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40화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전차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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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40화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전차를 타라


10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전차를 타라

화이트 판타지아의 수호신이라고까지 불린다는 케빈 장군. 그의 투항 후, 천음마군 팀의 상황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원래 많이 봐준 거라 그런지, CR들이 나서서 복구를 도와주자 몇 대의 치명적 타격을 입은 전차 빼고는 곧바로 재가동이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 같고… 보병들도 크고 작은 부상자가 상당하나 사망자는 없음. 그래도 어쩌면 브라이트 소령만은 재기 불능이 될지도………….

1초에 한 대씩 늘어난 대수를 1초에 한 대 꼴로 맞고 있을 때는 약간 안돼 보였으며, 군인으로서는 나름 용맹한 면모를 보이기도 해서 내 눈에 아주 밉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하들에게는 평소에 인심을 단단히 잃어 놓았던 모양이었다. 다들 바쁘게 전차를 손보며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으면서도 가장 심하게 아작이 나서 비몽사몽인 2인자는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지………? 저 인간의 상관이면서 아까 게김을 당했으니 가장 열 받았을 법한 케빈 장군이 오히려 유일하게 그를 챙기는 모양새군.

케빈 장군은 작은 임시 비서관 윈드의 추가 보고를 받으면서 효율적인 재해(?)복구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상황의 가닥이 잡히는 것 같자, 바로 브라이트 소령이 땅바닥에 누워 있는 쪽으로 향한 것이다.

“…브라이트소령.”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본래 야후 장・・・ 아니, 천음마군의 손을 가볍게 거치면 누구나 저렇게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없거나 아예 숟가락 놓는 몸이 될 수밖에 없다.

“내 말이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몇 마디 해야겠네. 난… 귀관이 처음 나의 부대에 도착했던 그날부터 귀관이 평범한 장교가 아니라 코블 각하의 추종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네. 훗~ 하긴. 귀관이 너무 티를 내고 다녀서 곧 부하들 사이에서도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지.” 흐흠. 낙하산인사에 상부의 간첩(?)이었다 이거군.

“하지만… 그래도 난 귀관을 그렇게 몹쓸 군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네. 승리를 위한 전술보다 각하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저돌성을 강조하 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어. 나 역시 ‘국민들을 위해서’ 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는 했어도, 결국 무모한 짓을 많이 하고 살아왔거든. 다만… 오늘의 자네는 정말 옳지 않았어. 군대의 장교로서는 부하들의 생명을 도외시했고,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같은 국민의 한 사람이며 아직 어린 소년 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어.

만약, 귀관이 정말 이 소년을 게릴라들이 보냈다고 확신했던 거라 해도… 그래도 그건 그렇게 쉽게 해선 안 될 짓이었어. 인간으로서 아니, 군인 으로서도 말이야.”

브라이트소령은 계속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고 있어서 케빈 장군의 말을 듣고 있는지, 심지어 다시 깨어날 수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러 나 장군은 그가 계속 듣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늙은이의 잔소리는 이제 그만하지. 당분간 쉬게 된 것 같으니. 그동안 잘 생각해보게. 군인이 진짜 지켜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말이야.”

마지막 충고를 마친 케빈 장군이 돌아서며 위생병을 불렀다. 그가 자신에 대한 치료를 지시했을 때에야 브라이트 소령은 움찔, 약간의 움직임을 보 였다. 그러나 끝내 눈을 뜨지 않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저자가 지금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고… 그보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아까 윈드를 게릴라들이 보냈을 거라고 주장했었지.. •? 근데… 그 문제의 게릴라들은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렇다 쳐도, 지들 바로 옆의 국경 지대에서 요란뻑적지근한 전 투가 벌어졌으면 하다못해 구경이라도 나와 봤을 법한데 말이야. 게다가…………….

“…몽몽. 아까부터 좀 허전하긴 했는데 우리편 숫자가 어째 조금 비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주인님. 이곳 주민인 ‘맥스’를 비롯하여 CR들 중 두 명의 인원도 현장에 없습니다.

아… 맥스! CR들 숫자가 비는 건 뒤늦게라도 느꼈는데, 맥스는 아예 까맣게 잊고 있었네. 이런 게 존재감 없는 조연의 서러움이랄 지… 으음. 어쨌 든 지금은 그보다.

난 새삼 게릴라 집단이 암약중이라는 바위산 너머의 영상을 보았으나,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코드명 윈드, 천음마군 팀의 임시 브레인은 주인님께 통화를 시도하기 전, 천음마군의 허락 하에 맥스 일행을 먼저 게릴라 지역으로 침투시켰습 니다.」

호오~ 그랬단 말이지…………? 윈드 녀석, 용케 천음마군을 설득해서 병력을 나누었었네? 어쩐지 보기 좋은 설득이 아니라 지겹게 옆구리 찌르고

“그럼 혹시…….”

(?) 졸라서 천음마군이 ‘으~ 귀찮아죽겠네! 니 맘대로해!’ 라는 반응을 보이게 했을것 같기는 하지만…………….

「그들이 소지한 휴대폰의 전파를 탐지하여 이동 경로와 현재 위치 및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아직 별일은 없다는 거지?”

「현재까지는 그런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들은 아직까지 게릴라들 과 조우하지 못했으며…

“어이~!”

몽몽의 보고를 방해한건 케빈 장군이었다. 몽몽의 보고도 궁금했으나, 케빈 장군이 드디어 라이벌(?) 천음마군을 부르며 다가가고 있어서 그쪽을 먼저 보기로 했다. 천음마군은 아직도 브라이트 소령이 탔던 전차 위에 앉아 있었는데, 전투가 끝난 후로는 계속 시큰둥한 표정으로 가끔 하품까지 찍찍 해대고 있는 중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욕구불만인 표정이지? 패장인 나와 달리 자네는 분명 승장인데 말야.”

나야 이유가 짐작이 되지만…………….

“…이, 내가, 승전의 기쁨을 안겨주지도 못할 만큼 약했기 때문 인가?”

“흥! 잘 아시는군.”

퉁명스런 대답이 나오자, 어쩔 수 없는 분노와 씁쓸함이 교차하는 모양인 노장군. 그러나 오히려 더 입술을 잔득 내밀고 노골적으로 심통이 난 표 정이 되는 건 천음마군 쪽이었다.

“모처럼 쓸 만한 적을 만났나했더니… 칫! 역시 나이 먹은 영감은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이…….”

노장군이 모욕을 참지 못하고 입가를 실룩거리기 시작했을 때, 먼저 발끈한 건 옆에 있던 윈드였다.

“이게 무슨 무례한 태도입니까! 이분이 어떤 분인 줄이나 아세요? 36년 전, 처음 소대 규모의 지휘관이 된 이래 지금까지 단한번의 패전도 없었 던 명장이시며, 오늘날 우리나라 최고의 부대를 이끌고 있는 이 섬의 살아 있는 전설이시란 말예욧! 오늘은, 오늘은 다만…………….”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그, 그것도 그렇고……….”

“또, 뭐? 상대가 너무 나빴다고? 인간 같지 않은 괴물들이라서 인간의 전차 부대는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냐?”

과정이야 어쨌든, 너무나 확실한 ‘결과’ 때문인지 윈드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도 더 열 받아 하는 건 천음마군 쪽이었다. “이 멍청아! 저것들이 어딜 봐서 최고의 부대냐!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서 금방 우왕좌왕 등신들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누가 먼저 나서 지 않으면 적을 공격할 엄두도 못내는 꼴 못 봤냐? 실전 경험이라곤 쥐뿔도 없는 것처럼 구는 놈들이 어딜 봐서………….”

전차 부대원들을 손가락질하던 천음마군이 문득 말끝을 흐린다. 직접 모욕을 당한 부대원들이나 장군, 윈드까지 항변은 고사하고 새삼 기가 팍 죽 는 분위기가 되는 걸 감지한 것이다.

“뭐야? 너희들 설마, 진짜…”

어이없는 표정이 되어가는 천음마군에게 윈드가 겨우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게. 실은 이 섬에는 외적이 군사적으로 침공한 적이 없어서…..”

“……게릴라는 있다며? 뭐 하는 놈들인지 몰라도 이 부대는 그 녀석들과 싸우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었어?”

“예. 분명히 그렇지만, 게릴라들아 제대로 군사 행동을 보인 것도 상당히 오래전 일이라. 그러니까, 현재 이 섬의 거의 모든 군인들은 사실상 한 번도 실전을 겪어보지 못한 셈이에요. 하지만 그 대신 항상 실전 같은 시뮬레이션 훈련을………….”

“그 컴퓨터 게임 같은 거 말이냐? 그게 실전을 대신할 수 있다고?”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 그래도 장군님만은 달라요!”

천음마군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장군에게 몰리자 노장군은 크흠, 멋쩍은 헛기침 소리를 냈다.

“음・・・ 30여 년 전, 지금의 게릴라들이 아직 정상적인 시민에 속해 있었을 때 그들은 사회에 대한 불평불만을 기어이 대규모 군사적 행동으로 터 트렸었네. 그 내전, ‘8월의 비극’을 진압하는 작전에 내가 참여했었어. 그리고 그 유일한 참전 세대 중에서 현역은 이제 오직 나 하나뿐이지.”

나야 역사학자까지 겸하시는 몽몽 선생 덕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이 섬의 역사지만, 처음 듣게 된 천음마군은 급 실망 모드로 빠져들고 있었다. “제기랄! 그럼 게릴라놈들도 마찬가지일 거 아냐?”

그나마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것도 게릴라들에게 재미난 싸움의 희망(?)을 걸고 있었던 건지, 결국 벌렁 누우며 눈까지 감아버린다.

“에이~ 이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니들끼리 알아서 해!”

근처에서 비서처럼 대기 중이던 비오소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럴게요, 대장. 대장은 이제 쉬면서 상처에 ‘약’이나 발라요.”

천음마군이 흠칫 놀라며 눈을 떴다. 천음마군이 설마하는 표정으로 바라본 방향에는 CR 소속의 ‘간호사 여인네’ (?) 두 명이 서 있었다. CR들의 실제 평균 나이대를 잘 알고 있음에도 일단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다른 애들에 비해 훌쩍 큰 키와 일명 쭉쭉 빵빵 몸매를 갖춘 소녀들 이었다.

복장도 그렇고, 힐링 계열의 능력을 가진 애들인 모양이지………? 근데 왜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가 추워(?)지는 걸까?

똑같이 하얀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귀신영화의 캐릭터처럼 긴 생머리를 앞으로 내려서 거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음. 저 머리만 좀 어떻게 하면 많은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초미녀 간호사 자매’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지. 대체 누가 저런 컨셉을 잡아준 걸까?

“자, 잠깐! 난 필요 없어!”

왠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거부하는 천음마군.

“저 녀석들, 또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거잖아!”

이상한 짓..

““나이팅게일 자매’의 능력은 치유의 손길’. 하지만………….”

비오소는 능청스럽게 자기의 혀를 내밀어 보이며 덧붙여 말했다.

“타액의 효과는 그 7배……………! 아시면서 새삼스럽게.”

뭐시라? 그럼 그걸 바르려면……….

“난 필요 없다니까! 다른 애들이나 치료해주란 말야!”

“쟤들은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치료를 안 해주잖아요. 그것도 아시면서………….”

으으음. 꽤나 까칠한 나이팅게일이었군. 쟤들은 오늘 전투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뒤로 빠져 있더니 뒤늦게 나타나서… 이런, 이런 역시 나 못지 않게 순진 청년인 천음마군이 거부할 만한 상황으로 이어질 모양이구먼.

나이팅게일 자매는 행동까지 일제 귀신을 닮았는지 전차 위로 엉금엉금 기어오르더니 같은 방식으로 천음마군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사이로 창백한 입술이 벌어지더니 붉은 혀를 날름 쩝,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야, 야! 난 진짜 괜찮아! 별로 안 다쳤단 말야!”

천음마군이 급기야 몸을 일으켜 달아날 태세까지 보이자, 까칠한 나이팅게일 자매가 기어가는 것을 멈췄다. 굳게 다물어진 입술과 전 신이 살짝 떨 리는 기색으로 보아 거부당했다는 마음을 분노로 바꾸기 시작하는 듯했다.

“대장!”

비오소가 장난기를 지우고 심각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애들을 화나게 하면 우리들까지 전부 위험해지는 수가 있는데… 역시 잘 아시면서!”

에? 이 얘긴 또 뭐야?

「코드명 ‘나이팅게일’ 자매. 치유의 능력과반대인 ‘악화’ 능력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도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으나, 인간 의 면역체계를 비롯한 자체 치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게… 그러니까… 여차하면 전원 면역결핍 즉, 에이즈 환자화………? 에고야. 쟤들이 그렇게 위험한 녀석들이었던 건가?

“으~ 알았다! 알았어!”

천음마군은 하는 수 없이 다시 눕더니 두 팔까지 벌려 ‘나 잡아 잡수’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까칠 나씨 자매는 감정 변화도 빨라서 금방 희희낙락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며 천음마군을 덮치더니 여기저기 날름날름 핥아대기 시작했다.

쯧…………!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천음마군을 가련한 미녀 자매를 납치해 몹쓸 짓을 시키는 변태 조폭 보스쯤으로 볼 법한 광경이로군. 실제로는 오히 려 먹히는(?) 입장이거늘……………

졸지에 나이팅게일 자매의 사탕(?)이 되어버린 천음마군을 보며 윈드는 공연히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케빈 장군도 난감한 표정이 되어 망설이는 것 같더니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훗. 여러모로 특이한 녀석들이군.”

케빈 장군은 그대로 돌아서다 말고 문득, 물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

“…천음, 천음마군.”

이것도 어찌 보면 꽤 전형적인 장면이로군. 비슷한 계열의 나이 많은 인물이 마음에 든 젊은이에게 이름을 묻고 답하며 서로가 내심 인정하는 모습 을 표현하는 그런 장면 말이야. 하지만…지금 노장군은 어떤지 몰라도, 천음마군은 좀 아닌 것 같아. 뭔가 아직도 상당히 거슬려 하는 표정인 것 같지……? …하긴, 내가 봐도 지금의 저 노장군은 첫인상과 달리 ・・・ 그러니까, 너무 부드럽고 평범해 보인다고 할까? 뭐, 사실 그게 정상인 거지 ph…….

「주인님.」

“어. 왜, 몽몽.”

「이 섬에서 게릴라로 분류된 집단과의 조우 및 설득에 나섰던 맥스 일행이 복귀 중입니다.」

“음… 그래?”

「약 10분 후부터 영상으로도 확인 가능한 지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윈드에게 통화를 요청 중입니다.」

과연, 윈드가 휴대전화의 벨이 울리자 서둘러 받고 있었다.

「통화를 들으시겠습니까?」

“글쎄? 이젠 별로 궁금하지도 않네.”

「주인님께선 이미 결과에 타당한 결론을 내리신 것으로 판단됩니다만…………」

“응. 그렇지 뭐. 이렇게 전차부대까지 동원해서 방어해야 하는 게릴라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별다른 군사적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부터 이상 하고, 오늘 이렇게 전쟁 수준의 난리가 났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는 건 더더욱 수상………! 게다가 저쪽으로 넘어간 맥스 일행이 오래도록 그 자들을 찾아 헤매야 했다’는 건…….

난 맥스 일행이 복귀 중인 방향을 보며 쓴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게릴라… 없는 거지? 이제 아예 없거나 있어도 이미 전차 부대까지 동원해서 막아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던 수준……! 그치?”

「현재까지 수집된 데이터로는 ‘부재’가 정답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최근까지 도시에서 발생했던 산발적 도발… 이 섬의 정부와 언론에서 심각한 사태로 다루었던 ‘게릴라들의 위협 은 모두 간단한 데이터 검증만으로도 허구 증명이 가능한 조작입니다. 전차 부대의 순찰에 걸려 체포되 거나 사살 당했던 몇 명의 ‘자칭 게릴라’들 신원 역시, 기밀문서에는 기존 죄수들 중에서 선출된 자들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뭐 섬 바깥의 모든 세계를 조작해 온 마당에 이 정도는 약과인 셈인가?

어디까지나 제3자인 나야그렇게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직접 통화를 한 윈드는 그래도 일찌감치 이 섬의 실태를 감 잡은 녀석답게 침착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실을 전해들은 케빈 장군의 충격은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그, 그게 사실이냐! 정말 정말 아무도! 아무것도 없더란 말이냐!”

죄 없는 윈드를 붙들고 고함을 지르듯 묻는 노장군에게선 이미 조금 전까지의 비교적 차분했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예, 예… 그래요. 게릴라들의… 과거에 살았던 흔적. 게다가 32년 전, 그들이 완전히 토벌 당할 당시의 일기 같은 것이 일부 발견 되었다고·

“32년전? 그때 분명 나도 잔당수색에 참여를… 하지만… 그때 난・・・ 갑자기 사령관의 부름을 받아서… 그사이에 게릴라들의 수뇌부와… 휴전 협 정이 성사되었다는 발표가… 그 후로 난… 진압작전 의 영웅으로… 이런저런 행사에…정신없이..”

노장군은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뭔가 잘못된 거야! 그럴 리가 없단 말이닷!”

케빈 장군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듯,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결국에는 직접 바위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장군・・・ 님・・・・・・!”

윈드는 그를 잡지 못했고, 전차 부대의 다른 병사들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정으로 장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맥스의 복귀를 기다릴 여유도 아니, 맥스의 얘기를 다시 듣기보단 직접 모든 걸 확인하고 싶은 거겠군.

「쯧쯧쯔~」

“요몽? 넌 또 어디 갔다가 이제 오냐?”

「어, 패티가 뭐 좀 보여 줄게 있다고 해서 잠시… 음. 그보다, 주인 님. 패티와 저도 중계방송은(?) 틈틈이 봤거든요? 그럼 저 장군 할아버지와 부하들은 정말 계속 있지도 않는 게릴라들 때문에 저곳을 지켜온 건가요? 세상엔 의외로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많나 봐요?」

“뭐, 확실히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하다만…………….”

「그냥 괜히 한 번 숲에 들어가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수십 년 동안 그런 사람이 한명도 없었나?」

“…지뢰. 숲 주위로 그런 걸 잔뜩 묻어 놓거나, 아니 그런 수고를 할 것도 없지. ‘저긴 지뢰밭이다’라고 한 다음에… 어쩌다 한 번씩 누가 몰래 가서 터트리는 쇼만 해도 누가 함부로 저 안에 들어가려고 들겠냐?”

「오호라~ 심리 트랩!」

“그래. 그리고 어쩌면 어렴풋이 진실이 무언지 짐작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르지. 저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로 현실에서 뭔가 잘못된 걸 느껴도 그걸 무시하고 살아 가려는 경향이 있거든.”

「에~?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는 건가요? 왜요?」

“그게. 그걸 인정하면 그때까지의 자기 인생이 모두 사라져버릴 것 같은… 너무나 큰 오류는 오히려 덮어버리는 게 낫다는… 그런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게 되는 거랄까…………? 말하자면, 꿈이란걸 알아도 깨어나기 싫어하는 사람의 심정이랄지… 어쩔 수 없이 솔로면서 자기가 솔로를 선택한 척 하는 사람의 심리랄지……

「우음. 좀 이상한 예를 드신 것 같지만, 그래도 얼추 무슨 얘긴지 알 것 같아요.」

크흠. 요몽도 많이 발전했군. 대충 갖다 붙인 설명도 알아듣겠다니 말야. 근데, 그나저나……………

“저 사람들 기분도 기분이지만, 사실 나도 지금 좀 다른 이유로 기분이 나빠진다.”

「움? 왜요? 아하! 제가 없어서 혼자TV 보느라 심심하셨구나?

“그게 아니고. 인마.”

「헤헤~」

“이 상황 역시 날 겨냥한 설정이 아닌가싶어서 그러는 거야.”

「주인님을 겨냥한 설정이요? 이것도요?」

“그래. 이 상황도 결국 ‘비상식적인 정부의 장난질 때문에 생긴 뻘 짓’ 이잖아.”

몽몽 제공의 화면 중하나에서 지금・・・ 케빈 장군과 부하들이 맥스 일행과 마주치고도 그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무조건 숲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어디… 으음. 금방 누가 지뢰를 밟아서 폭발한다거나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걸 보니, 그동안 저들의 호기심을 차단하고 있던 지뢰밭 역시 허구 였던 모양이군.

난 일단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며 쩝… 쓴 입맛을 다셨다.

“저 전차부대도 그렇고. 애초에 말야. 프리메이슨이 이 섬에서 내게 보여준 모든 일들의 의도는 아주 뻔해. 좀비 사태까지 일어날 건 예상 못했는 지 몰라도, 어차피 난 원판이 세계에서 긁어모은 쓰레기들로 구성된 이 섬의 정부가 어떻게 주민들을 바보로 만들어 놓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 을 거야. 그리고 결국 그놈들과 싸우고.. 뭐, 하여간 일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고, 느끼는 것도 비슷하겠지.”

「우웅~ 제가 보기에도 그랬을 것 같네요. 목적은… 긍까, 음~.」

“진유준 약 올리기…………! 표현이 좀 그렇다만, 결국 그런 거야. 나에게 ‘너의 나라도 이곳과 다를 바 없다’라는 메시지를 계속 세뇌 하려했던 거 지.”

그래. 내가 계속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다’라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주석궁의 북쪽 출신 전사에 짝뽀까지 등장시킬 때는 참 진짜 거시기 했다. 그건・・・ ‘진유준, 네가 계속 너희 나라의 망가짐을 방치하고 있 다가는, 결국 이런 꼴 난다’라는 메시지의 절정이었다고 할까……?”

「사실, 제가 봐도 초큼 유치했어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그랬지. 근데… 그럼에도 난 솔직히 좀 흔들렸었다. 아무리 뻔하고 단순해도… 아니, 그렇게 노골적이라서 더 쉽게 와 닿았는 지도 모른다. 놈들이 특정한 상황을 부풀려서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일부 맞는 부분이 있다는 걸 부정하긴 어려웠기 때문이었 다. 게다가 가끔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진유준은 어디까지나 보수주의자에 국수주의자이다.

그래서 잠시 ‘진짜 확 다 엎어버려?’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지. 현재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고, 진보고, 우파고, 좌파고… 내 눈에는 자기들이 주장 하는 사상에 제대로 충실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거든? 다들 상대를 매국노라 욕하면서도 결국 지들이야말로 승일에 승미에 승북에… 으~ 하여 간 맘에 들지 않아……………!

난 어쩌다 보니, 프리메이슨이란 지구적 괴물 집단에게 노림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고, 솔직히 나 자신도 이미 괴물화 되어버렸기에, 꼭 프리메이슨 과 손을 잡지 않더라도 한나라를 엎어버리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날 반대하는 자들을 내가 직접 전멸시킬 자신도 있으니 까 말이다.

그러나… 당연히 그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난 그런 짓을 벌일만큼 미치지도 않았거니와, 내가 모든 면에서 옳다고 확신하지도 않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난 우리 나라 사람들… 나의 동족들을 믿고 있어. 계속 나서서 떠드는 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더 크게 들려서 그렇지. 우리나라엔 그 런 자들만 있는 게 아니지! 조용히 지내는 대다수의 사람들 중에 얼마나 영악하고 무서운 사람들이 많은지를 안다면, 우리나라의 잘난 지도층이나 심지어 프리메이슨조차 그들을 아니, 우리를, 쉽게 비하하지는 못할 텐데…

「주인니임?」

“응? 어. 아, 미안. 잠시 혼자 생각을 좀………….”

「피이~ 그러시는 거야, 늘쌍다반사니까 됐구요.」

음…..?

요몽이 가리키는 화면에 케빈 장군과 그의 수하들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다들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상태인 걸로 보아, ‘게릴라들의 과거 흔적만 이 있을 뿐 이제 아무도 없는 숲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저 사람들… 이제 어떻게 나올까요?」

“글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천음마군 팀과의 황당한 전투, 나라 전체에 발생한 초유의 위기… 그런 사실들도 당연히 충격이었겠지. 그러나, 그래도 그건 자신들이 싸우고 부딪쳐가면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문제였어. 근데 지금 저 상황은 얼핏 앞의 두 사건보다 작아 보일지 몰라도… 당 사자들에게는 더 엄청나게 심각한 얘기가 되는게… ‘우린 애초에 존재 이유가 없었다’, 이거거든? 으음…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케빈 장군의 선택에 달려있겠지.”

브라이트 소령이라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끼어 있었기는 해도, 저 부대는 본래 케빈 장군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집단인 것 같으니… 아, 케빈장군은 먼저 무전기부터 찾는군.

“몽몽.”

「예, 주인님.」

“그쉐이들 아직도냐?”

「예, 주인님 . 코드 명 케빈 장군의 교신 요청을 받아줄 부대는 현재 없습니다.

케빈 장군은 무전기에 대고 애타게 본부를 부르짖기 시작했지만, 아예 작정을 하고 짱 박힌 놈들이 대답해줄 리가 없었다.

「다만・・・・・・」

응?

「현재 공성전을 중단하고 소강상태로 대기 중인 은사마군 팀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은사마군 팀이 물러났을 경우에 적의 호기심을 유발할 가능성과 해당 감정의 흐름이 외부와의 교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상황별로 분석한 결과, 평균 가능성이 10퍼센트 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았을 경우의 0퍼센트보다는…

호오~ 몽몽이 웬일로 가능성이 낮은 일을 자기가 먼저 권하고 그러네?

“내 생각에도… 은사마군 팀이 갑자기 포위망을 풀고 요란하게 물러난다거나 하면 적들도 뭔 일인가 궁금해하지 싶네. 좋아. 실시!”

「알겠습니다. 주인님.

몽몽이 나선 게 ‘창의성 모드 테스트’쯤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몽몽도 저 할배 장군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쳇. 나도 기분 이 꽤 거시기 하네. 저 할배 장군님도참.. 웬만하면 포기하고 그냥 쉽게 생각을 정리할 것이지, 왜 저렇게 딴사람들 맘까지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거야?

이러다간 우리한테 협조하는 건 고사하고, 여기서 뒷목잡고 쓰러지겠다 싶을 정도로… 케빈 장군은 좀처럼 무전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본부만을 부르고 있었다. 윈드 녀석이 인정한 명장도 인생의 수 십 년이 허공으로 날아갈 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영감!”

응? 천음마군?

“정말 구제불능의 멍청한 영감이로군!”

천음마군의 말투며 표정에 전에 없이 이죽거리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는 까칠한 나이팅게일 자매의 날름 치료(?) 덕분에 말짱해진 몸을 건들거 리며 장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늙으면 다 그렇게 되는 건가? 아니면 이렇게 미적지근한 놈들만 사는 섬에 갇혀 살면 그렇게 되는 건지………….”

“다, 닥쳐!”

으음. 방법이야 어쨌든, 결국 무전기의 송수화기를 내려놓게 하긴 했군.

“아까부터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 돼? 당신과 당신 부하들… 전부 병신 취급당한 거야! 그게 부족해? 그걸 꼭 놈들에게 들 어서 확인을 해야겠어? 그래야 겨우 그 늙은 머리에도 피가 좀 몰리는 거야?”

“장군님!”

윈드가 말릴 틈도 없이 권총을 뽑아든 케빈 장군은 총구를 정확히 천음마군의 머리에 겨누었다.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았지만 천음마군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흥! 또 겨누고 그냥 끝인가? 당신, 늙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겁이 많은 거지?”

취-익!

응? 무전기 소리?

쾅!

윽! 총 소리?

간절하게 기다리던 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바람에 놀라 방아쇠까지 당긴 건지, 아니면 그냥 열 받아서 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케빈 장군은 서둘러서 다시 송수화기를 잡았고, 천음마군의 한 쪽 뺨에서는 주르르- 선혈이 흘러내렸다.

얼굴엔 그래도 흉터가 거의 없던 남잔데, 오늘 드디어… 아, 아닌가?

어느 틈에 나는 듯 기어온(?) 나이팅게일 자매가 앞다투어 뺨의 상처를 날름날름 핥아댔고, 천음마군은 이제 포기한 듯 거부하려는 기색조차 없었 다.

거참. 천음마군이 그렇게 맛있나? 지 동료들 중에도 다친 애들이 꽤 될 텐데 천음마군만… 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몽몽 모사(謀士). 자네의 작전이 딱 들어맞았구먼. 자넨 제갈량의 현신이었나 보이~.”

「…일반적이며 확률까지 낮은 작전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작전을 권했던 것이 오히려 죄송합니다.」

“녀석, 과감하게 겸손하기는… 훗. 그나저나 역시 우린 주인공인 모양이야.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대뜸 맞아주는 걸 보면 말야. 물론 타임 씨인지 누군지, 작가양반 성격이 개판인 건지 주인공인 나나 여주인공 대교까지 죽여버리질 않나, 으음. 역시 인생극장도 출연작을 잘 선택해야 하는 건 데…………….”

「저기요. 주인님?

“어, 왜. 요몽.”

바라신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 왜 딴청을 피우시나 해서요.」

“그야… 인마. 저딴 대화를 귀 기울여 들으면, 괜히 나까지 스팀 받을 테니까 그렇지.”

쯧. 그래도 아주 관심 끊기는 좀 그렇지? 어디… 케빈 장군은 방금 본부 쪽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문을 모두 물어보는 것 같았고. 상대방은 대답 을 회피하며 오히려 바깥의 상황을 캐물으려고 하는 것 같았어. 당연히 말이 엇갈리니까 서로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분위기…………? 이런, 이런・・・ 나, 결국 다 듣고 있었군. 이노무 호기심은 하여간……….

“사령관 각하…………! 뭐라고…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오버.”

“뭐라고 했냐고? 정신 차리라고 했네, 케빈! 이젠 늙어서 귀까지 어두워진 건가? 대체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듣고 나한테 큰 소린가! 그것도 이렇 게 위급한 시국에!”

부릉~하고 발동이 걸리려는 기색이랄까…………? 하지만 저 노장군. 아직도 용케 자신을 억누르고 있군.

“헛소리…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직접 ‘게릴라 지대’를 들어가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이 두 눈으로 똑똑히 게릴라들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걸 확 인했단 말입니다! …오…버!”

“……뭐, 뭐? 이, 이거 큰일 날 사람이었군!”

사령관은 사령관이랍시고 통신하면서 ‘오버’ 안 붙이네? 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겠지만…

“자넨 군법을 어겼어! 작전구역 무단 이탈에 적성지역 무단 침투에………….”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처벌이라면 얼마든지 받고, 군을 떠나라면 떠나겠습니다! 단,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에 말입니다! 오,버!”

“…이봐, 케빈 장군. 뭔가 오해를 하게 된 모양인데…………….”

어이구야~ 뭐 저런 치 떨리게 전형적인 대사를 치냐?

“음… 알겠네. 아무래도 게릴라들이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준비를 한 모양이야. 이번에 이상한 바이러스를 퍼트려서 우리 국민들을 모두 움직이는 시체로 만들어 버린 건 바로 그놈들이라네.”

아 글쎄, 이런 놈들일 게 뻔해서 아예 안 들으려고 했던 건데 말야.

“게다가 어떤 공작을 벌였는지, 자네처럼 충성심이 강한 군인까지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군. 케빈 장군……! 내 말 잘 듣게! 이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예전처럼 그곳을 철통 같이 지키면서 내 명령을 기다리는 걸세! 누가 또 이상한 소리를 해도 어리석게 넘어가지 말 1…….”

“각하! 각하야말로 헛소리하지 말고 대답하십시오!”

오~ 드디어 본격적으로 발동 걸리기 시작했다.

“이 섬에!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섬의 평화를 위협하는 게릴라들이 정말 있는 겁니까? 저와 저의 부하들은 국민들을 위해서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대답하십시오! 우리 국민들을 해치고, 이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자들이 대체 누굽니까! 정말 게릴라입니까? 그들 이 정말 존재하는 겁니까? …오! 버!”

하여간. 꽤나 철저한 양반일세. 이럴 때도 오버를 잊지 않고………….

“…이, 미친……! 자네 미쳤나? 누구한테 막말이야!”

결국… 이 단계까지 오는군. 미친놈에게 미친놈 소리 듣는 것만큼 기분 더러운 일도 드문데 말이야.

“자네 혹시 이런 기회에 권력을 노리는 거 아냐? 엉? 혼란을 틈타서 현 정권을 전복시키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핫! 어림도 없지! 높은 어른들은 지금 여기에 무사~ 히다 계셔! 알겠나? 게다가 네놈을 좋아하는 자들도 이젠 전부 죽거나 좀비가 되어 있지! 네놈의 알량한 인기도 이제 소용없 단 말이야! 알겠어? 알겠냐고, 이 반역자야!”

그,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진수・・・・・・! 이거, 만만치 않은 데・・・・・・? 우리 나라의 일부(?) 인물들과 데스매치를 성사시켜도 흥행이 될 법한 에이 썅!

“누, 누가 누구에게… 그딴 소릴…..”

제3자 입장에서 애써 감정이입을 안 시키려고 노력했던 나도 견디기 힘들 정도이니 노장군의 분노는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케빈! 이제 이 시간부로 너희들의 부대는 반란군이다! 그나마 선처를 바란다면 무장을 해제 하고 얌전히 대기 하고 있………….”

“닥쳐! 반란군은! 국민들을, 나라를 저버린 진짜 반란군은 바로 너희들..!”

으득! 이를 악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들아! 니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전부 날려버리겠어!”

노장군의 부릅뜬 두 눈에 화산 같은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뭐라고 더 헛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무전기에 쾅! 쾅! 총을 쏴 부쉬버리고는 부 하들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반란군 아닌 반란군이 되어버린 전차부대의 병사들 모두의 표정도 장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걸 지켜보는 천음마군………! 크큭~ 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아주 좋아죽는구먼. 역시 누구보다 먼저 케빈 장군의 본성을 알아 보고 ‘동족’의 재각성을 바란 건 바로 저 인간이었어.

천음마군도 천음마군이지만, 더 오래 전부터 케빈 장군을 알고 있던 윈드 역시 흡족하게 웃으며 낮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화이트 판타지아의 수호신 아니… 그 옛날 ‘시가전(市街戰)의 악마’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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