 문제는.
-대교야. 우린 지금………….
「예. 쫓기고 있죠. 꽤 위급하고요.」
대교의 ‘현실상황인식’ (?)은 비교적 정확하다. 난 지금 엄청 긴장된 상태에서 간신히 놈들의 초진동절단과 철갑탄 총격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혼 자가 아니라서 더더욱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데도 대교는 웃고 있다.
「아무리 위험해도! 아무리 엄청난 적이라도… 그래도 전 안심해도 되죠. 그렇죠?」
-에이 진짜~ 이 아가씨 왜 이래?
「몽몽은 귀엽고 당신, 당신은 믿음직스러워요. 이런 제 판단・・・ 틀린 걸까요?」
-아, 진짜 너 왜 이러니. 내 한계 실험하는 거야?
「아하하하~」
대교는 청량하게 웃었고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무서운 적들에게 쫓기면서도 나란히 달리는 소녀에 게 키스의 충동을 느끼는 것은 말이다.
어느 사이, 우린 살인접시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