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00화 : 어벤져스 시즌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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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00화 : 어벤져스 시즌 1 (3)


10. 어벤져스 시즌 1 (3)

“엥? 진짜요? 유준 오빠가 저걸로 그런 짓을 한다고요?”

-대교. 소령이가 진짜 울상이 된다. 설명 좀 해줘.

대교가 순진 덩어리 소령이의 손을 잡고 물러나는 뒤쪽으로, 산드라가 리버를 데리고 나오고 있었다.

“사랑하는 애인이 잡혀 왔는데 가만있을 남자가 어딨겠어. 벌써 이 근처에 와있을 건, 뻔한 일이지. 안 그래, 리버?” 내가 짐짓 떠들자, 리버는 정말 부끄럼쟁이 아가씨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고, 산드라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야 그렇지만, 이건 대체…….”

산드라가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건, 어사조 요원들에 의해서 제작이 마무리 되고 있는 6미터짜리 십자가였다.

“이거? 훗. 보나마나, 지금 크루버는 본래 성격에 맞지 않게 신중한 작전을 열심히 짜내보고 있을 거야. 난 의미 없는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건데, 불만 있나, 리버?”

“아, 아닙니다, 로드. 부디 그를 해치지 말고 사로잡아 주십시오.”

짜식이 너무 애절하게 부탁하니까, 내가 정말 최고 미녀를 납치해 온 악질 성주가 된 기분이 드네.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리버는 우리 어사조 손에 이끌리기는 했어도 거의 자진해서 십자가 위에 누워 손발을 묶이고 있었고, 나는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야했다. -산드라. 난 여자들 심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디선가 읽은 책에서 ‘여자들은 종종 자신이 납치당한 공주가 되어, 멋진 왕자님이 내미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상황을 꿈꾼다.’라는 얘기를 본적이 있어. 난 그게 모든 여자들의 공통 의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저 리버 아가씨는 그런 타입인가 봐.

‘아! 로드께서는, 리버의 그런 심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이런 상황을 연출하시는 거였군요.’

-머, 겸사겸사.

산드라는 어느 정도 경탄하는 것 같았지만, 솔직히 리버의 반응은 그냥 얻어걸린 거라고 할까? 산드라에게 말한 책의 내용은, 리버의 행동을 보면서 떠올린 거고, 내가 미리 계산해서 이런 생쇼를 기획한 건 아니었어.

나의 진짜 의도는 겉으로 말한 그대로이다. 크루버를 자극해서 빨리 쳐들어오게 하는 것과, 약간의 재미를 곁들이기 위한 장난인 것이다. 난 ‘기왕 하는 김에’라는 생각으로, 리버가 묶인 십자가 아래에 장작더미까지 쌓아 올리게 했다. 그리고는 숲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아, 아~ 들리는가, 늑대 대장, 크루버! 보시다시피, 너의 절친한 동료, 리버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내력이 실린 나의 목소리가 숲을 향해 울려 퍼졌으나, 별다른 반응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난 약간 뜸을 들였지만, 결국 뒤쪽의 녀석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야. 난 아무래도 그럴듯한 협박 문구나, 이런 상황에 처한 상대를 강하게 자극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니들이 한 번 해봐라.

-공연히 빼지마라, 오리지널, 잘 하는 거 안다.

조담놈은 퉁명스럽게 대꾸했지만, 토르가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앞으로 나섰다.

“이요오오오~ 예! 이 비겁한 늑대쒸이!”

응? 웬 락버전?

토르는 진짜 락커같은 포스를 자랑하며 열창을 시작했고, 가사(?) 내용은 ‘가련한 아가씨가 슬피 울며 구원을 청하는데도, 얍실 비겁 늑대 왕자가 꼬리를 내리고 있네’ 정도로 썰렁했지만, 노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나까지 공연히 따라 부르고 싶어졌다.

훗. 미령이 녀석은 아예 대놓고 공연 감상 모드로군. 녀석의 불꽃까지 리듬을 타며. 어, 어랏?

“야아! 미령아!”

다급하게 미령이를 외쳐 불렀지만, 한 박자 늦었다.

화아악~!

미령이의 불꽃에 닿은 장작더미가 한순간에 타오르고 말았다.

“야! 불 꺼! 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외치는 순간, 거친 눈보라가 십자가를 휘감아 돌며 불길을 날려 버리고 있었다.

에효, 다행히 나타샤가 진화해 주었군.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미 전신을 그을린 리버의 몰골이… 웃!

또 다른 불길이 엄습해오는 기분이었다. 숲으로부터 폭사되기 시작한 살기의 불길은 모두의 안색을 변하게 하기 충분했다.

“아아~ 지나쳤어요. 크루버가 이성을 잃으면 저도 말릴 수가 없어요.”

리버 이 자식! 그렇게 처연한 목소리를 내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젠장!

쿠콰앗!꽝!

날아드는 과정은, 나도 볼 수 없었고, 잿빛 그림자가 떨어진 앞마당에 폭연이 솟구쳤다.

이건 뭐, 날아와서 착지했다기보다, 그냥 폭격이네, 폭격.

“크르르르~.”

아직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거친 목울림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으~ 인간들! 너희들이, 크르, 리버를.”

흙먼지를 헤치며 우리 앞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크루버의 몸집이 몇 시간 전보다 1.5배는 커보였다. 극도로 팽창된 근육과 가시처럼 삐죽삐죽 곤두선 털, 밀려나오는 짐승이빨 때문에 일그러진 입과 얼굴, 두 눈과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살기가 넓은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헤이~ 멋진 늑대씨! 조금 전에는 진심이 아니었어! 유준 캡틴이 시킨 거야!”

십자가 뒤로 대피한(?) 토르의 음성에는 아직 약간의 장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옆의 미령이는 진짜 잔뜩 긴장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화능력을 믿고 자신만만하던 미령이가 저렇게 위축될 만도 하지. 미령이가 이렇게 무지막지한 괴물 늑대를 실제로 마주하게 된 건 처음일 테고, 나 역시 지금의 크루버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정도야.

“크루버! 진정해요. 사실은 이분들도 진짜 절 해치려던 건 아니 었…

“크으~ 더 말하지 마라, 리버!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흠. 생각보다 빨리 진정하면서 나름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군. 그러면서도 뿜어내고 있는 기운의 강대함은 여전해. 크루버 이 녀석, 단순히 빡 돌아서 순간적으로 파워업 한 것이 아니었나?

-S! 당신은 아예 뒤로 빠져서 비전투원을 보호해 줘요.

S가 군말 없이 내 지시를 따른 건, 크루버의 파워업 기운이 심상치 않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느 사이에 다른 웨어 울프 무리들이, 우리와 러브 하우스 전체를 포위한 상태였다. 다른 놈들은 크루버 수준 정도는 아니었으나, 숫자가 문제였다.

「맙소사! 숲속에 이렇게 많은 수가 몰려들어 있었다니! 주인님! 미리 탐지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됐고, 몇 마리냐, 요몽.

「크루버를 제외하고 196마리요!」

우라질. 뱀파이어 군단보다 웨어 울프 군단이 먼저로구나. 게다가 크루버 이 놈, 리버와 달리 우리쪽에 귀순해줄 분위기가 아니야. 그리고 웨인 놈이 지시한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 많은 웨어 울프가 동원되었고, 크루버의 파워업 모드를 리버도 처음 보는 것 같은 눈치인걸 보면, 아무래도 크루버가 처음 인상과는 다른 타입인 거 같아.

“크루버! 넌 이제 보니, 웨인 놈으로부터도 독립할 생각이었구나.”

내가 단정적으로 말하자, 크루버는 흉측한 잇몸을 더욱 붉게 드러내며 웃었다.

“크흐으~ 그렇다! 나는, 나의 진짜 힘과 나만을 따르는 나의 군대를, 웨인이란 악마에게조차 숨겨왔다.”

“그랬군. 언젠가 반란을 일으켜서 웨인을 처단하고, 너의 리버를 되찾을 생각이었다 이거지?”

리버 녀석, 감동먹고 뻑가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로군. 하지만 크루버는,, 이렇게까지 준비해 놓고도 오늘까지 반란을 일으키지 못했어. 자신이 없었다는 얘긴데, 이건 오히려 칭찬해 줄 만해. 웨인의 숨은 저력을 감 잡고 신중했다고 할 수도 있으니 말야.

“좋아, 크루버. 그간의 숨은 노력을 칭찬해 주지. 웨인처럼 교활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놈 밑에서 이 정도까지 하느라 고생했다.”

“닥쳐라, 인간! 네가 우리에 대해서 뭘 안다고…… 큭!”

크루버가 한손으로 자신의 코를 움켜쥐고 고개를 돌린 것은, 나의 심도가 놈의 콧잔등을 베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너! 너, 또!”

“누가 또 방심하래? 그리고 지금 내가 쓴 건 심도라는 것으로서, 네가 아무리 방심하지 않고 대비해도 못 막아. 내가 장담하지.”

그 대신, 나 자신이 원할 때 딱딱 쓰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런 설명은 생략.

“크으으~ 크르?”

또 간단히 선방 당한 것에 분노하던 크루버의 거친 으르렁거림이 애매하게 흐트러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아니,

내가 기본적인 살기와 경계 태세까지도 거두면서 정글도를 어깨에서 내렸기 때문이었다.

“발끈해서 한 칼 날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우린 역시 싸우면 안 될 거 같다.”

“무슨 소리지, 인간?”

“훗. 모르는 체 하지마라, 이 늑대를 가장한 여우씨.”

그래. 이 녀석은 첫인상과 달리, 생각 없는 단순 괴물이 아니야. 오히려 상당히 지능이 높고 신중하기까지 한 타입이지.

“이렇게 너의 군대를 총 동원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너 자신도 최종 변신, 아,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려나? 하여간 파워업 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잡았어. 하지만 넌, 처음부터 싸울 생각이 별로 없었지? 기회를 봐서 리버를 재빨리 채갈 생각뿐이었어. 안 그래?”

크루버는 애써 마음의 동요를 숨기려하고 있었으나, 녀석의 눈동자가 빠르게 리버의 눈치부터 살피는 것만 봐도 뻔했다.

“크루버. 네가 웨어 울프로서의 자부심과 남자로서의 자존심까지 버리고 리버를 구해내려는 그 마음, 난 같은 남자로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 나도 만약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너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솔직히 공감은 개뿔. 나의 대교가 지금의 리버 녀석 같이 나약하기만 한 인질 역할을 할 리가 만무하니, 나도 이런 상황에 공감이 될 리가 없지만, 뭐, 일단 그렇다 치고.

“그러니까, 나는 리버를 이용해서 웨인을 잡으려던 계획을 포기하겠어.”

난 말을 마침과 동시에 정글도를 가볍게 휘둘러 리버를 묶고 있는 줄을 잘라버렸다.

“유치한 장난을 해서 미안했다. 우리가 웨인 놈을 찾아서 없애 버릴 때까지만, 어딘가 잘 숨어있어. 잘 가라, 리버, 크루버.”

십자가에서 풀려난 리버는 물론이고, 크루버도 믿기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는 내 쪽 모두에게 안으로 들어가자는 손짓을 하며, 러브 하우스 현관을 향해 걸었다. 내가 모두를 몰고(?) 러브 하우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리버와 크루버는 멍하니 내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응? 왜?”

나를 향해 모여드는 실내이 모든 시선들 너머로 태연하게 묻자, 모두의 반응은 크게 두 파로 나뉘어졌다. ‘나름 감동! 다시 봤어!”

소령이와 토르, 산드라 정도가 이런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다른 거의 모든 자들의 시선은 좀 더 불손했다.

‘이럴 리가 없어! 이 인간이 지금 무슨 꿍꿍이지?’

그런 의미의 시선을 대충 무시해주며 창가로 가보았다.

-저 콤비인지 커플인지가 이제야 떠나기 시작하는군. 요몽, 이번에는 놓치지 말고 추적해.

「후후. 역시 사악한 울 주인님. 결코 곱게 보내줄 마음이 없으신 거죠?」

-그게 아냐. 아니, 반쯤은 맞지만, 여하간 추적이나 잘해, 임마.

「당근입죠! 저와 패티의 실추된 명예를 반드시 되찾겠어욧!」

나름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 요몽 너머로, 196마리나 되는 웨어울프들이 대장 커플 뒤를 따르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장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꽤 볼만한 비주얼이었다.

-근데, 요몽, 니네들이 저 많은 늑대 인간들의 접근을 놓쳤었다는 건, 저 놈들이 상당히 먼 거리에서부터 우거진 숲으로만 이동해 왔다는 뜻이겠지? 「맞아요, 주인님. 그리고 웨어울프로 변신하기 전에, 인간 모습으로 활동할 때는 더욱 추적하기가 어려워요.」

-그렇겠네. 그래서 뭐, 대책은 있냐?

「흐흣! 이것도 당근입죠. 저와 패티가 모처럼 불타오르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용!」

흐음. 요즘 갈수록 몽몽 남매들의 업무 분담이 확실해지는 모양이고, 그래서 이번에 늑대 인간들의 개떼 포위를 사전 감지하지 못했던 건, 온전히 요몽과 패티 책임이었다는 얘기군. 항상 어느 정도는 요몽과 패티 활동에도 관여하던 몽몽이, 이번에는 제대로 페트라와 러브러브, 아니, 업무협조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도 되고 말이지. 요몽의 서포트 능력이 나날이 더 향상되고 있긴 하지만 약간은 불안… 음?

“유준.”

S로군. 이 형님이 모두를 대표해서 나선 건가?

“자네가 흔한 러브스토리에 감동받아서 저들을 놓아주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네만.”

“에이~ 왜 그래요. 내가 얼마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인데.”

쳇. 이정도 농담에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자들이 이렇게 많다니, 나를 대체 어떤 인간으로 보고 있는 거야?

“그들이 웨인에게 돌아가거나, 웨인 쪽에서 배신자를 처단하기위해 움직일 거라고 보는 건가?”

“보통은 그런 걸 노리고 풀어준 다음에 미행하는 거지만, 난 그런 사람 아니에요. 난 크루버와 리버의 안전하고 행복한 도피행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

「주인님! 찾았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아, 다른 괴인들이 나타나서 싸움이 벌어진 거 같아요!」

“오, 벌써? 흐훗!”

아, 이런. 너무 티 나게 좋아했나? 에이, 몰라!

“전투 전문만 출동!”

나는 그렇게 외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처음부터 8성 이상의 공공보법을 펼치기 시작했는데도, 조담놈이 바싹 따라붙고 있었다.

-오리지널, 이제야 진짜 싸우게 되는 거냐?

-아마도!

-좋아. 이번 특훈의 성과를 보여주지!

이 녀석, 아까는 오컬트 계열과 싸우는 게 찜찜해서 적극적이지 못하더니, 내가 크루버의 콧잔등을 베는걸 보고 자신감을 되찾은 모양이군.

“헤이~ 캡틴! 내가 달리는 거 처음보지?”

-그래, 토르, 빨라서 좋긴 한데, 좀 떨어져서 와라! 찌릿찌릿하다!

“하핫! 쏘리쏘리!”

토르 역시 우리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스피드로 달리, 아니, 거의 날고 있었다. 토르의 여유 있는 표정으로 봐선, 맘만 먹으면 우리보다 빠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구중천에서 토르의 능력을 기본적으로 체크해본 몽몽의 보고대로, 심각한 문제가 있군. 강력한 전력을 이용한 질주라서 그런지, 사방으로 섬광과 잔여 전기를 뿌려대고 있으니, 은밀한 작전 투입은 택도 없겠어.

-요몽! 아직 멀었냐?

「아직 1.6km 정도. 옴마야! 웨어울프들이 너무 쉽게 당하고 있어요!」

젠장! 안되겠군.

-토르! 네가 먼저 가서 깽판 좀 쳐!

“깽판? 오우, 나 그 말 알아! 오케이!”

파차착!

더 화려한 전기 불꽃이 일어난다 싶더니, 번쩍 하고 눈부신 빛줄기가 앞으로 쏘아졌다. 마치 굵은 벼락이 옆으로 치는 걸 보는듯한 광경이었다. 번쩍! 꽝! 우르릉! 번쩍! 꽝! 우르르~

전방의 목표지점이 벼락의 섬광과 굉음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번개 쇼는 나와 조담놈이 도착하기도 전에 급격히 사라지고 있었다. 「주인님! 코드명 토르는 ‘깽판 임무’를 마치고, 근처의 송전선으로 충전하러 가버렸네요오!」

그래. 토르의 결정적 약점은 ‘빠른 방전’이라고 했었지. 그거야 어쨌든, 일단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한 모양이군.

앞서 시작된 괴물들의 치열한 싸움 여파와, 토르의 벼락 깽판이 합쳐진 결과물의 현장은, 상당히 처절했다. 최소한 축구장 정도 크기의 숲이 전쟁터처럼 훼손되어 버린 것 같았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웨어울프들의 시신이 처절함을 더하고 있었다.

“크루버! 리버! 괜찮냐?”

난장판의 중심부쯤으로 착지하며 외쳐보았지만, 아무래도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당신이 그 진유준?”

소름끼칠 정도로 색정적인 음성이었다. 귀까지 덮을 정도로 긴 목깃의 망토형 외투를 걸친 여자였다. 나와 비슷한 키에 육감적인 체형을 자랑하면서 피보다붉은 입술을 열어 비릿한 숨결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 심하게 거슬렸다.

최소한 시그마나 산드라급의 뱀파이어로군. 저 여자의 옆에 무릎을 꿇듯 주저앉아있는 리버 녀석, 전의 상실은 기본이고, 실질적으로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부상이 심해 보여.

그런 리버에 비해서는 나름 기운찬(?) 호흡을 거칠게 몰아내고 있는 크루버. 하지만 크루버 역시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더 이상의 전투가 무리인 듯 보였고, 그 앞에는 늑대 인간조차 가볍게 압도하는 거구의 괴물 인간이 버티고 서있었다.

‘신의 전차’보다도 큰 덩치…는 그렇다 치고, 통나무 같은 팔다리와 목, 심지어 각진 얼굴에까지 그어져있는 저 실선들. 마치 수십 개의 인체 조각을 이어 붙여서 만들어낸 것 같은 저 몰골은・・・ ‘프랑켄슈타인?’

나는 문득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유명한 서양 몬스터들 중에서 또 뭐가 남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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