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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37화 : 상남자. (1)


3. 상남자. (1)

나름 상남자로 추정되는 뱀파이어 호크 웨인의 안식처.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모래 천국! 쯧, 오늘 사막에 왔다고, 아주 제대로 모래 체험을 하는구먼!

그렇게 투덜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유사의 흐름에 따라 도착한 곳은 몽몽이 한 번에 스캔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지하공간이었고, 당장은 거대한 모래 바다 속으로 흘러 들어간 기분을 느껴야했다.

광활한 구역에 도착해서 흐름은 거의 사라졌는데, 수면이, 아니 사면이나, 표면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표면까지 상당히 먼 상황이야. 그러나 다행히도, 리치몬드와 산드라가 자기들끼리 돌아가지 않고, 함께 여기까지 와줬어.

-산드라! 표면까지 워프 부탁해.

‘예, 로드!”

힘들게 모래 바다 속을 헤엄칠 필요 없이 간단하게 파앗~ 사면에 도달했다. 모래 사면위로 고개를 내밀고 사방을 살펴보고서야 전체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느낀 것은 예상보다 상당히 ‘밝다’는 점이었다.

최소한 ‘잠실운동장 크기의 공간인데, 이 넓은 지하를 단 하나의 조명장치(?)가 밝히고 있군. 중심부에 저렇게 거대한 모닥불(?)을 피워놓다니, 화력의 원천이 뭔지 몰라도 저 무지막지한 스케일의 모닥불 때문에 이 방대한 양의 모래까지 따끈따끈한 거였나 봐. 공기는 더 후끈해서 여기야말로 소위 ‘열사의 사막’느낌이랄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열사의 모래 호수’쯤이 될 것 같았다. 지하 공간의 거의 대부분이 우리가 떠있는(?) 유사 지대였던 것이다. 그리고 발을 딛고 서있을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두 군데 정도밖에 없어 보였다.

한 곳은 현재 우리로부터 4, 50미터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출입구와 그 부근의 작은 공터인데, 도널드 놈이 서있군. 그리고 놈으로부터는 5, 60미터정도 떨어졌으며, 우리쪽에는 4, 50미터 거리의 유사 표면에 10여 미터 직경의 평평한 바위가 작은 섬처럼 떠있네. 바위섬(?) 가운데에 놓여져 있는 ‘관’, 저 관의 뚜껑이 열려져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관의 주인이 저렇게 관밖에 나와 서있으니 말이야.

“호크!”

우리 일행과 함께 있던 피비가 날아올라 바위섬 쪽으로 향했다. 얼마만의 재회인지 모르겠지만, 피비의 눈가에 매달린 물방울이 그녀의 벅찬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피비.”

호크도 낮게 그녀를 불렀고, 피비는 곧바로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피비는 연인의 이름을 외쳤던 것 말고는 더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는 듯 눈물만 쏟고 있었으며, 호크역시 조용히 피비를 보듬어주고 있었다.

으으음. 상황만으로는, 둘의 주위로 흰 꽃잎이 휘날리며 감동적인 음악이 깔리는 영화의 한 장면일 텐데, 실제 비주얼은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공포 영화로군. 붕대로 신체의 중요부위만 겨우 가린 차림새(?)에 전신 문신이 오히려 옷처럼 보이는 피비도 쫌 그렇지만, 호크 웨인은 한술 더 뜨는 모습이야. 옷차림은 시그마처럼 세련된 중세 멋쟁이 스타일이긴 한데, 소매 밖으로 드러난 손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해골에 화상입은 피부만 씌워놓은 것처럼 흉측한 형상을 하고 있어.

기괴하면서도 애틋하고 절절한 러브러브 모드를 보이는 오컬트 커플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도널드 웨인, 놈은 아무래도 질투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살짝 잊은 모양이었다.

“도널드 웨인!”

나는 낮고 음산하게(?) 쥐시키를 부른 후, 스윽- 상체정도만 모래 위로 드러냈다. 그 상태로 빠르게 모래를 가르며 도널드 놈을 향해 나아갔다. “으흑!”

짧은 신음성을 삼킨 도널드 놈은 정신없는 뒷걸음질로 물러나고 있었다. 마치 바다 수면위로 출현한, 거대 백상어의 지느러미를 발견하고 공포에 질린 사람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놈이 서있던 지점에 상륙(?)하여 올라서며 놈을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놈은 자신이 이미 공터 끝까지 물러났다는 사실도 모르고 더 뒷걸음질을 치다 유사에 빠져 허둥대다가 겨우 다시 기어 올라왔다.

후후. 놈의 저런 꼴을 보니, 애써 분위기 연출한 보람이 있구먼. 근데, 내가 보이지 않는 모래 속의 발로 졸라 발장구(?)를 쳐서 온 건, 아무도 눈치까지 못했겠지? 커흠, 흠!

나처럼 X폼 잡을 일 없는 대교와 산드라는 단숨에 유사 표면을 박차고 날아올라서 내 뒤로 착지했고, 리치몬드도 평소보다 빠른 저공비행으로 다시 우리 일당에 합류했다. 나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주저앉아 떨고 있는 도널드 놈으로부터 시선을 떼어, 호크 웨인쪽을 돌아보았다. 그는 피비를 조금 물러서게 하면서 이쪽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얼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표정을 읽기가 어렵지만, 눈빛은 생각보다 침착하고 안정적인 거 같군. 내가 비교적 느긋하게 행동한 것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도널드 놈이 제 할 말을 다 한 상태로 호크의 판단을 기다리는 분위기여서 그랬던 건데, 이제 이 남자는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나는 호크 웨인. 처음 뵙겠소, 진유준씨.”

흐음. 일단은 비교적 평범한 인사를 건네 오네 그려. 상당히 정중하게 고개와 상체까지 숙여 와서 나도 비슷하게 답례를 하게 되는군.

“위대한 마법사, 리치몬드님까지 제 거처를 찾아주셨군요. 영광입니다.”

리치몬드에게는 더욱 정중하게 예를 갖춰 인사를 했고, 리치몬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특유의 거만하고 도도한 태도로 인사를 받고 있었다.

“진유준씨. 이제 그 두 분의 아름다운 숙녀 분들을 소개해 주시겠소?”

‘그러지, 뭐. 이쪽은 킹왕짱 사랑스러운 범우주적 미모 깡패이며 나의 찰떡 짝지, 대교! 그리고 이쪽은 알면 알수록 가성비(?)가 뛰어나서 넘넘 이쁜 신참 쫄다구, 산드라!’라는 소개 멘트가 입안에서 맴돌지만, 참기로 하자.

“나의 영원한 동반자, 대교. 그리고 이쪽 아가씨는 당신과 같은 뱀프이며 나의 소중한 동료, 산드라.”

막상 하고보니까, ‘이런 식의 멘트도 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가끔은 이런 식도 나쁘지 않겠지. 그런데 그나저나, 이 호크 웨인이란 뱀프, 이제 겨우 말로 인사만 나눈 것뿐인데도 보통 남자가 아니라는 것이 팍팍 느껴지는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생각했었던 호크 웨인에 대한 대책, 특히 ‘설득 시도’ 같은 건 일찌감치 접어야겠어.

“호크!”

피비였다. 정겨운(?) 인사가 끝난 직후의 틈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사람, 진유준은 도널드가 해치려했던 이의 친구로서, 그리고 지난 세월동안 도널드가 해친 인간들을 대신해서, 도널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거예요. 나는 호크, 당신의 부탁대로 도널드를 지키기 위해서 저 사람의 동반자와 싸우기도 했어요.”

흠. 피비가 친위대에 있었던 것은 살리나와의 우정 같은 것 때문이라기보다, 호크의 유언(?)때문이었군.

“하지만, 곧 알게 되었어요. 나는 도널드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널드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피비는 새삼 도널드 놈을 노려보았지만, 도널드 놈은 뻔뻔하게 그녀를 마주 노려보다가, 호크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호크! 나의 형제! 나는 이미 내가 행한 죄악에 대해서 당신에게 고백했어! 내가 얼마나 끔찍한 죄인인지, 나 자신이 너무나 잘 알아!”

저 놈, 우리가 도착해서 증거를 들이대기 전에, 미리 자수했었군. 하긴 그게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이긴 하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난 죽어도 형의 손에 죽고 싶어! 피비의 손을 더럽히거나, 저런 인간, 나보다 더 악마 같은 인간에게 내 영혼까지 도륙당하고

싶지 않아!”

저 시빠빠 쥐시키가 시방 뭐라카노? 내가 쬐끔 집요하게 놈을 괴롭히긴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진짜 내 성질대로 못한 게 얼마나 많은데, 이정도로 무슨, 응? 나 지금 살짝 자백 생각을 해버린 건가? 크흠. 참는 김에 조금 더 참자, 참어.

나는 당장 직접 도널드 놈의 누명을 실현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최소한의 살기까지 다스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오랜 세월 실질적으로 죽어있게 만들었던 범인의 뻔뻔한 태도에도 아직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호크 웨인 앞에서, 내가 먼저 감정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호크! 난 웨인가의 남자로서, 더 이상 저 인간에게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아! 차라리 빨리 형의 손으로 나를 죽여 줘!”

저 쥐시키! 어느 사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절규하듯 외치고 있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죽여 달라는 건 뻥카고, ‘형아, 한번만 더 봐주고 살려줘!’라고 진상 애원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걸 바라보는 호크의 표정은, 쯧, 못난 동생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이로군.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동생을 증오할 수는 없다는 건가? 만약 우리집에서 내가 형들한테, 특히 둘째 형한테 개겼으면 맞아죽었을, 아니, 지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고! 내가 긴장한 것은 호크 웨인의 바위섬 뒤쪽의 모래 호수 표면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쿠화앗~! 쿠왓~!

폭발적으로 솟구쳐 오른 것은 두 개의 모래 기둥, 아니, 두 마리의 거대한 ‘모래 용’, 즉, ‘사룡(龍)’이었다. ‘샌드 드래곤’이란 영어 호칭을 먼저 들었음에도 굳이 사룡이라는 호칭을 쓰고 싶어진 건, 사룡들의 모습이 서양의 날개달린 도마뱀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입이나 발에 여의주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뿐, 딱 동양 전통 디자인의 용일세. 용 자체를 처음 보는 거지만, 이건 ‘평범한 용'(?)도 아니고, 모래로 만들어진 것 같은, 매우 색다른 사룡님들이구먼. 오늘 아주 경사났네, 경사났어~!

거대한 사룡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자니까, 호크 웨인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에서 촤악~ 검은 날개가 펼쳐졌는데, S의 검은 기운보다 구체적인 형태였으며, 마치 박쥐의 날개처럼 보였다.

“호크?”

피비가 조금 당혹해하며 물러선 것은, 그가 날아오르며 그녀에게 따라오지 말라는 손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호크 웨인은 사룡을 불러내는 순간부터 갑자기 강대한 마력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고, 그가 내 앞까지 날아들었을 때는 더욱 강력한 마력 발산 때문에 그의 뒤쪽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진유준!”

이제 그의 음성에도 노골적인 적의가 실리고 있었다.

“피비 말대로라면, 당신에게는 도널드에게 복수를 행할 자격이 있는 것 같소. 그러나, 도널드는 나와 영혼을 공유하는, 유일한 형제! 나는 그를 위해 당신과 싸울 수밖에 없소!”

기어이 이런 선택을 했단 말이지? 그렇다면, 사양 않고 선빵을 날려주지!

“관둡시다!”

그래. 기습 선빵 항복, 아니, 항복까진 아니고, 그냥 ‘맥빠지게하기 신공’을 펼치는 걸로 해두자. 아, 그러려면 어깨의 정글도도 내려뜨려야겠지? “뭐, 난 이쯤에서 당신의 형제로부터 손을 떼겠소.”

하지만 상황봐서 발은 댈지도,라는 약간의 미련까지 애써 털어내고 있자니까, 호크 웨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심인 것 같군. 왜지?”

“피비에게는 이미 밝혔소만, 내가 당신의 동생을 죽이려고 한건, 더 이상 인간을 함부로 해치지 못하게 하려는 거였소. 그런데 오늘 당신을 만나보니, 당신이라면 이제 앞으로는 도널드 놈이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래. 한번은 어떻게 당했는지 몰라도, 또 도널드 놈에게 당할 친구는 아닌 거 같으니, 믿어보기로 하자. 무엇보다, 난 어쩐지 이 남자와 싸우고 싶지가 않아.

“알겠소. 그리고 고맙소.”

“별말씀을.”

나는 태연하게 웃었고, 호크 웨인도 잔잔한 미소와 함께 돌아섰다. 문제의 도널드 놈은 내가 이렇게 쉽게 물러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우리 쪽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차츰 기쁜 기색을 떠올리는 한편,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내 눈치를 살피는군. 멍청이! 지금 네 놈이 눈치를 살펴야하는 건, 내가 아니라 호크, 네놈의 형이야.

“도널드!”

호크 웨인은 낮게 도널드 놈의 이름을 부름과 거의 동시에, 놈의 바로 앞에 서있었다. 산드라의 단거리 워프가 연상될 정도로 빠른 초고속 이동이었다. 도널드 놈은 호크 웨인과 가까이 마주서게 되어서야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떨구었다.

“도널드. 넌 웨인가의 남자로서, 내게 벌 받기를 자처했다.”

“호, 호크! 그건!”

훗. 흔한 말로 화장실 갈 때하고 나올 때 다르다고, 일단 나의 마수(?)에서 벗어난 거 같으니까, 지형한테 죽겠다고 한 말도 취소하고 싶어지는 모양이군. 나름 표정관리를 하고 있긴 해도, ‘에이~ 형, 진짜 나를 때찌할 건 아니지?’라는 속내가 빤히 보이고 있어.

“아, 알겠어, 호크. 형이 내리는 벌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받아들이겠어. 하지만 이건 우리 형제의 일이잖아? 저 진유준이란 인간부터 내보내고, 그리고 피비도 좀…………….”

“도널드!”

도널드 놈의 말을 끊은 호크가 작게 한숨지었다. 도널드 놈은 나이 먹은 노인네 비주얼인데도 나이 많은 형님이나 아빠 앞의 철부지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호크 쪽은 망나니 막내를 한심해하며 보고 있는 아빠의 분위기였다.

“진유준씨와 피비, 모두가 이 자리에 있을 권리가 있다. 모두 너 하나 때문에 고통 받은 이들이니 말이다.”

“호, 호크?”

도널드 놈은 비로소 호크가 자신을 용서할 뜻이 없음을 깨닫는 것 같았다. 놈은 쥐꼬리만한 자존심도 버리고 비굴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혀, 형! 형의 기분은 알겠어. 잠에서 깨자마자 이런 일이, 그, 그래. 조금, 조금만 더 쉬고 다시 얘기하자. 응?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한테 지난 일을 다시 들어보면, 그러면……………”

“도널드! 이거, 오랜만에 보겠구나.”

뜬금없다 싶은 말로 도널드 놈의 말을 끊은 호크, 그는 한 손을 내밀어서 손바닥을 펴보였다. 손바닥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은 작고 반짝이는 금속 알갱이였고, 그게 뭔지 알아 본 도널드 놈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이, 이건, 이걸 언제, 설마?”

저건 도널드 놈의 소위 ‘죄악의 증거’로군. 우리 모두가 아직도 호크 웨인의 몸 안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했었던 ‘저주 마법 총탄’이로군. 멍청한 도널드 놈! 호크 웨인이 본래의 마력을 발산하는 것을 보고도 저게 아직도 호크 웨인의 심장에 박혀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

“오노’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네가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품! 도널드! 내 심장을 스스로 파헤쳐 이것을 찾아냈을 때, 내가 어떤 마음이 되었을 것 같으냐.”

호크 웨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격한 감정이 실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분노의 살기까지 솟구쳤으나, 호크 웨인은 놀랍도록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 같았다.

“도널드! 그럼에도 나는 너를 용서했다.”

하아~ 참 대단한 형님이셔. 나 같았으면 당장 밟아버렸을 동생 놈을, 용서한 것뿐 아니라!

“그리고 나는, 나를 따르는 모두를 속이고, 죽음의 여행을 선택했다.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을 물려주고 말이다.”

그래. 저랬다잖아? 이미 동생이 한 짓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어린 시절, 내가 자기 초코파이 하나 훔쳐 먹었다고 줘팼던 둘째 형, 내가 자기 야한 잡지 찢었다고 죽이려(?) 들었던 큰형, 우리 집 형아들은 반성을 좀 해야 해!

“나는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었다. 그런데도 너는 행복하지 못했던 모양이구나.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오랜 세월 허튼 꿈만을 꾸며, 스스로 악몽을 만들어냈어. 도널드. 이제 내가 너의 악몽을 끝내줘야 할 것 같구나.”

으음. 나로서는 기다리기 지루했던 도널드 놈의 처분이 이제 결정된 셈이군.

“도널드! 너에게 주었던 나의 모든 것을 돌려받겠다!”

마무리 멘트와 함께, 호크 웨인의 입이 쩌억 벌어졌고, 도널드 놈은 무서운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쥐시키답게 얼음 상태로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오케이, 여기까지!

아무리 그래도, 형제가 형제의 목을 물어뜯는 광경을 빤히 구경하는 건 좀 그래서, 슬며시 몸을 돌려주었다. 내가 직접 액션을 하지 못해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기대이상으로 잘 마무리됐지 싶어서 만족스러웠다.

「옴마야! 하필, 이때!」

불연듯 나타난 요몽이 도널드 놈의 최후 메롱 장면에 놀라서 손으로 눈을 가렸다.

-훗. 그러고 보니, 네가 계속 안 나왔었구나. 어디 다른 볼 일 보러 갔었던 거냐?

「아, 예! 아까 갑자기 비에이한테서 도움 요청이 왔었거든요? 거기 지원 나갔다 온 거예요!」

-비에이가? 왜?

「그게, 천음마군이 지나에게 당해서 상처가 생겼잖아요! 그런데 그 상처가, 그게, 하여간 이상해요!」

뭐야? 늑대 인간에게 당한 천음마군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고?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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