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22화 : 진유준의 비행 소녀들. (1)

랜덤 이미지

극악서생 4부 – 122화 : 진유준의 비행 소녀들. (1)


8. 진유준의 비행 소녀들. (1)

천 년 전의 묘랑 진하연, 현 시대의 ‘정하은’.

어느 시대, 어떤 이름이든, 나의 여동생이며, 그래서 이렇게 반가운 목소리와 얼굴, 그리고 저 미소! 하지만 젠장! 하필이면 이런 식의 재회라니! 나는 쓰디쓴 웃음을 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녀석은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반가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 그래. 요몽에게도 말했듯, 이미 이렇게 된 거, 부정적인 감정은 내일로 미루고 지금은, 나도 저 녀석처럼 순수하게(?) 재회를 반가워하자. 그리고 저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저 녀석은 내게 있어 쫌(?) 약하지?

“이 녀석, 오래비 오셨는데, 건방지게 앉아서 손짓인사라니! 그 사이 버르장머리가 없어졌군.”

내가 짐짓 퉁명스런 목소리를 내자, 녀석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발딱 일어섰다. 그리고는 얌전히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아하핫! 죄송해요, 오라버니!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오냐! 너도 잘 지냈냐, ‘카디’!”

“윽! 당했다!”

고개를 든 카디, 하은이의 복제인 ‘카디아나 정’은 살짝 혀끝을 물고 아쉬워하는 표정을 떠올렸다.

“이번에도 단번에 알아보다니, 그동안 하은 언니와 더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오빠는 속일 수가 없네요.”

“속이고 말고 할 건 또 뭐냐. 넌 너대로 나에게 반가운 녀석인데.”

“맙소사! 진심인거 같아!”

카디는 뛸 듯이 기뻐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녀석도 분명 진심인 것 같았다.

“하은이는?”

“하은 언니는 같이 오지 못했어요. 아니, 사실 언니는 아직 유준 오빠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지요. 제 눈에는 언니가 유준 오빠를 엄청나게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훤하게 보이는데, 그런데도 이러는 건 이해를 못하겠어요. 훗~ 이래서 저 카디는, 하은 언니가 되지 못하나 봐요.”

카디는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앞까지 와 있었고, 나에게 정답을 묻는 시선을 보내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 낸들 알겠냐. 난 원래 여자애들 마음은 잘 몰라.”

나는 물론 하은이의 현재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일단 대충 대답해 준 거였다. 카디는 실망했다는 듯 피이~ 소리를 내며 슬쩍 한발 물러났다. 녀석은 그래도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다는 표정이 되어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나 카디의 뒤에서 대기 중이던 생체 강화 전사들의 보스인 녀석이 끼어들었다.

“카디님!”

카디님? 저 녀석은 카디를 ‘DP의 제품’이라고 부르던 녀석 아니었나?

“진유준씨와의 재회를 기뻐하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알아요, 알았다구요, 빅터.”

그래. 저 녀석 이름이 ‘빅터’였었지? 저 녀석은 카디를 ‘복제 인형’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았고, 심지어 하은이에게까지 그리 고분고분하지 않는 녀석이었어. 그런데 지금 이 녀석, 카디가 샐쭉한 얼굴로 돌아서서 째려보자, 정말 송구스러워하는 기색으로 눈을 까네?

“죄송합니다, 카디님. 곧 연락이 올 시간이라, 부득이 방해를 하였습니다.”

빅터가 정중하게 사과하며 해명까지 덧붙이자, 그제야 카디는 인상을 풀며, 다시 내게로 돌아섰다. 녀석은 내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처럼의 재회인데도 일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그래. 그런 상황이지.”

내가 비교적 담담하게 대꾸해주니, 카디의 시선은 계속 어정쩡하게 서있는 남자, 해리에게 향했다.

“해리 해리 요원.”

“아, 예! 미스 카디!”

“미안하지만, 이제 아래층 정리 좀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미스 카디.”

해리 요원은 군말 없이 카디의 명령을 받들며 돌아섰다. 나도 함께 타고 왔었던 엘리베이터는 계속 문이 열려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그거부터 정상화하라는 연락을 하는 모양이었다.

“가출 소녀치고는 꽤 출세한 모양이구나.”

“후후. 지금은 노코멘트! 하은 언니와 저의 가출 일기는 나중에 공개할게요.”

쯧. 좀 더 묻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못 되긴 하지. 저 짜증나는 추악 쥐시키 때문에 말이지.

나는 다시 살기를 일으키며 웨인 놈을 돌아보았고, 그 사이 더 몸이 회복되어 소파에 앉아있던 웨인 놈이 찔끔하며 나를 외면했다.

“이런, 이러언~!”

카디는 약간 과장된 목소리를 내며 웨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카디는 하은이처럼 전투력이 전혀 없는 녀석이라, 빅터도 조금 긴장하는 것 같았고, 나도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녀석은 전혀 거리낌 없이 웨인 놈의 바로 앞에 섰다.

“도널드 웨인. 오래된 밤의 귀족으로, 당신 가문의 역사는 이 미국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도 하죠. 밤의 귀족으로서는 드물게 낮의 세계에까지 세력을 넓힌, 밤과 낮의 세계 모두에서 실력자인 분이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셨나요?”

웨인 놈은 카디와 나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느라 대답할 정신이 없는 것 같았고, 카디는 팔짱을 낀 자세로 고개를 조금 옆으로 기울인 채 웨인 놈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가엾어라. 꼭 겁먹은 토끼 같아.”

사내로서, 어린 아가씨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지극히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웨인 놈은 여전히 내 눈치를 살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자가 가엾다고? 토끼? 진심이냐?”

내가 묻자, 카디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 그럴 리가요. 립서비스예요, 회사 고객에 대한 립서비스!”

카디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웃으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고객에게, ‘당신은 징그럽고 혐오스런 기생충이며, 설사 내 앞에서 더 비참한 몰골로 죽어가도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아’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비로소 웨인 놈의 입에서 크윽, 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이를 악물며 포악한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놈은 곧, 흠칫- 몸을 굳히고 움직이지 못했고, 그건 나나 빅터때문이 아니었다. 카디가 여전히 생글거리고 웃는 얼굴로 발산하고 있는, 차갑고 어두우며 피보다 섬뜩한, 어떤 기운 때문이었다.

“고객님. 난 고객님같은 진상 고객은 싫어 하지만 회사에선 고객님을 살려주라는 오더를 내렸네요. 그러니 고객님을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아셨죠? 고객님께선 계속 조용히 입 닥치고 기다려주세요.”

생글거리며 사근사근한 말투였지만, 내용은 약간(?) 썰렁했다. 결국 웨인 쥐시키는 그야말로 찍, 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카디, 저 녀석. 나름 사악한 웨인 놈을, 소위 ‘극악 오오라’로 제압하다니, 그동안 많이 극악 패밀리다워 졌군. 이렇게 되면, 저 녀석의 원판인 하은이의 각성 단계는 더 높을 거라고 봐야하려나? 이거, 나중에 하은이와 재회할 때가 살짝 부담스러워지네, 그려.

“유준 오빠!”

카디는 극악 생글 모드를 거두며 나를 돌아보았고, 내게는 진짜(?) 여동생다운 애교 모드였다.

“어쩌죠? 제멋대로 약속해 버리고 말았어요!”

“너, 협상의 ABCD라던가, 그런 개념은 있는 거냐?”

“에이~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걸 따져요. 사회생활 초년생인 저 카디, 시원하게 한 번 밀어 주세요오.”

“밀어 줘? 절벽에서? 아님, 때를 밀어 주랴?”

“으~ 아재 개그, 더블 작렬!”

쯧. 더 따질 것도 없이, 분위기는 이미 건전하게 파토났군. 하긴 뭐, 내가 웨인 놈을 지하에서 잡지 않고 여기까지 도망쳐 오는 것을 허용했을 때부터, 이런 결말이 예정되어 있긴 했지.

“좋아, 카디. 오늘은 네 얼굴 봐서 참아주기로 하지.”

“오우~ 고마워요, 유준 오빠! 음, 그런데 ‘오늘은’이라고요?”

“그래. 너도 알다시피, 내가 원한 관계에 있어서는 쬐끔 성실 하잖냐.”

“으음. 유준 오빠의 그런 성격은 저도 좋아하지만, 여기 이 고객님은 우리 회사와 꽤 많은 거래 관계를 맺고 있어요. 더 이상 적을 늘여도 괜찮겠어요?”

“글쎄? 나도 굳이 귀찮게 CIA와 싸우고 싶지는 않아.”

“후후. CIA와 싸우기 싫은 이유가 고작, 귀찮아서라고요?”

“그것도 그거지만, 사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엄연히 동맹, 심하게 말하면 혈맹국이라고도 하잖냐. 나도 사실 어느 정도는 친미파야.”

첫 접촉부터 약간이라도 내 쪽에서 굽히고 들어가는 태도를 보이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지.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모범청년으로서, 아무리 개인적인 쌈박질 도중이라도, 우리나라의 국가 대사인 안보와 외교 문제에도 신경을 좀 써야… 크흠. 암튼.

“어쨌든,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내가 저 놈을 어떻게 할지는 가급적 너희들과 협의하에 행하도록, 그렇게 노력해 보마.”

나의 두리뭉실 어정쩡한 말에도, 카디는 즉각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훗. 알겠어요. 상부에 유준 오빠의 뜻을 잘 전달해 보겠어요. 우훗.”

카디 이 녀석. 말끝에 웃음을 베어 무는걸 보니, 내가 지금 어떤 꿍꿍이인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약간 감을 잡은 눈치로군.

“고객니임. 요청하신 ‘생존 서비스’는 이렇게 잘 처리되었습니다. 다른 문의사항 있으신가요?”

카디는 ‘사랑합니다, 고객님’ 모드로 웨인에게 물었고, 놈은 웃어야할지 어째야할지 대략 난감인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당장은 카디 덕분에 죽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카디를 보는 시선에 조금이라도 불순한 마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 쥐시키는 이 자리를 모면하자마자 본성을 되찾을게 뻔하지만, 그래봤자 감히 카디나 하은이에게 허튼짓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는 못하겠지? -몽몽. 이쯤에서 산드라팀의 의식 추적을 종료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주인님.」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웨인 놈의 숨통을 끊어놓지 못했을 시점에서, 산드라팀에게 ‘의식 중계방송’을 멈추고, 좀 더 심층 의식까지 읽는 것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려 두었었지. 산드라와 리버가 읽어낸 웨인 놈의 심층 의식까지 몽몽이 분석해내면, CIA와 심각하게 충돌하지 않고도 웨인 놈을 끝장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웨인 놈에게 싱긋 웃어 주었다. 놈은 아직 영문도 모른 채 전율하는 것 같았다.

「주인님. 코드명 카디에게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추적 및 도청 여부를 결정해 주십시오.」

-됐어, 몽몽, 오늘은 여기까지.

도청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카디는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대디? 아, 카디의 실수! 지금은 공무 수행중인데!”

대디? ‘아빠’? 아니면 그냥 그런 발음의 사람 이름이나 별명? 으으음~ 모르겠다. 저 녀석과 하은이가 CIA와 어떻게 얽혀있는 건지가 궁금하긴 하지만, 저노무 쥐시키 때문에 며칠 빡시게 근무(?)했더니, 조금 피곤해지기 시작했어. 저 가출 소녀의 가출 일기는 나중에 따로 들을 수 있을 테니, 지금은 이쯤에서 신경 끄자.

“빅터.”

그래도 카디의 전화 통화 중에 그냥 가기도 뭐해서, 빅터를 불러봤다.

“당신말야, 얼마 전까지는 카디를 ‘복제 제품’쯤으로 여기지 않았었나? 오늘 보니 태도가 조금(?) 바뀐 거 같네?”

“그건…….”

빅터는 심하게 명랑한 톤의 수다스러운 분위기로 공무전화를 하고 있는 카디를 보며 멋쩍은 표정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레이스 공주님 담당으로 배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공주님과 카디님을 함께 모시게 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주제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그런 레벨의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으으음. 이 친구, 전에는 분명히 하은이의 영혼이 카디의 몸으로 옮겨갔을 경우에만 카디를 인정하겠다는 식으로 말했었어. 그런데 얼마간 함께 지내다보니, 영혼은 둘째 치고, 신체 DNA단계에서 깨갱하게 되었다는 얘기로군.

“그런데 진유준님. 오늘은 혼자 오신 것입니까?”

빅터는 문득 물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번의 그 아가씨, ‘지하무림 최고의 살수, 명부화’라고 했던가요?”

이 녀석, 아까 나와 싸울 맘도 없으면서 공연히 시비조로 나왔던 건, 은사마군 때문이었던 건가?

“오늘 다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이군요.”

누가 들으면 이 녀석이 그때 은사마군에게 삘이 꽂혀서 재회를 기다려온 것으로 오해를 할 만한 대사였지만, 그때 이 녀석이 꽂힐 뻔한 건 삘이 아니라, 칼이었지. 은사마군이 자신의 후위를 점하며 목에 칼을 댈 때까지도 그녀를 인지하지 못했던 기억이 꽤나 각별하긴 했었나보군. 물론, 이번에는 결코 그런 일을 당하지 않고, 그때의 수모를 갚아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거고 말야.

“저승꽃, 은사마군. 그녀를 기다렸다고? 훗. 하지만 자네는 오늘도 그녀가 뒤에 서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빅터는 물론이고, 실내의 모든 생체 강화 전사들이 안색이 변하면서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다른 녀석들도 그때 은사도객들에 의해, 빅터와 똑같은 꼴을 경험했었던 것이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빅터는 빠르게 자신의 등 뒤 감각을 체크하고는, 애써 동요를 누르며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뒤를 돌아보고 싶은 본능을 억누른 통제력 하나는 칭찬해 줄만했지만, 나의 장난은 반쯤(?)만 장난이었다.

훗. 빅터 녀석, 내가 턱짓으로 한 번 더 재촉하고서야 뒤를 돌아보고 경악(?)하는군.

은사마군이 빅터의 바로 등 뒤에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빅터와 생체 강화 전사들 모두의 좀 더 뒤쪽, 아까 카디가 앉아있던 의자의 등받이 뒤에 서있었다. 생체 강화 전사들은 그녀가 언제부터인가 자신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섬뜩한 기분이 드는지, 다들 무심결에 자신들의 목을 만져보고 있었다.

“은사마군. 철수하자.”

“복명.”

은사마군은 이제 막 통화를 끝내고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있는 카디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태연한 걸음으로 생체 강화 전사들 사이를 통과해서 내 뒤로 돌아왔다. 빅터는 은사마군이 자신의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데도 멍하니 굳어진 채 아무런 반응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 빅터 옆으로 카디가 나서며 쿡쿡- 작게 웃었다.

“빅터. 이번에도 유준 오빠가 아니었으면, 저 언니의 얼굴을 보지 못할 뻔 했네?”

“카, 카디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그래요. 저 언니는 아까 유준 오빠와 같은 엘리베이터로 올라왔어요. 그 후로도 모두의 시선과 관심이 유준 오빠나 나에게 집중될 때마다 은밀하게 움직여서 조금 전의 위치까지 온 거예요.”

카디, 저 녀석. 무공을 익힌 적도 없고, 특별한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녀석이 잘도 혼자만 은사마군의 은신술을 파악하고 있었군. 저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이랄지, 그런 것들이 ‘진짜 무서운 특수 능력’일지도 모르지.

“유준 오빠. 방금 철수한다고 했죠?”

“그래. 너나 나나, 이번 일 뒤처리하려면 쫌 바쁘게 됐잖냐.”

“후후. 그렇긴 해요. 그런데, 오빠. 오늘 저의 등장 점수는요?”

이 녀석, 또 점수 타령이군.

“75점.”

“에? 이번엔 또 왜요?”

“연출의 신선미가 떨어졌고, 그밖에도 감점 요인이 많다만, 그래도 너희들이 나름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갖고 왔으니, 기본 점수를 많이 준거다.” “우~ 유준 오빠는 점수가 너무 짜요. 저의 러브리 닥터 제이는 항상 90점 이상을 주었었는데!”

“훗. 그 얘긴 이제 됐고, 그보다 하은이에게는 내말을 좀 전해다오.”

나는 눈빛을 반짝이는 카디 앞에서 잠깐 하은이와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면서, 하은이에게 직접 말하는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이봐, 가출한 비행 소녀. 이쪽의 비행 소녀들도 보고 싶어 한다. 조만간, 함께 보러가마.”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