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34화 : 웨인가의 비극. (1)
2. 웨인가의 비극. (1)
홍콩의 밤거리를 주름잡는 향주련의 광호(虎), 천음마군.
그러나 물론, 미친 호랑이라는 건 별명일 뿐이고, 너무나 당연히도 천음마군은 ‘인간 남자야. 그런 그를 여자 늑대 인간이 점찍었다고? 우리 천음마군의 짐승성(?), 혹은 야수성이 진짜 야수의 관심을 끌 정도였던 건가?
우리 어벤져스 사막 원정대와, 바이킹 해적 군대와의 치열한 전투는 아직 한창 진행 중이었고, 미령이팀의 공중 포격 때문에 더욱 어지러운 난장판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천음마군은 누구보다 빠르게 난장판을 뚫으며 이쪽으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남자는 언제나 직진! 이게 본래 천음마군의 모토이긴 한데, 지금은 아무래도 눈치가, 다른 목적 때문에 더 저러는 거 같기도 하군. 아까 내가 약속했던 ‘웨어울프와의 싸움’, 그 선물(?)을 잊지 않고 받으러 오고 있는 거야. 하긴, 저 인간이 웨어울프처럼 강력한 야수종족과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훗. 서로 한 눈에 반한 셈인가? 잘해 봐!”
나는 결국 그렇게 말해주며 지나를 지나쳐 갔고, 곧바로 그녀가 변신하며 발산하는 야성의 살기가 느껴졌다.
「에고, 주인님! 천음마군이 요즘 엄청 강해진 건 알지만, 지나를 상대로 괜찮을까요? 제가 보기엔 지나가 크루버보다도 강한 거 같던데요?」 사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 혹은 론 중령과 싸울 무렵의 천음마군이라면, 다른 약한 웨어 울프를 상대로도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바이킹 해골들과의 전투에서 증명되었듯, 지금의 천음마군은 이미 그 때의 그가 아니었다. 나와 몽몽이 복원해 준 독문절기를 빠르게 터득해 버렸고, 역시 내 덕분에(?) 비인간적인 강적들과의 실전 경험을 쌓게 되면서 비약적으로 강해져 버린 것이다.
-뭐, 현재의 상황이라면 해 볼만 할 거야. 으음. 그렇지만, 만약 하늘에 구름이 걷히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떻게든 싸움을 중단시켜야겠지.
「아, 예! 제가 계속 기상 상태를 모니터링 할게요!」
끄으음. 야수남과 늑대녀의 목숨을 건 맞선(?), 꽤 흥미롭긴 한데,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았기에, 생방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아쉽게 되었군. 나는, 대교와 함께 살리나가 사라진 동굴 입구 앞에 섰다. 닫혀진 거대 돌문은 예상대로 매우 두텁고 단단해 보였다. 나는 정글도 끝으로 몇 번 툭툭 두드려 본 다음, 조금 물러나며 정글도를 치켜들었다.
“유준! 잠깐!”
리치몬드였다. 슬쩍 돌아보니, 피비 녀석과 나란히, 그리고 서둘러 날아오고 있었다.
“뭐야. 피비는 아직 더 자야하는 거 아냐?”
“응. 그런데 스스로 일어났어.”
훗. 아무리 잠꾸러기 소녀라도 현재의 상황에선 단잠을 즐길 기분이 나지 않는 모양이군. 하긴, 여기가 바로 ‘사랑하는 이의 무덤’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지.
“리치몬드 살리나가 이 안으로 달아나는 건 봤겠지?”
“응. 하지만 기다려. 피비가 열어줄 거야.”
훗. 리치몬드는 그렇다 치고, 피비는 꽤 초조해하는 눈치로군. 하지만 기왕 들어 올린 정글도, 그냥 내리긴 좀 섭하지?
“어, 그래?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직접 여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은데 뭐.”
“그만둬요! 파괴하지 말아요!”
피비가 직접 애타게 외쳤고, 나는 피식 웃으며 정글도를 치켜든 팔을 내렸다. 마법 다람쥐의 거짓말 탐지 기능까지 속이면서 장난을 치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지만, 우리 앞에 착지하는 피비의 심각한 표정을 보니, 더 장난을 계속했다가는 울음이나 분노 중에 하나를 터트려 버릴 것만 같았다.
“흠. 여긴 가는 길목의 관문 정도가 아닌 모양이군. 여기부터, 그러니까 이 산 전체가 바로 ‘거대한 묘지’였던 건가?”
“그래요. 그리고 우리 나누크의 새로운 성지가 될 곳이기도 했죠.”
으음. 뭔가 다른 의미도 있어서 더욱 훼손을 염려한 모양이군. 어쨌거나, 지금 세세한 사연을 들을 때는 아니지?
“진유준! 전 이제 당신에게 이곳의 문을 열고, 당신이 도널드를 잡는데 협조하겠어요. 그 대신 당신은 한 가지 약속을………….”
“저기, 피비! 말 끊어서 미안한데, 우리 일단, 문부터 열고 다시 얘기하자, 이제 다들, 딱 한 두 명만 빼고는 모두 싸울 만큼 싸운 거 같거든.” 나는, 아직도 열심히 쌈박질을 계속하고 있는 양측 병력들의 난리판 전쟁터를 턱짓해 보였다.
“아, 알겠어요. 그럼 우선.”
피비는 서둘러 바위 문 쪽으로 돌아서서 뭔가 주문을 외우려고 했지만, 나는 얼른 손을 들어 막았다.
“아까 말했듯, 나도 열 수 있어. 아니, 꼭 내가 하고 싶어!”
피비와 리치몬드까지 나의 단호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 했지만, 나는 기어이 목청껏 외쳤다.
“열려라~ 참깨!”
그래. 이런 문에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 딱 봐도 알리바바 스토리에 나오는 바위 문 비주얼이잖아? 으음, 근데 날 둘러 싼 분위기가 왜 이렇게 썰렁해지는 걸까?
-오라버니. 전 오라버니의 이런 면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좀… 아!
어색한 전음을 보내오던 대교가 놀란 것은, 나의 고전명작 주문이 통해서(?), 거대한 바위 문이 정말로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쿠르르르르~
묵직한 진동과 함께 열려지는 바위 문을 바라보는 두 소녀, 피비와 리치몬드의 안 그래도 큰 두 눈이 더욱 커다랗게 떠지고 있었다.
“살리나? 당신이?”
피비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흘린 말처럼, 안에서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여자는 살리나였다. 그러나 물론 이건, 그녀가 순수한 자기 의지로 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힘없이 밖으로 나오고 있는 살리나의 뒤쪽에서, 조용한 살기로 살리나를 압박하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수고했어, 사사키!”
훗. 사사키 녀석, 누가 침묵의 유령 아니랄까 봐,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만 살짝 숙여 보이는군. 어쨌거나, 이정도면 사사키의 유령 능력을 이용한 이중 작전은 대성공인 셈이야.
아까 샌드 킹에게 끌려간 피비를 구하기 위해서 사사키를 호출했을 때는, 피비가 자력으로 모든 일을 끝내는 바람에 괜히 불렀다 싶기도 했었지만, 결국 이렇게 가장 중요한 조커로 써 먹을 수가 있었지.
-아이 참. 저까지 속이시다니.
대교는 곱게 눈을 흘겼지만, 입가에는 재미있어 하는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유준. 저 남자도 유준의 부하야?”
“물론이지. 지금 처음 봤겠지만, 앞으로도 자주는 못 볼 거야. 워낙 벽이나 땅속으로만 다니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서 말이지.”
리치몬드는 사사키의 특기와 그걸 이용한 이번 작전을 빠르게 이해한 듯, 예의 무서운 미소를 띠우며 입을 열었다.
“나의 바이킹들과 적당히 싸우면서 시간을 끈 것은, 저 유령 같은 남자가 살리나의 퇴로를 막으러 가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군.”
“맞아. 그래놓고 문을 부술 것처럼 잠깐 장난친 것은 미안.”
“아냐, 유준. 나도 재밌었어.”
리치몬드는 진심으로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살리나를 돌아 볼 때는 사악~ 하고 웃음기가 사라졌다.
“리, 리치몬드님. 저는…………….”
살리나는 겁을 먹은 음성으로 뭔가 변명을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결국 입을 다물고 얌전히 목걸이를 풀어서 리치몬드에게 내밀었다. 보물이라고 들었을 때는 ‘파란 루비’처럼 특별한 보석을 연상했는데, 줄에는 작은 모형 액세서리 같은 것이 매달려 있었다.
아까 바이킹족장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썼던 뿔고둥을 축소한 듯한 ‘미니 뿔고둥(?)’ 저 작은 뿔고둥이 오히려 바이킹들의 총사령관(?)이 되게 해주는 신물이었던 건가? 흠. 사용법도 큰 뿔고둥처럼 입에 대고 부는 식인가보군.
비이잉이~
얼핏 크기만큼이나 작은 소리밖에 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빈약한(?) 소리와는 별개로 뭔가 묘한 파장이 느껴진다 싶더니, 미니 뿔고둥과 그걸 부는 리치몬드가 함께 신비로운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은은한 반투명의 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수백의 바이킹 해골들이 거의 동시에 ‘동작 그만’ 상태가 되고 있었다.
-전군, 전투 중지!
내 동시 전음에 따라 우리 어벤져스 사막 원정대 병력들도 어영부영 싸움을 멈추고 있었다.
-요몽! 피해 상황 체크!
「넵! 다들 별 문제없는 거 같지만, 그래도 다시 체크해 봅지요!」
흐음. 다행히 적당한 시점에서 잘 마무리가 된 거 같군.
“유준.”
바이킹 해골들을 일시에 얼음 상태로 만든 리치몬드는, 물고 있던 뿔고둥을 입에서 떼더니, 천천히 내 쪽으로 내밀었다.
“응? 뭐, 구경하라고?”
나는 무심결에 받아들고 대충 살펴보았지만, 마력인지 뭔지 모를 요상한 기운이 느껴지긴 해도, 보기에는 평범한 미니어처 장난감 같을 뿐이었다.
입에 대고 불어 볼까도 했으나, 방금 여자애가 입에 댔던 것을 그러기도 뭐해서 그냥 다시 리치몬드에게 내밀었다.
“귀엽네. 장신구로도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빈말이 아니었다. 리치몬드가 비록 심하게 무서운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유아급으로 어린 소녀다 보니, 이렇게 작고 귀여운 디자인의 장신구가 잘 어울려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리치몬드는 곧바로 마주 손을 내밀지를 않았다.
“유준. 그거, 당신이 가져도 돼.”
“뭐?”
“바이킹 스켈레톤은, 아직 완전히 부활한 것이 아니야.”
이런, 거절한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다른 얘기를 꺼내버리네.
“나는 처음부터 바이킹을 불완전한 상태로 나의 안식처에 두었던 거야. 나의 안식을 방해하러 오는 자가 있다면, 어차피 저 여자와 마스터처럼 바이킹의 힘을 탐내는 자들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리치몬드는 살리나에게 비웃음을 담은 시선을 보냈고, 살리나는 고개를 숙이며 리치몬드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우선, 바이킹들에게는 본래 그들의 것이었던 걸 돌려주어야겠어.”
수백의 바이킹 해골들은 소위 얼음 상태에서도 모두 이쪽, 리치몬드를 보고 있는 거 같았는데, 리치몬드도 바이킹들을 향해 몇 걸음을 내딛으며 양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리치몬드의 전신이 특유의 금빛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하늘을 향한 두 손바닥이 더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하 그에 반응하여 바이킹 해골들도 일제히 금빛을 내기 시작하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난히 더 강한 빛에 휩싸이고 있는 건, 우리 쪽에 당해서 쓰러진 해골 더미들이야. 해골 머리 부분에 새겨진 ‘부활 방지 문양’, 그게 물에 불린 스티커가 떨어지듯 허공으로 떠오르는군. 뭔가 돌려주기 전에 부활부터 시켜주는 건가?
예상대로, 소위 죽음의 문양이 사라진 바이킹 해골들이 급속으로 재조립되어 부활하고 있었다. 애써 뺑이쳐가며 해골들을 잠재웠던 사막 원정대 병력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허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들 그런 감정에 앞서,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자체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하지. 이 넓은 사막 지대를 고급스러운(?) 황금빛이 가득 채우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니 더욱, 아니 그보다, 리치몬드의 망토 안쪽에서 본격적으로 뭔가가 나오기 시작하네. 작고 둥근, 원반? 하핫! 이거 무슨, 망토 안에서 비행접시 부대가 출격하는걸 보는 것 같네!
무수하게 쏟아져 나온 비행접시(?)들은 허공으로 떠오르며 점점 크기가 커지더니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져 날았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날아서 바이킹 해골 한명 한명에게 주어지고 있었다. 소위 비행접시들의 정체는, 그걸 둘러싸고 있던 빛이 사그라지면서 드러났다. 방,패! 그래, 역시 방패였군. 난 계속 바이킹들이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저 방패가 없었기 때문이었어. 무지막지한 파괴력뿐이던 바이킹이, 방어력을 갖추게 된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급상승될 것이 당연했으나, 어쩐지 그 정도 기본적인 업그레이드로 끝나는 분위기가 아닌 거 같지?
우오오오오~!
바이킹 해골들이 일제히 도끼와 방패를 동시에 치켜들며 환호성을 울렸고, 소리 없는 환호성에 담긴 본래의 엄청난 파워는 처음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했다. 역시나 저 바이킹들에게 리치몬드의 방패는 그냥 방패 이상의 의미가 있는 거였지 싶었다.
「주, 주인님. 바이킹 해골들의 에너지 수치가, 이건, 아예 레벨이 달라져 버렸어요! 리치몬드양은 정말 전설대로 무서운 마법사였나 봐요!」
요몽은 질린 음성을 흘리며 리치몬드 주변(?) 허공을 조심스럽게 날았다. 리치몬드는 이미 전신의 빛이 사라진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완전체가 된 자신의 군대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다가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유준. 어때? 이제 당신의 새로운 군대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 않아?”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소위 ‘땡 잡았다’싶기도 하고, 왠지 난감하기도 하고.
“왜 그러지? 오랜 세월, 수많은 왕들이 탐내던 무적의 군대야.”
“그래. 그랬을 거 같다. 그런데, 이거, 저 친구들을 지배할 수 있는 이걸, 나에게 주겠다고?”
“응.”
“왜?”
“훗, 당신이야말로, 왜, 그런 걸 묻지?”
“얌마. 이건 본래 니꺼잖아. 왜 주는지가 왜 궁금하지 않겠냐?”
“후후. 이런 상황에서 그런 걸 궁금해 하는 사람이란 점도 이유가 되겠지. 아니, 그게 바로 이유야.”
쯧. 이 쬐깐한 녀석이 나름 심오한(?) 말장난을 하네?
“리치몬드. 난 네가 계속 날 관찰하고 은근히 시험하고 있다는 건 느끼고 있었어. 그래도 별로 기분 나쁘지는 않았어. 누구나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색하기 마련이니까.”
나는 결국 쓴웃음을 베어 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저런 군대를 거느릴 자를 찾기 위한 것뿐이었다면, 그건 꽤 기분 나쁘다.”
리치몬드의 얼굴이 웃음기를 거두며 굳어지고 있었다.
“리치몬드. 난 바이킹을 상당히 좋아하고, 또 나는 큰 전쟁을 앞두고 있어서 바이킹의 힘이 탐나기도 해.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그림이 안 나온다.”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몽몽이 어떻게 번역을 했는지, 리치몬드는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피식 웃으며 미니 뿔고둥 목걸이를 들어 올렸다.
“훗. 그냥, 이게 나한테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표현으로 생각해. 아까 말했듯, 내가 보기에는 이거, 너한테 잘 어울려.”
나는 리치몬드의 목에 뿔고둥 목걸이를 걸어 주었고, 그와 동시에 마음속으로 외쳤다.
우쒸! 내가 미쳤나? 왜 이렇게 실속 없는 똥폼을! 처, 철판 깔고 도로 달라고 할까?
그러나 이미 막차(?)는 떠났고, 리치몬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알겠어, 유준. 난 바이킹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군주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신 스스로 아니라고 하니, 더 천천히 신중하게 찾아보겠어.”
“선물 안 받았다고 화내는 건 아니지?”
“후후, 그렇지 않아. 하지만 놀랐어. 바이킹을 마다하는 군주가 있을 줄은 몰랐어.”
“뭐, 다시 주면 받을지도.”
에고. 나도 모르게 손부터 내밀다니.
나는 내밀어진 한 손을 다른 손으로 쳐서 떨구어야했고, 리치몬드는 키득 대며 돌아섰다.
「에고야. 울 주인님. 대범한 남자 놀이하시다가 넝쿨 채 굴러 들어온 바이킹을 강슛으로 차버리셨네!」
-됐어, 임마. 그보다 요몽. 내가 지금 뭔가 하나 까먹고 있는 기분이, 아, 그래!
내가 뜬금없이 기억해낸 것은, 천음마군과 지나의 생사결이었다. 아까 얼핏, 천음마군과 지나가 한쪽에서 막 맞닥뜨리는 모습까지 봤던 것이 생각나서 돌아보니, 둘은 여전히 마주 선 상태 그대로였으나, 싸움은 일시 정지 상태였다.
당근, 리치몬드의 대규모 마법쇼 때문에 멈춘 거겠지? 오~ 때마침, 천음마군이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기 시작한다.
“이봐! 늑대 인간! 신기한 구경 잘했나?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할까?”
저 인간, 지도 같이 구경해 놓고, 아닌 것처럼 큰소리군. 어쨌거나 지나쪽의 도발이 더 확실하네. 별다른 말없이 한 손가락을 들어, 까닥까닥, ‘넌 어차피 나한테 안 돼.’라는 제스처를 해보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