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33화 : 모래 지옥 II.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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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33화 : 모래 지옥 II. (3)


1. 모래 지옥 I1. (3)

썰렁한 명령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대원들은 용감하게 나서기 시작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뛰쳐나가는 인간은 역시나 천음마군이었다. 

“바이킹! 바이킹이란 말이지! 크흐하핫핫!”

천음마군도 바이킹 족의 이미지를 좋아하고, 꼭 싸워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해골 바이킹쪽에서도 성질 급한 놈이 먼저 달려와서 천음마군에게

달려들었다.

우어어억!

“우오오!”

콰깡!

바이킹의 도끼와 천음마군의 견신(犬神정육점 칼)이 격돌하며 굉음과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 야수 같은 포악함과 저돌성도 비슷했고, 실제적인 스피드와 파괴력도 막상막하로 보였고, 그만큼 치열한 접전이었다.

과연 바이킹은 해골바가지여도 바이킹인가? 다른 계열의 스켈레톤들과는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강해! 이정도면 웬만한 생체강화전사를 압도할 정도인데, 이런 바이킹 해골들이 수백 명인 현재의 상황, 역시 쉽지는 않겠어!

우워어~!

내 앞으로도 돌진해 온 바이킹 해골이 거침없이 도끼를 휘둘러왔다.

까앙!

비교적 간단히 옆으로 쳐냈으나, 정글도를 통해 전해져오는 충격에 손아귀가 찌릿찌릿할 정도였다. 내 몫의 바이킹 해골은 조금 흐트러졌던 태세를 빠르게 바로잡는가 싶더니, 다시 맹렬하게 공격해 왔고, 나 역시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마주 정글도를 휘둘렀다. 격한 타격음이 울려 퍼지면서, 나도 모르게 내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손맛, 죽이는데?

각성한 ‘구목’ 녀석과 칼을 맞댔을 때 이후로 간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었다. 그래서 계속 나도 모르게 몇 번이고 바이킹의 도끼질에 맞장구를 치듯 정글도를 휘둘렀다. 어느 순간, ‘이럴 때가 아니야’라는 자각과 함께 패턴을 바꾸어, 바이킹 해골의 목을 쳤을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우랴압!”

괴이한 기합성을 내지른 천음마군의 칼도, 그가 상대하던 바이킹 해골 머리를 날려 버리고 있었다. 우리 앞의 바이킹들은 거의 동시에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장대한 분위기로 기세등등하던 바이킹 전사가 무너진 블록 장난감처럼 작은 뼈무더기가 되어 버리는 모습은 상당히 허무한 비주얼일 수밖에 없었다.

천음마군 저 인간, 살짝 허탈해하다가 금방 다시 신나게 돌아서는군. 비슷한 수준의 적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니 저럴 만도 하지만, 불행히도 이제부터가 진짜 문제지.

-천음마군! 방심하지 마! 스켈레톤은 이정도로 죽지 않아!

-예?

흠칫 굳어지며 다시 돌아서는 천음마군 앞에서, 그가 해치웠던 해골과 뼈다귀 더미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빠르게 움직이며 다각 다각, 재조립되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앞의 뼈무더기 역시 빠르게 부활하여 땅에 떨구었던 도끼를 다시 집어들고 있었다.

“뭐야, 이거!”

천음마군은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구겼고, 나도 쓴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쳇. 역시 실버 스켈레톤처럼 이놈들 이마에도 피로 죽음의 문장을 새겨줘야 잠재울 수 있는 건가? 번거롭고, 피 같은 피도 아깝, 응?

재조립되어 부활한 바이킹 해골들은 우리에게 당하기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놈들은 우리를 무섭게 노려보며 씩씩대는 기색이면서도 덤벼들지는 않더니, 결국에는 패액- 몸을 돌려 돌아가 버리기 시작했다. ‘우씨! 졌다! 인정! 니가 짱먹어!’ 딱 그런 태도였다. 나와 천음마군은 하핫!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바이킹 이 친구들, 이거, 이거.

우오워어어~!

다른 바이킹 해골들이 달려들어서, 우리의 정글도와 견신이 신나게 춤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나는 천음마군과 달리 ‘명색이 왕땅인 관계로,

마음 편히 싸움을 즐기지는 못하고 적당히 맞대응 해주면서 새삼 전체 상황을 살펴야했다.

이거야 원. 이 바이킹 해골 부대, 엄청난 기세로 몰려들어 오긴 했지만, 결국에는 우리의 머릿수에 맞춰 일부 병력만 달려들고 있어. 우째 이럴 기미가 보여서, 나도 잠깐은 싸움을 즐겼던 건데, 정말로 계속 이렇게 나와 주네. 게다가 그냥 머릿수만 맞추고 있는 것도 아니야!

수백 명의 바이킹 해골들 군대는 우리를 에워싸고 두터운 포위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이 엉성하게 뚫린 형태였다. 뒤로 어느 정도 물러나있는 리치몬드와 피비에게는 아예 거리를 두고 접근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았다.

그건 본래 자신들의 주인인 리치몬드를 두려워해서 그렇다고 칠 수도 있겠으나, 리치몬드 일행보다 포위망 안쪽에 서있는 산드라도 한가(?)하긴 마찬가지야. 산드라 저 아가씨, 양 손에 단검을 쥐고 임전태세를 갖춘 채, 벌쭘해 하고 있군.

그럴 만도했다. 무섭게 몰려든 바이킹 해골들이 그녀로부터 불과 몇 미터 밖에까지 우글거리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 그녀를 생까고 포위망 안쪽의 싸움 구경을 하면서 자기편 응원이나 하고 있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한가한 것은 그녀뿐이 아니고, 아니, 아니! 바쁜 병력 따지는 것이 빠르겠군. 나와 천음마군, 조담, 길모르, 시그마, 딱 이렇게만 지금 싸우고 있는 거야. 여자와 아이들은 열외, 심지어 불무도 사형제까지 멀뚱하게 놀고(?)있는 상황! 즉, 남자라도 비무장인 상대에게는 덤벼들지 않고 있어. 이거, 이거, 바이킹 이 친구들, 아주 제대론대?

나는 어린 시절, 바이킹족에 대해 상당한 호감 환상을 가졌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바이킹족들의 멋진 무용담들도, 많은 서양의 전설이나 동화처럼 지나치게 미화된 것이라는 의식도 생기게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나의 머릿속에는 ‘용맹무쌍하면서도 낭만적인 바이킹 해적의 환상’이 남아 있었다.

오늘 만난 이 바이킹들은, 적어도 ‘긍정적인 마초 근성’을 가진 놈들이긴 한 거 같아. 그럼 이제 어디, 살리나의 반응을 좀 볼까? 저 여자는 자신의 임시(!) 부하들이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을까?

아니었던 모양이다. 살리나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살리나 앞에 있는 바이킹 해골은 아까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던 녀석이었는데, 유독 더 거대한 체형과 분위기로 보아, 그가 두목, 혹은 족장이지 싶었다.

바이킹족장이 임시 사령관의 압박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뭔가 하려는 눈치로군. 음. 자신의 투구에 붙어있는 뿔을 뽑아낸다? 아, 저게 명령 전달용 뿔나팔, 혹은 뿔고둥이 되는 거군.

뿌우우우우우~

해골이 뿔고둥을 입에 댄다고 해서 소리가 나는 것도 이상하긴 했으나, 하여간 족장의 뿔고둥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바이킹 해골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바이킹 해골 전사들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 있었으나, 곧 모두가 도끼를 치켜들며 새삼스런 살기를 뿜어냈다. 우리에게 1차로 패하고 깨끗하게 돌아섰던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쳇. 이제부턴 ‘전사로서의 싸움이 아닌, 전쟁’이라 이거지?

크와아아악~!

일제히 개떼러쉬에 들어간 바이킹 해골들에 맞서 우리쪽 병력들도 본격적으로 전투를 개시하고 있었다.

“크핫! 좋아! 좋다구!”

더욱 광분하여 신명나는 칼춤을 시작한 천음마군은 그렇다 쳐도, 조담 녀석도 저렇게까지 행복해(?)할 줄은 몰랐네.

“얼마든지 와라! 서양 해골바가지들!”

큰소리에 걸맞게 연속으로 펼쳐지는 생사금마도결의 절기들이 바이킹이고 뭐고, 추풍낙엽처럼 해치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해골의 비주얼에 내심 주눅이 들어서 소극적이었던 모양이지만, 직접 부딪쳐 싸우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듯 했다.

키잉! 키이잉~!!

길모르가, 특유의 진동음과 함께 휘두르는 도끼에, 분쇄되는 바이킹 해골들의 모습이 가장 이채로웠다. 길모르는, 처음 상대했던 바이킹의 도끼를 빼앗아서, 그걸 ‘초진동 도끼’로 쓰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진동음 때문에 ‘스타워즈’의 광선검, 아니, 광선 도끼로 싸우는 광경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투웅!

마침 주목하지 못했다면, 가까운 거리의 나도 알아채지 못했을 만큼 조용한 타격이었다. 불심 청년 유인호는 바이킹의 무시무시한 도끼질을 최소한의 동작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함과 동시에 성큼 다가섬으로서, 마치 상대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혔고, 그 직후에는 여지없이 바이킹의 뼈마디가 분해되고 있었다.

상대방 몰래하는 은신술도 아닌데, 격전 중에 저런 접근이 가능한 것부터 대단하고, 바이킹의 강한 통뼈를 맨손으로 아작내는 암경(暗勁)도 무섭구먼. 역시 ‘사신 S’의 고수였어. 흐으음. 인호의 사제인 정훈, 저 친구도 나름 잘 하는군.

정훈의 움직임은 인호보다 군더더기가 많기는 했지만, 그 격차가 크지는 않아보였고, 특히 바이킹의 통뼈를 박살내는 발경의 위력은 인호 못지않은

것 같았다. 불무도 청년 두 사람의 전투는 다른 어벤져스에 비해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적의 숫자를 줄여주고 있었다.

불무도 콤비의 선전과 비교하자면, 크루버의 웨어 울프 소대는 다소 실속이 없는 거 같다고 할까? 눈부신 스피드와 위력적인 발톱질을 무기로 바이킹 해골에게도 뒤지지 않는 용맹함을 보여주고 있기는 한데, 겨우 평수를 이루고 있을 뿐, 좀처럼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 물론, 지금 마침 구름 속에 숨어있는 달님께서 모습을 드러내고 방긋 웃어줄 경우에는 크게 달라지겠지만, 그걸 바랄 수는 없지. 현재 웨어 울프의 머리수가 더 많은 쪽은 적진이니 말야.

피! 칵! 피잇! 깍!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릴 때마다 해골의 목이나 허리가 잘려나가는, 다른 전투에 비해 조촐한듯하면서도 정확하게 원샷 원킬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는 시그마! 천음마군쪽이 ‘망나니 칼춤’인 것에 비하면, 시그마의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기까지 한 펜싱 동작은 그야말로 ‘예술적인 춤’을 보는 것 같았다.

으음. 남정네들이 잘 싸워주고 있어서 여성 지원조들도 바쁘구먼. 산드라는 자신이 직접 싸울 틈도 없이 부지런히 초고속 이동이나 단거리 워프까지 써가면서, 쓰러진 해골 위에 ‘죽음의 문장 봉인’을 하고 있어. 엘사, 안나, ‘레잇 고 자매’도 산드라 만큼은 못해도, 무지 바지런하게 싸돌아 댕기며(?) 산드라의 일손을 거들고 있네.

문제는 산드라와 레잇 고 자매들이 봉인 문장을 새겨 넣어서 부활을 막는 숫자보다, 그녀들이 가기도전에 부활해버리는 바이킹들이 훨씬 많았고, 바이킹들도 어느 정도 무시하던 그녀들을 마크하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분명, 당장은 우리가 전혀 꿇리지 않고 있긴 한데,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 질 것은 뻔한 일이지. 우린 아무래도 체력이든 초능력이든 지구력에 한계가 있는 반면, 바이킹 해골들은 그야말로 무한 체력일 테니 말야. 게다가 왠지, 바이킹들은 아직도 뭔가 허전하달지, 지금이 전력의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역시 이쯤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좋겠지?

-리치몬드! 바이킹들을 지배할 수 있는 ‘보물’, 그건 꼭 몸에 지녀야하는 거라고 했지?

전음으로 물으면서 슬쩍 살펴보니, 리치몬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까 살리나가 바이킹의 족장 해골에게 명령을 내릴 때,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가슴께로 손바닥을 가져다대는 것을 보기도 했었다.

목걸이나 뭐 그런 형태로 지니고 있겠군. 어쨌거나 살리나를 통째로(?) 확보하면, 바이킹과 끝까지 싸우지 않더라도 게임셋인데, 잘될까 모르겠네. -대교! 아무래도 슬슬 우리도 시작해야겠다.

내 전음을 받은 대교가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대교는 싸움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와의 거리가 멀어진 채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거리는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유지되던 거리’는, 대교가 언제라도 한순간에 날아와서 내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의미했다.

아까 샌드 킹 구역을 통과할 때, 나와 대교가 원앙해비를 이용한 초음속 공공보법을 펼쳐보였던 것이 실수였달까? 살리나가 그걸 봤는지, 저 여자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계속 친위대 무리의 뒤에서 언제든지 튈 태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초장에 나와 대교가 초음속으로 쳐들어가서 살리나부터 잡아 버렸을 거야.

살리나도 나름 상급의 뱀프, 우리가 아무리 손을 잡고 원앙해비를 써도 살리나가 초고속 이동으로 냅다 튀면 놓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가 지금 등지고 있는 모래산 아래에는 폭과 높이가 5, 6미터정도 되는 동굴이 있었고, 그 동굴 입구를 우리 중 누구도 부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돌문이 거의 다 막고 있었다. 여차하면 닫다 말아서 빼꼼히 열린 틈으로 달아나려는 심산인 것이다.

-얘들아! 시작한다!

「’오케이, 유준 오빠」

전자 전음 대답이 들려 온 직후, 하늘로부터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었다. 일찌감치 하늘로 날아올라 대기 중이던 미령이 팀이 드디어 발동한 것이었다.

퍼엉! 펑! 꽈릉! 빠직! 콰앙! 쿠엉!

아이구야! 미령이의 화염구와 토르의 전격, 소희의 묵정 사격이 일시에 쏟아지니까, 아주 난리가 아니네! 내가 시키고도 내가 무섭, 아니, 이럴 때가 아니고!

-대교! 가자!

이미 내 손을 마주잡고 있던 대교의 작은 손바닥으로부터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기운이 전해져 오면서 나의 기와 어우러지는 순간, 우리의 신형이 맹렬하게 쏘아졌다. 자욱한 모래 포연을 한순간에 뚫고 적진 앞에서 급브레이크!

그래도 늦었, 아니, 아직!

눈치 빠른 살리나는 벌써 동굴 입구 앞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녀와 우리 사이를 생체 로봇들과 웨어 울프들이 우르르 가로 막았다.

“살리나!”

번쩍!

내 일갈에 흠칫, 아주 짧게 멈칫했던 살리나의 몸을 나의 삼시전결이 꿰뚫어 버렸다.

“크윽!”

신음성과 함께 고꾸라진 살리나의 몸이 크릉~ 닫히는 바위 문에 가려지더니, 결국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소위 간발의 차로 놓친 셈이었다. -포격팀, 중지! 아니, 재밌으면 적당히 계속하던가!

명령과 번복을 애매하게 하면서 돌아보니, 예상대로 토르는 전기 아끼느라 알아서 공격을 멈추었고, 소희도 굳이 더 묵정 사격을 할 마음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미령이는 신나게 화염구 투척을 계속 즐기고 있었다.

훗. 바이킹 해골들은 불을 싫어하는 건가? 불붙는다고 죽는 것도 아닐 텐데 불길을 피하느라 허둥대는 놈들이 많아서 재밌구먼. 하지만 우리 미령 공주의 공격은 우리편도 피해야 할 판이니, 도움만 된다고 보기엔 쫌 그렇군.

-소냐! 비에이를 내보내서 미령이와 균형을 좀 맞춰주라고 해. 아, 가야도 심심하면 이제 나와도 되고.

「’예. 그럴게요, 왕대장.」

문자 전음까지 얌전한 소냐의 대답이 있은 후, 포위망 바깥에서 소냐의 투명화 능력으로 몸을 감추고 있던 가야와 비에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에이는 눈보라를 일으켜서 웨어 울프 한명의 털에 붙은 불을 꺼주었고, 진동파 소녀 가야는 길모르 선생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그에게 합류하고 있었다.

손바닥을 댄 지면에 강력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소녀, 가야. 저 아이 역시 각성과 함께 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해졌는데, 너무 위험한 수준이어서 오히려 당분간은 능력 사용을 억제한 상태로 길모르 선생의 개인 지도를 받기로 했다지? 끄으음. 그거야 지금은 어쨌든!

“이봐. 친위대 여러분!”

두 무리의 친위대 병력들은 내가 등을 돌리고 있는 동안에도 아무런 공격을 해오지 못했고, 내가 자신들을 부르며 돌아보자, 흠칫 놀라 긴장할 뿐,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와 대교가 날아왔을 때는 반사적으로 나서긴 했으나, 자신들 사이를 뚫고 날아간 삼시전결이

살리나를 요격하는 장면에서 질린 건지, 다들 계속 굳어져 있는 상태였다.

“당신들의 임무는 어차피 시간 끌기’였을 거야. 하지만 우릴 상대로 그럴 수 있을까?”

나는 대교와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두 무리의 친위대가 좌우로 갈라져 길을 텄다. 처음으로 가까이 만나게 된 웨어울프들의 홍일점, 지나가 입을 열었다.

“진유준님! 제가 지금 이렇게 변신하고 있지 않는 것은, 살리나의 뜻이었습니다.

이 여자, 가까이서 대하고보니, 얼굴이며 몸매, 목소리까지도 심하게 섹쉬한 스타일이었군.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여자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진유준님은 여자에게 친절하니, 이런 모습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살리나가 뭔가 착각을 했던 것 같군요.”

크흠. 이 여자, 방금 살리나에게 칼질 한 사람 민망하게, 그런 걸 굳이 집고 넘어 가냐 그래.

“훗.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였나요? 어차피 당신이란 남자는 제가 어쩔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존재인 것 같으니 말입니다.”

뭐야, 이거. 항복 선언은 진심인 거 같은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호전적인 기운을 발산하고 있어. 이 여자, 지금 내가 아닌, 내 뒤쪽의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누굴 이렇게 이글거리는 눈으로 보고 있는 거지?

“사실, 제가 한 눈에 반한 남자는 따로 있습니다.”

이거야, 인간적으로 사랑을 느꼈다는 건지, 늑대적으로 식욕을 느꼈다는 건지, 구분이 안 되네. 그보다 누구지? 응? 천,음,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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