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78화 : 폭주!
10. 폭주!
대교는 천천히 내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은 반대로 불처럼 뜨거웠다. 나는 이것저것 모든 상황을 떠나서 한 가지만은 반드시 실행되리라는 것을 확 신할 수 있었다. 다카시는 오늘 죽는다.
-…가요.
…그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공을 발동했다. 우린 곧바로 이번 적들의 보스(로 추정되는) L이란 놈이 알려줬던 코스를 빠르게 주파하며 적의 비밀기지 입구로 향했다.
내 앞에서는 보인 적이 없던 무표정에 앙다문 입술.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은 침묵이 대교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교는 알고 있을까?
지금 나의 발걸음이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소교의 친언니인 대교와 비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내 감정역시 상당히 격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한 명이 빡돌아버리면 다른 한 명이라도 차분하 게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랄까?
그런 의식 때문에 나는 애써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제기. 딱히 애써 노력하기도 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러워지는 이 기분은 뭐야?
사실,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동안은 대교와 함께하고 있다는 흥분과 기쁨에 가려져 있었을 뿐… 나의 직관력인지 뭔지는 한참 전부터 붉은 경고 등을 번쩍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쯧. 벌써 도착인가?
더 이상 새로운 적들이 막아서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바위산의 후미진 구석에 위치한 바위 동굴이라. 흠. 지금은 옆으로 치워져 있는 저 커다란 바위가 위장 겸용 대문인 모양이군. 지금까지 중 가장 최악 최강의 적이 도사린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기지의 출입구라고는 해도 겉으로는 그냥 뭐… 전형적이라는 느낌 정도?
ᅳ죄송하지만 이번에도………………
자신이 주도하는 싸움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대교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날 돌아보았다. 걸음을 재촉 하는 대교와 달리 나 는 그대로 멈춰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입을 열어 묻지는 않았지만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대교야. 만약에… 만약 내가 여기서 그만 돌아가자고 한다면… 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그런 말이 나오려는 충동을 일단, 억눌렀다. 곧바로 대답을 재촉할 거라 생각했지만 대교는 그러지 않았다. 천천히 걸음을 물려 다시 내게 다가섰 을 뿐이다.
‘물론 소교를 아주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전력을 보강하고 확실한 작전을 세워서 다시………….?
빌어먹을! 이어지는 내심을 아직 실제 말로 내뱉지도 않았건만 왜 벌써 화가 나지?
‘에이 씨! 알아! 안다구! 나답지 않다는 거! 하지만… 썅! 갈수록 너무 불길하단 말야! 이 내가 자존심을 버린 채 튀고 싶을 만큼!’
결국에는 이런 말까지 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앞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교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정말이지 끔찍하게 싫다. 물론 나 자신 에게도.
-…잠시라도 운기조식을 좀 했으면 좋겠어. 아무리 너의 원앙해비가 있다 해도 내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기반일 테니 말야.
-그야. 음.
대교는 한시라도 빨리 다카시를 요절내고 소교를 구해내고 싶은 심정일 텐데도 결국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즉시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 기조식을 하는 척하면서, 예의 내 직관력이 보내는 경고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적이 너무나 강하다는 점이지…?
사실 언제 약한 적이 있었나 싶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동안 어둠 속에 숨어만 있던 프리메이슨의 본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든다는 게 문제다.
저엘(L)이란 자가 원판과 닥터 제이를 어린애 취급한다는 거 때문만은 아닌 것이 아직 얼굴도 직접 본 일이 없는 엘에게서 어딘가 굉장한 연륜 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할까…………?
아직까지 닥터 제이를 능가 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뭔가 그냥 웬만한 악당 보스는 아닌 것 같다는… 으음. 어쩌면 대교가 아닌 소교 를 납치 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내가 빡돌아서 오기는 하되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채지는 못하도록 소교를, 그것도 다카시 같은 삐리를 앞세워서 말이지.
또한, 조금 전 소교가 동원되었던 것도 마음에 걸린다. 나도 예상 못했던 대교의 빠른 각성과 엄청난 전투력이 선보여졌음에도 오히려 소교를 내세 워 우리를 자극했다.
결국 난 물론이고 동급 내지는 그 이상일 대교의 힘까지도 안중에 없다는… 저 지하기지 안에 그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이렇게나 엄청난 병기들을 동원하고 무대를 꾸며서는 결국 내 수명 조금(?) 깎아먹는 게 목적……………?
내 수명 깍기…………! 전에 닥터 제이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꺼냈었다.
“그러니까. 자네에게서 몽몽을 강탈한다고 해도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진 후 프리메이슨의 수뇌부인 ’12인의 사도’는 크게 두 패로 갈라지게 되었어. 우선 기본적인 전재는 같아. 진유준이란 사내의 반항적인 천성 때문에 회유해서 수하로 거두어들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아, 물론 자네의 탄생부터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본 우리로서는 자네를 순종적인 성격으로 길들여서 키우는 방법도 고려해본 적도 있었어. 하지만… 그 럴 경우 자네가 과거로 날아갔을 때 그곳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고, 그 전에 역사를 건드리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에러. 즉, 자네가 미래 여자를 만나 과거로 날아가는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계획이 취소되었지.”
닥터 제이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소위 ‘진유준 얌전히 키우기’ 계획의 무위론은 그 양반의 주장이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첫 번째 그룹이 택한 건・・・ ‘자연사’였어. 즉, 자네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거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방대한(?) 계획이랄까…………?
“시대를 초월한 생명공학으로 무한한 수명을 얻게 된 자들의 여유인 셈이지. 아, 게다가 자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던 12인의 사도 중에는 어느 사이 자네에게 정이 들어버린 자도 있는 것 같더군. 하핫~! 그자는 자네를 ‘귀여운 아기 호랑이’라고 부르더군. 하하하하~!”
…빌어먹을! 다시 떠오르니까 또 열 받네. 남의 삶을 계속 구경(!)해 오면서 이젠 아예 ‘애완동물’로 여기게 되었다는 얘기니 말이다.
“음… 자네가 자연스럽게 늙어 죽은 후에 몽몽을 인수하려면 평생 암중에 감시하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그들은 그 정도의 수고 를 감수하고라도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성향이야.”
그놈들은 기껏해야 ‘지루하고 번거롭다 정도겠지만… 난 대체, 내 인생은 뭐냐? 죽지 않는 늙은이들의 심심풀이 몰카 감상용?
“두 번째 그룹은… 그들도 일단 자네가 자연스럽게 죽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좀 더 과격하지. 즉, 자네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여서 근원진 기를 쓰게 하겠다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왜 닥터 제이가 내게 근원진기를 쓰지 않는 전투를 강조했는지, 생사금마도결의 완성을 촉구했는지를 깨달았었다.
“근원진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수천 년간 무공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온 이들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한 영역이거든? 거기 그 미래에서 온 몽몽 군도 마찬가지일 테고… 음. 간단히 말해서 근원 진기를 어느 정도 사용했을 때 몇 년의 수명이 줄어드는지, 누구도 모르는 거야. 거기에 그 사람의 본래 수명도 알 수가 없고… 다시 말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근원진기를 쓰는 순간, 그게 바로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는 거지.”
예를 들어, 남은 수명이 3년일 때 3년짜리 근원진기를 쓴다면 그냥 즉사… 뭐 그런 얘기다.
“끝으로 한 가지 더. 뭐, 이 정도까지 들었으면 자네도 짐작을 할 수 있는 얘기겠지만… 자네는 평생 후계자를 얻지 못하게 될 거야.”
난 문득 생각을 멈추고 눈을 떴다. 본래 원했던 사고의 과정과 결론은 아니었지만, 여하간에 내가 해야 할 행동을 결정짓는데 필요한 무언가를 상 기해버린 것이다.
대교는 내 옆에 조용히 서서 바위 동굴 안쪽의 희미한 불빛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천천히 결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교가 날 돌아보았다.
「…끝나셨어요?」
그렇기는 한데 잡념이 많아서 성과는 별로………….
「제가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나봐요.」
대교는 표정을 풀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니, 니 잘못이 아니야. 그보다……….
내가 손을 내밀자 대교는 주저 없이 마주 잡아왔다.
ᅳ몇 명 정도 원해?
ᅳ예? 무슨…………….
-아기 말야. 우리 2세.
-예, 예?
나는 대교가 당황해 하면서 손을 빼려고 하거나 말거나 계속 이어서 물었다.
-조금(?) 이르지만 문득 생각이 나서 말야. 난 형제가 많은 게 좋아서 한 명만 달랑 낳는 요즘 세태가 별로 맘에 안 들거든? 넌 어때?
-아, 아니, 저, 전………….
버벅대며 얼굴 붉히기에 바쁜 대교는 자처하던 21세기 신세대 여성의 모습이 아니었다.
-난 적어도 둘 이상! 그 이하는 절대로 양보 못해!
짐짓 큰 소리를 치며 계속 도망치려는(?) 대교의 손을 더욱 굳게 잡았다.
이런 얘기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할 정도였지만, 대교도 만만치는 않았다(?). 도주를 포기한 대교가 애써 얼굴을 돌려 날 외면하며 모기만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ᅳ가, 가급적 많이………….
엥?
ᅳ저, 전・・・ 외롭게 커서………………
으음. 이유야 어쨌든, ‘가급적 많이’면 대체 몇 명을 말하는 걸까? 설마 야구팀……? 축구팀……? 아니면 무림식으로… 윽!
나는 무심결에 떠오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의 정신세계를 의심해봐야 했다. 내가 떠올린 건 ・・・ 108나한진.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대교와 나는 기세 좋게 동굴로 들어가 적의 소굴로 향하고 있었다. 대교는 나의 뜬금없는 2세 타령 때문에 당혹해하던 감정을 빠르게 추스르고 냉 랭한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대교는 그렇다 치고, 내가 잠시 미쳤지. 그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다니……………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던 건 아니었다. 나란 놈은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그런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성격이 못된다. 그런 내가 그럴 수 있 었던 건, 그만큼 지금 그게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2세의 수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자네는 평생 그 어떤 인재를 만나도 수제자로 삼을 수 없을 거야. 어째서냐고…? 훗! 놈들이 바로 이 세계 그 자체라는 걸 명심해두게나. 심지 어 말야… 사실 내가 대교 양을 탄생시킬 무렵, 12인의 사도들은 그녀의 잉태 능력을 없애두라고 했었어. 만약을 위해서 말이지. 아, 물론 내가 그런 명령을 따를 사람은 아니었지만 말야.”
닥터 제이는 그렇게 경고했었다.
내가 몽몽을 물려줄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 즉, 앞으로 나는 무공을 전수하고 싶은 수제자가 나타난다 해도 그 녀석이 프리메이슨에서 보낸 놈인 지를 먼저 의심해야 하고, 그런 놈이 아닐 경우 프리메이슨에게 암살당할 것이라는 거다.
당연히 나의 2세도 같은 운명을 피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어쩌면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닥터 제이 말처럼 놈들은 이 세계 자 체… 즉, 어디에나 있으며 무슨 짓이든 가능하고 할 의지가 있는 자들이다.
그래! 나와 대교.
우리의 인생은 물론이고 미래의 생명까지도 걸린 전투다.
설사 오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놈이 프리메이슨의 핵심인물이라고 해도, 아무리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해도… 그래도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 부터 놈들과 공존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모양이니까.
…대교.
내가 대교를 부른 것은 전방의 동굴 안쪽으로부터 약간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동굴은 일정 간격으로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는 걸 제외하면 일반적인 바위 동굴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기척에 이은 희미하고 불쾌한 소리까 지도 에코처럼 울리고 있었다.
-・・・ 총기류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
그 방면엔 경험 많은 내가 중얼거리자 대교는 즉시 손에 든 나뭇가지를 피릭 회전시켜 끝을 바닥 쪽으로 향했다. 수식과 기의 흐름으로 보아 지소 파천결(地笑破天)의 지파랑(地波狼)을 쓰려는 것 같았다.
-당신께서도 함께! 5성 공력으로…………….
응? 뭐?
대교는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나뭇가지(이미 하나의 검)를 바닥에 찌르며 지파랑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도 서둘러 정글도를 바닥에 찔러 넣으며 지파랑을 시전했다.
콰아앙-
콰아앙-
거의 동시에 공진이 시작되는 충격음이 울린 그 다음 순간.
쿠오오오오오-
공진이 합쳐진다? 아니, 그뿐 아니라 증폭?
두 개의 지파랑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1+1=2이 아닌 1+1=3, 혹은 4가 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뭐라 표현할 수도 없는 굉음이 울려퍼지며 ‘더블 지파랑의 충격파는 우리 앞의 공간을 휩쓸어버리고 있었다.
어……………? 이건?
후두둑- 무언가가 우리 발 밑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총・・・ 알?
「그렇습니다, 주인님. 증폭된 지파랑의 충격파에 총탄의 전진력이 상쇄된 것입니다.」
이거야 원…………..!
총알을 정글도로 막거나 쳐낸 경험은 있었어도 충격파만으로 이런 건 처음이네. 그리고 충격파가 정말 강렬하긴 했나보다. 이렇게 많은 총알이 날 아올 정도의 공격이 있었는데도 난 적들의 사격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참. 그보다!
_야. 대교 너! 미리 알려주던가 해야지, 갑자기 그러면 어떻게 하냐? 하마터면 타이밍 안 맞을 뻔했잖아.
-후후 제가 먼저 펼쳤음에도 결국 당신께서는 늦지 않았잖아요. 역시 천하의 마군황!
대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고, 나는 더 따지지 못하고 포옥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에구구ᅳ
난 아무래도 대교라는 소녀에게 잘못 걸린 거 같네.
녀석이 감히 노골적으로 날 치고 어른다는 느낌이 들어도 반항은커녕 별로 기분 나쁘지도 않으니… 이게 무슨 변괴란 말인가.
지금까지 나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했던 사람들은 모두 나의 분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몰락(?)했었건만… 아아~ 천하의 사악 진유준이도 이제 다 됐구나 다됐어.
내심 신세타령 (?)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보니 약 50여 미터 정도 앞에 몇 정의 총기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전투화 자국과 탄피 등의 흔적, 기타 모든 정보를 종합해보면… 15인에서 17인 사이의 인원이 빈틈없이 탄막을 형성하여 사격을 가해왔던 것으 로 추정됩니다. 모든 병력이 주인님과 대교님의 지파랑에 의해 격퇴되었으나, 사상자들은 모두 추가 병력들이 후송해 간 것으로 추정되며 .J
쓰러진 자들을 다른 놈들이 서둘러 끌고 가는 것 같은 기척은 나도 들었었다. 그런데……
ᅳ확실히 ‘인간’인 것 같다는 거지, 몽몽. 블러디 울프와 같은 생체강화부대들이긴 했고?
「남겨진 혼적으로 보아 생체강화 처리된 병력이었을 가능성은 91.5%입니다.」
생체강화부대라고 해도 빅 고렘(Big Gorlem) 론 중령이나, 도홍 대령 정도 수준이 아닌 이상 우리와의 전투력 격차가 너무 크다.
흐음… 동굴이 좁다보니(내 키의 두 배 정도 높이에 비슷한 폭) 밖에서처럼 거대한 병기들을 동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실망인 걸? 소형이 라도 오히려 더 첨단 기법이 동원된 병기들이 환영해줄지 알았는데 말야.
“뭐. 이제 겨우 시작이니까.
내가 무심코 그렇게 언급하자 대교가 피식 웃는다.
-왜?
_아뇨. 역시 어쩔 수 없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ᅳ뭐가?
ᅳ들어오기 전에는 여러모로 신중하게 따져보시고 고민도 많으신 것 같더니… 막상 전투가 시작되니 결국 ‘적의 강함을 원하시는 것 같아서요. 쯧. 이 녀석, 아까 내가 운기조식하는 척하면서 딴 생각했었다는 걸 다 눈치 까고 있었구나.
-그야 뭐, 적이 너무 강해도 문제지만, 너무 싱거워도 좀… 음.
내가 잠깐 멈춰선 것은 불과 5, 6미터 앞에서 바위 동굴이 끝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난 건 물론 바위 동굴일 뿐이고 그 앞에서부터는 닥터 제이 의 연구소 복도와 비슷한 느낌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통로였다.
ᅳ…몽몽.
「아직 완전분석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복도 양쪽 벽에 수상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상한 장치?
으음~ 설마?
나는 동굴 벽면의 바위 조각 하나를 정글도로 잘라내서 복도 안으로 던져 넣어 보았다.
…흠. 이런 거로는 별다른 반응이 없군. 그렇다면 일단…………..
우린 살짝 눈빛을 교환한 다음 주저없이 복도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즉시 슈욱ᅳ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볼 것도 없이, 복도와 동굴의 경계선쯤에 금속문이 내려와 닫히는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전방의 복도 역시 차가운 광택의 금속 문이 닫히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린 갇힌 것이다.
부~웅!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전방의 복도 양옆, 나의 가슴 정도 높이에서 가느다란 광선이 뻗어나와 서로 연결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2054년에 실용화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단파장 플라즈마(Shortwave Plasma) 계열의 광선입니다. 예상 위력은 동급 사용 에너 지 비례 레이저 광선의 2.5배입니다.」
ᅳ간단히 말해서 저 광선 빨래줄에 걸리면 뭐든 잘라진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일단은…..
나는 재빨리 몸을 숙였다. 물론 대교도 같은 동작을 취했으므로 단파장 뭐시기 광선은 우리 머리 위를 우옹- 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간단히 지나 간 광선 빨래줄은 우리 뒤쪽의 닫힌 문 앞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스윽 아래로 내려간다.
무릎 정도 높이에서 다시 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네………? 얼씨구? 전방에서는 또 새로운 광선 빨래줄이 생성되네?
우리는 살짝 몸을 옆으로 띄워 두 줄기의 광선 빨래줄음 위아래로 지나치게 하여 피했다.
-대교. 너도 그거 봤니?
-예.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비슷한 분위기이자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큐브.
ᅳ너도 그 영화들 다 봤구나. 암튼. 그런 상황인 것 같지?
공포의 절단 광선이 처음에는 한두 개로 침입자에게 살짝 겁만 주다가(우리는 해당사항 없지만), 곧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형태로 오는 …음. 정말 그러네?
난 우리의 눈앞에서 광선 빨래줄의 수가 좌악 늘어나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놈들을 상대해오며 자주 느껴왔던 건, 영화. 특히 SF영화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기술이 실현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 자체도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헐리웃 같은 곳의 영화 제작자들도 놈들과 관계가 있는 걸까?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어둠 속에 숨어만 살다보니 자신들의 기술을 편법적으로나마 세상에 과시하고 싶은 건지, 그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는 몰라도…………. 나는 말하며 정글도 끝에 내공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대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ᅳ월광절화결까지 쓸 것도 없겠지?
ᅳ아마도요.
우린 의견일치를 봄과 동시에 각자 맡은 좌우의 벽을 위에서 아래로 주욱 그었다. 양쪽의 벽에 디자인 된 장식용으로 보이던 줄무늬들이 우리의 검기(대교는 목기?)에 의해 단절되어버렸다.
-흑시 모르니까………………
난 만약을 위해서 대교와 함께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러나 단파장 플라즈마 광선의 그물망은 따라오던 벽의 선이 끊긴 지점에서 파팟-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사라져버렸다.
“이거 이거・・・ 완전히 일반인(?) 용 트랩이잖아?”
난 일부로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몽몽!
「예, 분석 완료되었습니다. 주인님.
몽몽의 보고와 함께 전방의 문이 스르륵 열려진다.
사실 무서운 기세로 날아드는 절단 광선을 피해가며 그것의 비행(?) 괘도를 벽의 무늬와 연관시키고, 초합금으로 이루어진 벽을 검기로 그어서 그 안의 장치를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마는…………
“우리의 능력을 알지 못하는 놈들이라면 몰라도, 정말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시간 낭비일 뿐이잖아!”
“아아- 이건 진심으로 미안하군.”
보스 엘의 음성이다. 그 직후.
크르루-
대충 그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내공으로 높아진 우리의 청력에나 그렇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잘 들리지도 않을 소리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가 걷고 있는 복도의 천장이 빠르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대략 100미터 정도 거리의 천장이 동시에… 흠. 100미터짜리 프레스기계인 셈인가? …암튼.
‘프레스 천장’이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우리 머리 근처에 오기도 전에 공공보법을 극성으로 펼쳐 통과해버린 후, 나는 조금 더 시비조로 나가기 시 작했다.
“미안하면 다야? 손님 대접이 뭐이래?”
“나도 안타깝지만, 사업은 사업이니… 으음. 사과의 의미로 한 가지 정보를 알려주지.”
“정보……?”
“지금의 대화는 ‘신들의 유희’ 멤버들에게 전송되지 않고 있지.”
응? 설마?
“자네들이 지나고 있는 그 통로에 설치된 트랩이며 병력들 규모와 운용 체계… 모든 것은 신들의 유회 멤버들이 실제로 사용 중인 방어 수단이라 “네.”
“…사업은 사업이라며? 고객들의 목숨이 달린 정보를 퍼줘도 되는 거야?”
“이것도 사업수단의 하나지. 믿고 있던 것들이 간단히 무력화 되는 것을 목격한 고객들은 결국 ‘더 나은 방어 장치’나 ‘병력’을 나에게서 구입하기 를 바라게 될 테니 말야. 아, 게다가 아까 대교 양이 그들에게 적대적인 모습까지 보였으니 더욱 효과가 만점이겠군.”
“…잘났수다.”
“그래서・・・ 미리 사과를 한 가지 더 해야겠군.”
소리가 확실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왠지 놈이 가볍게 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오늘 자네들을 죽인 후… 그 시체를 흔적도 없이 처리할 거야. 이후로도 고객들이 자네와 그 아름다운 파트너의 죽음을 모른 채 경계심을 가지 고 살도록.”
…문득. 원판이 떠올랐다. 이놈이야말로 원판과 소위 ‘동족’이 아닐까…………?
“그럼. 그 어줍잖은 방해물들을 되도록 빨리 처리하고 내 앞에 오기를 기다리겠네. 그때부터 진짜 자네들의 지옥이 시작될 거야.”
빌어먹을 놈………!
지옥・・・・・・?
흥! 어디 두고 보자구. 누가 지옥을 보게 되는지!
동굴에 첫발을 디딘 후, 4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우리는 결국 목적지의 바로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엘이 제공했던 지도가 맞다면, 이제 불과 10여 미터 앞에 있는 문만 열면 지겨웠던 복도가 끝 나는 것 같았다.
그동안 크고 작은 함정을 만나거나 공격을 받은 횟수가 대충 20번 정도 되었지만 우리는 손톱 끝 하나 다친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보람을 느 낀다거나 할 상황이 결코 아니었기에 나는 슬며시 이를 악물며 정글도를 어깨에 걸쳤다.
-어디, 지옥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한번 볼까나?
그렇게 호기로운 말과 함께 문을 밀어 여는 순간, 예상밖의 풍경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애써 발을 떼어 복도 밖으로 나가 흙(혹은 흙과 바위의 중간?)바닥으로 내려가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불과 몇 미터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걸 음을 멈추어야 했다.
엄청나게 넓은… 단일 공간만으로 보면 그랜드캐년의 지하보다 넓은 것 같기도. 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뭐… 냐! 여기 진짜 지옥인 거야?
보통 지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타 오르는 유황불’ 일 것이다.
바로 그 불길… 정확히 말하자면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용암이 거대한 강물을 이루어 좌우로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과 비슷한 지형인 것 같은 건너편도 무시무시한 열기로 인해 일렁 이는 공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지역이 지역이니 만큼, 지하에 용암이 흐르고 있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닌 건지도 모르지만… 이거. 젠장!
이런 거 생전 첨 봐서 그런가? 더럽게 무섭네. 엘, 그 작자는 여기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설마 단순한 협박놀이를(?) 하려고 굳이 이런 장소를 택 한 건 아니겠… 윽!
가까운 지점에서 끓어오르는 용암의 거품들이 퍽퍽 터지며 용암방울(?)이 튀어 오르는 바람에 찔끔 놀라고 말았다. 뜻밖의 상황에 다소 황망한 기 분이 되어버린 나에게 대교의 담담한 음성이 들려왔다
….덥네요.
-응? 어・・・ 그러네, 정말.
용암 앞이니까, 덥다. 너무나 당연한 얘긴데. 그게 왜 나의 지나쳤던 긴장을 풀어주는 걸까…………? …어쨌거나 이 사랑스런 대교.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나이게 만들어 주는 나의 천사.
-공기도 별로 좋지 않고………….
별로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몽몽은 진작에 ‘유독 가스 주의’ 경고를 해준 참이다.
-이런 환경인데 저 건너편에 소교가 있군요.
으음. 그런 거 같군.
나도 내공을 운용하여 안력을 높이니 이글거리는 열기 너머의 상황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소교는 이제 마악 몇 명의 병력들에게 이끌려 용 암의 강기슭으로 오고 있는 중이었다.
ᅳ열 받지만, 허공답보 같은 걸 쓸 수 없는 이상 도저히 경공으로 넘을 수가 없는 거리로군.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 일단 내 생각은 위 쪽으로 어떻게…………
쳇! 무리인 것 같네.
용암의 열기는 천장에 해당하는 저 수십 미터 높이의 바위벽까지 발갛게 달구고 있는 것 같지…? 간혹 녹아서 물러진 덩어리들이 뚝뚝 떨어지기 도 하고… 으- 기어이 왔던 길로 되돌아가며 다른 루트를 찾아보는 방법밖에 없는 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방법이… 젠장! 있을 거야! 뭔가, 뭔가 방법이…………
“소용없어.”
역시 엘이었다.
“여러모로 궁리해보고 있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을 거야. 자네의 능력을 충분히 감안하여 선택된 장소거든. 대교 양의 숨겨진 능력에는 나도 놀랐 지만, 다행히도 이 장소의 광활함에는 미치지 못하더군. 뭐. 그곳을 지나가는 방법은 사실상 우리도 없어. 억지로 우회로를 만들자면 못 만들 것도 없었겠지만, 딱히 필요도 없고 해서 지하기지는 남쪽과 복쪽을 별도로 이용 중이지.”
“…그래서 결론이 뭐야. 여기서 뭐 어쩌자는 거지? 지옥 어쩌고 했던 건 그냥 직설적인 표현이었던 거야? 용암지옥?”
“후후후 지옥이란 그렇게 뜨거운 용암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네. 사람의 마음속이야말로 얼마든지 더 가혹한 지옥이 생겨나는 곳이지. 예를 들어 이런 걸 보게 된다거나………….”
나와 대교는 반사적으로 놈의 목소리가 들리는 복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복도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지만, 이 정도 상황이야 당연한 건데 대체 무슨… 응?
문 앞에 스윽- 입체 영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인물의 모습임에도 직감적으로 놈이 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금발의・・・ 30대 정도로 보이는 백인 남자. 원판처럼 선이 얇고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원판과 달리 여자 틱하지는 않다. 굳 이 비슷한 타입을 들자면 ‘주드 로 ……? 뭐 그런 이름의 외국 남자 배우 스타일인 것 같지?
하지만 저 잘난 얼굴과 젊음은 진실이 아니다. 벌써 몇 번이나 육체를 바꿔가며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왔을지도 모를… 노괴물인 것이다.
하아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놈의 왼손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새삼 징그럽게 번들거리며 ‘제 3의 눈’ 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호오- 그리 놀라지 않는 것 같군.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던 건가? 음. 역시 내가 하운 군과 닥터 제이를 하대한 것이 실수였나 보군.”
예상했다기보다는, 혹시 에이 설마 아니겠거니… 정도의 회피성 심리였다고 할까…………? 벌써 내 앞에 직접 프리메이슨이, 그것도 12인의 사도 중 한 명이 등장하는 건 정말이지………….
“예정에 없던 일이야. 젠장! 당신처럼 성질 급한 사도가 있을 줄은 몰랐단 말야.”
“훗! 그랬을 거야. 난 오래 전부터 모든 사람, 특히 위험인물인 닥터 제이 앞에서는 내 진짜성향을 숨겨왔거든.”
거듭 젠장.
“닥터 제이에 대해서 굳이 감추려 할 필요 없어. 다른 사도들은 어떤지 몰라도 난… 나만은 그가 그렇게 우습지도 않게 죽었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는 나의 기나긴 인생 속에서도 처음으로 만난 진짜 천재이니 말야.”
“……그래서?”
“뭐?”
“당신이 12인의 사도라는 건 알겠고, 그 신분을 드러냈다는 건 지금까지와 달리 몽몽을 그냥 강탈하겠다는 것도 알겠어.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몽 몽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거… 그건 당신이 진짜 천재라고 한 닥터 제이의 충고였을 텐데?”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자신의 조카를 보호하기 위해 그럴 듯한 논리를 만들었을 뿐이야. 내 의견은 조금 다른 것이… 그 몽몽이라는 로봇이 정말 인간에 가깝다면 오히려 다루기가 더 쉽다고 생각하거든?”
그리 뚜렷하지 않은 입체 영상임에도 놈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음… 이제 게임도, 대화도 충분히 즐겼으니 본론을 심플하게 진행하기로 할까? 자, 우선 인질은 자네들 맞은편의 용암 바로 앞에 있다네.”
이거 설마…………….
“즉, 그 가련한 소녀는 언제라도 내 명령에 따라 저 용암 속에 던져질 수 있다는 말이지. 그걸 원치 않는다면, 그 로봇을 내게 양도하게.”
이런 제기. 진짜로 이러네?
“‘심플’ 이란 단어가 단순하다는 뜻 외에도 유치, 치졸… 그런 의미도 있었나? 더구나 12인의 사도씩이나 되는 남자의 행동이 라고 하기에는…………….”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난 권위나 명예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성격이라네.”
뭐 이런 씨바스런 상황이 다 있냐? 대마왕급의 보스이며 두뇌파라면 뭔가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걸 좋아하고, 그로 인한 허점도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단순무식 더티하게 나오니까 오히려 방법이 없다!
“사실, 아까 자네들을 죽여 흔적조차 없앤다고 했던 건 그냥 농담일 뿐이었어. 그러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말게. 로봇만 건네주면 인질은 물론이고 자 네들의 생명과 안전은 내가 보장 하지.”
드디어 전형적인 협상과 허점 찾기의 실마리……………? …아니, 아니다. 놈의 ‘살려준다’는 아무래도 군더더기 없는 진실일 것 같다. 적이지만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놈은 정말 심플하면서도 효율적인 발상의 소유자다.
“…우릴 인질로 삼겠다는 거군.”
“오- 역시 이해가 빠르군.”
마침 키워주려고 하는 다카시 놈이 금동이와 소교를 원하므로 소교가 선택되기는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결국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는 대 신 납치되었을 것이다.
그런 존재를 인질로 몽몽을 빼앗아간다. 그 다음에는 나의 안전을 담보로 몽몽을 협박한다!
빌 어·먹 을…..!
그런 간단한(?) 방법을 왜 난 이제야 깨달은 거지? 게다가 저런 자에게도 천재로 인정받은 닥터 제이는 또 왜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거지? 저 자 말대로 닥터 제이 역시 저자의 오랜 ‘신중하고 인내심 많은 인물’ 연기에 속아 넘어갔던 건가……?
“이런 내가 아직 선택의 시간을 지정해주지 않았군. 음. 지금부터 8분. 그 정도면 되겠지? 난 8이란 숫자를 매우 좋아한다네.”
어쩐다? 저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말을 실행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또 다른 인질을 잡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놈이라는 게 느껴진다.
어쩌지?
일단 몽몽을 넘겨・・・・・・? 몽몽이라면 어디서든 대접받고… 으- 안돼! 몽몽이 놈들의 노예가 되는 것도 싫고, 그건 나 자신과 대교까지 노예가 되는 길이야! 짱! 시간이 너무 없어!
-몽몽! 나의 호신강기가 용암의 고열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아니, 천장 쪽의 온도는? 그곳의 지질, 어디까지 반 용암 상태인지………
내가 그야말로 정신없이 몽몽에게 정보를 요구하며 발악하듯 타개책을 찾고 있을 때였다.
-정말 좋아.
-뭐?
나는 대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바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어 더 확실한 말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 전・・・ 제 동생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겨주는 당신이 좋아요. 누구보다 강하고 용맹한 당신이 좋고, 제 시건방진 어리광을 다 받아주는 당신이 좋 고, 이렇게 이토록 힘겨운 상황에서도 용기와 신념을 잃지 않는 당신이… 전 견딜 수 없이 좋아요. 그래서 전 오늘 정말 행복했어요.
이제 몇 분이 채 남지 않았을 시간이 갑자기 멈춰버리는 것만 같았다.
ᅳ어, 야. 그게, 지금, 저, 그럴 때가………….
-잠시 빌릴게요.
-정글도? 왜?
의문을 표하면서도 난 무심결에 정글도를 내밀었고, 대교는 정글도를 건네받음과 동시에 나의 손목 혈도를 잡았다.
어?
의문을 제대로 표현할 틈도 없이 대교의 손은 눈부신 속도로 나의 혈도 다섯 곳을 제압했다. 난 한 손을 내밀고 선 자세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무, 무슨 짓이야?
-당신께서도 전에 제게 거짓말을 하셨었으니 저의 거짓말도 용서해주시기를….
-뭐?
-전 당신께 두 가지 거짓말을 했답니다.
말하는 중간에 대교는 내 손을 놓았다. 그럼에도 대교의 전음은 끊기지 않았다.
-원앙해비………! 그 심법의 존재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저 역시 비슷한 수준의 내공을 지니고 있을 때만이 가능한 심법이죠.
뭐야…………?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의 내공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건………….
-당신의 내공은 형식상 끌어왔다 다시 보냈을 뿐, 오늘 싸움에서 전 계속 저의 근원진기를 써왔어요.
맙소사…………!
ᅳ…두 번째 거짓말. 그건・・・ 무공에 관한 기억만을 되찾았다는 말. …전 이미 모든 것을 다 기억해냈답니다.
ᅳ뭐? 대체 언제?
-그게 무어 중요하겠어요. 그로써 제가 해야 할, 저의 사명을 깨달았다는 것이 중요한 거랍니다.
ᅳ사명?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당장 이거 풀지 못해?
난 생사현관(生死玄關)이 타동된 몸이라서 웬만한 혈도는 스스로 풀 수가 있다. 그러나 대교는 그것까지 감안하여 풀 수 없는 조합의 혈도들을 제압 한 것 같았다.
ᅳ나의 주인이시어… 부디 오늘의 무례를 용서하시길………….
“야 인마!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이거 안 풀어?”
나는 미칠 듯이 답답한 마음에 전음이고 뭐고 그냥 막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교는 뒤로 몇 걸음을 물러난 후, 내게 큰절을 올리고 있었다.
“야! 대교! 너 왜 이래!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구!”
나의 이어지는 고함 소리에도 대교는 그저 미소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미소를지어 보일 뿐이었다. 천 년 전, 대교가 스스로 내 손을 놓 고 그곳에 남는 것을 선택했을 때 보였던 바로 그 눈물 가득한 미소였다.
“안 돼! 야 인마! 안 돼!”
그러나 대교는 이미 신형을 움직여 용암의 강 위를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근원진기,대교가 지닌 생명의 힘은 지옥의 불꽃조차 열고 길을 내고 있었다.
안 돼! 안 된다구!
움직여! 움직여라, 나의 육체!
야, 이 빌어먹을 새끼야! 움직이란 말야! 또 보고 말았잖아!
또 놓치고 싶은 거냐?
움직여! 움직이란 말야!
제발! 제발! 제발!
무슨 운기법을 어떻게 써서 해혈한다는 개념조차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린 상태였다. 그저 미친 듯이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움직여’를 염원했을까? 나는 막혀 있던 혈도 중의 하나가 찌잉- 뚫리는 것을 느낀 직후, 겨우 비틀 움직일 수 있었다. 허우 적거리는 몸짓이 잠깐 이어지면서 모든 혈도가 일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돼, 됐다!
나는 서둘러 대교가 버리고 간 나뭇가지를 집어들다가 멈칫했다. 그 사이에 이미 건너편의 상황이 종결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교・・・・・・? 괜찮은거냐, 너?
대교는 나의 정글도를 든 채 소교와 금동이 옆에 서 있었고 그 주위에 적의 병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 중 군복을 입지 않고 있는 자의 시신이 바 로 다카시인 것 같았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성공…한 거냐, 대교? 목숨을 걸고, 목숨을 깎아 동생을 구해 내는 데 성공한 거냐…………? 이… 젠장맞을 아가씨야! 덕분에 나도 죽을 뻔했단 말이 다!
나는 다소 허탈해 하면서도 결국 안도할 수 있었다. 쪽팔리게도 약간 후들거리기까지 하는 다리 때문에 슬며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하아아- 빌어먹을.
십년감수했다는 표현이 이렇게 실감이 날 줄은 몰랐네. 어쨌든 이제 여기서 탈출할 방법을
“…잘 들으세요.”
“지금 내가 동생을 구출한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일이기 때문이에요.”
대교가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나의 주인, 마군황께 같은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분은 천년 전, 천하 마인들의 본산인 비화곡의 주인이셨으며 또한 현재까 지지하무림의 주인! 저분에게는 그 어떤 거대한 힘도, 협박도 통하지 않아요. 그래야만 하죠.”
어이- 대교. 너 지금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지?
“미스터 엘! 다른 프리메이슨 12인의 사도 여러분………! 명심 하세요. 마군황의 곁에 있는 자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것은 감히 마군황의 짝이 되길 원하는 소녀 나, 대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엄청난 불길함이 전신으로 엄습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어요.”
나는 그제야 벌떡 일어섬과 동시에 무작정 용암의 강 위로 몸을 날렸다.
근원진기? 난 아직도 그걸 원하는 때에 쓰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난 전심전력,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일직선으로 용암의 강을 뚫고 날았다.
“제발 말도 안 되는 행동하지 마! 내가 간다! 이제 조금만! 이제 금방! 안 돼!”
대교는 주저 없이 용암 속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늦지 않았어! 대교야!
모든 힘을 ‘최대한 빠르게’로 집중한 나와 대교가 허공에서 만났다.
“손을!”
딱 한 사람 분의 팔 길이가 모자란 거리! 그리고 대교의 천년 전과 같은 미소…
-나의 주인, 나의 사랑・・・ 부디 다시 절 찾아주시기를… 이번에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소서.
“야 인마! 제발 손을 내밀란 말…”
늦었…다. 나는 날아갔던 힘에 의해 건너편의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지는 순간까지 대교에게서 눈을 멜 수가 없었다. 한순간 다가왔으나 다시 멀어 진 대교가… 그녀의 몸이 용암 속에 묻혀 사려져가는 모습을… 나는 끝까지 지켜보았다.
뭐…냐………! 왜 그런 거니…? 왜……………? 내가 약해 서……………? 내가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도 죽을 거 같아서? 그래서… 그 런 거니…………? 내가 인질 때문에 약해질… 그런 거 없게 해…주겠다고………? 그래서 내가 약 해서… 너… 또 거짓말 했구나. 내가 믿음 직…스럽다고… 해 놓고…서… 내가 약해서… 내가… 내 잘못…이지…………? 대교가 저렇게… 대교… 우리 대교… 뜨거워서 어쩌지…………? 대교야… 내… 잘못…이지?
꿈…………? 문득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꿈에서 깨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꿈에서 헤어 진… 사람과…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어….. 그래. 그 사람 을 소리쳐 부르면………
“…대교………!”
한… 천 번쯤 부르면 그러면 돌아와 줄까・・・・・・?
“…대교! 대교야…………! 돌아와!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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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 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대교! …제… 발… 제발 돌아와, 인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안다!
아무리 끝없이 불러도 소용없다는 것을!
그래… 대교의 마지막 부탁대로… 난 다시 그녀를 찾아야 한다.
내 발로!
내 손으로!
대교가 어디에.
어느 시대로 떠나간 것이든……………!
모든 공간, 모든 시간, 모든 차원을 살살이 뒤져야 한다…………!
그래…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이런・・・ 이 정도까지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흘러갈지는 나도 몰랐는 걸?”
・엘. 12인의 사도. 이번 적의 보스. 그리고…
“어쨌든 나름 재미있는 쇼였고… 쬐금 감동도 했으니 박수 정도는 보내주기로 할까?”
짝! 짝짝!
놈의 형식적인 박수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은 천천히 일으켜지고 있었다.
대교의 원수…? 아니,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다만 놈은 방해꾼이다. 놈도, 12인의 사도, 프리메이슨… 이 세계 전체가 나와 대교 사이의 방해꾼이다.
“…오라! 나의 정글도!”
대교가 꽂아 놓았던 곳에서 찡하는 소리와 함께 뽑혀진 정글도가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서 내 손으로 들어왔다. 어느 사이 시작된 천지파멸식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기운, 어둠의 불꽃이며 폭풍이 나의 단전으로 휘몰아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의 칼, 나의 분노, 나의 눈물…이제는 멈출 수 없다.
함께 춤추자… 파멸의 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