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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8화 : 사신의 밤


8. 사신의 밤

인과율과 시간… 그리고 어둠…

분명 나도 지금까지 피부로 느끼며 겪어본 개념들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아직은 쉽게 받아들이기 싫은 얘기였다. 나는 아무래도 결론을 더 단순 화 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루드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결국 에스를 카라처럼 뱀파이어로 만들거나, 당신처럼… 그 어떤 무언가로 만들겠다는 얘기로군요.”

루드는 잠깐 대답을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직후 우리의 뒤쪽에서 누군가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 알아. 흑주도.”

흑주녀석… 지금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어. 정말 뱀파이어가 된다는 사실의 의미를 알면서 하는 말일까…………? 나는 고개를 돌려 흑주를 보았지만 차마(?) 구체적으로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너, 정말 너의 에스 아저씨가 뱀파이어 같은 게 되어도 좋아?’

‘응.’

‘뱀파이어는 다른 사람의 피를 빠는 흡혈귀라는 거 알지?’

‘응.’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야?’

‘응. 죽지 않아. 그럼 돼.”

…만약 그가 너를 덮쳐서 네 피를 빨아 먹는다면?’

‘괜찮아, 흑주. 피, 많아.’

…이런 식의 전개를 미리 예상하는 건 좀 오버인 것 같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국 난 다른 문제를 확인하는데 그쳐야 했다.

“괜찮냐?”

즉시 고개를 끄덕이는 흑주.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최소한 외상은 없어 보였다.

“정말 다친 데 없는 거지?”

“응. 근데, 다쳤어. 아저씨, 사부.”

음…………? 정작 다친 건 루드였다고?

“홋. 나의 재전제자(再傳弟子)는… 예상보다 강하더군. 그 아이의 자유를 잠시 빼앗는 대신, 내쪽의 내부장기는 절반 이상 손상을 입어야 했어.” 그 절반 이상의 장기 손상에 죽기는커녕… 우리 앞으로 나서기 전에 완치되어 버렸다는 얘기인가….?

하아아~ 나도 물론 어쩌다 보니 엄청 반칙성 능력을 가지게 된 몸이다. 그래서 때때로 싸우는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는데 알고 보니 반칙왕(?)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어쩔 텐가? 유준 군.”

반칙왕 루드는 내게 새삼 물으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 역시 테네시의 저택을 향해 움직이며 대답했다.

“딴 건 몰라도… 선택권이 에스 자신에게 있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저택의 대문 앞에 서 있던 에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에, 나는 서둘러 대교와 함께 경공을 전개해야 했다.

“역시 구경하면 쌈구경.”

1분이 채 되기도 전.

우리는 단숨에 담장을 건너 저택의 지붕 위에 착지할 수 있었다.

몽몽.

친절한 몽몽 씨는 즉시 샤아악- 발밑의 건물구조를 투명하게 비추며 안쪽의 소리까지 증폭해 주기 시작했다.

“…훗. 이 정도로 준비했으니 그 자도 어쩔 수 없겠지.”

처음 듣는 남자의 말소리였지만, 곧 그가 테네시 포레스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래 된 경찰 데이터에서 찾아낸 사진과는 달리 현저히 나이를 먹고 턱수염까지 덥수룩해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뱀처럼 가는 입술과 게슴츠레한(?) 눈빛은 그대로였다.

어딘가 군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내들이… 저택 여기저기의 포인트에 총 12명…………! 모두 최신 장비로 단단히 무장을 했고 경계에 임하는 자세만 봐도 훈련이 잘된 자들인 것 같긴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저 사복 군발이들이 아니지.

나는 전체적인 조망을 끝내자마자 다시 테네시와 함께 거실에 있는 네 명의 남녀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먼저 저 모델처럼 키 큰 금발의 미남미녀

….독일계 ‘한스 남매’ 입니다. 암호명은 그러하나, 실제로 연인 관계로 알려진 남녀입니다. 남녀 모두 독일 특수부대 KSK (Kommando Spezialkraefte)출신으로 각각 살인 무술과, 폭파물 전문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남자의 살인 무술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여자 쪽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온몸 구석구석의 옷 안쪽에 물론이고, 심지어 몸속 에까지 소형 폭탄을 심어 놓았다는 건… 음. 미친 年이군.

ᅳ…벽난로 옆에 서서 단검으로 손톱을 다듬고 있는 남자는 ‘나이프 헤롤드’로 알려진 영국인 킬러로 확인되었으며, 또 다른 별명은 ‘킬러 헌터’. 다른 킬러를 사냥할 정도의 특급 킬러라는 얘긴데… 과연 풍기는 기운부터가 남다른 것 같군. 마지막 여자가 그나마 비교적 약해 보이… 아, 아닌 가? 지금 저 여자………………

에스는 현재 거실로부터 십여 미터 정도 떨어진 복도 위에 스파이더맨처럼 붙어 있다. 그런데 저 묘한 분위기의 은발 아가씨가 지금 갑자기 그쪽 방향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나이프 헤롤드가 은발 여자에게 물었다. 그러나 여자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일 아니에요. 날벌레가 한 마리 날아들다가 다시 가버린 것 같아요.”

졸지에 날벌레가 되어버린 에스는 실제로 거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ᅳ…켓 아이(Cat Eye)’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킬러입니다.

국적은 불명. 몇몇 기관들의 데이터에서 나이프 해롤드보다 우위의 살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특기는 정확 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 가냘파 보이는 몸매의 여자가 비밀 살인기를 감추고 있는, 가장 막강한 킬러일지도 모른다는 건가…………?

여자는 짐짓 날벌레 운운했지만, 방안의 모든 자들이 속뜻을 알아듣고 긴장해 있었다.

그래도 킬러들은 하나같이 별로 티를 내지 않았고, 소파에 앉아 있던 테네시만이 의혹에 찬 표정으로 더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걸치고 있는 가운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의 권총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헌데 당신들 말이야. 분명 네 명만 온 것이 맞는가?”

킬러들은 잠깐 서로를 마주보더니 남자 한스가 먼저 피식 웃었다.

“몇 명을 부른지는 당신이 더 잘 알지 않겠소, 포레스트 씨.”

“으음. 그건 그렇지만… 아까 당신들이 차에서 내릴 때는 한 두명 더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유령이라도 보신 건가요, 포레스트 씨?”

여자 한스가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고 다른 자들도 모두 테네시가 겁에 질려 이성을 잃을 정도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정말 자신들이 유령 따위보다 무서운 불사의 남녀를 데려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지금 그 루드와 카라의 그림자가 거실 의 창문 옆에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 역시 꿈에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건, 에스가 일단 뒤로 물러났던 건 정석대로…랄까? 저택 내의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난 후 시작할 모양인데… 으음. 근데 생각해보니, 우리 일행과 루드 일행이 도움을 주지 않을 경우… 에스 혼자서 어쩌기에는 너무 막강한 전력인 것 같은데…………? 그리고 어째 상황이 좀……

최종보스 테네시를 호위하는 킬러들은 어쩐 일인지 모두 ‘커플’ 이다. 그리고 우리의 에스는 솔로이고 총각인데도 애(흑주)가 딸려 엎친 데 겹친 격 인 남자인 것이다.

스스슥-.

문득 빨라지는 에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 나는 속으로나마 ‘파이팅’ 을 외쳤다.

오・・・・・・!

2층 창가에 서 있던 다부진 인상의 경계병이 첫 번째 희생자였다. 그는 에스가 유령처럼 자신의 등 뒤를 점하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아니 라 에스의 손에 고이 잠드는 순간에도 그저 자연스랍게 스르르 눈을 감았을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친절한 몽몽 씨에 이어 나름 친절한(?) 에스 씨로군. 첫 번째 경계병이 그냥 쓰러지지 않게 붙잡아서 벽에 기대어 앉혀준 다음에 떠나… 곧바로 두 번째! 으음. 솔직히 내가 당하는 입장이면 조낸 무서운 상황인데… 그랬다.

불과 5분이 채 되기도 전에 2층의 경계병 여섯이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차례차례 제거되고 있었다. 정말 유령, 아니 사신(死神)의 예고 없는 강림과 도 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1층의 지휘관인 듯한 자가 이제야 표정이 변하네. 갑자기 2층의 누구도 무선을 받지 않으니 당연히 쯧. 직접 확인하러 2층으로… 스스로 앞장 서서 사지로 향하기 시작하는군.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의 적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군요, 테네시 씨.”

켓 아이라는 긴 은발의 여자 킬러였다.

“당신이 짐승처럼 여기는 동양인이란 것과 일본의 닌자(忍)와 비슷한 암살자라고 듣기는 했지만, 제가 아는 닌자는… 이렇게 강하지 못하거든 요.”

저 여자, ‘이렇게’라고 했지. •? 역시 지금 자신이 있는 거실의 바깥 상황을 감 잡고 있는 건가?

“미스…….””

“카이. 카이라고 불러주세요.”

“…미스 카이. 난 사실 천한 원숭이들이 어떤 분에 넘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따위는 알지 못하오. 다만 싸구려 영화를 만드는 자들이 스크린에 구현해 놓은 동양 킬러 이미지 중에 가장 가까운 모습인 듯하여 예를 들었을 뿐이지.”

“영화는 영화일 뿐이에요. 당신 같은 분들이야 동양이라면 일본밖에 알지 못하겠지만. 그곳에는 당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무서운 문화가 존재해요.”

“지저분한 원숭이들의 문화 따위……………”

테네시가 싸가지 없는 말을 더 잇지 못한 것은 켓 아이, 아니 자칭 ‘카이’ 라는 여자가 쯧쯧 혀를 찼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사상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장 자신의 목줄에 칼을 대고 있는 적에 대해서는 좀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크홍. 인정하지. 아니 사실. 신… 그 괴물은 확실히 여느 하찮은 유색인종과 다른 것 같았어. 내가 당시에 캔들 리를 응징하기 위해 보냈던 단원 들은 여기 당신들 정도는 못될지 몰라도… 짐승사냥에 있어서 탁월한 전적을 자랑하는 헌터들이었는데…….”

페네시는 다시 떠올리기 싫었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처음 네 명은 놈에게 대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돌아와서도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하더군. 헛소리처럼 지껄여 했던 단원들의 말들을 종합해 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서운 협박을 당했다’는 것 같은데………….”

…그 ‘무슨 일’ 을 지금 2층에 막 도착한 경계병들의 지휘관이 당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2층의 코너를 돌자마자 뒤로부터 혈도를 제압당해 그늘진 복도 구석으로 끌려갔음에도… 지휘관은 아직 에스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상태였다.

“…돌아올 당시의 그들 몸에는 분명히 별다른 상처가 없었는데도.. 어찌된 건지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결국 하나둘 죽어 버렸다고…….”

에스는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휘관의 등 뒤에 서서 귓가에 입을 대고 낮게 속삭이고 있었다. 마치 연인에게 애정 어린 최면을 걸 듯…………… ‘지금부터 난 너의 XX를 **하고 BB를 KK에 YP를 천천히 RW하게 벗겨내며……………?

차마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스트랄한 고문의 예고방송(?)을 들으며 정신줄을 놓기 시작한 지휘관은 이내 자신이 알고 있는 초대손님 들(킬러들)에 대한 정보와 거실의 상황을 모두 토해내고 있었다.

“홍..”

아래 층 거실의 테네시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과거의 재현이 진행 중임을 꿈에도 모른 채, 애써 코웃음을 쳤다.


“일부 어리석은 단원들은 그자가 동양의 무서운 마법사일 거라고 수근댔지만, 그럴 리가 없지. 나의 할아버지야말로 진정 위대한 마법사였다오. 그 래서 그자도 끝내 나에게는 손을 대지 못 했던 거요.”

테네시는 자신의 주머니 속의 권총과 함께 들어 있는 별 모양의 장신구를 새삼 굳게 쥐고 있었다. 그러나 은발 여자 카이는 비죽이 웃었다.

“처음 네 명이 그런 상태였다면. 다음에 보낸 자들은 어떻게 되었지요?”

“그건 나도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있소. 내가 탈옥하기 전에 몇 번 더 헌터들이 보내졌다는데 그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을 뿐더러, 그 후로 지 금까지 신체 조각 한 점 발견되지 않았다오, 미스 카이.”

그 당시에 사라진 KKK단의 헌터들이 어떻게 되었었는지도, 현재의 거실 바깥 풍경이 말없이 대변해 주고 있었다.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테네시는 자신의 저택 곳곳에 잠들 듯 고요히 누워 있는 시체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전혀 보거나 듣지도 못하고 상상만 하게 된’ 일이 더 공포심을 일으키는 건지, 지금 다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들어 이마의 땀을 닦는 테네시의 손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LA에서의 화려한 축제 때, 신이란 놈도 분명 추악한 검은 돼지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안심하고 돌아와 옛 원수에게 복수나 하려고 했더니 죽은 줄 알았던 그의 수호신이 다시 나타나 살해 예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거 로군요. 그거 참… 안되셨네요. 기왕에 불쌍한 닭처럼 도망쳐 숨었다면 좀더 끈기 있게 숨어 계시지 그랬어요.”

미스 카이는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드러냈고, 그런 그녀를 테네시가 무섭게 노려보았다.

“다, 당신들은 나를 지키면서 그놈을 잡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난 당신들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할 오너라고! 더 이상의 무례한 언사는 용납하지 않 겠어, 미스 카이!”

“넹~ 실례했어요.”

으음. 저 여자, 미스 카이. 나름 호감형일세?

“그럼. 사과의 의미에서라도, 제가 먼저 시작해야겠네요.”

미스 카이가 그렇게 말하며 기대고 있던 벽에서 슬쩍 등을 떼자 거실 안의 다른 킬러들도 일제히 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카이. 당신이 먼저 나서면 내가 할 일이 없어지잖아. 오늘은 내가 먼저…………….”

미스 카이의 파트너 나이프 헤를드가 유들거리는 태도로 나서려 했지만. 미스 카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씨익- 불길한 미소와 함께 헤롤드를 돌아보며 손을 들었다.

“10분……! 언제나처럼 딱 10분만 기다려줘요, 나의 귀여운 헤롤드……………! 그동안 당신은 저 가엽게 떨고 있는 테네시 씨를 다정하게 보살펴 드려 요. 알겠죠?”

미스 카이의 가늘고 부드러운 손길이 자신의 뺨을 간질이는 감촉이 못 견디게 황홀한 듯, 나이프 헤놀드는 그야 말로 헤~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론 커플 킬러 ‘한스 남매’는 피식거리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테네시는 모욕을 견디기 어렵다는 듯 입술을 깨물고 낮은 신음소리까지 냈 다.

“10분. 오늘밤은 어쩌면 다른 때보다 긴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또 10분을 강조한다…..? 저 여자 혹시, 그 시간 동안만 가능한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걸까∙∙∙∙∙∙? 쯧. 무슨 게임 설정도 아니고.

나름 호감녀 미스 카이는 끝내 혼자 거실 밖으로 나오더니 차분하게 몇 미터 정도를 걸었다.

처음부터 그 정도만 갈 생각이었는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춘 미스 카이의 양손에는 어느 사이 길고 가느다란 바늘 형태의 암기가 쥐어져 있었다. “거기, 당신…….”

분명히 자신의 머리 위 천장에 달라붙어 있는 에스에게 하는 말이었다. 미스 카이의 양손이 조용히 움직이는 순간 그녀의 긴 은발 머리가 살랑 바 람에 날렸다.

“용서…….”

에?

“…해주시겠어요?”

뭐시여?

“저는… 사신과 대적할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당신도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저를 죽여야 할 이유는 없지 않겠어요?”

시방 저 아가씨가 뭐래는 겨?

잔즉 긴장한 채 눈부신 혈전을 예상하고 있던 나를 약올리기라도 하듯, 미스 카이는 양손의 힘을 빼 손안의 바늘 같은 암기를 복도 바닥으로 투둑 떨구어 버렸다. 게다가 적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곱게 쪼개기까지 하고 있었다.

뭐야. 저 아가씨, 이제 보니 웃고 있는 입가며 어깨. 아니, 전신이 다 보일 듯 말 듯 떨고 있잖아………?

“저・・・ 가도 되죠?”

미스 카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으며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꼴깍 마른침을 삼키며 몇 발자국을 걸었을 때까지도 에스로부터 공격이 없자 조금 더 걸음이 빨라지더니, 이윽고 냅다 달린다.

젠장! …아, 아니. 사실 살생이 하나라도 줄면 다행인 건데 그래도 좀 전에 바람도 없는 복도에서 저 아가씨의 머리카락이 왜 분위기 있게(?) 날 린 거며… 으~ 어째 저 아가씨보다 타임 씨의 연출에 낚인 기분이다.

“하아~ 이런 의뢰, 싫다, 싫어.”

재빠른 도주를 현관쯤에 도착해서 잠시 멈춘 미스 카이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테네시………! 자신을 노리는 자의 수준도 모르고… 결국 우리 킬러들을 엿먹이는 당신 같은 남자가 있어서 이 직업이 힘들다는 거야.”

그녀는 문득 다시 거실 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림을 이었다.

“헤롤드……………! 아무리 짜증나는 스토커라고 해도… 당신이 미친 살인마만 아니었어도 이런 식으로 떼어낼 것까진 없었을지도… 큼. 어쨌든 이제 영 원히 안녕~!”

미스 카이는 연인이 아니라 스토커였던 모양인 나이프 헤롤드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이어 미련 없이 현관을 나가더니 아름다운 은발 머리를 휘날리며 격하게(?) 달아난다.

거실에서 강조하던 ’10분’이면 미국을 떠나 아프리카까지라도 튀어 버릴 기세였다.

저 여자의 특기가 첩보 기관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군.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정확히 알아보고 절대 싸우지 않는 처세 술과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없는 저 과감한 줄행랑……! 저 여자, 좀 짱인 듯. 으음. 그나저나………

여러모로 최강인 미스 카이가 사라져 버린 거실의 킬러 집단은 이제 그 운명이 확실히 정해져 버린 셈이었다.

에스 역시 카이를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었던 건지, 그녀가 먼저 알아서 사라져주자 아예 천장에서 내려와 문 앞에 선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한 손에만 짧은 단도를 들고 있었는데, 이제 하나를 더 뽑아들고 있었다.

쾅!

예스의 발길에 문짝이 날아가듯 열리자, 나이프 헤롤드가 제일 먼저 놀라며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 설마! 설마 그녀가! 그녀를! 네놈이이!”

겉으로나마 커플의 한 축이었던 카이의 죽음에(?) 광분한 헤롤드의 나이프가 벼락처럼 에스에게 날았다. 그러나 에스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기울 이는 것만으로 그 나이프를 피했다.

살기에 쌓인 나이프가 눈가의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음에도 에스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하! 핫! 핫!”

여전히 광기에 차 괴이하게 웃으면서도 나이프 헤롤드의 행동은 그리 무모하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직접 마주하게 되자 상대의 강함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새로 꺼내 든 나이프를 양손으로 번갈아 쥐어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한스 자매 중 남자가 슬며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남자 한스의 손에 들려 있는 칼은 명색이 특공대 출신인 내게 조금 낯이 익었다.

NR-2…였던가? 칼날이 암기처럼 튀어나갈 수도 있게 제작된,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의 특수 대검…………! 칫. 독일 킬러가 왠 러시아 무기를 들고 지랄?

여자 한스 쪽은 권총을 빼든 채 충실하게 테네시를 경호하려는 듯 에스와 테네시 사이로 위치를 잡았고, 그 뒤의 테네시도 자신의 총을 빼들고 있 었다.

지근거리의 공간에 칼질 전문 일급 킬러 두 명과 두 자루의 총………!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인데………….

“핫?”

에스와 정면으로 대치중인 나이프 헤롤드가 뭔가 감을 잡은 것 같은 소리를 냈을 때, 나 역시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줄곧 태연한 것처럼 보이던 에스의 기색이 미묘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제에기! 나도 깜박하고 있었다. 저 양반이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라는 사실을!

“핫! 핫!”

나이프 헤롤드의 나이프에 스피드가 붙으며 어지럽게 번쩍이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양 손 사이에 수십 개의 나이프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 고, 그의 스탭은 자신 있게 에스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쉬익~!

헤롤드의 수십 개(?) 나이프가 독사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쉭! 쉭! 쉭!

예측하기 어려운 타이밍으로 몇 번의 칼질이 이어지며 에스의 피부에 붉은 실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미처 피하지 못해서? 아니. 저 양반, 체력을 최소한으로 소모하기 위해서 피하는 동작까지 아끼고 있는 거야. 이제 곧… 오!

“하… 아?”

득의만만해하던 헤롤드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오르고 있었다. 헤롤드는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목에서 뿜어 져 나오기 시작한 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규칙한 상대의 칼질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 마주 가해진 저 반격은, 만약 알았다 해도 피할 수 없었을… 권투로 치자면 환상적인 카운터 펀치였다 고 할까?

“어? 어? 어…….”

헤롤드는 결국 얼빠진 소리와 함께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그 뒤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남자 한스의 표정도 일그러지고 있었다.

줄의 일부가 끊어진 인형처럼 비틀거리는 헤롤드의 움직임에 동조하여 똑같이 움직이고 있는 에스가 남자 한스의 시야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 서 있는 여자 한스에겐 에스의 움직임이 빤히 보일 수밖에 없어! 그런데도 저 여자는 왜 망설이고 총을 쏘지 못하… 아, 혹시 에스는……………!

“끄윽!”

억제된 비명소리가 삐져 나왔다.

어느 틈에 여자 한스의 가슴 한복판에 장식처럼 칼자루가 꽂혀 있었다. 여자 한스의 몸이 뒤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에 에스는 그녀를 향해 신 형을 날렸다.

탁한 격발음과 함께 NR-2의 칼날이 에스를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그 강력한 칼날은 남자 한스의 바람과 달리 여자 한스의 육체에 깊숙이 박혀 버렸을 뿐이었다. 에스가 쓰러지려던 여자 한스의 뒷덜미를 잡고 방패로 삼았던 것이다.

“안 돼에~!”

남자 한스의 때늦고 비통한 울부짖음 소리가 실내를 가독 매우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오래 지속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남자 한스에게 날린 에스의 칼은 단순한 확인사일까? 아니면 나름의 자비로움인 걸까…………? 으으음… 어쨌거나, 결국 커플 부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솔로 부대 암살자의 승리인 셈이군. 이제 남은 건………….

처음부터 총을 뽑아 들고 있던 테네시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총구를 정확히 에스에게 겨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와들와들 떨며 여전히 에스에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처음으로 에스의 입이 열리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 한스 남매에게 두 자루의 칼을 모두 사용해서 비워진 손을 들어 보이며 다시 테네시에게 말했 다.

“네놈이 좋아하는 비무장의 상대다. 마음껏 본성을 발휘해 봐. 지난날 힘없는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도륙하던 그 더러운 본성을………….”

“다, 닥쳐!”

꽝!

발작적으로 볼을 뿜은 테네시의 총구 앞에서 에스의 상체가 반쯤 팩 돌았다.

“아핫?”

기쁨에 찬 테네시의 탄성과 함께 에스가 쿠욱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핫! 핫! 역시 네놈도 별 수 없는 거구나! 그래! 역시 대마법사의 마법이 네놈의 마법보다 강한 거야! 하학학~!”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KKK단의 초기에는 단장을 ‘대마법사’로 여기는 등 중세 오컬트적인 요소가 강했다고 하더니… 저자의 마지막 정신적 보루 는 결국 마법이었던 모양이군. 백인이 아닌 사람이 마법을 논하면 ‘미개하다’고 지껄일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역겨운 이중성이 새삼느껴지지만… 여 하간.

“나 테네시 포르스트! 난 자랑스런 백인 신사야! 여자나 어린 아이를 해친 적이 없어! 알겠나? 내가 응징한 건, 짐승 주제에 시건방지게 백인들과 같은 자리를 넘보는 것들과 그 종자들일 뿐이었다구! 핫!”

놀고 있다. 정말.

“핫, 하…….”

조금 전 에스가 상체를 틀었던 건 총알을 피하기 위함이었고, 직후에 몸을 누지 못한 것은 그 자신의 중병 때문이란 것까지 저 미친놈이 알리는 없 을 것 같지만… 적어도 당장 눈앞의 현실만은 깨닫기 시작한 것 같군.

“이, 이럴 리가 없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 에스를 보고 당황한 테네시는 주머니 속에서 꺼낸 별 모양의 장식물을 권총과 함께 모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악!”

테네시는 비명을 지르며 총과 별을 놓치고 말았다. 테네시의 손목에 박혀 있는 건 아까 미스 카이가 복도에 떨어트려 놓고 갔던 금속 바늘꼬챙 이?)이었다. 테네시는 결국 그걸 빼낼 생각도 못한 채 몸을 돌려 정신없이 거실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스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 태도 로 그 뒤를 쫓아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루드.」

나는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 루드를 불렀고, 아랫층 창밖의 그 역시 같은 생각인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잠시 후.

나와 대교, 그리고 흑주는 현관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저택의 안으로 들어섰다. 테네시의 지옥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으아아아~!”

테네시는 허겁지겁 달리다가 계단 앞에 늘어져 있는 경계병의 시신들 앞에서 쿠당탕 자빠지고 있었다.

“히이익!”

맥없이 돌아간 시체의 눈과 눈이 마주친 테네시의 입에서 괴이한 비명이 새어나왔다. 테네시는 더욱 미친 듯이 기다시피 계단 위로 달아났지만, 마 치 공포 영화의 상투적인 연출처럼 기어가는 길목마다 섬뜩한 시체가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점점 더 제정신을 잃어가는 테네시의 뒤를 서두르지 않고 따라붙는 에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피투성이의 사신이었다.

제기… 에스 저 양반, 이미 완전히 자신의 목숨을 포기했어. 남은 시간 동안 즐기려는 거야. 마지막까지… 테네시의 비명과 공포를…

나는 이제라도 말려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끝까지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루드의 말대로 이건 에스 자신만이 멈출 수 있는 그의 시 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저 응징의 시간이 지나면… 에스는 과연 자신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길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당연히, 내게 있어 저 테네시란 인간쓰레기의 생사 따위보다 궁금한 건 에스의 미래였다.

“아,아, 아아아~.”

추하게 눈물 콧물에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기어서 2층 모퉁이를 돌아간 테네시와 그 뒤를 쫓아간 에스까지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 는 몽몽에게 더 이상 생중계를 하지 말라고 했다.

커플 부대를 박살내는 솔로부대 용자의 활약상이야 나름 재미라도 있었지만, 저렇게 끝까지 추한 등신의 최후는 구경할 재미도 별로…

「몽몽. 에스의 몸 상태는 계속 체크 중이겠지?」

-예, 주인님. 하지만, 의학적으로 코드명 에스의 신체는 이미 언제라도 활동을 중지할 가능성 90% 이상의 상태입니다.」

「…알아. 하지만 일단 전에 말했던 대로 응급처치 준비해 줘.

주인님. 코드명 루드와 카라는 아직 저의 정체를 밝혀도 될 만큼 신뢰할 근거가 미약합니다.

「…그것도 알아, 몽몽.」

몽몽의 판단에는 동의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어떤 이유든 둘째칠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내 옆에서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없이 서 있는 이 녀석, 흑주 때문에 더더욱 에스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다.

“끝났군.”

루드가 먼저 짧게 중얼거렸고, 우리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2층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추악하게 목숨을 구걸하며 기어가던 모습에서 큰 변화 없이 쓰러져 굳어가고 있는 테네시 옆에 에스가 서 있었다. 그는 우르르 몰려드는 우리 구경 꾼들을 보며 잔잔하게 웃었다.

흑주는 당연히 그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그는 손을 들어 아무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사부님과 사모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정식으로 인사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걸로 됐다.”

된・・・ 정도가 아니다. 에스는 지금 사부에게 큰절로 인사를 하는 건 고사하고 저렇게 자신의 힘으로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인 상태였다. “흐응. 지금이 그리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역시 신은 소년 시절이 더 매력적이었………….”

“카라.”

“미안해요, 루드. 하지만・・・ 신, 너도 인정하지?”

“후후 사모님께선 여전하시군요.”

에스는 카라의 소녀 같은 장난기가 더 반가운 것 같았다.

에스의 시선은 곧 사부 부부로부터 떠나 우리를 지나서… 조심스럽게 흑주에게로 향했다.

“나빠, 아저씨. 혼자. 흑주, 두고, 혼자.”

흑주의 책망에 에스의 파리하게 빛바랜 입술이 새삼 다정한 미소를 피어 올리고 있었다.

“미안. 너에게는… 정말… 미안해.”

“하지마, 그런 말. 그런, 하지마.”

천년 전의 주직촌(株織村)에 이어 두 번째였다. 흑주의 눈물을 보게 되는 것은.

“아저씨, 살아. 맹세… 대신, 흑주, 목숨………….”

에스가 즉시 고개를 저었고, 난 흑주의 어깨를 잡았다. 루드도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나의 재전제자, 어린 손녀야. 목숨을 건 맹세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란다.”

나도 흑주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덧붙였다.

“그래. 인마. 정 뭘 걸고 싶어도 적당히 하라구. 적당히.”

으음. 어째 루드에 비해서 난 상당히 뽀대 안 나는 대사를 친 기분이………

“…신. 너라면 우리가 이런 순간에 너를 찾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루드의 말에 에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에스, 당신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그뿐이 아닙니다. 나에게는 현 시대의 의학을 초월한 조력자가 있어요. 당신의 그 병도 완치시킬 수 있단 얘 깁니다.”

에스의 비교적 차분했던 표정이 비로소 크게 흔들리는 것 갈았다. 그는 살짝 입을 벌렸지만 잠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하핫 –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큽. 커헉!”

결국 피를 토하는 그를 흑주가 재빨리 달려가 붙잡았다. 그는 흑주의 팔과 복도의 벽에 기대어 선 채 몇 번 더 쿨럭 거린 끝에야 겨우 진정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제 고통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행복한 표정이었다.

“캔들 리….”

고개를 치켜든 에스의 눈은 천장, 아니 허공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당신의 말대로…………. 저에게도… 이렇게 살아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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