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98화 : 어벤져스 시즌 1 (1)
10. 어벤져스 시즌 1 (1)
갱생 뱀파이어 군단?
너무 앞선 걱정거리를 떠올리는 바람에, 모종의 장소에서 시그마를 만나면서도 왠지 기분이 묘했다. 시그마가 야식(?)으로 지급받은 뱀프 안나를 데리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산드라도 슬며시 뒤를 따랐다.
어쩌면 생길지도 모를 갱생 뱀프 부대에서, 시그마는 최소한 대대장급이 될지도? 신병에서 대대장으로 벼락 승진을 시켜버리면 뱀프계의 낙하산 인사로 악풀이 난무하는 사태가… 으음. 이쯤에서 멈추자, 진유준.
나는 의미 없는 망상의 고리를 애써 자르며 눈앞의 창가로 다가섰다. 조금 전에 우리 일행이 도착했던 이 건물은, 일견 별 특징이 없는 보스턴 외곽의 낡고 오래된 5층 건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와 대교의 눈에 빤히 건너다보이고 있는, 매우 ‘특별한 건물’ 때문에 덩달아 특별한 건물이 되어 버린 곳이었다.
건너편의 건물도 사실은 그저 평범한 건물이었어. 그러나 얼마 전에 우리의 캔들 리의 새로운 사무실이 입주한 때부터, 미국의 새로운 역사에 동참하는 장소로서… 훗~!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감정이 오버할 뻔했네. 우리 흑주의 아빠 캔들 리가 정말 미국의 대통령감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서 그런가?
-요몽. 현재 천우신은 어느 정도까지 상황을 알고 있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세요. 경호팀의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고 사영님께 물었는데, 사영님이 안심하라고만 하시면서 생까셔서, 아니, 하여간 그런 상황입니다요.」
-천우신, 그 친구, 요즘도 서너 시간밖에 안자냐?
「사생활을 항상 모니터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신 거 같아요. 뭐, 천우신님은 천 년 전부터 늘 부지런하셨잖아요.」
사영, 나의 예비 장인어른께서 내 친구의 건강을 생각해 주신 건가? 오늘 잘 모르던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는 걸? 어쨌든, 나도 내 친구 천우신이 오늘 발생한 일을 알고 날밤 새우게 하지 않으려면, 친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조금 더 참아야겠군. 그런데.. 후훗~ 내일 아침에 천우신이 보일 반응이 궁금해지네. 천 년 전부터의 절친이라는, 나란 놈이 이번에도 괴이 망측한 사건을 몰고 등장했으니 말야.
‘로드!’
응? 시그마의 야식 타임이 이제 끝났나?
뒤를 돌아보니, 산드라는 힘없이 비틀거리고 있는 뱀프 안나를 부축해주며 오고 있었고, 시그마는 몇 걸음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와우! 시그마씨의 매력이 더욱 철철 흘러 넘쳐욧!」
나한테 중요한 건 시그마의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지만, 어쨌든 마력도 확실하게 충전된 느낌이로군.
-좋아. 이제 시그마는 여기서 계속 캔들 리 경호팀에 협조해줘.
‘예, 로드! 만약 다시 그 방자한 늑대 무리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대장 늑대의 털가죽을 로드께 바치겠습니다!”
-크루버 놈은 내 거… 아니,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암튼, 수고!
시그마 이 친구, 간만에 피를, 그것도 같은 뱀프의 피를 마셔서 살짝 광분 모드인 거 같네. 만약 정말 크루버가 다시 나타난다면, 꽤 볼만한 싸움이 벌어지겠어.
-산드라, 우린 이제 다시 돌아가자.
파앗!
순식간에 워프 된 곳은, S의 러브 하우스에 위치한 임시 게이트 안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이 집의 집사 격인 데릭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로드.”
“어, 근데, 당신?”
조금 멋쩍게 웃는 데릭의 입술 사이로 송곳니가 반짝였다. 아까 S가 웨인 놈의 별장에 나타났을 때, 난 예상보다 강한 그의 마력이 반가우면서도 의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건 다시 데릭의 피를 빨고 왔기 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뭐야, 그렇게 고생해서 인간으로 되돌아왔는데, 또?”
“마스터께서 출진하시는 데 보탬이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데릭, 이 남자, 원망은커녕, 진짜 기뻐하는 기색이로군. 당사자가 불만이 없으면 된 거겠지만, 거참.
“그런데, 로드. 이 아가씨도 혹시?”
데릭이 관심을 보인 건 당연히 낯선 뱀프 안나였다.
“어, 맞아. 이 아가씨도 뱀프야.”
나는 데릭과 안나 사이에서 조금 물러나 주며 말을 이었다.
“이 아가씨는 아까 먼저 온 리버의 서브인 안나. 아, 지금은 리버가 S의 임시 서브가 된 것처럼, 안나도 시그마의 임시 서브가 되어있지.”
말이 소개지, 나도 안나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까, 이 정도로 하고.
“이쪽은 사신 S의 서브가 될지도 모를 남자, 데릭.”
이쪽 소개도 쫌, 암튼. 둘이 가볍게 목례를 나누는데, 데릭은 아직 어설픈 예비 뱀프이고 안나는 현재 진짜 뱀프가 맞는데도, 분위기는 데릭 쪽이 더
여유로운 거 같군.
“후후. 먼저 온 아가씨보단, 이쪽이 더 맘에 드는군요.”
데릭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데릭이 우리를 안내해 준 곳은, 아까 우리 모두가 저녁 식사를 즐겼던 장소였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식탁 테이블은 싹 치워져 있었고, S는 입구 부근의 의자에 한쪽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앉아있었다. 팔걸이에 오른 팔꿈치를 올리고 그 손에 턱을 괸 자세의 S가 보고 있는 것은 실내 중앙쯤에 얌전히 앉아있는 리버 녀석이었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무릎 위에 두 손을 얌전히 올리고 있는 저 자세, 게다가 모은 두 다리의 절묘하게(?) 기울어진 각도…! 데릭이, 저 녀석 리버를 ‘아가씨’라 칭한 이유를 알 것 같군.
난 저 리버를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예의 바름과 약간의 여성스러움’으로 자신을 위장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차츰 그게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었지만, 이 정도로 여성스러운 놈일 줄은 몰랐었다.
사내놈이, 이건 뭐, 교장실에 불려 와서 혼날 걸 걱정하며 떨고 있는 여학생 분위기랄까? S가 저렇게 심문할 의욕이 없는 표정으로 씁쓸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고, 나도 별로 의욕이 안 생겨서 안 되겠다.
-산드라. 그 ‘모아나’인가 하는 것 좀 준비해줘.
나는 그렇게 지시하며 다시 거실로 나왔다. S도 슬며시 자세를 풀고 일어나더니, 내 뒤를 따라 나오고 있었다.
-유준. 내 말, 들리는가?
-그야 당연하, 어? 지금 전음 쓴 겁니까? 이거 이제 못쓴다면서요.
S는 흑주에게 ‘전음의 길을 열어준 사람으로서, 당연히 자신도 전음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뱀파이어가 되면서 체질이 완전히 바뀌는 바람에,
인간이었을 때의 내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었다.
-전음만 다시 쓸 수 있게 된 겁니까? 아니면 다른 무공도?
-아직 자세한 설명은 어려워. 계속 노력해 왔네만, 이제 겨우 전음만 감을 잡았다고 할까?
흐으음. 언제부터인가 마력 발산 패턴이 다른 뱀프들과 다른 느낌이 들더니만, 혹시 마력을 내력처럼 운용하는 요령을 개발 중이었던 건가? -어쨌든, 이제 묻겠네.
아직 자신의 진화를 떠벌리고 싶진 않은 모양이군.
-나에게 굳이 저 녀석을 취하게 한 이유가 뭐지? 저런 타입에게 정보를 얻는 건 ‘공포심’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말야.
-훗. 그야 물론, 당신이라면 웨인 놈보다도 무서운 공포를 리버에게 안겨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누가 누가 더 사악하고 무서운 존재인가’를 경쟁하는 것도 모양새가 좀 우습잖아요. 그리고 한 가지 실험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도 있고요.
나는 데릭이 가져다주는 의자 두 개 중에서 하나에 앉으며 S에게 물었다.
-혹시,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 보셨어요?
-미스 카이가 권하긴 했지만, 다 읽지 못했네. 지루하더군.
-훗. 그랬겠네요.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 나오는 ‘드라큘라 백작’은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흡혈귀의 대명사이지만, 소설에서 자아내는 공포감이 S에게 와 닿을 리가 없었다. S는 인간이었을 때도 뱀파이어 급으로 무서운 인간이었는데, 지금은 드라큘라 백작보다 몇 배로 강력한 진짜 뱀프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난 십자가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마늘 요리도 좋아한다네.
-하핫. 그래요. 산드라도 그건 좀 아닌 설정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내가 산드라와 편한 사이가 된 다음에 가장 먼저 물어봤던 것이, 어렸을 때 읽었던 소설 드라큘라에 관한 진실이었지. 그런데 산드라 말로는 ‘십자가와 생마늘을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그냥 정서와 취향 문제일 뿐’이라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뱀프들은 역사적으로 항상 십자가를 신봉하는 세력과 대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상징을 싫어하게 된 거고, 딱히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마늘도 마찬가지여서, 특정 지역에 자생하는 마늘에는 뱀프들을 무력화 할 수 있는 성분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인간들이 먹는 품종의 마늘에는 그런 성분이 없다고 한다. 물론, 뱀프들은 후각이 예민한 만큼, 마늘처럼 자극적인 향신료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냥 입맛에 따라 음식가리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십자가와 마늘 얘기 말고도 실제와 다른 설정이 많지만, 그래도 소설 후반부 추적신은 나름 사실적이라고 하더군요.
S의 표정을 보니, 그 부분은 아예 읽지 못한 모양이군.
-소설에 나오는 뱀프 사냥꾼 ‘헬싱’ 교수는 드라큘라 백작에게 물린 여자 주인공 ‘미나’에게 최면을 걸어서, 그녀와 정신적으로 연결된 드라큘라의
행적을 추격하는 장면이 나오죠. 뭐,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해킹으로 발신지를 추적하는 셈이랄까요?
S는 내 얘기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미심쩍어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가끔 사부님과 사모님의 근황이 궁금해질 때가 있지만, 사모님의 의식이 느껴진 적은 없었네.
그건, 카라쪽에서 막고 있기 때문이겠죠. 소설에서도 여주인공이 어둠의 세례를 받아서 완전히 서브가 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현재 우리 수중에 있는 리버는 당신과, 뭐, 비록 가계약 상태라고는 해도, 아니, 그 때문에 더 웨인 놈과의 관계가 모호해진 상태예요. 한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봐요.
-그렇군.
S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작 나는 새삼 쓴웃음을 베어 물었다. 막상 지금부터 해야 할 밑준비를 생각하니까, 차라리 리버 녀석을
단순하게 줘패서 복종하게 하는 편이 편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리버 녀석이 자진해서 우리쪽에 귀순할 분위기를… 응? 뭐야, 이 냄새는?
언제부터 나기 시작한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의식하자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냄새가 거실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이 낯설면서도 왠지 익숙한 비린내는 쳇. 그야말로 피비린내로군. 그리고 이건 지금 미스 카이가 어디선가로 부터 들고 오고 있는 저 쟁반 위에서 나는 거고 말야. 저 쟁반위의 찻주전자에 담겨있는 것이 바로 ‘모아나 잎으로 만든 차인 건가?
왜 안 보이나 했던 미스 카이는 산드라의 부탁으로 차를 끓여서 직접 내오고 있는 것이었고, 계속 데릭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리버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피비린내 향이 나는 차가 뱀프들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는 거군. 냄새만으로도 그럴 거 같긴 하네. 난 좀 부담스럽고, 나름 차 마니아인 대교도 어색한 표정이 되는군.
-S님. 곧 이 모아나 잎을 수확하기 좋은 계절이 됩니다. 그때는 함께 저의 고향을 방문해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산드라의 정중한 초청에, S는 보기 드물게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요몽. 자룡대주 쪽은 어떠냐? 아직 준비 안 된 거야?
「그럴 리가요. 버얼써 준비 끝내고 다들 게이트 앞에서 대기 중입니다요.」
-산드라! 리버는 미스 카이에게 맡겨 둬. 그녀도 리버를 안정시키는 일 정도는 잘 해낼 거야.
잘 해낼 정도가 아닐지 모르지. 미스 카이는 남자 구워삶는데 도가 튼, 그 방면에는 뱀프 싸다구 날리는 것도 우스울 정도의 여시 요괴급 여자이니 말야.
-산드라는 이제부터 꽤 많은 병력을 데리고 와줘야 하는데, 괜찮겠어?
‘예, 로드, 문제없습니다.”
산드라의 대답에는, 자신이 혼자 뺑이쳐야 할 ‘대규모 워프 수송’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보였다. 아까 리버의 서브 뱀프를 간식으로 쩝쩝한 덕분에 마력이 빵빵하게 완충된 모양이었다.
원래도 산드라를 이용해서 ‘대규모 워프 수송이 필요하게 되면, 어사조에서 헌혈 받은 혈액을 제공할 생각이었었지. 그런데 오늘 뜻하지 않게 삼십 인분이나 되는 뱀프전용 ‘고열량 영양식(?)’이 생긴 셈이야. 갱생 뱀파이어 군단까지는 필요 없어도, 당장 확보된 뱀프 도시락들은 꽤 든든한 자산인 걸? 흐흐흐~~
-응? 산드라 표정이 왜 그래?
‘아, 아닙니다, 로드. 하명하십시오.’
이 아가씨 싱겁기는, 나처럼 순박하고 착한 사람 보면서, 왜 가끔 무서워하는 기색인지 모르겠단 말야? 뭐, 어쨌든.
우선, 캔들 리와 천우신의 경호를 보강할 병력으로 ‘은사마군 팀’을 서울에서 캔들 리 경호팀 건물로 직수송!
아까 뱀프 안나를 시그마에게 야식으로 제공했던 건물 안의 공간을 산드라가 리드해 두고 왔으니, 거기도 이미 임시 게이트인 셈이지.
-서울에서 또 한 놈과 구중천에서 대기 중인 병력들은 이곳으로!
「잠깐만요, 주인님!」
-뭐냐, 요몽.
「구중천 쪽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게….
뭐? 이런, 이런!
-산드라. 일단 은사마군 팀만 먼저 데려와줘. 구중천은 잠시 대기.
“알겠습니다, 로드.’
나는 산드라가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대교를 돌아보았다. 대교도 요몽에게 동시 보고를 받았는지, 민망한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오라버니. 그 아이들이 어떻게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대교, 네가 미안할 일이 아니지. 정보가 새어나갔다면, 어디까지나 자룡대주 잘못이지. 어쨌거나, 대교 생각은 어때? 고 녀석들이 고집부리면, 나도
못 말리잖아.
나도 못 말릴 녀석들이란, 구중천 지하에서 심심해하고 있던 나의 ‘예비 처제들’, 소령이와 미령이였다.
-만약 소령이가 이쪽 일을 알게 되어 그러는 거라면, 저도 말릴 수가 없겠네요.
-그치?
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이번 적들은 너무 질이 안 좋아서, 고 녀석들이 오는 건 꺼림칙하지만, 소령이가 천우신을 걱정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면 솔직히 말릴 엄두도 안 나긴했다.
-소령이가 또 핵미사일 쓰기 전에 그냥 오라고 해야겠군.
나의 농담 아닌 농담에, 대교가 고개를 포옥 숙였다. 소령이가 술이 떡이 되어 핵미사일로 ‘쓰리 스켈레톤’ 부대를 소멸시킬 당시, 그걸 말렸어야 할 대교도 함께 취해서, 정신줄을 놓았던, 그런 아픈 과거가 있는 것이다.
얼마 후
은사마군 팀을 먼저 캔들 리 쪽으로 보낸 산드라가 구중천 병력들까지 수송하기 시작했다.
“유준 오빠! 아니, 형부!”
소령이가 먼저 소리쳐 부르며 달려와 매달렸고, 새침공주 미령이도 비죽이 웃으며 다가왔다.
“후후. 꽤 재미난 일이 생긴 모양인데, 우릴 따돌릴 생각이셨어요, 형부?”
쳇. 미령이 녀석까지 날 ‘형부’라는 말로 압박해 오는군.
“어이~ 유준! 아니, 이제 캡틴이라고 불러야하나?”
미령이 뒤에서 건들거리며 나타난 녀석은 ‘전격의 악마, 토르’였다. 사실, 내가 부른 건 이 녀석뿐이었는데, 혹이 둘이나 더 붙어 버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천주. 제가 토르의 입단속을 하지 못했습니다.”
자룡대주였다. 그녀는 송구스러워하는 태도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헤이~ 제니퍼! 얼굴 펴라고! 우리들의 캡틴은 이정도 일로 당신을 화내지 않을거야. 안 그래, 캡틴?”
토르는 거침없이 자룡대주의 어깨를 두드렸고, 그녀가 날카롭게 째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구중천으로 갔을 때만해도, 소위 ‘우거지 죽상’으로 침울해하던 녀석이 밝아진 건 좋은데, 좀 시끄러웠다.
“어머? 새로운 손님들이신가요?”
이 러브 하우스의 안주인이 시끄러운 소리에 이끌려 나오시는군.
“그게, 미스 카이. 아직 1차고, 이제 곧… 음. 왔군.”
다시 게이트의 문이 열리고, 2차 병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