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84화 : 특별한 어둠 활용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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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84화 : 특별한 어둠 활용법. (2)


5. 특별한 어둠 활용법. (2)

그래. 블랙은 헤어지기 직전에 시그마를 속박하던 흑마술의 비밀을 알려주었었지. 그래서 내가 이 커플에게 감사받는 것이 민망한 거였다. 그리고 이들, 특히 시그마는 아무래도 진실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겠어.

“그게 대체 무슨… 아!”

당황하여 텔레파시 쓰는 것도 잊고 입을 열던 산드라가 멈칫한 것은 시그마 때문인 듯했다.

“지,유준님.”

낯설면서도 왠지 조금 익숙한 이 음성은, 뱀파이어 마스터인 시그마가 서브인 산드라의 입을 통해서 나와 직접 대화하고 싶은 거야. “내, 나의 이 심장, 이곳에는 이미 블랙의 차가운 손길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있소… 그런데도 아직 저주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오?” “내 생각에는, 그게 바로 문제야. 당신이, 블랙의 손길이 항상 자신의 심장에 닿아있다고 느꼈다는 거 말이야. 당신들 처음에는 분명 ‘심장이 묶여있다’고 했었지? 그런데 블랙에게 흑마술의 통제권이 넘어간, 아니 그렇게 알게 된 이후로는 ‘블랙의 손길을 느꼈었다는 거지?”

“그, 그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당신을 흑마술의 저주로부터 구해준 것이 아니야. 그런 흑마술 같은 게 아예 있지도 않았으니까.”

지금의 내 말 때문에 오히려 진짜 속박의 흑마술에 걸리기라도 한 듯, 시그마는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꽤 충격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어느 정도 정신줄을 놓은 거 같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거, 설명은 마저 해 주어야겠지?

“시그마, 당신이 느끼던 블랙의 어떤 기운은, 아마 잘해야 ‘이상한 느낌을 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념이었던 거야. 당신을 진짜로 속박하고 있던 것은, 당신 자신의 마음이었다고 할까?”

문득, 화이트 판타지아의 주민들과, 캐빈 장군이 떠올랐다. 그들도 오랜 세월 있지도 않은 게릴라를, 두려워하며 경계하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캐빈 장군은 자신이 속아서 살아온 세월에 분노하여, 속임수를 쓴 자들을 화끈하게 응징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 시그마는 자신을 속인 혼돈의 사도나 블랙, 누구에게도 분노를 표출할 수가 없는 처지이다.

그래서인가? 이 심약한 뱀파이어씨는 계속 어쩔 줄 몰라할 뿐, 내게 더 뭐라 따져 묻지도 못하고 있군. 정신 연결이 끊겼는지, 산드라가 당혹한 표정으로 시그마의 기색을 살피다가 내게 입을 열었다.

“진유준님! 지금 하신 말씀이 정말・・・ 아! 마스터?”

산드라가 말을 잇지 못한 것은, 시그마가 별안간 패액- 몸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시그마는 복잡한 감정의 폭주를 견디기 어려운 듯, 초고속

이동으로 사라졌고, 산드라도 그를 쫓아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주인님! 아까 섬에서 저희들에게 이 얘기 해주실 때는, 당사자들은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지?’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기어이 터트리신 거예요?」 요몽 녀석, 왜 안 나오나 했다.

-나도 그때까진 그럴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저 시그마에게는 충격 요법이 좀 필요한 거 같았어. 명색이 뱀파이어가 말야, 저렇게 심약해서야, 이 험한 세상, 어디 제대로 살 수 있겠어?

「에효. 누가 보면 주인님께서 뱀파이어보다, 더 오래 산 고참 요괴인 줄 알겠어요.」

-됐거든?

요몽의, 애매한 시비는 대충 넘길 수 있었지만, 사실 스스로 반성을 좀 해야 할 상황이긴 했다. 난 에레보스들 중에서 가장 말이 잘 통하는 편인 산드라에게 알아내야 할 사항이 꽤 많았었는데도 무심결에 ‘시그마 정신 교육(?)을 먼저 해버렸던 것이다.

“진유준님.”

응? 산드라가 금방 다시 왔네? 다행이다!

“부디 저희들의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내가 ‘블랙의 위협은 뺑끼’라는 걸 밝힌 건, 그러니까 ‘진유준의 은혜도 별거 없음’이라는 의미 때문이기도 했어. 그런데도 산드라의 과도 공손 모드는 별로 달라진 거 같지 않아서, 여전히 조금 부담스럽네.

“시그마님이, 뜻밖의 사실에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곧 진정하고………….”

“아니, 잠깐.”

내가 손까지 들어 보이며 산드라를 막은 건, 산드라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어딘가의 시그마에게로 날아가려는 기색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는, 얼마간 그를 혼자 두는 편이 좋을 거 같아. 지금 시그마로서는 그 무엇보다 산드라 보기가 쪽팔려, 아니, 그냥 부끄러울 거야.”

산드라는 내말의 뜻을 빠르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망설였지만, 결국 다시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아~ 저도, 정말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설마 저희들이, 그렇게 어리석었을 줄이야.”

“아니. 그렇게 자책할 필요 없어. 내가 블랙 녀석의 원조격인 원판 놈을 좀 겪어봐서 아는데, 그 빌어먹을 놈들 스타일이 원래 그래, 사람 마음을 잘도 가지고 놀지. 원판 녀석에게는 나도 몇 번 당했었다구.”

“진유준님도 화이트 크라우드에게 말입니까?”

“맞아. 나처럼 순진무구한 사람은 상종을 말아야 할 인간인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응? 왜 그래, 산드라? 왜 그런 표정이 되는 거지?”

“아, 아닙니다.”

「주인님이 순진무구? 세상에나! 어찌 그렇게 심한 망언을… 윽! 몽몽 옵빠아~!」

예의바른 산드라와 달리, 발칙했던 요몽은, 몽몽에게 체포되어 퇴장했고, 난 그냥 모른 체 하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산드라, 시그마가 없을 때, 내가 데이트 신청을 하려는데, 승낙해 주겠어?”

“예? 아, 예. 후후. 기꺼이.”

결국 산드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넓은 갑판의 중심부에서는, 아직도 나와 대교 주연의 이종 전투 영상이 계속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이쪽 테이블은 몇 개인가 비워져 있었다.

쯧. 막상 외간 여자(?) 산드라와 둘이서만 마주 앉으니까, 진짜 바람피는 것도 아닌데, 괜히 대교 눈치 보이고 어색하네. 얼른 업무 진도 나가야겠다. -산드라.

전음으로 바꿔 말을 시작하자, 산드라도 다시 살짝 긴장하는 것 같았다.

-내가 오늘 궁금한 점이 꽤 많이 생기기는 했는데, 우선은 산드라의 능력에 대해서 묻고 싶군.

‘저의 이 텔레파시 능력과, 순간 이동 말씀이십니까?”

그래, 특히 순간 이동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고 싶어. 그 능력도 쓸 수 있는 거리 제한이 있는 것 같던데, 맞나?

‘예. 거의 제한 없이 능력을 쓸 수 있는 거리는, 반경 30여 미터입니다.’

-30미터 정도? 우리와 싸울 때는, 더 먼 거리로 막 이동하지 않았었나?

‘저의 오감, 특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라면, 이동이 가능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이동 장소의 공간과 시간에 변수가 많아, 실패 확률이 높기에, 섣불리 시도하지는 못합니다.

공간은 그렇다 치고, ‘시간의 변수’? 여기서도 타임씨의 영역이… 아, 당연한 건가? 뭔가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 시간대에 존재 한다’는 개념이기도 하니까 말야. 음. 어쨌든.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보통의 경우, 본능적으로 다른 장소가 느껴져 그쪽으로 이동하거나, 처음 시도했던 장소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번에 진유준님과 대교님께 대적할 때는, 시그마님의 영역 안이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아참, 뱀파이어의 영역을 깜박했네. 마스터인 시그마의 영역에서는, 서브 산드라도 모든 공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로군.

-그 뭐냐, 어떤 영화에서는 어떤 장소라도 사진 한 장만 봐도, 거기로 갈 수 있는 순간 이동 능력자들이 나오던데, 그런 건 불가능한 모양이지? 내 말에 산드라는 작게 웃었다.

‘그렇게 전능에 가까운 능력자가 어딘가 존재 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나 시그마님도, 아직 그런 자들이 영화에서처럼 존재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산드라도 그 영화를 봤나보군.

-그럼 한번이라도 가봤던 장소는? 그런 곳도 너무 먼 거리는 안 된다는 건가?

‘가능하긴 하지만, 금기되어 있습니다. 저희 가문 사람들 중에도, 리드 능력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공간의 미아’가 되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었으니까요.’

-공간의 미아? 그건 혹시… 당신의 순간이동 능력이란 것이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 다이렉트 이동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

‘웃.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저희 가문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아공간은, 시간의 흐름조차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그야말로 순간적인 이동이 되는 거지만, 분명히 미지의 공간을 경유하는 것입니다.”

이런 제기. 난 사실, 산드라를 가능하면 연락책보다 운송책으로 활용하고 싶어서, 자세히 묻기 시작했던 건데, 얘기가 뭐 이리 복잡해져?

‘저어, 진유준님.’

응? 산드라가 왜 이렇게 새삼 송구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날 부르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산드라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 있었으나, 곧 결심한 듯 말을, 아니 텔레파시를 이었다.

‘저희 가문에서는 대대로 ‘윈드 게이트’ 라는 장소를, 유럽 곳곳에 만들어서 이용해 왔습니다.”

윈드게이트? 명칭이야 어쨌든, 산드라가 이 얘길 꽤 어렵게 꺼냈다는 게 문제로군.

-그 게이트라는 거, 당신 가문의 비밀인 건가? 그렇다면 굳이 얘기 안 해도 돼.

음? 아닌가? 고개를 젓네?

‘과거에는 분명, 윈드 게이트의 존재와 위치가 저희 가문의 가장 중요한 비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 가문도, 과거의 윈드 게이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비밀을 지킬 이유도 없는 거지요.’

이 아가씨, 자기 가문의 썰렁한 과거를, 비교적 덤덤하게 얘기해 버리는군. 어쨌든, 지금 산드라가 굳이 과거 얘기를 꺼냈다는 건………….

-그 윈드 게이트를 다시 재현하면 된다는 거군.

‘예, 바로 그렇습니다. 사실 윈드 게이트는, 제가 이동하기에 안전한 공간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흐음. 말은 쉬운데, 그럼에도 당신이 어렵게 얘길 꺼낸 거 보니까, 이것도 위험 요소가 있는 거지?

‘별다른 위험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이트가 항상 같은 상태로 안전하기만 하다면 말이죠.’

-그렇, 군. 누군가 게이트에 장난이라도 치면, 당신은 대책 없이 그 ‘공간의 미아’ 신세가 되어 버릴테니 말야. 하지만 당신 가문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게이트를 사용해 왔었어. 당신의 게이트 사용, 아니 장거리 순간 이동 자체를 아예 금지하고 있는 건, 시그마일 거 같군.

산드라는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 혹시, 누군가를 게이트에서 잃기라도 한 건가?

‘하아~ 이럴 때면 진유준님이야 말로, 그 어떤 텔레파시 능력자보다 더 타인의 마음을 잘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칭찬은 고맙지만, 이건 내가 잘났다기보다, 이 뱀프 커플, 특히 단순소심 뱀프 마스터 시그마가, 너무 속이 잘 읽히는 타입이야.

-좋아, 산드라, 당신 가문의 윈드 게이트를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는 건, 시그마와 먼저 상의해 보고 결정하기로 하지.

말이, 전음이 그렇지, 난 이미 히죽 웃고 있었다. SF영화에서나 보던 꿈의 아이템. 순간 이동 장치를 벌써 손에 넣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몇 시간 후.

우리의 흑해1호는 여전히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었고, 나는 이제 산드라가 아닌 대교와 함께 마주 앉아 있었다.

…그렇게 되어서, 우리는 이제 조만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동 장비를 가지게 될 거 같아. 아니, 장비라고 표현하면 산드라가 기분나빠하려나? 나는 한 시간 정도 전에 끝난, 산드라와의 면담 내용을 추려서 대교에게 알려준 참이고, 당연히 ‘뱀프 마녀 동력의 순간 이동 장비’ 얘기는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후후, 그래요. 산드라씨 앞에서는 삼가시는 편이 좋겠어요.

-사실, 나도 그리 자주 산드라를 부려 먹을 생각은 없어. 나, 아니 우리가 지금 가장 번거로운 것이, 바로 운기조식하기 좋은 장소 찾아다니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집 부근과 신불산, 이 두 곳에 먼저 게이트를 설치할 생각이야. 사실 구중천에도 빨리 만들고 싶지만, 거긴 보안 관계상 좀 더 신중해야겠지?

「주인님! 지금 신나신 건 알겠는데, 산드라씨의 마스터인 시그마씨가 허락하긴 할까요?」

-또 분위기 초치러 나왔냐, 요몽?

「그럴리가요. 전 주인님의 서포터로서, 중요한 충고를 드리려는 거예요. 무엇보다, 주인님 자신은 두렵지 않으세요? 장거리 순간 이동의 위험성, 그거 정말 까닥하면, 한방에 훅 가는 거잖아요.」

쯧. 이 녀석, 갈수록 내 말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군. 어쨌건 요몽의 걱정도 괜한 것이 아니긴 하지.

-그래, 뭐. 나도 살짝 후달리는 감이 없지는 않아. 산드라 말대로라면, 그 공간의 미아가 된다는 것은 평범한 죽음보다도 더 확실하게, 이 세계와 안녕 하는 거라니 말야.

「이론상으론 확실히 그래요. 육체는 물론이고, 영체까지 함께 알 수 없는 다차원 공간으로 가버리는 거니까, 당연히 현재의 차원 공간에서 환생 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렇게 조목조목 따지니까, 진짜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긴 한다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변함없어. 이런 이동 수단을 두려워한다는 건, 교통사고 무서워서 걸어만 다니자는 말과 같다고 말야.

「으휴~ 하여간 우리 주인님은, 이상한데서 용감무식하시다니깐!」

요몽은 자신의 나름 충고가 먹히지 않아서 툴툴거렸지만, 가만 보니 대교도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한 거 같기도 했다.

-뭐야, 대교. 너도 장거리 순간 이동은 꺼림칙해?

-아, 아뇨. 전 문득, 다른 생각이 들어서요.

-다른 생각?

-예. 시그마씨가 산드라씨를 만나기 전에 이미 시그마씨의 사랑을 차지한 여자분이 있었다면서요?

-응. 지난번 싸울 때, 나온 얘기만으로도 알 수 있는 얘기였지만, 이번에 산드라가 더 확실하게 얘기해 주더군. 그녀의 이름이 뭐, ‘실비아’라고 했던가? 하여간 그녀는 산드라보다 다섯 살 많은 친척 언니였다지?

-음~ 혹시, 그녀가 바로 공간의 미아가 되어서, 시그마씨 곁을 떠나게 된 것이 아닐까요?

-글쎄? 산드라가 그 얘기까지는 안 해줬어. 물론, 소위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는 해.

-만약 그런 거라면, 시그마씨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렇겠지?

「그뿐이 아니지요. 주인님께선 오늘, 굳이 알려 줄 필요가 없었던 진실 폭탄을 터트리셔서, 지금 시그마씨는 자괴감 작렬 상태! 어쩌면 당분간 설득이고 뭐고, 주인님을 만나고 싶어 하지도 않을지 모르죠.」

-요몽. 그게 무슨 말이지?

「아참. 대교님은 아직 그 얘긴 모르시죠?」

요몽은 대교에게, 아까 내가 블랙의 흑마술 뺑끼’를 알려주었던 상황을 늘어놓았고, 대교는 다 듣기도 전에 쓴웃음을 떠올렸다.

과연, 그런 일이 있었군요. 왜 아까부터 시그마씨가 보이지 않는가 했더니, 두 분 다 상심이 크겠어요.

-뭐야. 왜 내가 잘못한 거 같은 분위기가 되는 건데? 이건 어디까지나 시그마, 그 친구가 심약한 탓이잖아.

-후후, 맞아요. 전 오라버니께서 잘못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교는, 그러면서도 살짝 얄궂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다만, 오라버니께서는 같은 남자들에게는, 조금 엄격한 경향이 있으세요.

「맞아요. 주인님은 여자와 어린아이에게는 천사이신데, 남자들에게만 소위 ‘얄짤없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원판씨나 시그마씨 처럼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이들에게, 주인님의 돌쇠 멘탈을 기대하면 곤란하죠. 그런 보호종들은 훨씬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고요!」

-어머, 요몽. 말이 지나치구나.

이런 제기. 요몽이 꽃돌 계열들을 편애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이번에는 대교도 요몽을 형식적으로만 나무라면서, 은근 동조하는 분위기 일세? -아. 산드라씨가 오고 있네요. 어쩌죠? 수심이 가득하네요.

아놔, 진짜! 해주면 될 거 아냐! 섬세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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